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혁 한국노총 정책1본부 국장
2023년 기준 경제활동인구조사에 의하면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2023년 기준 812만여 명으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정규직과 비교해 비정규직의 임금과 사회보장은 익히 알려진 대로 열악한 수준이다.
월평균 임금은 정규직 대비 54.1%, 각종 사회보험 가입률도 정규직 대비 50%대에 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 이후 비용 절감, 탄력적 인력 운용 등의 목적으로 비정규직 사용이 계속 증가했고, 이는 고용불안과 차별 등으로 이어져 사회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과거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Zero)화 정책’을 발표하고,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했으나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신분이 아닌 무기계약직으로 정규직화가 추진했다. 이른바 공무직으로 불리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이처럼 출발부터 불완전한 상태의 신분이 되었고, 고용은 보장되지만, 각종 복지와 처우에서 차별을 받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공공부문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노동자의 인사·노무 관리와 처우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공무직위원회를 2020년 4월 발족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교육부, 인사혁신처 등 관계 부처의 차관급 인사가 참여했다.
공무직위원회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차별과 처우개선을 위한 유일한 사회적 논의기구였으나 근거 법령인 국무총리 훈령에 따라 2023년 3월 말 운영이 종료됐다. 그동안 공무직위원회는 비록 한계가 있었지만, ‘공무직 인사관리 가이드라인’, ‘공무직 임금 및 수당 기준 마련 계획’, ‘복리후생 3종 세트 이행실태 및 이행계획 확정’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낸 바 있다.
하지만 아직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와 지위를 보호하고 개선하기 위한 일관되고 합리적인 인사 기준이나 노동조건은 마련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에 대한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공무직위원회 상설화를 위한 법률 제정
공무직위원회 상설화를 위한 법률 제정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염원이다. 제21대 국회에서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무직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하 공무직위원회법)은 임기 만료로 폐기되었다.
이제 다시 국회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평등 개선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적용을 위해서도 공무직위원회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
공무직위원회법은 공무직위원회의 근거를 법률로 상향 규정하고, 위원회의 유효기간을 따로 두지 아니함으로써 공무직위원회의 안정적인 운영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처우개선 기여를 목적으로 한다.
법률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공무직을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로 정의하되, 중앙행정기관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공무원과 구분하고, 공공기관 등에 소속된 노동자는 정규직 노동자와 구분해 분류했다.
둘째,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를 기간제·파견노동자와 공공부문으로부터 업무를 도급받거나 업무의 처리를 위탁받은 사업주에 고용된 노동자로 정의했다.
셋째, 국무총리 소속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고용, 임금 등 노동조건, 그 밖의 인사관리와 관련된 정책 등을 심의·조정하기 위한 공무직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규정했다.
넷째, 공무직위원회는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한 정규직 고용 원칙이 확립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고용안정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는 위원회 운영의 원칙을 명시했다.
다섯째, 공무직위원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장관을 위원장으로, 각 부처 차관급을 위원으로 하는 실무위원회를 둘 수 있도록 했다.
여섯째, 공무직위원회의 운영과 관련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정책방향을 협의하기 위해 ‘공무직발전협의회’를 두도록 하고, 위원회의 운영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기획단을 두도록 명시했다.
하루속히 공무직위원회법을 제정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인사·노무 관리 정책을 효율적으로 심의·조정하고, 처우개선을 위한 논의의 지속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예산 증액 시급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실질적인 처우개선을 위해선 관련 예산 증액이 수반되어야 한다. 한국노총은 지난 5월 2025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인건비 예산으로 기본급 9.5% 인상과 복리후생 수당 증액을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등 관련 부처에 요구한 바 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적게나마 기본급이 올라도, 2024년부터 상여금 및 복리후생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어 실질임금은 삭감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또한, 직무와 무관한 명절상여금, 식대, 복지포인트, 가족수당은 적거나 없거나 부처마다 제각각이라 같은 일을 해도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 2020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에 비교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임금(연봉)은 각 부처와 지역별로 상이하긴 하지만 평균 61%에 불과하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실질적 사용자인 정부가 모범사용자로서 역할을 할 때만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은 가능하다. 공무직의 임금과 직무 무관 수당을 인상하는 것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실현의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공무원보다 높은 처우 개선율 적용 등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처우가 개선될 수 있도록 정부는 관련 예산을 확대 편성하기를 바란다.
이 밖에도 공무원의 임금교섭기구인 공무원 보수위원회처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보수 결정 구조 마련도 중요한 사안이다. 공무원과 동일한 방식으로 호봉승급분을 제외하고 기본급 인상률을 임금인상률로 적용하고, 최저임금 인상분을 기본급으로 전면 반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올해 공무원 보수위원회가 권고한 바대로 2025년 기본급 5급 이상 2.5%, 6급 이하 3.3% 인상처럼 처우가 열악한 공공부문 비정규직과 공무원과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처우개선 인상분도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의 첫걸음은 공무직위원회 법제화
현재 공공부문 비정규직은 유령 신분으로 대국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조직체계 어디에도 그 신분이 명확히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노동계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일관되고 합리적인 인사 기준과 노동조건 마련, 고용안정 방안 모색 등 산적한 과제를 논의하기 위한 공무직위원회 상설화를 끊임없이 요구해 왔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한과 임금에 대한 법적 체계가 전혀 없다. 그러므로 공무직위원회를 통해 그들의 처우개선을 논의할 수 있는 틀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공공부분 비정규직의 노동조건 개선부터 시작해 이를 비정규직 노동시장 전반에 확산하기 위해서도 공무직위원회 상설화는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라 볼 수 있다.
한국노총은 공무직위원회 법제화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 산하 회원조합과 함께 공무직위원회법 제정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