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아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 국장
한국노총, <사회대전환 운동> 선포
지난 2월 24일~25일 양일간 개최된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대응 방침’의 일환으로 <사회대전환 운동>이 93.1% 찬성으로 의결되었다.
‘제20대 대통령선거 대응 방침’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사상 초유의 재난 속에서 고용과 소득 전반의 악화와 불평등·불공정의 확산 속에 노동자와 서민의 고통이 커져 가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한국노총은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는 노동단체로써,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취약계층 보호, 공정과 사회정의의 실현,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노동존중평등복지국가로 나아가는 사회대전환의 계기가 되도록 전 조직적인 <사회대전환 운동>을 전개할 것을 제기했다.
아울러 <사회대전환 운동>에 동의하는 모든 시민사회진영과 함께 연대체를 구성·운영하고, 사회대전환을 위한 제 정당의 초당적 협력과 연대를 추진키로 했다. 이와 별도로 제20대 대통령선거 지지 후보 결정 방식 등 구체적인 대선방침은 하반기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하여 의결키로 했다.
왜 <사회대전환 운동>인가?
과거 한국노총의 대통령선거 방침이 ‘노동존중’이라는 원칙 아래 현장 조합원의 의사를 물어 특정 정당 및 후보를 지지하는 방식으로 추진된 것에 비추어 볼 때, 금번 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된 방침은 어찌보면 매우 생소하다. 다시 말해 <사회대전환 운동>이 왜 한국노총 대통령선거 방침의 우선 과제로 제기되었는가의 문제이다.
이에 대한 답은 바로 국제노동기구(ILO)가 제기한 “불평등과 불확실성이 더욱 악화되는 미래”에서 찾을 수 있다. 2019년 국제노동기구(ILO)는 ‘일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디지털혁명과 산업구조의 변화, 친환경정책의 영향이 일의 세계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이러한 변화로 발생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쉽게 말해 탄소배출 규제라는 세계적인 흐름이 기존 내연차량 부품 노동자의 실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미래에 대비하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양극화의 심화 역시 <사회대전환 운동>의 필요를 크게 높이고 있다. 코로나19는 고용 및 소득 전반에 큰 충격을 주었고, 만 1년이 지난 오늘 전세계는 소위 ‘K자 회복’에 매우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미 신자유주의로 발화된 양극화가 코로나19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양극화는 장기적으로 구조화 될 것이 분명하다.
△ 2020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통계청)
<사회대전환 운동>으로 차기 정부를 힘 있게 견인해야
이와 함께 반복되는 정치권력의 구태 역시 노동계의 능동적이고 공격적인 활동을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은 분명 공정과 정의를 갈망했던 촛불의 수혜자이다. 그러나 지난해 지켜보았듯이 그들은 공정과 정의라는 촛불의 가치를 버리고, 과거 실패한 정권의 길을 답습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수많은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가 정부에 구제를 요청할 때마다,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내세워 어렵다는 입장만을 되풀이 해왔다. 그러나 작년 한 해, 그토록 ‘재정건전성’을 중요하게 여기던 정부는 정작 대기업들에게는 아무런 조건 없이 40조에 이르는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쏟아부었다. 반면, ‘6개월 이상 고용 유지’를 조건으로 하는 고용안정지원금은 고작 2조 4천억 가량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긴급하지 않은 예산의 조정은 찾아보기조차 어렵다. 예를 들어 2021년~2025년까지 연평균 6.1%씩 국방비를 올리겠다는 계획은 그대로 유지되어, 국방비는 올해 무려 52조에 이르고 있다. 국방비의 상당수가 미국의 전략무기를 구매한다는 점에서, 도대체 나라 살림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야당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적폐로 심판받았던 그들은, 여전히 과거의 오류를 날마다 반복하고 있다. (얼마 되지도 않는) 코로나19 민생 예산을 놓고 ‘포퓰리즘’이라 비난하며 반대하거나, ‘노동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여전히 반노동·친기업정책을 강경하게 고수하고 있는 모습에서 촛불의 심판은 기억조차 없는 듯 하다.
결국 이러한 정치권력의 반복되는 구태는 우리 노동계 스스로가 앞으로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특히 2022년 3월로 예정된 제20대 대통령선거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각계각층 세력과 함께 연대하여 공정·평등·연대의 기치 아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사회대전환 운동>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 힘을 바탕으로 차기 정부의 정책을 힘있게 견인해야 할 것이다.
정의로운 사회대전환 :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변화의 시작
한국노총은 곧 <정의로운 사회대전환 :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변화의 시작>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토론회는 <사회대전환 운동>의 필요성과 방향에 대해 각계의 의견을 나누며, 노동-시민사회진영의 연대와 협력을 모색한다. 또한 금번 토론회를 이어, 향후 각 분야별 의제를 선정하기 위한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각 분야별 의제는 양극화, 일자리, 복지 등으로 나뉘어 각계 전문가 및 관련 단체들과 함께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오는 5월 1일 노동절에는 <(가칭) 사회대전환 운동본부>를 발족할 예정이다. <(가칭) 사회대전환 운동본부>는 우리 사회의 영향력 있는 시민사회진영과 함께 구성·운영된다. 단기적으로는 제20대 대통령선거에 대응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불평등과 양극화를 넘어 노동이 존중되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연대와 협력의 중추가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1997년 IMF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아픈 기억이 있다. 수많은 노동자와 서민들이 실직과 파산의 위기에 몰렸다. 궁극적으로는 신자유주의의 확산과 자산불평등이라는 오늘의 구조를 만들어냈다.
지금도 역시,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사회를 부정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상황의 어려움에 따른 예측이라기보다, 그에 대응하는 국가정책에 따른 예측이다. 1997년 IMF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오늘의 코로나 팬데믹까지, 이에 대응하는 국가정책이 천편일률적으로 재벌과 기업 위주의 정책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바로 잡아야 한다. 과거보다 더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과거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