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지역조직들이 지방의원과 맺고 있는 네트워크 현황을 통해 지역조직들의 지방의회 대응전략의 일면을 볼 수 있다. 조사 결과 한국노총 지역조직(53개) 중 지방의원과의 네트워크를 운영한 경험은 과반 정도(28개/52.8%)에 불과하다.
향후 한국노총 지역조직들은 지방의원 및 지방의회와의 지속적이고 내용 있는 관계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국노총 지역조직에 가장 좋은 지방의회와의 네트워크·소통 채널은 지방의회에 한국노총 출신 지방의원이 있어서 이들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방의회의 한국노총 출신 지방의원은 최근 0.6% 내외(약 20여 명)에 불과하다. 한국노총 의원이 거의 대다수 지역에 없어 지역조직이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과 지방의회 소통 채널을 만들어 활용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따라서 다수 지역조직이 지방의회에 접근하고 지방의회와 소통하기 위한 주요 방식으로 현실적인 것은 친노동 의원과의 네트워크 운영이라 할 수 있다.
노동조합이 지방의원과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지방의회와의 안정적인 연계 및 교류 체계를 갖추는 것은 지역조직들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고 조합원 등 노동자의 이해 대변을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노조의 지방의원과의 네트워크 구성은 고용노동 문제나 노동조합에 대한 지방의원들의 이해도나 관심도를 높이고 노동조합에 대한 의원들의 잘못된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도 반드시 요구된다.
지방의회 대응을 위한 노조의 과제는?
생활정치 공간인 지방의회는 노동조합이 적극 대응해야 하는 영역이다. 요컨대 노동조합이 지역사회의 고용노동 문제는 물론 교육과 주거, 의료 및 교통, 환경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적절한 시기에 지방의회를 접촉 혹은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노동조합이 지방의회를 통해 지역의 고용노동 문제를 비롯한 노동자의 권익 확보, 지역민의 삶과 밀접한 생활영역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 그러나 OO시의 한 관계자는 노조 지역조직들이 제도나 정책적 개입의 공간인 지방정부나 지방의회를 예산 확보나 민원의 대상으로 보면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향후 정책, 제도적 개입의 정치 공간인 지방의회에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지방의회와 교류하고 소통하며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안정적으로 가져야 한다. 이와 관련, 지방의원/지방의회와 접촉할 수 있는 안정적 창구를 마련하고 노동조합을 지원·지지하는 지방의원을 확보해야 한다. 지방의회에 고용노동 관련 상임위원회 구성에 관심을 가지고 설치를 요구해야 한다. 지방의회에 노동 관련 위원회가 있는 곳은 경기도(경제노동위원회)뿐이다. 다른 의회에는 노동 관련 별도의 상임위원회가 없다.
한국노총이 1998년 지방선거 때부터 요구했던 지방정부의 노동행정기구 설치 못지않게 지방의회 내 고용노동 관련 위원회 설치는 지역의 고용노동정치 차원에서 중요하다. 이는 지역민 다수인 노동자, 일하는 사람들의 고용노동 문제에 전문적으로, 또 핵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의미가 크다. 한 지방정부의 노동보좌관이 ‘노동인지적 행정의 체계화’를 말한 바 있듯 노동조합은 ‘노동인지적 지방의회 체계화’를 위해서도 힘써야 한다.
한국노총에서 국회는 물론 지방의회 대응전략과 방침 수립 시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만 독자적인 노동 관련 지방 행정기구가 갖춰져야 관련 상임위원회의 설치 요구가 힘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지방 행정기구 마련을 위해 노총 중앙과 지역에서 다각적으로 노력해 나가야 한다. 아울러 지방의회에 고용과 노동 관련 상임위원회가 운영될 수 있도록 그 필요성과 의의를 지역사회에 공론화하면서 관련 작업을 해나가야 한다. 현재 지방의 고용과 노동정책이나 관련 문제들이 경제나 산업 관련 위원회에서 다뤄지고 있다. 경제나 산업정책의 틀 속에서 고용과 노동문제가 논의된다면 해결 방향이나 내용상 한계가 명확할 수밖에 없다.
현재의 환경노동위원회는 1988년 설치된 노동위원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보건사회위원회에서 분리되어 노동부 소관인 노동위원회로 설치됐다. 당시 노동위원회는 1987년 노동(조합)운동의 성장과 노동자 요구에 기인한 바 있다. 한국노총과 지역조직의 지방정부나 지방의회에 대한 요구 관철은 조직적인 힘과 ‘표’의 결집에서 시작될 수 있음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이 원고는 박현미‧송태수‧조성복·이재성(2022), 『노동조합 지역정치의 현황과 과제: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을 토대로 작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