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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코로나19 대응, 공공의료의 현실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영병원 확대 필요성

백영범 국민건강보험공단일산병원노동조합 위원장

등록일 2021년03월02일 15시37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지 1년이 되었다. 그 사이 우리나라는 사회·경제적으로 많은 변화와 희생을 치렀고 아직도 진행형이다. 언택트, 뉴노멀이라는 새로운 일상 속에 아이들이 뛰놀던 운동장은 주인을 잃은 지 오래되었으며, 캠퍼스· 공연장의 웃음과 감동도 사라졌다. 또한 강력한 방역지침 속에 불 꺼진 점포는 하나 둘 늘어나고 예술인, 소상공인, 자영업자, 실직자는 절망에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정부가 자부하던 K-방역은 지난해 말 종교시설과 요양원의 집단감염, 코로나19 대유행이 반복되고 중증치료병상 확보 행정명령까지 나오며 그 명성과 노력은 무색해 졌다. K-방역의 버팀목이었던 보건의료인들의 헌신에도 불구하고 대구 사태의 악몽이 재현된 것이다. 이처럼 안타까운 현실을 보면서 의료현장에 근무하는 병원 노동자의 한 사람으로서 공공의료에 대한 간절한 마음을 적어보려 한다.

 


△ 지난해 11월 국회 앞에서 열린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노동시민단체 기자회견

 

우리나라의 공공의료기관 비율은 5.7%, 병상 기준으로는 9.6%로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다. 이마저도 지역적 불균형이 심각하고 민간 자본과의 경쟁으로 공공의료기관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현장에서의 보건의료 인력도 턱없이 부족하고 처우는 열악하다.

 

김대중정부 시절, 민간 주도의 의료서비스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들을 해소하고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뒤를 이은 노무현정부에서는 공공의료를 30%까지 확대하겠다는 목표까지 세웠으나 공공의료에 관심이 없던 이명박정부는 기존 정책을 포기하고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명목하에 공공의료 개념을 소유중심에서 기능중심으로 변경하였다.

 

다시 말해 공공의료기관과 민간의료기관의 구분을 없애버린 것이다.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정권이 바뀌었으나 이러한 보건의료정책 기조는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어 공공의료 비율은 올라가기는커녕 오히려 더 감소되었다. 또한 과잉진료, 수도권 집중, 수익성 없는 의료를 기피하는 고질적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취약한 공공의료 체계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민낯을 드러냈다.

 

높은 감염력과 변이 바이러스, 코호트 격리, 입원 병상의 부족으로 전국을 떠돌거나 입원대기 중 사망했다는 뉴스와 연수원·기숙사를 생활치료센터로 사용하고 의사·간호사들의 땀에 젖어 탈진한 모습은 재난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인구 천명당 병상은 OECD 평균 3배에 달하고 의료선진국이라 자칭하는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일이라 믿기지 않았다.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할 격리병상이 없었고 의료재난 시 즉시 투입할 의료인력과 공적 인프라가 없었던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확진자 중 78%가 공공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나마 고군분투한 곳은 “시설과 장비가 노후하고 의료 질이 떨어진다”라고 미운오리 취급을 받던 지방의료원과 공공병원이었다. 이러한 아픈 경험을 하고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감염병 대책에는 국가 책무를 여전히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할 뿐 공공의료에 책임 있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경제 살리기 위한 K-뉴딜 정책에 20조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하고 홍보하면서 공공의료 역할강화에 대한 예산은 인색하다. 정당들이 총선과 대선 때마다 앞다투어 떠들어대는 선심성 공약, 대통령이 수차례 강조한 공공의료 확대·강화의 약속을 믿는 사람은 이제 없다.

 

참다못한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더 이상 문제를 중앙정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공공병원 설립을 위한 지역적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다. 현재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모임을 갖지 못하고 있지만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권리 주장이기에 필자인 본인도 함께하며 주장하는 바가 있다.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되어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자 직영병원을 확대하는 방안이다.

 

보험자 직영병원은 의료행위, 원가 자료 등을 분석하여 보험수가의 적정성과 병원 경영수지를 파악하기 위해 2000년 개원한 병원이다. 현재까지 일산병원 단 한곳이 있으며 개원 시부터 4인실을 기준병실로 운영하고 적정진료를 통해 환자의 의료비 부담까지 덜어주어 환자 만족도는 그 어느 병원보다 높다. 또한 신포괄지불제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등 정부 보건의료정책 Test-Bed 역할과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한 임상연구도 수행한다. 지난해 말부터는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155병상을 확보하고 인근 병원과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지역사회 공공의료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오랜 기간 보험자 직영병원의 운영 성과는 국회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고 확대의 목소리도 많았다. 다양한 연구용역도 진행되었고 토론회에서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은 경영난으로 문 닫은 병원을 직영병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였다. 하지만 그 이상의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다. 직능단체와의 이해관계, 민간주도의 의료공급체계, 현 정부의 의지부족으로 여전히 지역적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10개의 병원을 운영하는 근로복지공단, 7개의 병원을 운영하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과 단순 비교하여 연간 60조원의 보험재정을 운용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영병원의 규모와 역할은 초라할 수밖에 없다.

 

만약 과거 신종플루, 메르스 사태를 교훈 삼아 폐원한 부산침례병원, 진주의료원, 대구적십자병원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인수 후 정상화 하였다면 코로나19 대응 성적표는 달라졌을 수 있었다. 그리고 건강보험제도와 정부의 보장성·공공의료 강화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한층 높아지고 보험료 인상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바뀌었을 것이다.

보험자 직영병원 확대는 공공의료 강화뿐 아니라 보험자병원 고유 기능인 다양하고 객관적인 건강보험 정책자료를 제공하여 장기적으로 건강보험재정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여기에 정부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까지 1석3조의 효과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건강보험 적립금은 15조원이다. 이 돈은 국민이 납부한 보험료다. 보험재원을 언제, 어디에, 얼마만큼 사용할지는 정권의 보건의료정책 방향에 따라 바뀔 수 있지만 수익성 문제로 민간 의료기관이 떠나고 기피하는 지역, 지방자치단체의 무책임으로 방치된 의료취약지역에 최소한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보험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만큼 중요한 보험자의 책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앞으로 닥칠 새로운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해 공공의료 인프라를 강화하는 것은 미룰 수 없는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모든 것이 위태롭고 불안한 지금, 21대 국회와 정부는 국민의 희생과 헌신으로 다시 얻은 골든타임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지금이라도 빨리 공공병원, 보험자 직영병원을 확대해야 한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는 의료영리화의 거대한 바람으로부터 공공의료의 작은 촛불을 지켜주기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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