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은 1991년 지방선거부터 노조출신 후보의 지방의회 선거 참가, 친노동계 (민주인사)나 친노동자 후보 선정 혹은 지지를 선거방침으로 제시해왔다. 2010년부터는 지역사회 의정협의회 구성을 정치방침으로 제시해왔는데, 2014년부터 한국노총의 주요 의제와 관련한 정책협약 체결과 그 이행을 위한 지역의정협의회 구성을 연결하는 방침을 제시하였다. 이처럼 최근 한국노총은 지역조직들이 지방선거 후보들과 주요 정책의제를 매개로 지방의회에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치활동 방침을 세워왔다. 그러나 이번 조사 결과는 한국노총 지역조직들이 지역사회에서 지역의 현안이나 노동자의 요구를 공론화하면서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정책적인 대응이 매우 부족함을 보여준다. 향후 한국노총 중앙의 지방선거 정치방침의 현장 수용성에 대한 실태를 파악하고 그 한계와 개선방안을 제시해 나가려는 작업이 요구된다.
Ⅳ. 나가며 – 노동조합의 지방의회 대응 전략과 과제
이제까지 한국노총 지역조직의 정치활동과 관련, 일상 시기와 선거 시기로 구분해 지방의회 대응 활동을 살펴보았다. 한국노총 지역조직(본부와 지부)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분석 결과 한국노총 지역조직들의 지방의회 대응 활동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조사 결과를 토대로 이 글에서는 한국노총 지역조직의 일상적인 지방의회 대응 활동이 강화되어야 함을 주장하고자 한다. 이는 선거 시기 지역조직의 지방의회 대응 활동과 그 성과는 지역조직의 일상적인 지방의회 대응 활동의 경험과 성과들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지역조직은 지방의원과의 연계 및 교류 활동, 지방의회 감시 활동, 지역의 정책·제도 개선 활동 등에 먼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지역조직이 갖고 있는 자원의 편차가 큰 만큼 이들 활동을 다 할 수는 없다. 지역조직이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잘 할 수 있는 활동을 선택해 집중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본 연구에서는 분석을 위해 세부적으로 여러 활동들을 구분했다.
하지만 각각의 활동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사실상 연결되어 있다. 예컨대 지역조직들이 지방의원과의 연계 및 교류 활동을 활발히 한다면, 지방의원과의 네트워크 구성은 물론 지방의회의 상황 파악이나 필요한 정보획득 등이 수월해 지방의회 감시활동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지역조직의 노력 여하에 따라 지방의원들과 논의한 각종 정책의제들이 지방의회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생길 것이므로 지역조직의 정책·제도 개선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데도 도움을 줄 것이다. 여기서는 일상적인 지방의회 대응 활동 중에서 특히 지방의회 감시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향후 한국노총 지역조직들이 지방의회 감시활동의 시작으로 지방의회 의정활동을 모니터링하는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다만 현 단계에서 각 지자체의 지방의회 모니터링 사업을 지역조직에만 맡겨두어서는 한계가 있다. 한국노총 총연맹에서 지역조직이 산별 지역조직과 함께 하는 지방의회 의정활동에 대한 모니터링 사업의 방침과 내용을 고민해야 한다.
나아가 한국노총 지역조직들은 모니터링 활동을 한국노총 지역조직들의 의원들과의 네트워크 운영과도 연결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방자치의 공간이 점차 확장되는 환경에서 향후 한국노총 지역조직이 지역사회의 개입력과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설계나 정책 내용 등에 참여하고 개입해야 한다. 그 공간이 바로 지방의회이다. 따라서 한국노총 지역조직들이 지방의회 공간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지방의원들과의 지속적이고 내용 있는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때 지방의원들과의 네트워크는 한국노총 지역조직을 주축으로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등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가능한 구성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한국노총 출신 지방의원들이라 하더라도 이들은 노동을 포함해 지역사회의 주민들을 대변해야 하는 활동을 해야 한다.
따라서 노동은 물론 지역사회 발전을 고민하는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모임일 경우 의원 자신도 모임에 참여할 유인이 클 것이다. 지방의원들이 지역의 현안과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 수렴하면서 관심을 갖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해 나간다면 의원에 대한 지역의 긍정적 평가에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노총 지역조직이나 총연맹 차원에서도 시민사회단체 등이 결합한 (한국노총 출신) 지방의원과의 네트워크가 잘 운영된다면 노동자와 지역주민의 생활개선 등을 위한 노동조합의 지역사회 개입력과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과의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는 한국노총 출신 정치인들이 매년 수십 명씩 정치권으로 진입했지만 조직적 성과로 축적되지 않았다는 뼈아픈 현실을 개선할 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노총 출신 정치인들이 국회나 지방의회에서 다수 배출되었음에도 조직적 성과로 남지 않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의정활동을 했던 데에는 한국노총 총연맹이나 지역조직에서 조직적으로 이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지 못했고 실질적으로 지원하지 못해해왔던 데도 원인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보수적이고 노동에 비우호적인 지방의회 환경에 놓인 극소수의 노동계 출신 의원들에게 노동계가 제대로 된 지원과 뒷받침도 해주지 않으면서 노동의 요구를 중심으로 적극 대변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이들은 노동계 출신의원이지만 또 지역민들을 대변해야 할 지역의원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원들의 특성을 고려해 이후 한국노총과 지역조직은 의정활동 지원시스템을 만들어 이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때 한국노총 지역조직이 중심이 되어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지역의 상담소, 지역의 대학이나 연구소 등 지역의 사회적 자원들을 적극 결합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이들 모임들이 다른 지역과도 소통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작업도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런 작업들은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 간의 상호 감시, 견제와 격려 등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국노총 출신 정치인들에 대한 평가나 한국노총 출신 후보들의 정치진출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또한 한국노총 지역조직들로서는 지역사회 현안에 적극 결합하면서 개입력과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적절한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일상 시기 지역조직의 지방의회 대응 활동의 활성화와 더불어 지역조직들이 선거 시기 정치활동에도 관심을 갖고 조직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덧붙이고자 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한국노총 현직 조합원을 지방선거에 출마시킨 경험, 시·도의원 친노동자 후보 선정, 지방선거 후보자에게 정책질의 및 답변 요청 등으로 지역조직의 선거 시기 정치활동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응답 지역조직의 절반 정도는 관련 활동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노동조합 활동이 사실 정치활동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만큼 선거에 대한 조직들의 관심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시기에 본 조사에서 제시한 활동이 없는 조직들이 적지 않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이들 조직들은 물론 다른 조직들도 이번 조사에서는 제시되지 않았지만 선거 시기에 행했던 활동들이 있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런 활동들의 종류와 내용 등에 대한 추후 조사를 통해 지역조직들의 정치활동 방식에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선거 시기에 친노동자 후보가 없더라도 노동자 및 지역 주민의 삶과 관련된 지역의제를 충분히 제기하면서 공론화시킬 수 있도록 후보자에 대한 정책질의 및 답변 요청활동은 적극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노동조합이 지역사회 의제에 좀 더 깊이 개입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한국노총 지역조직의 정치활동과 관련해 향후 한국노총 총연맹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한국노총이 그동안 다수의 지방의원들을 배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직적 성과로 남지 않았다는 내부 평가에 주목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와 관련 여기서는 지방의회 대응 전략을 중심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한국노총은 지방선거 시기에 지역조직들의 선거 대응 방침을 내리고 있다. 이는 중요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지역조직들이 일상 시기에 지방의회 대응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도록 조직적 방침을 제시하고 각 조직 상황에 맞게 활용하도록 독려하는 한국노총의 활동은 더욱 긴요하다.
선거 시기에 제시하는 일시적인 정치활동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 특히 지방의회 감시활동은 일상적인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주시하는 것이다. 지역조직의 역량과 자원, 시민사회의 활성화 정도에 따라 지역조직들의 일상적인 지방의회 감시활동은 상대적으로 쉬울 수도 있고 또 어려울 수도 있다. 따라서 적어도 노동자의 삶에 깊이 영향을 주는 노동과 고용, 복지 등과 관련된 의원들의 의정활동에 대한 모니터링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이외 한국노총 출신 지방의원들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일도 중앙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지역을 독려해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한국노총 중앙이 이러한 일들을 총괄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지역조직의 정치활동 활성화를 위한 한국노총의 역할로 많이 지적된 것은 총연맹의 지역조직/사회연대전략 담당부서 신설과 한국노총 출신 지방의원 출마자 발굴 및 지원이다. 지역조직 활성화 사업도 주요하게 언급되었다.
이를 토대로 한국노총 중앙에 지역조직과 정책을 고민하고 실행할 수 있는 단위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지방분권, 지방자치 시대에 지역이 중요해지고 있고 법률도 개정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노총에서 지역조직들은 여전히 소외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국노총 지역조직의 지방의회 대응을 포함한 정치활동 성공은 살아 있는 지역조직들과 지역의 간부, 활동가들에 달려 있다. 한국노총이 이를 견인해 낼 때 한국노총 지역의 정치활동은 조직적 성과로 귀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