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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 폐기 아니라면

등록일 2019년07월23일 10시58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강훈중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장(대변인)

 

조선 11대 왕인 중종은 연산군을 몰아낸 반정세력의 추대로 권좌에 올랐다. 그는 연산군의 학정으로 문란해진 기강을 바로잡고 유교적 왕도정치를 구현하고자 사림을 대거 등용하여 개혁정책을 추진하고자 하였다. 중종은 조광조를 필두로 젊은 사림들을 대거 조정으로 불러들였고 이들의 의견을 들어 향약을 실시하고 내수사의 고리대금업을 폐지하도록 하는 한편, 추천으로 관리를 발탁하는 현량과를 도입하기도 했다. 지배층의 토지 겸병을 철폐하고, 토지를 균등하게 분배하는 균전제 실시를 주요정책으로 내세웠다. 이에 대해 당시 기득권 세력들은 강하게 저항했다. 중종은 개혁정책을 요구하는 조광조와 기득권 세력의 저항 사이에서 정치적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조광조와 사림들이 훈구세력의 모함을 받아 기묘사화로 제거되면서 중종의 개혁정책도 흐지부지 되었다.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노동존중’ 정책들이 사용자단체와 보수언론, 보수야당들의 공세에 하나씩 파기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실현하겠다는 약속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8,590원으로 결정되면서 확실하게 깨졌다. 정부가 최저임금 문제를 원하청 간, 그리고 본사와 프랜차이즈 가맹점 간 불공정거래 근절 등 경제민주화공약 이행을 통해 풀어내지 못하면서 최저임금 문제는 저임금노동자와 소상공인으로 대표되는 을들 간의 갈등문제로 비화되었다. 
 

결국 내년도 최저임금은 1997년 외환위기 때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유사한 2.87% 인상에 그쳤다. 대통령도 인정했듯이 최저임금 1만 원은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에도 사실상 실현이 어렵게 되었다. 최저임금 평균인상률은 이전 정부와 별반 다르지 않은데 최저임금법이 개악되어 노동자들만 불이익을 받게 된 것이다.
 

비정규직 정규직화도 덜컹거리고 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문제는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하면서 더욱 크게 부각된 이슈다. 비정규직 문제는 우리사회 불평등과 양극화, 차별문제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우리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의 생명안전 관련 업무와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대해 정규직 고용을 약속했다. 때문에 이와 관련된 업무에 종사하는 수많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되어 차별이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대통령이 약속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는 대부분 ‘자회사 정규직화’로 변질되었다. 특히 정부는 1단계에 포함되었어야 할 댐 보수 업무와 생활폐기물 업무를 3단계 민간위탁으로 최종 판정함으로써 해당 노동자들을 실망시키고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도 전망이 어둡다. 정부는 지난 2년간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가 금년 5월 22일에야 “아직 비준하지 않은 결사의 자유와 강제노동금지에 관한 4개 협약중 3개에 대해 비준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국회에 ILO 핵심협약 비준 동의안과 관련법 개정안을 제출하면 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공은 국회로 넘어간다. 
 

우리가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설립 신고제도와 조합원 및 임원의 자격, 타임오프제도 등을 규정한 노조법에 대한 대폭적인 손질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국회 구도 속에서는 거의 실현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EU)은 한국의 ILO 핵심협약 비준 노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한국의 한-EU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를 가릴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한 상태다.
 

이처럼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한 정부가 출범한지 2년이 지났지만 정작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위한 정부의 약속들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처럼 이전 정부 때보다 더 후퇴한 법도 있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할 때 최저임금 범위를 통상임금에 포함되도록 관련법을 손질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법이 개악되었다. 
 

이래가지고는 ‘노동존중’ 정부라고 말하기가 민망하다. 정부는 국회 탓으로 돌리겠지만 여당이 동조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정부가 진정으로 ‘소득주도성장’ 기조를 폐기하지 않았고 내년 총선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올 하반기에는 ‘통상임금 정상화’와 ‘타임오프제도 개선’에 대한 한국노총과의 약속을 반드시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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