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는 말
한국노총은 이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총 22명의 당선자를 배출하였다. 광역시도의원 11명(비례 7명, 지역 4명), 기초자치단체의원 10명(비례 3명, 지역 7명)과 1명의 기초자치단체장이다. 전국 광역의원이 872명(광역단체장 17명)이고, 기초의원이 2,988명(기초단체장 226명)인 것에 비하면, 전체적으로 0.5%(광역의원의 1.3%, 기초의원의 0.3%)에 지나지 않는 매우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노총은 일찍이 선거를 한 달 보름여 앞둔 시점에서 각 정당에 정책요구안 “노동 중심의 정의로운 지역사회 건설을 위한 지방선거 3대 목표와 16대 과제”를 전달하였다. 정책요구의 3대 목표는 “참여와 통합의 노사관계, 차별 없는 평등한 노동시장, 나의 삶을 책임지는 지역사회 안전망”이다. 한국노총은 지방선거의 의미를 “우리나라의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지방분권화와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중요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며, 노동자의 직접적 이해관계의 측면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노동기본권 강화와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해 한국노총이 제시하는 정책요구가 각 당의 지방선거 공약에 반드시 채택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기존에 지방의회 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을 역임한 한국노총 출신 인사들의 경험을 통해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러한 요구들이 과연 얼마나 당론으로 채택되어 실현될 수 있으며, 실현되고 있을까?’라는 물음에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냉혹한 정치의 장에서 진행되는 현실은 그야말로 ‘이러한 요구들은 당신들이 들어와 직접 바꾸세요!’라는 대답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지방자치단체 중에 노동정책국·실 등 노동관련 전담부서를 갖고 있는 곳은 매우 소수이다. 비로서 최근 5년여 사이에 광역시도 단위를 중심으로 고용 촉진을 위한 노동시장 지원 및 취업지원 정책 담당자 또는 담당 부서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지방자치단체가 ‘참여와 통합의 노사관계, 차별 없는 평등한 노동시장’ 정책을 구현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무망한 일이다.
한국노총에서 배출한 22명의 지방의회 의원들이 전체 3천9백여 명의 지방의회 의원들 속에서 어느 정도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렇게 낮은 비중의 지방의회 의원밖에 배출하지 못하는 문제는 또 따른 하나의 현실적 문제이다. 출마 예상자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당선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선거 결과는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 이렇게 소수 정치인의 배출에도 불구하고 노총이 지역정치에 지속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는가? 그나마 많지 않은 지역 본부 및 지부 단위의 지도자들과 출중한 활동가들을 정치인으로 변신시켜 역할을 하도록 요구할 것인가?
본 고에서는 노총 출신 지방의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한국노총 지역정치 사업이 갖는 노동조합 운동사적 의미를 확인하고,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하며, 어떻게 효능적으로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 살펴본다.
Ⅱ. 지역사회와 지역정치, 그리고 노동조합운동
1. 지역사회와 지역정치
우리는 일터에서는 생산의 주체로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일터에서 벗어나면 지역사회의 주민으로서 가족 또는 다양한 생계공동체로 소집단을 이루어 살고 있다. 이러한 지리·공간적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면서 우리는 자신들의 생활을 만족시키는 데 필요한 사회구조와 기능을 발전시키며 살고 있다. 이러한 기능 중 대표적인 것이 생산, 분배, 소비의 기능이고, 주로 시장을 통해서 이러한 기능이 이루어지며, 지방자치단체는 시장제도의 바른 작동에 필요한 보완적 제도(예: 사회보장제)를 운영하거나 규제 등의 조치를 취한다.
연방국가와는 다르게 단일국가인 우리나라는 지방행정기관이 관할하는 단위를 ‘지방자치단체’라고 한다. 우리 법체계상 ‘지방정부’라는 개념은 옳지 않은데, ‘정부’는 중앙정부만을 의미한다. 하지만 자치단체는 독립적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법인격을 부여받으며, 헌법은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달리 지방행정기관은 중앙정부로부터의 위임사무 외에 지방의회가 조례로 규정한 것을 기반으로 하여 주민의 편의와 복리 증진을 달성하기 위해 주로 그 지역의 주민생활에 관한 것을 담당한다. 지방자치법(제9조 제2항)에 예시된 것을 몇 가지로 묶으면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① 지방자치단체의 구역, 조직 및 행정관리 등에 관한 사무
② 주민의 복지증진에 관한 사무
③ 농림, 상공업 등 산업진흥에 관한 사무
④ 지역개발 및 주민의 생활환경시설의 설치·관리에 관한 사무
⑤ 교육, 체육, 문화, 예술의 진흥에 관한 사무
⑥ 지역민방위 및 소방에 관한 사무
일반적으로 지방의회의 지위는 국회와 동일한 의미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최고 의결기관은 아니며, 지방자치단체장이 의회의 권한으로부터 독립하여 규칙 제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유일한 입법기관은 아니다. 하지만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단체 행정사무의 근거가 되는 조례 제정의 의결 권한과 집행기관을 견제·감시하는 기능을 갖기 때문에 국가위임사무 외에 지방자치단체 대부분의 행정에 개입할 수 있다.
지방의회는 자치단체의 행정에 대해 ① 의결권, ② 선거권, ③ 행정사무 감사권, ④ 의견진술 요구권, ⑤ 조사권, ⑥ 청원 수리권, ⑦ 징계 의결권, ⑧ 회의규칙 제정권, ⑨ 동의권, ⑩ 결의권, ⑪ 승인권, ⑫ 보고 등의 형식적 권한행사 방식으로 개입한다. 지방의회는 지역정치에 다양한 방식으로 개입‧참여할 수 있으며, 지방의회 의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2. 노조 출신의 지방의회 참여와 노동조합 운동사적 의미
노동조합 운동의 지역사회에의 개입과 참여 등으로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운동 전략을 연구해온 아만다 태터솔(A. Tattersall)은 노동조합의 지역사회와의 다양한 연계 모형을 연구해왔는데, 노조운동이 지역사회와 지속적으로 연계·연대하는 방식을 ‘지역사회 노조주의(Community Unionism)’라고 개념화한 바 있다. 지역사회 노동조합주의는 더 넓은 지리적 공동체 내에서 작업장 너머로 작용하려는 노동조합주의이다. 즉, 도시, 마을, 지구 또는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노조 운동 방식이다. 지역사회 노조는 지역 정치와 지역사회의 보다 광범한 시민들의 생활에 참여하고, 종교, 지역사회 및 정체성 중심의 그룹(identity groups)이나 사회운동과의 연계·연대를 형성·강화하려 한다. 그들은 또한 지역 경제발전을 위한 사업에도 참여한다. 예를 들어, 정부 기관 및 고용주와 공동의 사업을 설계하여 공동으로 추진하기도 한다.
노동조합 운동이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더욱 활성화하고 쇄신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한데, 이는 더 많은 조합원의 조직화를 목적으로 하며, 노동이 사회발전의 핵심으로 인정되고 노동자가 인정·존중받는 ‘노동 중심의 정의로운 지역사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노총의 다양한 노력과 활동이 더욱 실효성을 갖는 내용과 방식으로 추동돼야 한다.
노동조합 운동이 이러한 목표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지방의회에 진출하는 노총 출신 의원들은 지방자치단체 사무의 본래적 기능과 법 제정 내용에 근거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사회 내 정치적 개입을 구현할 수 있다. 몇 가지로 나누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방자치단체 단위에서 최저생계비 책정 또는 생활보조금 지급 제도 등을 들 수 있다. 예로 지역별 최저생계비의 산출과 그에 따른 생활임금제 도입 등을 통하여 최저임금제를 보완할 수 있는데, 최근 경기도를 위시한 몇몇 자치단체에서는 비정규직의 시급을 정규직보다 보다 높게 책정하는 경우도 있다. 경기도는 2021년 비정규직 고용불안에 대한 보상제도로 ‘공정수당’을 도입해, 2021년 6월부터 지급하고 있다.
둘째, 산업진흥 및 노동시장 정책 측면에서, 지역별로 실업, 이직 및 전직, 일자리 창출의 양상이 크게 다른 점을 고려하여 지역별 특성에 맞는 노동시장 정책 또는 취업훈련 및 구직 지원 등을 추진할 수 있다. 광주형 일자리 창출 사업이나 부천지역의 다양한 산업별 인력양성·훈련 지원 등을 꼽을 수 있다.
셋째, 지역사회 주민의 복지증진 관련 사무는 매우 다양하여, 국산 농산물·직영·무상급식 조례 제정 운동의 결과 지역별 도농 균형 발전 등으로 지역사회가 회복되거나 지역공공의료기관을 설립·유지하는 등의 사례가 있다. 최근 플랫폼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산재보험 가입 지원 또는 배달노동자 쉼터 등 다양한 지원 서비스의 제공, 이주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상담·구제 지원 및 기타 시민 기본권 보장 등의 지원체제 구축, 또는 청소년 노동상담·권리구제 및 노동인권교육의 실시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넷째, 지역개발 및 주민의 생활환경시설 설치·관리 사무, 그리고 교육·체육·문화·예술진흥 관련 사무 등을 통해서 사회·문화·환경 권리의 보장 제도화, 또는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주택의 건립 등도 추진할 수 있다.
지방의회는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사회 의제들에 개입할 수 있는 통로이다. 지방의회를 통해서 우리는 지방 행정에 관한 모든 정보에 대한 접근권을 가질 수 있으며, 행정 집행에 대한 감사‧조사권도 가지며, 그 승인권도 확보하게 된다.
Ⅲ. 한국노총의 지역정치 참여
한국노총은 일찍이 1989년 ‘중앙정치위원회’를 설치하기 위한 규정의 제정에서부터 지역정치의 가능성을 열어두어 왔다. 1989년 제정된 <중앙정치위원회 규정>(1995년, 2020.10. 16. 개정)에서 노총에 중앙정치위원회만 아니라 “산별회원조합, 시도지역본부, 지역지부단위에 정치위원회를 설치한다”(제2조)고 정하고 있다. 각 단위 정치위원회 활동의 목적은 “노동자의 정치적 제 요구의 실현을 위하여 노동조합의 정치역량을 배양하고 노조 정치활동을 강화”(제3조)하는 것으로, 목적의 실현을 위하여 다음 사업(제4조)을 행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다.
1. 노조 정치활동의 기본방향의 정립 및 장단기 계획의 수립
2. 정치적 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각종 정책의 입안
3. 국내 각 정당의 정강정책의 분석
4. 국내 각 정당과의 협력방안 강구
5. 노총 산하 각급 정치위원회의 활동지침 작성 및 지도, 감독
6. 각종 선거의 정치방침 수립과 대의원대회 상정
7. 대의원대회에서 결의된 정치방침 이행
8. 정당의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및 지역구 후보,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지방의회 후보 추천에 관한 사항
9. 기타 노조 정치역량을 배양하고 노조 정치활동을 강화하는 주요 사업
이러한 규정에 근거하여 1998년 이후 2018년까지 치러진 전국동시지방선거에 꾸준히 참여하여 왔다. 1998년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본격적으로 지역정치에 참여하기 시작하여 현재까지 매회 선거에 많게는 100명 이상 적게는 30명 미만의 후보자를 출마시켜 약 20~40명 이상의 지역정치가를 배출하였다. 한국노총의 지역정치에 대한 조직적 대응은 1998년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한국노총의 정치 참여의 방법과 내용은 변화하여 왔는데, 이는 시기별로 정치·사회적 환경과 한국노총의 주체적 역량·조건에 따른 변화로 평가할 수 있다.
1998년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한국노총은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정치활동 강화와 지자체 선거 승리를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여, 민주노총 및 시민단체에 ‘(가칭)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노동시민후보단’의 구성을 제의하고, ‘한국노총 지자체 후보단’을 발족하여 선거에 개입·참여하였다. 2002년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2003년 노총의 독자 정당 창당을 예비, 노동자의 ‘최대 다수의 최대 진출’을 목표로 선거에 참여, 무소속 출마를 원칙으로 기존 정당과의 정당 제휴를 통한 정당공천 후보의 다수 확보 방침으로 선거에 참여하였다.
당시 여야 정당 모두 당직자 및 공직선거 후보 일괄 당원 경선에 의한 상향식 공천 방침이 정해짐에 따라 노총 차원의 중앙교섭에 의한 지명 공천 실효성이 사라졌다.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정당 소속 여부를 떠나 노총 출신자 당선을 위한 총력 지원 방침에 따라 각급 조직별 의결기구를 통해 특정 정당 및 후보 지지를 조직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선거에 참여하였다.
특히 2016년 촛불운동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에서 ‘노동존중’이라는 가치가 부각되기 시작하면서 한국노총은 최근 지방의회별 노동 관련 조례 제정 등의 방식으로 ‘노동 중심의 정의로운 지역사회’ 건설을 목표로 설정하여 적극 개입하고 있다. 노동자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서는 중앙정치도 중요하지만, 지역 정치에의 개입 및 참여가 중요해지는 조건을 고려하여 노동존중 지역정치의 다양한 방안을 탐색하여 실현하여야 하며, 노동조합의 보다 능동적인 참여가 요청돼왔다.
2018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한국노총은 ‘노동존중 지역사회 건설’ 실현을 목표로 적극 참여하였다. ‘노동존중 정의로운 지역사회’란 ‘지역에서부터 차별 없는 일터, 비정규직 없는 마을, 소득이 보장되고 안전한 일터가 만들어지는 지역사회’를 말하며,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노동의 참여가 적극 보장되는 노동존중 지역사회’의 건설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좋은 일자리와 고용안정, 소득이 보장되는 지역사회 건설은 지역사회와 정치에 한국노총이 어떻게 개입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입장에 근거해서 지역 수준 노동정치의 의미를 탐색하고 있다.
지방분권 시대에 노동자가 지역의 주체로 직접 참여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함께 하는 지역 후보를 발굴하고 선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각급 지역조직이 노총이 제기한 ‘노동존중 지방시대 정책요구’를 적극 수용하고, 지역 차원에서 노총과 정책협의체를 통해 함께 공유·실천하고 지방의회 의원을 조직적으로 지원하여 지역주민으로서 노동자·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적극적 역할을 전개해야 한다.
한국노총이 지역정치에 개입하면서 최근 추진하는 사업은 아직 목표 실현의 구체적 방안과 그 실행을 위한 조직적 역량이 체계적으로 동원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한국노총은, 지방선거 방침(노동존중의 가치 아래 각 지역별 의결기구의 판단을 존중하는 방향에서 수립), 출마자 및 당선자 파악, 그리고 정책을 담보하기 위한 지침 마련 (정책협약식, 지역의정협의회 등 지침화) 정도에 머물고 있다. 선거에서 가능한 다수의 선출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선거 이후 노총의 지역사회 정치적 개입의 성과를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소속 지역조직들이나 지역사회에서 선출된 정치인들에 대한 지원 등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실제 노총 지방선거 대응 전략 및 방침 등이 각 지역단위에서 진행 여부도 잘 파악되지 않는 상태이다.
중앙과 달리 지역조직 활동 시, 지역마다 차별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 지역사회에의 정치 개입에서 중요하다. 당면한 관건적인 의제들이 지역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일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노동 관련 제도‧기구의 설립 수준도 매우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지방자치단체에 노동 관련 전담부서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소수의 자치단체에 불과하며, 그마저도 근래 몇 년 사이의 변화이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자원은 매우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지방의회 혹은 지방자치단체 행정부 내 노동 사안에 대한 이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상당수 노총 출신 지방의원들이 스스로 이러한 기구들을 만들어가면서 관련 사무 담당자들을 설득해가며 활동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나마 국회나 노동 관련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존재하는 중앙정치의 경우에는 의회의 회기, 진행 방식 및 관련 정부 부처·기구와 인력 현황 등에 대한 정보가 알려져 있으며 일정 정도의 경험도 축적돼 있다. 그러나 지역정치의 경우에는 그 지역적 특수성에 따라 매우 상이한 조건들 속에서 지역 수준의 노동정치의 내용과 방법 등의 방안 설정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2021년 조사에 따르면, 대 국회 입법 지원 과정에서 노동조합이 원하는 정책 요구가 있을 경우 법안 발의 및 소위 심사과정 등에서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해야 할 지점과 방법을 잘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확인되었을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정혜윤・송태수, 2021), 지방의회에서의 친노동·친주민 사업의 창안 및 사업 수행 방안 등 관련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하겠다.
한국노총이 배출한 지방의회 의원들의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중앙과 지역조직에서의 지속적이고 다양한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 노총 출신 지방의원 활동의 결과는 출신 지역 조직과의 결합력 및 출신 조직·지역의 정치활동 내용과 수준 및 양상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노총 중앙 차원의 지원은 매우 적으며 그마저도 간헐적으로 이루어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확인되듯이 어려운 조건에서도 지역사회 정치활동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진행돼온 것을 알 수 있다.
한국노총 중앙에서도 비교적 최근에서야 정립된 ‘노동존중사회’ 구현이라는 목표에 근거해 노동존중 지역 정치의 실현을 목표로 노총 소속 지역 조직과 노총 출신 지방의원·단체장 등에 대한 교육 및 활동·사업에서의 지원 방안을 도출하려는 상태이다. 2018년을 전후로 지역 내 ‘노동’ 의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으며, 향후 탄소중립 등의 전개 상황에 따라 지역 내 일자리 등 노동 이슈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조건에서 ‘노동존중’ 사회 구현을 위한 지역정치의 의미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Ⅳ. 맺음말 : 노조 출신 지방의회 의원과 노총의 역할
이번 연구에서 확인되는 것은, 지역사회와의 연대 또는 지역정치가 일정 정도 활성화하고 있는 지역 본부 및 지부에서는 지역 내 노동조합이나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이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하여 활동하고 지역정치를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에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한국노총이 정치적으로 개입하여 변화를 만들어 냄으로써 노동조합과 지역사회가 더 많은 공동의 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노조의 지역정치 활성화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조합원들과 지역사회에 공동이익이 더 많이 확보될 수 있는 의제 또는 사업의 발굴이 중요한 이유이다. 공동이익이 가능한 의제·사업의 발굴 중요성 못지않게 지역정치의 활성화를 위해서 중요한 요인의 하나는 의제·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실행의 추동력이 필요한데, 특히 지역 본부 및 지부에서 사업의 이행을 감시해주며 필요시에는 미이행의 배경요인들을 파악하여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수많은 조례들이 사문화돼 있는 배경이다.
어렵게 다각도의 조사와 당사자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제정된 조례들이지만, 제정 후에 당사자에 의해서 이행 추동력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사문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노총의 지역 본부 및 지부는 당해 사업보다는 일상적 사업에 주력하기도 쉽지 않은 조건이기 때문에 그 이행 관리를 지속하기 어렵다. 따라서 당선자와 지역 본부‧지부 간 정례화된 소통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지역조직에서 배출한 지방의회 의원 등 정치인이지만 복잡하고 다망한 일정·관계들 속에서 지역 본부‧지부와의 회의 등이 정례화되어 지속되지 않으면 멀어지기 쉬운 현실이다.
노총의 지역 본부‧지부나 노총에서 배출된 정치인이나 모두 서로의 역할과 활동의 의미를 충분히 인정해주고 서로의 역할을 상호 존중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계의 형성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지역 본부‧지부 대표 등의 인식만 중요한 게 아니라 지역조직 조합원들이 노총의 지역정치가 왜 중요한지, 그래서 활성화할 필요성이 있는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본부‧지부 단위에서 노동조합의 다수 조합원에 대한 교육이 중요하다. 교육을 통해서 노동조합의 지역사회 정치 참여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배출된 정치인의 활동에 대한 정서적 지원과 응원이 필요하다. 배출된 정치인은 ‘출세주의자이거나 또는 개인적 입신양명 추구자’가 아니라 조직적 및 노조운동의 필요성에 근거해서 출마하여 활동하는 정치인으로 인정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배출된 노총 출신 정치인’이 어떤 의미 있는 일들을 하고 있는지 알려주기도 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에 관심 있는 조합원들에게 노조 지역 본부‧지부가 천거하여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도 알려줘야 한다. 지역정치 활성화를 통하여 지역사회를 ‘노동 중심의 정의로운 지역사회’로 바꿔내는 것이 개별 단위사업장 사업에서도 어떻게 중요한지를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하여야 한다.
노조 설립·활동의 구조가 기업별이고 분산적일수록 지역사회 정치에 개입하여 노조-지역사회의 연계·연대 형성 가능성을 높일 필요성이 더욱더 제기된다. 우리 노동조합 운동은 1989년의 20% 조직률에서 점점 낮아져 근 20여 년 동안 10%대에 머물러 있었다.
2020년에야 비로소 14%의 조직률에 이르렀지만, 이렇게 낮은 조직률의 조건에서 국민들은 ‘노동조합이 조합원의 근로조건 및 복지 향상에만 주력하지 말고 노조의 지원이 필요한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업별 노조 체계를 근간으로 하는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따라서 다양한 방식의 쇄신 노력을 경주하여 조직률을 높여야 한다. 특히 중소기업에서의 조직률을 더욱더 확대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노조의 현장에서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의 역할 등을 통하여 주민들로부터의 광범한 지지를 이끌어 내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낮은 노조 조직률 조건에서, 노동 간 격차 심화에 따라 통합적이라기보다는 갈등적 냉소가 지배하는 분위기와 조직노동자와 미조직노동자·주민 간 공감적 지지가 미약한 상태는 노동조합운동의 활성화에 가장 커다란 걸림돌이다.
노동 계층 내 격차가 더 심화되면서 상호 연대 및 연대의식 형성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조건에서, 한국노총은 다양한 노조 조직 확대 방안과 지역사회에서 노조운동에 대한 공감을 확보하는 것이 사명으로 주어져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한국노총의 지역정치 참여의 깊이는 지역사회와의 연계성을 강화하는 방식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노동조합 활동가의 유형(지도자, 조직자 또는 청지기)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 것도 현실이다. 이들 한국노총이 배출한 정치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조직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이다.
노총의 지역 본부‧지부 활동을 배경으로 배출된 정치인들의 경험으로부터 확인된 바에 따르면, 정치인으로서의 활동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제, 사업 내용 발굴, 관련 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와 이해당사자 간 조정의 방법, 그 안에서 노동조합·조합원의 이해관계를 관철하는 방법, 그리고 다양한 행위자들 관계에서 의제·사업을 관철시키는 방안 등에 대한 교육과 지원인력이 필요하다. 지원인력은 인근 지역을 통합하여 지원하는 방안도 가능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 본부‧지부의 관심과 동료들의 심정적 지원·인정이 중요한 것으로 확인된다. 노총 본부 차원에서의 다양한 지원 내용과 방안에 대한 구체적 연구가 필요한 이유이다. 본 연구를 통하여 보다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제시될 것이다.
<참고문헌>
조석준/임도빈, 2019. 한국 행정조직론 (제5판), 법문사.
정혜윤・송태수, 2021. 한국정당의 노동정책 수용도 및 노동의 참여구조 비교분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Amanda Tattersall (2009). A Little Help from Our Friends. Exploring and Understanding when Labor-Community Coalitions Are Likely to F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