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부의 노동탄압 및 노동개악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한국노총의 대응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31일 ILO 기본협약 제87호(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제98호(단결권 및 단체교섭), 제29호(강제노동) 관련 한국의 노사관계 법·제도·관행에 대한 의견서를 정부를 통해 ILO 전문가위원회에 제출했다.
한국노총은 의견서에서 제87호 관련 “한국 정부는 노사법치주의를 빙자해 지난해 12월부터 노조회계에 대한 자료제출 요구와 현장조사를 실시했고 이에 응하지 않았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노조 운영에 개입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비종사자 조합원에 대한 차별 ▲공무원과 교원의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제한 ▲집회·시위 강제해산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노조법상 근로자 및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노동조합 설립 관련 실질적 심사)과 제12조 제3항(설립신고서 반려규정)을 삭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ILO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제87조 협약 제3조의 적용에 대해 단체 내부활동에 대한 외부의 통제는 그러한 조치를 정당화하는 심각한 상황이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취해져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결사의 자유원칙에 따라 군인과 경찰만을 예외로 하며, 모든 노동자들이 자신의 선택에 따라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가진다면서 이러한 권리가 보장되어야 할 사람인지 결정하는 기준은 고용관계의 존재 여부(the existence of an employment relationship)를 근거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지난해 7월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ILO 핵심협약 위반하는 대한민국 정부 심판’ 기자회견
제98호 관련해선 한국노총은 “현 근로시간면제제도 폐지 및 전임자 급여 지급에 대한 노사 자율 결정이 필요하다”며 “비종사자 조합원은 기업별 노조의 임원 대의원으로 선출될 수 없고, 근로시간 면제한도 결정, 교섭대표노조 선정을 위한 조합원수에도 포함시키지 않도록 하고 있어 ‘비종사자 조합원’에 대한 노조활동 차별 철폐도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교섭창구단일화제도 폐지 ▲쟁의행위에 대한 형사책임 및 노조법상 형사처벌 규정 삭제 ▲단체교섭 및 쟁의행위에 대한 부당한 제한 폐지 ▲공공부문 단체협약 시정명령을 통한 노사관계의 공권력 개입 ▲행정관청의 노조에 대한 규약 및 결의처분 권한, 단체협약 시정명령제도 폐지 등을 개선과제로 제시했다.
ILO 기준적용 위원회 및 결사의자유위원회는 요건을 충족하는 대표노조가 없을 경우 단체교섭권은 해당 교섭 단위 내 모든 노조에게 부여되어야 하며, 소수노조도 최소한 자신의 조합원을 위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여기에 단체교섭권을 부여받지 못한 노조 역시 자체활동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최소한 자기 조합원을 대변하고 개별적인 이의제기를 통해 조합원을 대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조치를 취할 것도 권고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제29호에 대해서는 “사회복무요원은 병역법에 따른 병역의무 이행의 한 형태이고, 협약의 ‘강제노동 또는 의무노동의 예외형태’라고 볼수 있는 순수한 군사적 목적의 서비스라고 볼수 없다”며 “한국정부는 ILO 협약위반을 회피하기 위한 병역법 개정 조치에도 불구하고, 군사목적을 대신하는 불가피한 사회서비스 의무복무라는 점에서 강제 또는 의무노동의 문제를 배제하기 어려운 만큼 이에 대한 제도보완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한국노총 회원조합에서는 △정부 지침 및 경영 평가를 통한 단체교섭권 침해(공공부문노동조합협의회)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과 김준영 사무처장에 대한 강제 폭력 진압 사례(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교육공무원에 대한 단체 행동 제한(교사노동조합연맹) △필수공익사업지정에 따른 단체행동권 제약(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공무원의 단체행동권 제한(공무원노동조합연맹) 등의 의견을 제출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 제출은 ILO 헌장 제22조 및 제23조에 의거 해 진행되는 일반감시제도로 ILO 전문가위원회는 각국 정부가 매년 9월 1일까지 제출한 보고서와 노사단체의 의견을 검토해 이듬해 ILO총회가 열리기 전에 전문가위원회 보고서를 발간한다. ILO총회 기준적용위원회에서는 이 보고서에 수록된 각국 정부의 협약 불이행 사례 중 노사합의에 의해 심의할 사례를 선정해 논의하고 최종결론문을 도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