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미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조정실장
지역은 노동자 삶의 터전이자 근거지이다. 많은 정치적, 행정적 자원과 권한이 있는 지방정부는 지역의 노동자와 가족 등 지역주민의 삶에 결정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방정부에 대한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대응과 개입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를 위해 지역의 노동조합들이 지방정부와 지역사회의 고용노동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이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지방정부에 노동조합과 소통할 수 있는 조직과 사람 등 체계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지난 596호(2023.11.발행)에서는 현재 한국노총 지역조직들이 지방정부 대응 활동을 하면서 만나는 부서 현황을 파악하면서 시사점을 제기하였다. 이번에는 한국노총 지역조직이 소재한 지역을 중심으로 지방 행정조직 현황을 살펴보면서 한국노총 지역조직의 과제를 제기한다.
‘노동’ 명칭 포함된 지방정부 부서는 많지 않아
노동조합이 지역사회에 제대로 개입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에 참여하거나 지방정부와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고용이나 노동문제와 관련해서 노동조합이 소통할 수 있고, 접촉해야만 하는 지방행정 조직들이 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2022년 현재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는 243개이다. 한국노총 지역조직 71개(지역본부 16개, 지역지부 55개)의 소재지와 명칭을 중심으로 지방의 고용노동 행정조직 현황을 살펴보았다.
노동 관련 부서
‘노동’이란 명칭이 들어간 부서가 있는 지자체는 많지 않다. 한국노총 71개 지역조직이 소재한 지역의 지방정부에 ‘노동’이란 단어가 포함된 부서가 있는 곳은 1/3도 안 된다. 노동 관련 부서를 두고 있는 지역의 경우 서울은 노동·공정·상생정책관 아래 6개의 노동정책담당관 부서와 6개 팀을 두었다. 6개 팀은 노동·공정정책팀, 중대산업재해예방팀, 필수노동지원팀, 노동권익팀, 노동복지팀, 노사협력팀 등이다. 경기도의 경우 국 차원에서 노동국을 두고 노동정책, 노동권익과, 외국인정책과 등 3개의 과를 두고 있다. 인천은 노동정책담당관, 광주는 노동협력관 제도를 두고 있다. 대전은 일자리노동경제과, 울산과 경남은 노동정책과, 경북포항은 일자리경제노동과 등을 일자리경제국 내에 과 단위로 두고 있다. 이외 경기도의 경남과 안산은 노동정책과, 성남은 고용노동과, 충북 음성은 노동정책팀, 충남은 일자리노동정책과, 경북과 포항은 일자리경제노동과 등을 두고 있다. 경북 구미는 노동복지과를 두고 있는데, 노동복지, 노사정책, 노사지원, 노동권익, 노동안전 등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일자리 관련 부서
일자리 관련 부서는 한국노총 지역조직이 소재한 모든 지역에 설치되어 있다. 경기도의 경우 일자리경제정책과 안에 일자리경제정책팀, 경제분석팀, 일자리기획팀, 공공일자리팀, 고용서비스팀, 직업능력개발팀, 경제정책자문관이 있다. 서울의 경우 경제정책실 안에 일자리정책과가 있는데 일자리정책팀, 청년일자리팀, 뉴딜일자리팀, 지역일자리팀, 고용훈련팀으로 구분되어 있다. 일자리정책과에서 서울일자리센터 운영하고 있다. 이외 지역에서는 일자리경제과, 일자리정책과, 일자리창출과, 일자리노동정책과 등을 두고 있다. 충남 논산의 경우는 뉴딜경제과라는 부서에서 일자리창출, 기업지원 업무 등을 담당한다.
지역조직의 지방정부 접촉 부서는 일자리/경제 부서가 많아
한국노총 각 지역조직이 접촉하는 지방정부 부서는 일자리/경제 관련 부서가 많다. 일자리경제과, 일자리정책과, 노동정책과, 고용노동과, 경제정책과, 일자리노사과, 경제과 등으로 다양하다. ‘노동’이란 명칭이 있는 지방정부가 많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지역조직들이 가장 많이 접촉하는 일자리 관련 부서를 만난다고 해서 지역조직들이 일자리 의제만을 논의하는 것이 아니다. 지역조직을 조사한 결과, 일자리 문제보다 다른 현안들이 더 많다. 예컨대 예산, 행사, 노동 및 지역조직 현안, 노사민정, 복지회관, 교통 문제, 취약계층 문제 등 논의 내용이 다양하다. 지방정부와 접촉하는 부서가 여럿인 경우는 특정 주제가 논의되기도 한다. 교통계, 대중교통과를 접촉한 지역조직의 경우 해당 지역의 대중교통 문제를 다루었다. 버스공영제나 버스노선 신설, 개인택시 부제 해제, 택시운영 감차 등이 그것들이다. 지방정부와 논의한 내용을 주제별로 보면 행사나 사업 지원, 예산, 복지회관 등 지역조직의 운영과 관련된 지원 내용이 적지 않다. 노동정책이나 제도 개선 관련 논의는 많지 않다. 소수 조직만이 조례 제·개정 활동이나 노동정책 수립 등을 지방정부 부서와 논의했다.
정리하면 현재 지방정부에 노동 관련 전담부서가 많지 않아 한국노총 지역조직이 접촉하는 지방정부 부서별로 논의하는 의제는 크게 구별되지 않는다. 한국노총 지역조직들이 지방정부와 논의할 혹은 개입할 고용·노동문제가 있을 시 어려움이 예상된다. 주제도 정책이나 제도보다는 조직운영 지원 내용이 적지 않다. 지방정부에 대한 지역조직의 정책 개입력을 강화하기 위해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지방정부 노동 전담 부서와 담당자 확보해야
한국노총의 지방 노동 행정 체계에 대한 관심은 1998년 6·4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바 있다. 당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한국노총 지자체 후보단 공동공약 중 하나가 ‘노동 행정의 활성화 및 노동단체 지원강화’였다. 이와 관련해서 자치단체의 노동 행정 강화와 지역노동단체에 대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 등을 요구하였다(한국노총, 1998: 674). 한국노총은 2018년 지방선거 정책요구안에서도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노동·일자리 전담 부서’ 설치를 제시한 바 있다. 시·도 단위에서부터 노동 행정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한국노총, 2018).
한국노총은 향후 지방행정 조직체계에서 노동전담부서와 담당자가 설치될 수 있도록 요구해 나가야 한다. 한국사회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노동행정과 함께 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지방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역 노동 행정이 요구되기 때문이다(참여연대, 2019). 앞서 살펴본바 한국노총 지역조직이 소재한 지역에서 일자리 관련 부서는 거의 모든 지역에 설치되어 있었지만, 노동 관련 부서 설치지역은 불과 1/3도 되지 않았다. 한국노총 지역조직들이 지방정부와 노동 및 고용 의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지역민들의 삶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노동 고용 문제를 좀 더 깊이 논의하면서 사업을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노동 관련 행정 부서 설치와 담당자 배치가 필요하다. 이는 노동조합들이 지방정부에 대한 제도, 정책적인 개입을 확장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이기도 하다.
참여연대(2019), 「광역지방정부의 노동행정 현황과 과제」, 『참여연대 이슈 리포트』(2019. 04. 04.).
한국노총(1998), 「’96-’97, 그해 겨울-총파업에서 정책연합으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총(2018), 「2018 지방선거 한국노총 정책요구안 - 노동존중 지역사회 건설!」, 한국노동조합총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