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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한국노총 200만 조직화 현장을 가다 4. 공공산업희망노조

‘노·알·못’ 비정규노동자를 위한 ‘노동조합 인큐베이터’

등록일 2018년10월08일 10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한국노총이 ‘조합원 200만 시대’를 선언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200만 조직화사업 추진단’(200만 추진단)을 발족하는 등 조직 확대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에 <주간 노동N이슈>가 200만 추진단의 도움을 받아 조직화 모범사례를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 편집자 -

 

1. 포항지역철강노조(제14호, 7월30일 발행)
2. 학교법인한국폴리텍노조(제15호, 8월6일 발행)
3. 강원도교육청노조(제19호, 9월10일 발행)
4. 공공산업희망노조


 


 

 

 

노동조합이라면 자고로 ‘쪽수’로 승부하는 법이거늘 여기 상식을 거부하며 ‘조합원 제로(0)’에 도전하는 노조가 있다. 심지어 노조활동의 궁극적 목표가 ‘노조 해산’이라고 하니, 도무지 속내를 알기 어렵다. 노동계에 이단아라도 나타난 것일까. <주간 노동N이슈>가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전국공공산업노련 회의실에서 ‘공공산업희망노조’ 관계자들을 만났다.

 

 

공기업서 시작된 ‘우리 사업장 100% 조직하기’

 

 

공공산업희망노조(비상대책위원장 방주연, 이하 희망노조)는 지난해 6월 설립된 신생노조다. 같은 해 5월 치러진 ‘촛불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뒤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찾아‘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한 뒤 희망노조가 만들어졌다.
 

사실상 ‘무노조’ 상태로 방치돼 온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조직할 그릇이 필요해진 시점이었다. 그해 7월20일 새정부가‘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바야흐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조직화 경쟁이 본격화됐다.
 

한국노총으로서는 기회인 동시에 위기였다. 한국노총은 경쟁관계에 있는 민주노총에 비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조직사업에 뒤늦게 뛰어든 상태였다. 산별노조가 아닌 기업별노조를 근간으로 하는 한국노총의 조직체계 역시 비정규직 조직확대에 불리한 구조였다. 기업별노조 체계의 장점을 취하면서도 비정규직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했다.
 

희망노조는 이러한 고민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끌어안을 수 있는 소산별노조로 기획됐기 때문이다. 50여곳에 달하는 국내 주요 공기업 정규직노조가 주축이 된 전국공공산업노련(위원장 박해철, 이하 공공노련) 안에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한 소산별노조가 만들어졌다. 공공노련의 기존 조직을 지렛대 삼아 비정규직 조직확대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조직대상은 공공노련 소속 정규직노조가 설립돼 있는 공기업 내 기간제노동자와 파견·용역직에 맞춰졌다. 이른바 ‘우리 사업장 100% 조직하기’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이다. 기존 비정규 노동자가 해당 공기업의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경우에는 기존 정규직노조가 규약 개정 등 과정을 거쳐 이들을 수용하고, 기존 비정규직이 자회사 소속으로 전환되는 경우에는 자회사노조 설립을 지원한 뒤 희망노조로 가입시키는 방식이다.
 

공공노련은 지난해 11월 대의원대회를 열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지원하기 위한 조직화 사업을 충실히 준비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따른 노조 설립과 연맹 가입을 지원한다”고 결의하며 비정규직 조직사업에 힘을 실었다.
 

그렇다면 공공노련 소속 정규직노조들은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불거진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내홍이 되풀이되지는 않았을까.

 

 

비정규직 조직화 측면지원 나선 정규직노조

 

 

“인천공항 문제는 다각적으로 볼 필요가 있어요. 단순히 정규직노조 이기주의로만 볼 문제는 아닙니다. 정규직 전환 대상자를 선정하고 합의하는 과정부터 문제가 있었으니까요 …(중략)… 따라서 인천공항에서 불거진 문제가 다른 공기업에서 되풀이될 거라고 예단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어찌됐든 노조활동 경험이 풍부한 정규직노조가 노조활동 경험이 없는 비정규 노동자를 견인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중요합니다.”(방주연 희망노조 비상대책위원장)

 

희망노조는 설립 1년여 만에 지부 13곳을 조직하고 조합원 2천여명을 가입시켰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노조가 적극적으로 힘을 보탰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희망노조의 전임자는 2명뿐이다. 2명의 전임자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공기업들을 전부 찾아다니며 조직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공기업들은 죄다 지방으로 이전한 상태고, 발전소들도 대부분 바닷가에 있잖아요. 활동가들이 발로 뛰면서 노조를 조직하기 힘든 구조예요. 때문에 해당 기관 정규직노조의 지원은 큰 힘이 됩니다. 정규직노조가 희망노조 설명회를 개최하거나, 비정규 노동자들을 상대로 노조가입원서를 받아주는 경우가 적지 않았어요. 언론에 인천공항 갈등사례가 부각돼서 그렇지, 사실 공기업 내 정규직-비정규직 갈등이 그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아요. 새벽같이 출근해 청소를 하거나 밤새 경비업무를 보는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마음의 빚이 있으니까요.”(정태호 희망노조 집행위원장)

 

 

머리 희끗한 ‘노·알·못’이 노조를 만났을 때

 

 


 

 

희망노조 신규조합원 대부분은 해당 공기업에서 청소·경비·시설업무 등을 담당해온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파견·용역)다. 50대에서 70대에 이르는 고령자가 다수를 차지한다. 한 평생 노조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한, 요샛말로 ‘노·알·못’(노조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이들의 일상에 노조가 없었다는 것은, 이들의 일상이 ‘갑질’에 방치돼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용역업체는 비용만 챙기면 그만이니, 실제 현장에서는 소장이나 경비대장으로 불리는 현장대리인들이 왕 노릇을 해왔어요. 폭언·폭행이 비일비재하고, 성희롱도 흔한 일이죠. 자기 입맛에 따라 직원들 임금을 차등 지급하기도 하니까요. 나이 지긋한 노동자들이 ‘골목대장’ 밑에서 괴롭힘을 당해온 거예요. 그런데 더욱 황당한 건 비정규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을 추진하자 현장대리인들이 숟가락을 얹으려 한다는 겁니다. 자기도 노조를 하겠다고, 심지어 자기가 위원장을 하겠다고. 세상 바뀐 지도 모르고 완장 차던 버릇을 못 버린 거죠.”(방주연 비상대책위원장)

 

“그런 사람들 밑에서 평생을 ‘을’로 살아온 분들이 난생 처음 노조라는 걸 만난 거예요. 희망노조가 갑질 당사자에게 ‘불법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 되풀이될 경우 법적으로 조치하겠다’고 전화 한 통만 걸어도, 노동자들은 묵은 체증 내려가는 기분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런 모습을 볼 때면 저도 보람을 느낍니다.”(정태호 집행위원장)

 

신규로 조직된 비정규직노조는 희망노조 산하 지부 또는 지회로 편제된다. 일정 규모 이상 조직은 희망노조 지부·지회가 아닌 독자적인 기업별노조로 설립돼 공공노련 회원조합으로 편제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희망노조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노조를 처음 경험하는 노동자일수록 노조활동을 위한 교육·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체협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노동자를 교섭석상에 앉힐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실제 희망노조 지부장·지회장 대부분은 아직 교섭경험이 없다. 평생 ‘을’로만 살아온 탓에 사용자가 반말을 하거나 횡포를 부리더라도 참고 견뎌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이들이 노조대표로 단체협상에 나섰을 때, 맞은편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에서는 존댓말을 사용하세요”라고 요구하는 행위 그 자체가 살 떨리는 도전이다. 따라서 머리 희끗한 ‘노·알·못’에게 협상의 언어와 규칙을 가르치는 일이야말로 희망노조의 핵심사업이다.

 

 

자생적 노동조합을 위한 ‘인큐베이터’

 

 

“지부장·지회장님들은 노조경험이 있거나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적용을 받는 분들이 아니에요. 희망노조로서는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을 시행하는 시점에 조직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데 현재 노조에 가입한 지부장·지회장님들이 자력으로 노조를 운영하고 교섭을 이끌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은 더욱 중요합니다.”(정태호 집행위원장)

 

희망노조는 ‘자생적 노동조합을 위한 인큐베이터’를 지향한다. 인큐베이터(incubator)의 사전적 의미는 ‘미숙아나 출생 때 이상이 있는 아기를 넣어서 키우는 기기’다. 비슷한 말로 ‘보육기’가 있다.
 

난생 처음 노조의 문을 두드린 노동자들이 교육·훈련과정을 거쳐 온전한 노조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도기적 조직’이 바로 희망노조의 콘셉트다. 경쟁관계에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대산별노조 건설을 통한 조직 확대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희망노조의 궁극적 목표는 ‘조직 해산’이라는 점에서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희망노조의 최종 목표는 ‘조합원 제로(0)’입니다. 희망노조에 가입한 지부·지회가 자생력을 갖춘 기업별노조로 독립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지부·지회가 스스로 설 수 있게끔 토대를 닦아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중략)… 사실 공공부문의 노사교섭은 곧 노정교섭에 의미하는데요. 노정교섭 관련 컨트롤타워는 공공노련이 맡고, 희망노조에서 독립한 개별노조는 공공노련의 회원조합으로 활동하게 되는 겁니다.”(방주연 비상대책위원장)

 

 

비정규직연대기금으로 집체교육을

 

 

희망노조는 이달 10~11일 대전에서 ‘지부 및 지회장 확대간부 워크숍’을 개최한다. 희망노조가 실시하는 첫 집체교육이다. 교육 참가자들은 임금·단체협상 실무교육과 노조운영에 대한 기본교육을 받게 된다. 모의교섭을 통해 단체협상을 미리 체험해 보는 시간도 갖는다. 노조는 전문가에 의뢰해 모의교섭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이번 워크숍에 소요되는 비용은 한국노총 비정규연대기금으로 충당한다. 한국노총은 특별회계인 비정규연대기금을 조성해 조직활동가 채용·양성과 조직화사업 직접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비정규연대기금 사용을 원하는 노조는 심사과정을 거쳐 비용을 교부받을 수 있다.

 

“조합원 제로, 노조 해산이 희망노조의 궁극적 목표지만 실제로 목표를 달성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겁니다. 일단은 조직 확대사업이 일정 궤도에 오르는 것이 중요하고요, 신규조직에 대한 교육·훈련을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활동가를 추가로 채용하거나 강사진을 꾸리는 등 조직일꾼을 늘릴 필요가 있는데요. 비용이 수반되는 사안이라서 쉽지만은 않은 문제입니다.”(방주연 비상대책위원장)

 

“비용이 있어도 적합한 인물을 찾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노조활동에 대한 이해가 낮은 사람을 채용해놓고 ‘당신이 오늘부터 조직활동가요’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문제인데요. 없는 사람을 어디 가서 빚어올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면 현장에서 실력을 갈고닦은 노조간부들을 재교육해 조직활동가로 육성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봅니다. 물론 조직적 결의와 지원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겠죠.”(정태호 집행위원장)

 

정규직노조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생력 있는 비정규직노조 설립을 지원하는 희망노조의 조직화방식은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갈등의 골을 메우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에서 험로가 예상되기도 한다.
 

과연 ‘조합원 제로’에 도전하는 희망노조의 실험은 어떤 결과로 귀결될까. ‘노조 해산’의 도발적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공공부문 비정규직노조를 선점하기 위한 노동계의 조직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희망노조의 당돌한 선전포고가 어떤 파장을 불러올 지 함께 지켜볼 일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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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조합 가입문의       ☎    02-6277-0000
    법률 및 노동 상담        ☎    1566-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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