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합법 파업 범위를 넓히고,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해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 등이 담긴 ‘노란봉투법’이 지난 6월 30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하지만,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이어 또다시 대통령이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거부권 행사를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더불어민주당 등이 공동주최로 18일 오후 1시 30분부터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의 정당성과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부당성 국회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노조법 개정안의 헌법적, 노동법적 정당성과 법체계상 타당성을 검토하고,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의 부당성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조와 제3조의 개정)의 정당성’을 주제로 발제한 강성태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란봉투법은 헌법상 자기책임의 원리에 충실하게, 그래서 조금은 소심하게 만들어진 법률안”이라며 “사용자 책임을 지기 싫은 원청은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에 간섭하지 않으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노란봉투법에 대해 “쟁의행위 손해배상책임의 제한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그동안의 관련 법률안이나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관련 시민단체 요구 등에 한참 모자라는 내용”이라며 “국제노동기준이나 원하청교섭이 요구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사례도 노란봉투법이 의지할 근거이지 노란봉투법을 공격할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 발제 중인 강성태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20년 대법원은 ‘노동3권은 법률의 제정이라는 국가의 개입을 통하여 비로소 실현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법률이 없더라도 헌법의 규정만으로 직접 법규범으로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구체적 권리라고 보아야 한다’라고 판결해 노동3권의 직접적 효력과 구체적 권리성을 확인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노조법 개정에 대한 의견표명에서 근로자와 사용자 정의 확대 및 사용자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의 내용을 권고한 바 있다.
강성태 교수는 “기업 걱정을 이유로 굳이 개정법률안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업을 걱정하는 마음만큼 하청근로자의 근로조건과 그것을 향상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을 고민하고 제시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노조법 제2조‧제3조 개정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부당성’이란 주제로 발제한 김종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의 성격은 적극적 형성권으로서의 성격보단 국회의 입법 전횡을 통제하기 위한 소극적 제지권으로서의 성격이 인정된다”며 “거부권 행사에는 적극적 권한 행사의 차원이 아닌 헌법상 정당화 사유를 실현한다는 헌법적 책무성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신중하게 절제하여 행사해야 함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종철 교수는 “따라서 노조법 제2조 및 제3조 개정법률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위헌성을 이유로 삼을 수 없다는 원리적 한계가 있음이 인정된다”면서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의 소극적 권한성에 따른 절제적 행사의 필요성을 법적으로 통제할 만한 수단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나마 헌법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서는 주권자인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가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발제 중인 김종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어 “노란봉투법 개정운동은 원론적으로 헌법적 정당성을 가진 것이며, 이번 국회 환노위의 대안으로 본회의에 부의된 노조법 제2조 및 제3조 개정법률안은 노동3권의 무력화를 치유하는 방안들이 노동3권의 오남용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진전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발의된 것”이라며 개정법률안에 대해 대통령이 전향적으로 수용해 주길 요구했다.
토론회에 앞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노동자들이 그토록 염원한 노조법 제2조‧제3조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전에 두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정부는 공공연히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운운하며 국회 입법권을 무력화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고 비판했다.
▲ 인사말 중인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김동명 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은 물론 사용자단체는 노조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금방이라도 나라가 망할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이에 맞서 우리 노동자들과 시민사회 세력이 한마음으로 연대해 노조법 개정 투쟁에 지치지 말고 함께 헤쳐 나가자”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박수근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강성태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김종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를 진행했다. 토론자로는 정영훈 부경대 법학과 교수, 이황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연심 법무법인 지향 변호사,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이김춘택 전국금속노동조합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사무장, 차동욱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