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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의 지역정치 개입과 노동자 삶의 변화

송태수 일과여가문화연구원장

등록일 2023년10월26일 09시24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 이 원고는 박현미·송태수·조성복·이재성 (2022), 『노동조합 지역정치의 현황과 과제: 한국노총을 중심으로』(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을 토대로 작성하였다.

 

노동조합의 지역정치 개입의 필요성은 노동자의 생활 공간이 바로 지역이라는 사실로부터 도출된다. 지역정치에 개입 방식에는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꼽을 수 있다. 먼저, 지방자치단체는 독립적 법률행위를 할 수 있는 법인격을 부여받으며, 헌법은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음으로, 지방의회는 자치단체의 행정에 대해 ①의결권, ③행정사무 감사권, ⑤조사권, ⑥청원 수리권, ⑨동의권, ⑩결의권, ⑪승인권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 형식적 권한 행사 방식으로 개입할 수 있다. 이러한 지역정치 개입으로 지역민들만 아니라 지역 노동자의 삶에 구체적인 변화를 가능케 할 수 있다. 아래에서는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통칭한다.

 

지역정치 활동과 노동참여적 지역 거버넌스

노동조합이 지역사회에 개입하는 정치활동은 무엇보다 지역사회 정치 방식에 기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 사회 지역사회 거버넌스는 행정 편의적 관점이 지배적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행정 집행 단위 기능을 해왔던 오랜 관행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구성이 선출직으로 개편됨에 따라 지방정부에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영향이 개입되기 시작했다.

 

특히 근래 고용 문제가 중요한 의제로 떠오름에 따라 단체장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고, 고용·노동 관련 부처가 설치되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서울시의 경우, 지자체 중 최초로 경제진흥실 일자리기획단(한시기구) 내 노동정책과를 신설한 이후, ‘일자리노동정책관’으로 조직 개편하여 노동·일자리에 대한 독립적인 업무영역을 구축한 바 있다. 서울시는 일찍이 2015년에 전국 지자체 최초로 다양한 노동정책을 하나로 모은 「노동정책 기본정책」을 발표하였다. 이 기본정책을 통해 2대 정책목표, 4개의 정책과제, 16개 분야별 61개 단위과제를 제시한 이후, <2016 노동정책 종합계획>을 통해 노동정책을 집행하였다.

 

그 후 ‘노동존중특별시 서울’을 위한 7대 약속으로, ① 노동권익 침해 제로, ② 노동 사각지대의 해소, ③ 생활임금의 확대 적용, ④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⑤ 노동시간 단축, ⑥ 노동자이사제 도입, ⑦ 정책네트워크 구축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광주시는 2015.10. ‘노동정책 수립을 위한 TF팀(4개 분야 20명)’을 구성한 후, ‘노동을 생각하는 광주시’를 정책 비전으로 삼고, 노동권리 보호 기반체계의 구축과 모범적인 사회적 대화 모델 정립 등 2대 정책목표를 제시하였다. 충청남도는 노동정책 비전으로 ‘노동과 함께하는 행복한 충남: 한 방울의 땀, 가정을 지켜주는 희망’을 제시하고, 3대 목표로서 노동권익 보호, 노동존중의 사용자 역할, 사회적 인프라 조성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고용․노동과 지역 거버넌스

청년들의 괜찮은 일자리 요구 증가와 중장년층의 고용시장 불안정성에 대한 불안감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자치단체장은 지역 내 일자리 창출과 괜찮은 일자리 확보에 큰 관심을 갖는다. 최근 많은 지역에서는 인력난과 구직난, 질 낮은 노동조건을 바꾸기 위해 노사민정 등 지역 주체가 사회협약이라는 수단을 매개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도하고 있다. 지역 내 노사민정 주체 간 노력은 일자리 창출을 넘어 지역 발전 및 노사 상생 등 지역 현안을 함께 해결해가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특히 지역 내 노동자 대표조직과 연계해 사업을 진행하면 전체 노동자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지역을 대표하는 각계의 위원들로 일자리위원회를 구성해 일자리 모델 정립, 사회적 합의 도출, 노사 상생 관계 구축에 앞장서 성과를 낸 좋은 사례이다. 광주 외에 전북, 시흥시, 속초시 등 자치단체에서도 사회적 대화를 통해 지역 맞춤형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노사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을 진행 중이다. 전북은 노사 및 원하청 상생을 통한 상용차 중심 일자리 모델을 개발, 도내 상용차 원하청 405개 업체(2만2천 명)를 대상으로 노사협치를 통한 일자리 발굴, 상용차 관련 인프라 구축과 상용·특장차 및 부품사업 육성을 기반으로 합리적 노사관계, 원하청 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시흥시는 매화산업단지 내 ‘지식산업센터’를 설립하고, 속초시는 관광서비스산업 관련 속초형 일자리 모델을 개발하였다(한국노총, 2018: 30).

 

소득 향상 및 삶의 질 강화와 지역 거버넌스

자치단체별로 도입 시행되고 있는 ‘생활임금’은 최저임금과 달리 노동자의 최소한의 인간적, 문화적 생활을 가능케 하고 노동자의 가족 부양을 위한 임금으로, 주로 취약계층 및 저임금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부천시에서 생활임금제도의 최초 시행 이후 광역단체로 확산되었다. 2018년 서울시 생활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의 122%에 이른다. 당시 서울시 25개 모든 자치구에서 조례가 제정되어 시행되었다. 2018년 한국노총 조사에 따르면, 충북, 대구, 경남·북, 울산 등을 제외한 대부분 광역자치단체에 도입되어 시행 중이다. 2018년 현재 기초자치단체 중 생활임금제를 도입한 곳도 총 88곳에 이른다. 조례에 따라 공공기관에만 적용되는 조건에서 민간부문에 시범 사업장을 도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적용을 점차 확대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지역 정치활동 가능 사업 영역은 다양한 지역 내 노총 회원조직의 요구와도 조응한다고 하겠다. 2018년도 한국노총 지방선거 정책요구안 중 회원조합 요구안을 일부 검토해보면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은 대중교통 정상화와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버스준공영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지역 교통체계의 공공성 강화 방안의 하나이다.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의 청소업무 민간위탁 중지 및 환경미화원 직접고용 요구,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의 ▲노동이사제 등 참여형 노사관계 실현을 위한 정책 도입 ▲지자체·지방공기업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및 노동조건 개선 ▲혁신도시 활성화 및 노정협의 정례화 등 요구,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의 ▲감정노동자 위한 조례 제정 확산 ▲찾동서비스(간호인력이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서비스) 인력의 안정적 신분 전환 등 요구는 지역사회의 노동친화적 재구성이라는 목적과 부합하는 것이다(한국노총,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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