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고용위기 첫 두 달의 취업자 감소 규모가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크고 향후 더 심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코로나19 재난의 위험이 차별적으로 노동시장 취약계층에게 집중되어 나타나는 현실과 원격근무, 원격강의 등 비대면 업무방식 및 서비스의 활성화는 향후 산업 및 고용 구조에 큰 변화를 초래하고, 일자리의 양과 질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하에서는 코로나19 위기에 직면하여 재난자본주의와 디지털화의 급진전, 취약노동계층에 집중된 고용충격과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대해 살펴보고,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사회경제체제의 대전환을 위한 정부정책 방향과 노동조합의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목차
Ⅰ. 들어가며
Ⅱ. 재난자본주의와 디지털화의 급진전
Ⅲ. 취약노동계층에 집중된 고용충격과 광범위한 고용보험 사각지대
Ⅳ. 사회경제체제 전환을 위한 정부정책 방향
Ⅴ.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노동조합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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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들어가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사회․경제활동이 급격히 위축되고, 원격근무, 원격 마켓팅, 원격강의 등 비대면 방식이 사회적, 정책적으로 장려되면서 고용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코로나19 방역조치에는 성공했다고 평가되지만, 이동이 제한되면서 수요와 공급이 동시에 위축되는 실물경제 위기와 노동시장 충격이 현실화되고 있다. 내수침체의 영향으로 고용충격이 본격화되면서, 이로 인한 고용 및 소득 위기가 취약계층에 집중되어 더 큰 피해를 받고 있다. 이와 동시에 온라인‧비접촉문화가 확산되면서 비대면 업무방식과 서비스가 활발해지고 있는데, 코로나19의 장기화에 따라 경제 침체가 지속되면 일하는 방식과 산업 및 고용 구조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재난에 따른 위험이 차별적으로 노동시장 취약계층에게 집중되어 나타나는 현실과 비대면 업무방식 및 서비스의 활성화는 코로나19 위기 극복과정 및 그 이후의 세계를 위한 정부정책 방향과 노동의 과제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흔히들 코로나19 이후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도래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과거의 경험에 의하면 사회 및 자연 재난으로 인한 위기 시기에 재난자본주의가 나타나고, 이를 통해 기존 지배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면서 불평등이 심화되었다. 이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재난자본주의를 딛고 불평등과 격차 해소 등 경제․사회체제를 바꾸는 사회대전환의 기회로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이하에서는 코로나19 위기에 직면하여 재난자본주의와 디지털화의 급진전, 취약노동계층에 집중된 고용충격과 광범위한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대해 살펴보고,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사회경제체제의 대전환을 위한 정부정책 방향과 노동조합의 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Ⅱ. 재난자본주의와 디지털화의 급진전
사회적, 자연적 대재난 이후에 도리어 지배세력을 위한 체제가 강화, 재생산되는 현상을 ‘재난자본주의’라고 한다. 재난으로 사회와 시민이 혼란한 시기에 대대적인 규제완화와 민영화, 노동시장 유연화 확대 등을 통해 대자본을 비롯한 기존 기득권세력의 이익을 오히려 강화하는 재난자본주의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재난자본주의로 효율성만 추구하는 경제관료들이 그동안 추진하고자 했던 해묵은 과제들을 추진하거나, 재난 극복을 위해 불가피하게 취해졌던 일시적 조치들이 이후에 제도로 정착되어버리곤 한다.
우리나라의 두 차례의 경제위기와 외국의 유행병위기 이후 경험에 의하면 이와 같은 재난 이후 예외 없이 불평등이 증가하였다. 이는 재난시기 취약계층의 대다수가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감소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대다수가 사회안전망으로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위기 극복을 이유로 기업 및 노동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이 강화되었는데, 이는 중소영세기업, 비정규직 등 취약노동계층에 대한 보호를 더욱 약화시켜 노동자간 격차를 확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1997년 외환위기 시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법 도입이 대표적 사례이다. 이번 위기에 직면해서도 규제 완화와 노동유연화 확대라는 자본의 위협적 공세가 지속되고 있다. 경총과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은 지난 3월 코로나19 확산을 빌미로 경영상 해고요건 완화 등 노동유연화와 기업 비용 축소, 산업안전 관련 규제완화 등 규제완화를 요구하는 내용의 제도개악안을 국회에 제출한데 이어, 5월 또 다시 노동시장 유연화, 규제완화, 신산업 진입규제 혁신 등을 주장하면서 노동계에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코로나19 피해는 취약노동계층에게 집중되는데, 한국판 뉴딜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재벌기업들의 숙원과제들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나라 불평등 심화의 기본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대기업의 시장독점과 원‧하청간 불공정 거래, 이에 기인한 원청기업과 하청기업 간 격차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소득불평등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리고 확진자관련 개인정보 공개, 코로나19 전화상담‧처방과 만성질환자 등에 한정한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한시적‧제한적으로 취해지고 있는 조치들을 정부는 한국판 뉴딜이라는 이름 하에 본격적으로 확대하려 하고 있다. 정부는 5월 발표한 코로나 대응 및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10대 산업 분야 규제혁신방안’을 통해 개인정보의 상업적 활용, 원격의료 등 신산업의 투자 촉진을 위한 규제완화 추진을 발표했는데, 10대 산업분야 중 세 가지가 의료민영화와 관련된 내용이다. 대통령이 발표한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에는 바이오헬스 산업육성을 위해 삼성을 비롯한 재벌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여, 보건의료 안전장치에 대한 규제를 전면 해제하겠다는 총체적 내용이 담겼다(연구공동체 건강과 대안, 2020). 감염병의 2차 유행에 대비하여 중환자병상과 공공병원 확대, 공공보건의료 인력확충 등 공공의료 강화정책이 시급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방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한편,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문화의 확산과 함께 재택근무 확산과 온라인 커머스 활성화, 그리고 원격강의와 같은 원격서비스 제공 등 비대면산업이 확대됨에 따라 사회적, 산업적 측면에서 디지털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글로벌 경제침체가 지속되면서 비대면 서비스는 대안적 산업이 아닌, 주요 산업의 ‘비즈니스’ 뿐만 아니라 ‘산업구조’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비대면 산업의 특성 상, 디지털 혹은 디지털 기반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가 주를 이루고 있어 고용없는 성장이 우려된다(한평호, 2020). 재택근무를 실시한 기업들에서는 벌써부터 경영효율화를 위한 기존인력 및 행정직 등 지원업무 종사자의 감축, 아웃소싱 등을 예고하고 있고, 실제로 대학들에서 원격강의로 인해 강사인력을 감축하는 등 고용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업무시간과 생활시간이 분리되지 않음에 따른 일과 생활의 균형 파괴, 노동강도 강화, 그리고 적정 업무량 설정 기준 등 새로운 노동규범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는 또한 고용 및 소득이 불안정한 플랫폼 노동 종사자를 양산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고,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개발‧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일부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의 지배력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강력한 시장지배력은 특히 새로운 혁신가에 의해서 대체되는 혁신적 진화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상존한다(한평호, 2020).
일하는 방식(재택근무, 화상회의 등)부터, 생산․개발(스마트공장, 로봇프로세스자동화1) 등), 서비스(온라인 교육, 원격의료 등), 유통(온라인‧모바일화, 비접촉 근거리 배송 등) 방식까지 가치사슬 전반의 디지털화가 급속도로 진행 중에 있다(4차산업혁명위원회, 2020). 그런데 이것이 고용 및 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디지털 뉴딜정책으로 이를 추진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핀테크 확산으로 은행업에서 대규모 인원감축이 이루어졌고,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양극화나 일자리 위기가 예고되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의 과제는 코로나19로 인한 재난자본주의를 막고, 고용, 소득, 사회안전망에 있어 격차가 큰 불평등 문제 등 그동안 한국 사회 지속가능한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들을 사회적 연대에 의해 해결하는 사회대전환을 이루는 것이다.
Ⅲ. 취약노동계층에 집중된 고용충격과 광범위한 고용보험 사각지대
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유례없이 급격한 고용충격이 발생하고 있고, 이는 가장 취약한 계층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들 대다수는 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의 ‘4월 고용동향’에 의하면 코로나19로 인한 고용충격이 1997년 외환위기 시기보다 심각한 가운데, 임시‧일용직과 여성, 고령자와 청년 등 취약계층에게 집중되고 있고, 숙박 및 음식점업 등 대면서비스업을 넘어 제조업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하기 전인 2월을 기준으로 취업자 증감폭을 살펴보면, 코로나19 위기 첫 두 달인 3~4월 계절조정 취업자가 102만 명 감소하는 등 고용충격이 외환위기 때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김유선, 2020). 과거 경제위기 시 취업자 감소폭을 살펴보면, 1997년 외환위기 첫 두 달 동안 취업자가 92만 명 감소했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에는 첫 두 달 동안 9만 명이 감소했고, 6개월 동안 25만명이 감소했다. 외환위기 시기 14개월 동안 취업자가 160만 명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향후 코로나 위기에 따른 취업자수 감소 폭은 외환위기 때를 크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 위기 두 달 동안 취업자가 102만 명 감소한데 비해 실업자는 93만 명에서 105만 명으로 12만 명이 증가했고, 4월 계절조정 실업률은 3.8%로 전년 동월 대비 0.2%포인트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충격으로 기업들이 휴업·감원을 하고 신규 채용도 축소됨에 따라,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실업자들이 구직활동을 포기하여 비경제활동인구가 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두 달 동안 구직 단념 등의 이유로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인 비경제활동인구는 92만 명이 증가했다. 2월 대비 증가한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는 105만 명에 달한다(<표 1> 참조).
취업자에 속하지만 무급휴직 등으로 잠시 일을 쉬는 일시휴직자는 3월, 4월 두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런데 2020년 2월 62만 명에서 3월 161만 명으로 99만 명이 증가했고, 4월에는 149만 명으로 12만 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2). 일시휴직자는 현재는 일자리가 유지되기는 하지만, 취업 상황이 악화됨에 따라 일자리를 잃거나 비경제활동인구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3월에서 4월 사이 감소한 일시휴직자 12만 명을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은 1만 명 증가한데 비해 여성은 13만 명이 감소하였다. 이들 여성 휴직자들은 실업자나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위기에 따른 일자리 상실은 임시‧일용직, 여성, 고령자와 청년, 그리고 대면서비스업 종사자 등 취약계층에게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사상 지위별로는 임금노동자가 81만 명 감소하고, 비임금근로자 15만명, 무급가족종사자가 5만명 감소했다(<표 2> 참조). 임금노동자 가운데 임시‧일용직이 59만명 감소했고, 상용직이 22만 명이 감소했다. 성별로는 여성이 62만명, 남성이 40만명 감소했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44만명)이 가장 많이 감소했고, 다음으로 15~29세(21만명), 50대(19만명), 30대(18만명), 40대(16만명)의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산업별로 취업자 수 증감을 살펴보면, 대면 서비스업 종사자가 크게 타격을 받은 가운데 수출부진 등으로 제조업 등에서도 충격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외관광객 감소 등의 영향으로 숙박 및 음식점업에서 20만 명이 감소했고,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13만 명, 개학 연기와 학원 휴업 지속 등으로 교육서비스업에서 10만 명, 협회및단체·수리및기타개인서비스업에서 8만 명이 줄어들었다. 이와 함께 농림어업 10만명, 건설업 8만 명, 공공행정·국방·사회보장행정에서 8만명이 줄었으며, 제조업과 운수창고업에서 각각 6만 명 감소했다.
내수부진과 해외의 감염확산으로 인한 수출타격이 본격화되면서 제조업 고용 감소세가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2018년 4월부터 하락세를 보이다 지난 1월부터 반등했던 제조업 취업자 수는 3월과 4월에 각각 3만 명이 감소했다. 2020년 4월 기준 취업자 수가 440만 명으로 전 산업중 취업자 비중(16.6%)이 가장 높은 제조업에서 고용 감소세가 지속될 경우 고용시장 충격이 훨씬 크고 깊을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4월 발표된 IMF의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은 국가로 꼽히는데, 이는 제조업 중심의 경제구조 덕분으로 평가되고 있다. 제조업은 고용 창출과 제품 생산, 그리고 가치 사슬망에 포진해 있는 서비스, 유통 등 여러 산업 분야를 이끌어 가는 기간산업으로서, 고용뿐 아니라 기술개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근간이 되기 때문에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박한구외, 2017).
짧은 시기에 전례없는 고용 및 소득 충격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고용보험 사각지대는 취업자의 절반에 이른다. 지난해 8월 기준 전체 취업자 중 고용보험가입자 비율은 49.4%이고, 구직급여(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7개월(180일) 이상 가입자는 41.6%에 불과하다(이병희, 2020). 그리고 2018년 기준 실업자 중 실업급여 수급자 비율은 45.6%에 불과하다(장지연, 2020). 코로나19로 인한 해고 등 고용위기와 일감 축소 등으로 소득단절에 처한 취약노동자의 규모는 최소 약 728만명에 이르고, 이들 중 고용보험 미가입자는 절반이 넘는 459만 명(63.0%)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초단시간 노동자‧일용직‧5명 미만 사업체 노동자와 대기업 하청‧파견 노동자들이다(정흥준, 2020).
이에 대응한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이는 앞으로 한국 사회의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김유선, 2020). 이들 취약한 노동자의 소득단절에 대한 정부의 지원과 노사의 공동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정흥준, 2020).
Ⅳ. 사회경제체제 전환을 위한 정부정책 방향
정부는 5차에 걸친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245조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기업과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4월 개최된 대통령 주재의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는 55만개 일자리 창출과 특수고용직 생계지원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일자리 위기극복을 위한 고용 및 기업 안정대책”을 확정했다. 코로나19로 고용위기가 현실화하자 2월 고용안정 대책, 3월 취약계층 생계보호 추가대책, 4월 고용안정 특별대책을 잇따라 내놓았다. ‘고용안정 특별대책’은 고용유지, 생계지원, 일자리 창출이라는 세 부문을 중심으로 이미 발표한 고용‧실업대책의 규모와 대상을 확대, 강화하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는 것이었다. 5월에는 정부가 예산을 투입해 직접 일자리 154만개를 창출하는 내용의 ‘공공부문 중심 고용충격 대응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공공부문 직접일자리 94.5만 개(신규 선발 16.7명), 신규창출 직접 일자리 55만 개 이상, 국가공무원‧공공기관 채용 4.8만명으로 구성된다. 이중 55만 개 이상의 신규창출 직접 일자리는 공공부문에서 비대면‧디지털 일자리 10만개, 취약계층 공공일자리 30만개, 민간부문에서 청년 디지털일자리 5만개, 청년 일경험 일자리 5만개, 중소‧중견기업 채용보조금 지급을 통한 일자리 5만개로 구성된다. 창출되는 일자리의 대부분이 단순하고 질이 낮은 단기 일자리이고, 양질의 일자리라 할 수 있는 공무원‧공공기관 채용인원은 기존 인력의 퇴직에 따른 결원 보충수준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대부분 임시적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인데, 산업 전환 등 중장기 전략을 고려하면서 단기대책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
고용위기가 구조적이고, 중장기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제도적, 정책적 보완이 시급하다. 이를 기존 일자리 유지, 실직자 및 소득 감소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살펴본다.
무엇보다 우선 재난시기 해고금지와 정리해고 요건 강화를 통해 집단적, 개별적 해고를 방지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은 재난시 긴급구제 법령 등을 통해 해고와 강제퇴거 등을 일시 중지시키고 있다. 최근 일시 휴직자가 대폭 증가함에 따라 고용유지지원금이 확대되었으나 지원 규모, 수준, 기간 등에서 미흡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국민 세금으로 하는 각종 기업지원은 해고금지와 노동시간(조업) 단축에 의한 일자리 공유 등에 기초한 고용총량 유지를 전제로 하고, 이 고용총량에는 원청 정규직‧비정규직은 물론 파견‧협력업체 노동자도 포함되어야 한다.
코로나19로 위축된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자금 사업의 경우 300인 이상 기업을 지원대상으로 하고 있고, 기금 지원 개시일부터 최소 90% 이상의 고용 총량을 6개월간 유지하도록 하고 있는데, 고용유지 의무를 보다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소기업‧협력업체에 대한 지원대책이 강화되어야 할 것인데, 특히 기간산업에 있어 협력업체 지원은 산업 생태계 유지를 위해 중요하다.
또한 재난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소득이 감소한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안전망이 대폭 확충되어야 한다. 고용위기 장기화 전망 속에서 고용보험 가입확대, 나아가 전취업자 고용보험 도입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소득파악 및 징수 체계 구축, 조세행정과 사회보험의 연계 등을 위해 사회적 합의와 범정부 차원의 대응이 구체적 로드맵을 가지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직접 일자리사업과 고용장려금 지원 사업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일자리창출 사업은 사회적 수요와 일자리의 질, 산업 전환 등을 고려하며 중장기전략 속에서 설계되어야 할 것이다.
정부는 경제‧고용위기 극복 방안으로 소비진작을 통한 내수활성화, 포스트 코로나19에 대비하기 위한 투자활성화, 한국판 뉴딜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다. 5월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경제·사회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구조 고도화, 지속 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한국판 뉴딜’ 프로젝트 추진을 공식화하였다. 한국판 뉴딜 대상으로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SOC 디지털화 등을 통해 디지털전환을 전면화하는 디지털뉴딜과 탄소배출을 줄이는 그린뉴딜을 공식화했다. 그런데 한국판 뉴딜은 취약노동계층의 노동기본권 보장과 사회안전망 확대와 함께 추진되어야 하며, 공공의료 확충 등 국가 재난․질병관리 대응 인프라 확충, 일터에서 질병과 산재 예방을 위한 생명안전 강화, 공공사회 서비스 확대 등 공공성 강화에 기초한 내수 확대, 고용창출 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은 산업 구조 및 생태계를 재편하고 커다란 일자리 변동을 초래한다. 성장하는 산업과 대체‧보완관계에 있는 산업들간 고용연계성을 파악하여 일자리정책 및 일자리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부각되는 비대면산업에는 교육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에듀테크산업, 관광과 가상‧증강현실을 결합한 스마트 가상관광, 소상공인 등 소규모 골목상권의 디지털화(지역 온라인몰, 구매‧결제‧배송 전과정을 비대면으로 구현하는 온라인 오픈마켓 플랫폼 구축 등), 헬스케어와 스마트기기‧콘텐츠를 결합한 스마트 헬스케어, 공연‧게임과 가상‧증강현실을 결합한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서비스 등이 있다(한평호, 2020). 이러한 비대면산업의 확산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실태파악과 더불어 고용보완적 측면에서 해당 서비스의 제공방식을 보다 다양화하는 측면의 접근이 필요하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 기술과 인간, 에너지전환과 인간이 공존하고, 노사가 공존하는 미래형 일자리로 전환하는 것이 디지털뉴딜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한국판 뉴딜은 사회경제체제 전환을 위한 청사진과 의지를 제시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먼저 취약한 노동자들을 보호하고 그들의 힘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경제 체제의 전환은 노사의 적극적 참여 속에 가능하다(임운택, 2020).
Ⅴ.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노동조합의 과제
코로나19 위기에 직면하여 기업 등 기득권층의 이익을 재생산하는 재난자본주의가 확대되는 한편,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고, 전 국민 고용보험 도입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소비위축과 기업위기로 가중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한 지자체의 ‘해고없는 도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노동조합은 코로나19가 바꾼 지형에서 고용 및 소득 안정성 확보와 함께 두터운 사회안전망에 기초한 높은 수준의 노동시장 통합성과 사회공공성이 강화되는 경제‧사회체제 전환을 이끌어내야 할 것이다. 우리는 노동시장에서 만성적 고용위기와 기업규모․고용형태․성별 등에 따른 고용 및 임금, 복지 격차가 크고, 이것이 노동자간 갈등을 심화시켜 단결과 연대를 저해하며, 한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 위기를 불평등 구조를 바꿀 수 있는 기회로 삼아 재벌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를 개혁하고 내수경제 강화, 고용 안정과 실업‧빈곤을 방지할 수 있는 사회안전망 등을 구축하는 과정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사회적, 자연적 재난에 의해 비상한 상황에 처했을 때 재난자본주의와 더불어 공동체 구성원들이 상호 돕고 연대하는 재난유토피아가 형성된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앞에서 노동조합은 노동자 연대와 공동체의 협력을 강화하고, 이에 기초하여 일자리를 지키고 노동시장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대기업이나 공공부문 등 보다 안정적인 고용 및 소득 조건에 있는 노동자들은 사회적 연대와 타협에 기초하여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공유, 공동근로복지기금이나 사회연대기금 조성, 공제조합 설립 등을 통해 비정규직‧중소기업‧하청기업 노동자와 고용 및 소득 연대를 조직하거나, 사회보험이나 조세에 대한 기여 강화 등을 통한 복지연대를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일터 현장인 기업(사업장), 산업, 업종 및 지역 차원에서 다양한 연대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미 여러 노동조합들이 이같은 사회연대활동을 실천해왔고, 지금과 같은 재난 시기는 사회연대를 더욱 절실히 필요로 한다.
이와 함께 산업의 디지털화, 그린뉴딜에 적극 대응하여 사회 불균형이나 차별, 양극화를 해소하는 공정한 전환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들은 특히 제조업 등 기존 산업의 많은 부분을 재편하는 것이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 산업 및 고용, 그리고 일하는 방식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파악 및 대응 방안 마련과 함께 노동자들이 새롭게 요구되는 숙련을 갖출 수 있도록 교육훈련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이다.
코로나19 이후 세계가 예측불가한 혼돈의 세계나 과거 두 차례의 경제위기 이후와 같이 경제‧사회 불평등이 보다 심화된 과거 체제로 회귀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동계와 시민사회, 그리고 전문가가 힘을 모아 사회연대에 기반하여 상상력을 가지고 기존 체계의 전환을 위한 담론과 전략을 마련함으로써 통제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다.
1) 사람이 수행하던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업무 프로세스를 소프트웨어 로봇을 적용하여 자동화하는 것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디지털노동을 말함.
2) 통계청은 주요 고용지표와 성․연령․종사상지위․산업․직업별 취업자만 계절조정 자료를 제공하고, 일시휴직 등은 계절조정 자료를 제공하지 않음. 따라서 원계열 자료를 사용해서 ‘전월 대비’ 일시휴직자 증감을 살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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