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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노동자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여야 한다!

노동존중사회 위해서도 선배노동자 희생 기려야

등록일 2018년04월23일 13시14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산재노동자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여야 한다!
노동존중사회 위해서도 선배노동자 희생 기려야


수백, 천만 개의 촛불혁명을 거쳐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했다. 너무나 감격스럽고 가슴 뭉클한 역사의 새로운 출발이었다. 그만큼 새롭게 선출된 대통령에 대한 기대는 매우 높았다. 노동자의 삶이 나아지고 세월호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안전한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러나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터에서 목숨을 잃고 다치고 있다.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대한민국은 매일 5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250여 명이 재해를 당하는 산재공화국이고 안전보건 후진국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노동자의 사망재해를 줄이겠다고 중대재해대책까지 발표했지만 3월에만 포스코 건설에서 6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19일에는 국내 굴지의 회사인 삼성물산이 시공한 삼성전자 물류창고 신축공사 현장에서 추락사고가 발생해 하청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당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또 지난 1월 25일에는 포항제철소에서 일하던 외주업체 노동자 4명이 냉각기 교체작업 중 질소가스에 질식해 숨지는 안타까운 산재사고가 발생했다.

 


 

위험의 외주화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다

 

정부는 사고가 날 때마다 특별근로감독을 한다고 설쳐대지만 사후 약방문식에 불과할 따름이다. 여전히 대한민국에는 살인기업이 판치고 있고 노동자들은 죽음의 사업장에서 고통 받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최근 발생하는 산업재해가 하청노동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위험의 외주화가 노동자를 죽음으로, 재해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안전하고 쾌적한 노동환경에서 일할 권리는 노동자의 인권이며, 산업안전보건의 확보는 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요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을 맞이하여 “정부의 최우선 가치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며, 그 어떤 것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 될 수 없다”고 하였으며, “산업재해는 한 사람의 노동자만이 아니라 가족과 동료, 지역공동체의 삶까지 파괴하는 사회적 재난”이라고 하였다.
 

대통령의 말씀처럼 산업재해는 사회적 재난인 것이다. 이 사회적 재난에 의해 그동안 죽거나 다친 노동자가 얼마나 많았으며, 가족들의 고통은 얼마나 심했을까? 노동자들은 산업역군으로 불리었다. 산업역군이란 미명 아래 노동착취를 강요받았고 국가를 위해서 기업을 위해서 노동자의 희생은 당연한 거라 생각했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 냈고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어 냈다. 국가와 기업은 발전했고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러나 산업역군인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한강의 기적처럼 노동자에게도 기적이 찾아왔을까? 경제가 발전한 만큼 이익을 함께 누렸을까? 결코 아니다. 수많은 산업역군인 노동자들이 경제발전의 현장에서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가족들은 가장을 잃은 슬픔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가정이 파괴되거나 힘든 삶을 살고 있다. 산업재해 노동자들은 병상에서 신음하며 매일매일 고통 속에 살고 있다. 국가와 기업을 위해 열심히 일했건만 돌아온 것은 죽음과 망가진 몸이었다. 산업역군이라고 떠들어 대더니만 죽거나 다치고 나니 국가나 기업도 외면했다. 아무도 산업역군인 산재노동자를 기억하지 않았다. 정말이지 안타깝고 억울하고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산재통계를 공식 집계하기 시작한 1964년부터 지난 2016년까지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는 무려 90,369명, 재해자는 4,696,985명에 달한다. 경제발전을 위해 무수히 많은 노동자가 노동현장에서 산업재해로 귀중한 목숨을 잃거나 장애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국가적 공로에 대한 명예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경제위기를 빌미로 또 다시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 

 

‘산재공화국’은 정부의 무관심 때문

 

4월 28일은 ‘세계 산재노동자의 날’이다. 1993년 태국의 한 장난감 업체에서 화재로 사망한 188명의 노동자를 기리기 위해 1996년 4월 28일 ICFTU(국제자유노련)가 처음 UN-CSD(지속가능발전위원회) 회기 중 전 세계 노동조합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태국 화재사고 사망노동자 등에 대한 추모의 촛불의식을 거행한 이후 매년 4월 28일에 기념일을 실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한국노총이 건의하여 2000년 12월에 보라매공원에 ‘산재희생자 위령탑’을 건립한 이후 매년 4월 28일을 산재사망 노동자의 넋을 기리고 산재노동자를 위로하는 ‘산재노동자의 날’추모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제18회로 4월 27일(금)에 산재희생자 위령탑에서‘산재노동자의 날’추모제를 진행한다. 캐나다, 스페인 등 총 19개 국가에서는 매년 4월 28일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하고 있으며, 총 120개국에서 산재노동자를 추모하기 위한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의 희생 위에 만들어진 대한민국 정부는 산재노동자들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산재노동자의 날’ 추모행사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산재노동자와 산재노동자 가족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의 기념일과 기타 법령에 따른 기념일 중 노동자의 산업재해 노동자와 산업안전보건에 관련된 기념일은 전무하다. 정부가 산업재해 노동자를 무시하는데 어떻게 우리나라의 재해가 줄어들기를 바라는 것인지 한심할 따름이다. 정부는 산업역군인 산업재해 노동자와 가족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한다. 여전히 우리나라가 산재공화국인 것은 산재노동자들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 때문이었다고.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국가경제발전을 위해 희생한 노동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공로를 인정하고 산재희생자와 산업재해 노동자 그리고 가족들에 대한 지원을 하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약속했다. “정부의 최우선 가치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는 것이며, 그 어떤 것도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보다 우선 될 수 없다”고.
 

이제 약속을 지켜야 한다. 그 첫걸음이‘산재노동자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따른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산재노동자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재정될 수 있도록 강력하고 다양한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산재노동자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재정하기 위한 입법활동, 청와대 청원, 범국민 서명운동 등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한국노총은 노동존중사회 건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노동존중사회 건설을 위해서 선배노동자의 희생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4월 28일 ‘산재노동자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반드시 제정하여야 한다!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으신 선배 노동자의 명복을 빕니다.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소장

최종환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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