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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회고와 평가, 2024년 노사관계 전망

유정엽 정책1본부 본부장

등록일 2024년01월30일 16시4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2023년이 저물고 갑진년 새해가 시작되었다. 지난해는 윤석열 표, ‘반노조’ 정책이 본격화된 시기였고, 그로 인한 노정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은 시기였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 ‘주69시간제’로 지칭되는 노동시간 개편안을 발표했다가 MZ세대 등 반대여론의 역풍을 맞고 대통령실의 재검토 지시를 받기도 했다. 이후 대규모 여론조사를 시행하며 재검토에 들어간 후 8개월 만에 변경된 개편안을 내놓았지만, 일부 변경된 개편안에 대해 사회적 대화를 해보겠다는 발표로 마무리됐다.

 

한편, 정부는 1000인 이상 노동조합 및 상급단체인 양대노총에 회계 자료제출 요구 및 회계공시 의무화, 규약 및 단체협약, 타임오프 실태조사와 시정명령, 근로자복지회관 운영 감사 등의 반노조·노동탄압 정책을 추진하였고 법치주의가 성과를 거두었다며 자화자찬했다.

 

국민적 여론의 역풍을 초래한 노동시간 개악시도

지난해 정부는 노동시간 개편안 관련 법 개정을 본격 추진하려 했다. 연장근로시간 단위기간 확대 등 장시간 압축 노동을 초래하는 정부 입법안까지 마련하였으나, 일과 생활의 균형과 여가활동을 중시하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에 정부는 한발 물러나 노동시간 제도개편에 대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최근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주52시간제 틀은 유지하되 일부 업종에 대해서 연장근로 관리 단위기간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기간 확대가 필요한 ‘일부’ 업종·직종으로 제조업·건설업, 설치·정비·생산직·기술직 등을 제시했으나 이는 일부 업종과 직종이 아니라 사실상 전부에 가깝다. 향후 세부적인 개선안은 사회적 대화를 통하여 마련한다지만, 한국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복귀 선언에도 불구하고 노동시간 제도개편 문제는 향후 사회적 대화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노사 법치주의를 가장한 전방위적 노조탄압

윤석열 정권은 노사관계 분야에서 ‘노사 법치주의’를 앞세우며 노동조합 운영 및 활동에 대한 부당한 행정개입에 나서는 등 노조할 권리를 억압하고, 노동조합 대표성을 훼손하는 데 모든 행정력을 동원했다. 정부는 겉으로 공정한 중재자인 듯 노사 법치주의를 강조하지만, 법치주의 잣대를 노조에 편파적이고 부당하게 적용했다.

정부는 연초부터 노조의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노동조합 회계자료 제출을 강요했고, 노조법·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회계자료를 공표한 노조에 대해서만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건설노조를 ‘건폭’, 비리 집단으로 매도하고 먼지털이식 압수수색을 강행했다. 심지어 포스코 하청업체의 노사합의 이행을 촉구하는 농성을 지원하던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폭행·강제연행하고, 고공농성을 벌이던 김준영 사무처장을 무자비하게 진압, 구속했다. 노사관계 정책 후퇴를 넘어 노조에 대한 혐오를 조장해 국민으로부터 고립시키고 공권력으로 노동계를 굴복시키려 했다.

 

노조 배제와 사회적 대화의 실종

정부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각종 노동 및 사회정책 분야 정부위원회를 독점하고 있다며 각종 정부위원회에서 양대노총 위원들을 일방적으로 배제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국민연금심의위원회, 건강보험재정위원회, 장기요양위원회, 세제발전심의위원회 등 각종 정부위원회에서 양대노총의 대표를 쫓아내거나 추천 위원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 이에 정부 출범 2년이 되어가도록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본회의조차 열지 못하는 사실상 휴업상태가 됐다. 지난 11월 대통령실이 한국노총의 노동계 대표성을 존중한다는 취지의 발표와 사회적 대화의 참여를 요청한 것을 계기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활동이 재개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하지만 노동계에 대한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노정갈등과 불신으로 실종된 사회적 대화가 정상화되기까지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이중구조 해소에 역행하는 노동시장 정책

노동시장 분야에서도 정부는 파견업종 확대와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을 여전히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조차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화물기사 노동자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해주던 안전운임제를 폐지했다. 여당은 실업 시 노동자의 유일한 생계수단인 실업급여를 ‘시럽급여’라고 조롱하며 구직급여의 수급요건을 강화하고 실업급여 하한액의 수준은 낮추는 제도 개악을 추진하려 한다. 50명 미만 사업장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유예 움직임도 노골화하고 있다.

현 정부는 일련의 노동시장 정책들을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이라는 허울을 달고 있지만, 본질은 노동조건에 대한 사용자의 재량권을 강화해 인건비 부담을 줄여주는 데 있다. 결국,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권을 위협하고 적정 소득에 기반한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도록 강요하고 있을 뿐이다.

 

2024년 경제정책 방향과 변함없는 반노동정책

2024년 우리 경제는 고금리, 물가상승 등의 영향으로 회복이 제약될 것이고,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가 현실화하는 등 암울한 상황이 예상된다. 금융·경제위기에 대처해야 할 정부는 종부세·법인세 등 부자 감세로 심각한 세수 부족을 초래했다. 이는 위기 대응능력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출산율 0.7명이라는 역대 최저를 기록하며 ‘인구소멸 국가’ 1위로 꼽힌다. 경제적·사회적으로 노동시장의 활력이 소진되고 지속가능성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2024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경제정책 방향으로 “활력있는 민생경제”를 내세웠으나 어떠한 희망도 제시하지 못했다.

 

특히, 고용·노동정책 분야추진계획은 2023년 고용부 업무보고의 복사판에 가깝다.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확대를 지속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의 다양성·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명분으로 노동자위원 구성을 개편하여 노동계의 영향력을 약화하려 한다. 상반기 중 노사정 대화를 통해 ’근로시간 제도개편 보완방안 대책‘, 즉 제조·건설업 등 업종·직종별로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도 하였다. 정부는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결론을 정해둔 셈이다.

2024년에도 정부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노동시간 확대, 노조전임자 운영 실태 점검·감독,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정책을 또다시 추진할 것이고, 이에 대응하는 노동계의 협상과 투쟁, 노정갈등이 예상된다.

 

2024년 총선과 반노동정책 향배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가시화되고 있다. 4월 총선 앞에 현 정부 여당의 노동정책 변화를 기대는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는 지지층 결집을 위해서 강압적인 노조 적대 정책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신년사에서 윤 대통령은 노동·연금·교육개혁을 재차 강조하였다. 노사 간, 노정 간 대립과 갈등이 극단적으로 표출될 수 있는 불안정한 국면으로 이어질 것이다.

 

특히, 노사관계는 4월 치러지는 총선 결과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과반의석을 차지할 경우 현재의 친기업·반노조 정책이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시행령·시행규칙 개정과 행정개입이 아닌 법률 개정을 통해 노조 통제와 노동시간 개악이 본격적으로 제도화단계로 들어설 수 있다. 반대로 정권심판 여론이 반영되어 여소야대 국면이 이어진다면 정부의 반노동 정책은 추진동력을 잃게 될 수 있다.

 

총선 이후 노동정책의 핵심이슈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대책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 정규직 중심의 노동시장 및 노사관계 문제에 대한 지적이 제기됨과 동시에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전면 적용, 포괄임금제 금지, 노조법 제2·3조 재개정, 일하는 사람을 위한 기본법, 정년연장과 고령자대책 등 취약계층 보호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크다.

 

사회적 대화의 방향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 1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복귀를 선언하면서도 노동개악 저지 투쟁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입장표명은 사회적 대화에 복귀 선언을 하였으나 전혀 변하지 않은 정부의 노조 적대 정책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사회적 대화가 정상화되려면 노조 배제와 노조 길들이기 정책을 추진한 정부의 태도 변화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진정성 있는 사회적 대화의 전제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신뢰이다. 과거 사회적 대화 실패 경험을 반추해 상대방을 정부 정책의 들러리로 몰아세우려는 조급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도 전문가 중심의 연구회 운영 등을 중단하고 노사 중심성을 회복하는 조치를 선행해야 한다. 무엇보다 논의할 의제의 설정 단계부터가 중요하다. 노사 이해관계가 첨예한 의제를 급하게 다룰 것이 아니라 우리 노동시장이 직면한 문제, 즉 산업전환 및 기후위기와 일자리 대책, 저출생·고령사회 문제, 청년 일자리와 정년연장, 노동권 사각지대와 양극화 등 노사가 공유할 수 있는 의제부터 다루는 지혜가 필요하다.

 

노동운동의 과제

노동운동 내적으로 정규직 중심의 노동운동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고, 집단이기주의로 공격받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쇄신 노력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의 변화 여부는 향후 노사관계와 노동운동의 향방을 결정짓는 시금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비정형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와 함께하는 사회연대적 노동운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 노동조합의 전문성과 긍정의 사회적 영향력을 키워 노조에 대한 청년·여성 노동자의 참여와 관심을 끌어내고 고용형태의 다변화 추세에서 노동운동의 외연을 넓히는 발상의 전환과 실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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