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30여 년간 우리나라에서는 ‘신공공관리’라는 명목으로 양적 및 질적인 차원에서 ‘공무의 민간화’가 진행됐다. 기간의 제한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공공부문의 노동자를 일컫는 소위 ‘공무직(公務職)’ 노동자의 사용도 이러한 공무의 민간화의 하나의 예에 해당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소위 ‘공무직’ 노동자는 국가공무원법이나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임용된 공무원과는 달리 노동관계법령을 전면적으로 적용받는다. 이처럼 ‘공무직’과 직업공무원 간에 적용되는 법령이 다른 결과, 양자는 그 노동조건과 연금 등 사회보장제도의 적용에서 서로 다른 취급을 받는다.
이와 같은 공무원과 소위 ‘공무직’ 간의 노동조건 등의 차이 외에도, 공무직 상호 간에도 동종·유사한 업무를 수행함에도 소속기관의 차이에 따라 노동조건이 달라지는 문제도 발생한다.
공무직의 노동조건과 관련해서는 ‘공무직’이라는 고용형태가 근로기준법 제6조 소정의 ‘사회적 신분’의 개념에 포섭될 수 있는지가 주로 문제가 되어왔다.
다만, 이러한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 문제 외에도 공무직 지위의 법정(法定) 문제, 공공부문 자회사의 문제, 공무직위원회의 상설화 등 공무직과 관련하여 논의되어야 할 입법 과제는 다양하다. 이에 아래에서 이러한 쟁점들을 간략히 정리해 보고자 한다.
▲ 10월 29일 국회의원회관 344호에서 열린 ‘한국노총 공무직-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 간담회’
‘공무직’에 대한 노동조건 차별의 시정
‘공무직’ 노동자는 규범의 차원에서는 전면적으로 노동법의 보호를 받고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노동법의 보호에서 전부 또는 일부 배제된 ‘비정규직’이나 비공식 노동과는 상황이 다르다.
다만, 동종·유사한 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직 노동자들도 그 소속기관에 따라 노동조건에 차이가 있다거나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과의 노동조건의 격차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입법방안으로는 ① 다양한 차별 사유 전반을 규율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면서 금지되는 차별 사유로 ‘고용형태’를 명시하는 방안, ② 근로기준법 제6조에 차별금지 사유로 ‘고용형태’를 신설하는 방안, ③ 기간제법에 기간제 노동자가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경우에도 기간제법이 계속 적용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 ④ 정부조직법, 지방자치법, 공공기관운영법, 지방공기업법에 공무직에 관한 근거조항을 신설하면서 이들에 대한 차별금지를 명시하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공무직 지위의 법정(法定)의 필요성
현행 공무원 관련 법령은 ‘공무직’의 신분에 관하여 어떠한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이로 인하여 ‘공무직’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공식적인 직제에 편입되지 못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무원 신분이 없는 공무직이 위법행위에 대한 단속 등 침익적 행정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거나, 국민의 개인정보 수집·처리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공무직은 법령상 권한이 없다는 점에서 시비의 소지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공무직을 행정조직의 직제에 편입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직업공무원제도와의 관계를 고려하여 (i) 적극적으로 공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업무와 (ii) 소극적으로 공무직을 사용할 수 없는 업무를 법률로 미리 규정해 둘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 자회사 공무직 문제의 본질
국가·지방자치단체의 공무직 노동자는 법적 지위와 노동조건 격차 등 다양한 취약성에 노출되어 있고, 이러한 문제는 시급히 해결되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다만, 이러한 공무직은 적어도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과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정부에서 설립된 다수의 공공부문 자회사 소속 노동자는 외견상 ‘공공부문 정규직화’의 수혜를 본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간접고용의 실질을 갖는 이중의 착취 아래에 있다. 공공부문 자회사 모델은 공역무(公役務)의 전달체계 일부를 자회사라는 ‘영리법인’으로 하여금 운영하게 하는 방식으로 공무 민간화의 최종적 진화형태라고 평가할 수 있다.
공공부문 자회사 문제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역무’라는 실체를 정면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 자회사가 수행하는 업무는 공역무의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면 공공기관 자회사는 공공부문인가, 아니면 민간부문인가? 공공부문이라면 이러한 공역무를 영리법인인 주식회사의 형태로 수행하게 하는 것이 타당한가? 아니, 공공기관 자회사가 진정 ‘영리’ 법인인가?
자회사의 설립은 그저 사용자의 법인격을 달리하여 공공부문 자회사 소속 근로자를 ‘합법적으로 차별’하기 위한 수단으로 도입된 것 아닌가? 그렇다면 자회사는 ‘차별’이라는 불법에 대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외피에 불과한 것 아닌가? 문제는 차별에만 그치지 않는다.
모회사는 자회사에 대한 경영간섭 및 통제를 예정하고 있다. 모회사가 임원의 임면 등을 통하여 자회사의 경영에 일상적인 지배를 하는 상황이라면, 모회사를 자회사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로 긍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모회사가 자회사의 근로관계에 관하여 실질적 결정권을 보유하고 있고 실제로 그 산하의 자회사는 모회사의 결정을 집행하는 역할을 한다면 모회사와 자회사 노동자 사이에 직접적인 근로계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자회사 노동자들이 모회사에 대하여 아무런 노동법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보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노정교섭으로서 공무직위원회의 역할 및 상설화 필요성
2020. 3. 27. 제정되어 같은 날 시행된 「공무직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 제1조는 동 훈령의 목적을 “공공부문에 종사하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 및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에 따른 기간제 근로자의 체계적인 인사 및 노무 관리 등을 위하여 공무직위원회를 설치하고, 그 구성 및 운영 등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동 훈령 부칙 제2조는 동 훈령의 유효기간을 ‘2023년 3월 31일’까지로 정한 한시(限時)적 훈령이었고, 이러한 부칙의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공무직위원회의 활동은 2023. 3. 31. 종료됐다.
종래 공무직위원회가 담당했던 심의기능을 엄격한 의미의 ‘노정교섭’으로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에서 추천한 사람이 다양한 행정기관에 소속된 공무직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여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 관련 부처와 공무직 등 노동자의 인사 및 노무 관리 관련 정책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할 수 있는 매커니즘 자체는 공무직의 노동조건 개선 및 격차 완화에 유익한 기능을 하여왔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종래와 같은 행정규칙(훈령)이라는 연약한 방식이 아니라 법률의 입법을 통하여 공무직위원회의 기능을 이어갈 회의체를 상설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