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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故事成語)의 교훈

등록일 2019년09월04일 14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대변인)

 

일모도원 도행역시(日暮途遠 倒行逆施)를 시작으로 2012년 5월부터 쓰기 시작한 칼럼이 7년을 좀 넘겼다. 2016년도 조직사업본부로 발령이 나면서 이듬해 2월까지는 쓰지 못했다. 매번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고사성어(故事成語)를 인용하여 칼럼을 쓰게 된 것은 다소 딱딱한 노동문제를 조금이라도 재미있고 흥미롭게 하여 보다 잘 읽히게 하기 위함이었다. 고전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수천 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이나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시대가 다른 만큼 사람들의 가치관도 다를 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나는 고전을 통해 배웠다.


‘일모도원 도행역시’에서 알 수 있듯이 오늘날에도 많은 사람들은 시간이 없다고 또는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경계한다. 과정이 순리에 합당하지 않으면 결과도 평가를 받지 못하거나 불신의 대상이 된다. 과거 우리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중요한 정치적 문제를 충분히 논의하지 않아 조직적 분란이 생긴 적이 있었다.
 

공자가 식량, 무기, 신뢰 가운데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無信不立)고 한 대목도 오늘날 여전히 유효하다. 신뢰를 잃으면 사람들이 떠나는데 식량과 무기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록위마(指鹿爲馬)처럼 관료가 임금을 속이거나 백성들을 기만하는 경우도 있다. 고용이 불안한 비정규직이 절반 가까이 되는 나라에서 고용이 경직되었다고 비정규직을 확대하고 쉬운 해고 정책을 펴는 것은 분명 노동자를 기만하는 행위이다. 그 정권의 끝이 좋을 리가 없다.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므로 백성은 배를 띄울 수도 그 배를 뒤엎을 수도 있다(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는 경고도 있다.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처음으로 과반수 득표율로 당선되었으나, 반노동정책으로 노동자의 신뢰를 잃어버리고 국정농단으로 끝내 탄핵되었다.
 

이처럼 고전과 고사성어에는 우리들이 새겨들어야 할 경고의 메시지가 많이 있다. 그래서 그것들이 오늘날까지도 생명력을 유지하고 수천 년을 관통하며 사람들 입에 회자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전에는 흥망성쇠(興亡盛衰)가 있다. 어떤 권력이든 영원한 절대 권력은 없다. 작은 일에서부터 불신이 생기고 그 불신이 쌓여 민심이 떠나면 그 권력은 무너진다. 


최근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 문제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조로남불’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조국이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다. 이는 조국 일가의 펀드조성이나 그의 딸이 고등학생 신분으로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려 명문대에 입학하고 다시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한 의혹들을 두고 나온 말이다. 당사자는 모두 합법적이고 당시에는 가능했던 일이었다고 말했지만 일반 국민들의 정서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특권층의 삶을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하고 있는 정부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살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보고 젊은 층부터 많은 국민들이 실망하고 있는 것이다.


총리나 장관후보 청문회의 단골 메뉴는 논문표절이나 부동산투기 등 재산형성 과정, 위장전입여부, 본인 및 자녀 병역문제 등 다양하다. 총리나 장관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이나 전문성 못지않게 인격과 도덕성, 살아온 과정도 함께 검증받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과는 무관하게 부동산투기나 자녀문제 등으로 낙마했다. 조국 후보 역시 이번에 자녀 입시문제와 사모펀드 조성과정 등 재산형성 과정에 대해 의혹을 사고 있다. 급기야 지난 8월 27일에는 검찰의 전 방위적인 압수수색이 진행되었고 여당은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국은 지금 뉴스와 여야 정쟁의 한가운데 있다. 유명인들도 찬반 양 진영으로 갈려 연일 인터넷과 유튜브를 달구고 있고 서울대와 고려대 학생들은 촛불집회를 열고 조국 후보 사퇴와 조국 후보 딸의 논문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과 무역마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리사회 내부도 조국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으니 결코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만약 청문회가 끝나고 조국이 법무부장관으로 임명이 되면 그와 관련된 모든 의혹들이 해결되어 사회갈등이 봉합되고, 그가 온전하게 사법개혁을 추진하고 우리국민이 단결하여 일본과 맞설 수 있을까? 솔직히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제갈량은 대의를 위해 눈물을 머금으며 심복인 마속의 목을 베었다(泣斬馬謖). 고사성어가 주는 교훈은 참으로 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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