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넷플리스가 “무도실무관” 영화를 개봉했다. 이 영화가 비영어권 공식순위에서 3주간 1위로 국내외 관객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무도실무관에 관심이 집중됐다.
주연배우 김우빈씨가 무도실무관 역을 맡았다. 그는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무도실무관에 대해 처음 알았다며 “무도실무관은 전자발찌 대상자를 24시간 밀착 감시하면서 제2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고, 주업무는 유사시에는 범죄자를 제압하는 계호업무이며, 무도 3단 이상의 실력을 지닌 법무부 소속 공무직 직원”이라고 설명했다.
영화 속 주인공 김우빈은 화려한 개인 무도기술로 성범죄자를 소탕해, 속 시원한 청량감을 선사하는 사이다 같은 존재이다. 그러나 현실 속의 무도실무관 공무직은 화려한 주인공과 거리가 멀다.
법무부 무도실무관 등장 배경
무도실무관은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소속 공무직이다. 2012년부터 전자감독대상자들이 출소해 사회생활 중 재범을 추적, 관리해 범죄를 방지할 목적으로 운용됐다.
전자감독대상자들의 재범을 감시하기 위해 전자발찌를 도입했는데, 대상 범죄는 성범죄를 포함해 살인, 특수강도, 미성년자유괴, 스토킹 범죄에 이른다. 무도실무관과 공무원인 보호관찰관은 2인 1조로 움직인다.
전자감독대상자의 행동 관찰이 주요 업무다. 전자감독대상자가 출입이 금지된 시간, 장소에 이동하진 않는지, 전자기기 신호가 실종되진 않는지 등을 확인한다. 문제가 생길 때 현장으로 출동해 재범을 막는 중 대치 상황에서 공격하는 전자감독대상자를 제압한다.
전자기기 부착자는 보통 살인, 성범죄와 같은 재발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최소 3단 이상의 유단자만이 지원할 수 있다. 위험시 출동 외에도 공무원이 대상자의 거주지를 방문해 면담하는 일에 동행한다. 현재 전국 160여 명의 무도실무관이 약 4,000여 명의 전자발찌 부착자의 동태를 살피고 있다.
보호장비 없이 맨몸으로 제압하는 인간방패 무도실무관
보호관찰관이 사용할 수 있는 장비는 수갑, 포승, 보호대, 가스총, 전자충격기가 있지만, 무도실무관은 방검복과 보호장갑만 지급된다. 사실상 맨몸으로 흉기(칼, 가위, 유리병 등)를 든 대상자를 제압해야 한다. 유단자이니까 맨몸으로 맞서라는 것이다. 사실상 인간방패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게다가 공무원의 지시에 의해서만 제압의 권한이 생겨, 현장에서 지시가 늦거나 미흡할 경우 위험 상황이 발생한다.
전자감독대상자에게 욕설과 폭언, 모욕을 빈번하게 당하고 있고, 신체상 부상이 수시로 발생하지만, 공무상 병가 사용이나 산재처리 없이 직접 병원에 다니는 등 개인이 해결하고 있다.
‘공무를 수행하는 민간인’ 지위에서 보조업무를 위한 최소한의 권한만 부여되어 현장에 투입되어, 업무상 발생 된 사고에 대하여 사적으로 책임지도록 종용받고 있다. 사고 시 개인이 재판, 변상, 합의, 징계 등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법무부도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방치하고 있다.
법무부 노동조합(위원장 이정기)은 보호관찰관이 전자감독대상자로부터 고소·고발을 당할 경우 변호사 지원이 가능한 것과 동일하게 무도실무관에 적용이 가능한지 법무부에 자료요구를 했지만, 법무부에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만 답변했다.
중앙기관 중 유일한 단일임금제 시행하는 법무부
언론 등이 무도실무관 급여를 290만 원이라고 보도해, 마치 급여가 생각보다 많다고 오해하고 있다. 법무부 공무직 기본급은 ‘24년 최저임금보다 적은 금액으로 책정되었으며, 식대비가 포함된 금액이다.
그리고 1년 차 기본급과 20년 차 기본급이 동일한 단일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무도실무관 근무체계는 주간-주간-야간-야간-비번-휴무(6주기)이며, 업무특성 상 야간에 현장 출동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른 야간근로수당이 포함된 금액이다.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 보호관찰관에게 계호수당을 지급하지만, 공무직 무도실무관에게 지급하지 않는다. 이에 법무부 노동조합은 임금협상을 통해 계호수당 지급을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 예산 미편성을 핑계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현직 무도실무관, 국정감사에서 실태 증언
2024년 법사위 국정감사 간 서영교 의원(더불어민주당)의 지원으로 현직 무도실무관인 김동욱 지부장이 출석해 공무직 처우의 현실태와 문제점을 공개했다. 무도실무관 처우 관련 문제에 대해 여·야 국회의원 공감대를 만들었고, 법무부 장관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참고인 출석해 응답한 주요 내용과 법·제도 개선 방향은 아래와 같다.
첫째, 최소한 개인 방어용 삼단봉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적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무도실무관의 신변 보호에 대한 방어용 대책이 필요하다. 관련 규정 개정안을 서영교 의원이 발의하기로 했다.
둘째, 전자감독대상자 제압 시 다치는 경우 산재보험 처리 규정(4일이상 요양)외 치료비 보상 현실화를 촉구했다.
2024년 무도실무관 폭행 피해 사례에 대해 법무부는 0건이라고 하지만 법무부노조가 파악하기로 최소 3건 이상이 확인됐다. 공무상 피해 산재보험 처리 또한 지난 5년간 단 2건(’22년)으로 파악됐다. 법무부는 피해 사례에 대한 실태조사를 하고, 현장에서 다친 무도실무관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예산 지급 등 지원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셋째, 공무직 처우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무도실무관을 포함해 법무부 공무직의 잦은 이직율의 원인은 열악한 임금이다.
국정감사에서 김동욱 지부장은 “피해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으로 일하고 있는데, 처우가 최저 수준이고 계호수당 조차 지급되지 않아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에서 노사협의를 통해 계호수당 지급 예산을 반영했지만, 결국, 기획재정부에서 반영하지 않았다”며 계호수당 지급을 요청했다. 또한, “법무부가 기획재정부에게 책임을 돌리지 말고 공무직의 처우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줄 것”을 거듭 요청했다.
김동욱 지부장은 “이번 영화로 무도실무관이라는 직업이 알려지고, 많은 분이 응원해주시고 있다”며 “이에 사명감과 자부심이 생긴것도 사실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어려운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무도실무관 조합원들의 처우가 개선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올해 ‘전자발찌’ 대상자 수만 4270명이다. 보호관찰관과 무도실무관 모두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재범 가능성을 막기 위한 제도가 부실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도가 선행돼야 한다. 동시에 무도실무관의 실태와 처우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상기해, 사명감으로 일하는 공무직이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 노력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