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가사돌봄노동자의 고착된 저임금화

과잉공급과 높은 대체탄력성부터 해결해야

등록일 2024년05월27일 09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장진희 한국노총 전략조정본부 국장

 

최근 가사돌봄노동자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사회적 취약계층인 여성, 중장년, 고령층이 집중되어 있고 저임금, 장시간 노동 등 노동환경이 매우 열악하며 저출산과 고령화, 돌봄의 사회화라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의제까지 우리 사회와 노동시장 하층부를 관통하는 키워드의 교집합에 가사돌봄노동자가 있기 때문이다.

 

▲ 지난 3월 12일 한국은행 앞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차별과 돌봄서비스 시장화 부추기는 한국은행 규탄 기자회견' 

 
여기에 최저임금 차등적용, 이주노동자 차별과 인권 문제를 포함한 외국인 가사노동자 도입까지 더해져 더욱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가사돌봄노동자의 생계와 직결되는 저임금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문제가 제기되어오고 있다.

 

그러나 가사돌봄노동자의 임금에 대한 논의는 매우 활발히 이루어지나 시장에서 임금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노동력의 과잉공급은 누구도 얘기하지 않는다. 필자는 가사돌봄노동자 저임금 문제의 본질은 시장에서의 수요-공급, 대체탄력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본다.

 

우선, 수요-공급은 소비자는 서비스가격이 비쌀수록 수요량이 줄어들고, 공급자인 가사돌봄노동자는 서비스가격이 비쌀수록 공급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이때 수요량과 시장 공급량을 일치시키는 가격을 균형가격으로, 가사돌봄노동자의 일부가 시장에서 형성된 서비스가격보다 더 비싸게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해도 수요자들은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므로 결국 균형가격보다 더 비싸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은 가사돌봄노동자는 일이 없거나 균형가격으로 가격을 낮춰야 일을 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최저임금이나 수가가 하방을 지지하는 가사돌봄노동자의 임금은 최저임금이나 수가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가진다.

 

가사돌봄은 특별한 기술이 없이도 여성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성차별적 인식과 결합해 경력단절 여성이나 취업 시장에서 경쟁력이 낮은 여성을 취업시키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활용됨에 따라 노동시장 내 폭발적으로 공급량이 증가하게 됐다.

 

국가자격증을 기반으로 하는 보육교사와 요양보호사조차 합격률이 90% 중반에 달하는데, 2024년 기준 보육교사 자격증 소지자는 160만 명, 요양보호사는 200만 명에 달한다.

 

어린이집은 3만 개, 재가 장기 요양기관은 1만 4천 개 수준임을 고려해보면 이들이 시장에 얼마나 과잉공급되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그중 어린이집은 저출산 문제로 인해 향후 공급문제가 더욱 심각할 가능성이 크다. 그나마 고령화로 인해 노인요양의 수요가 올라갈 것으로 전망하더라도 앞으로 공급이 지속하는 한 현재의 문제는 저임금 문제는 시장에서 해결할 수 없어 보인다.

 

두 번째는 대체탄력성의 문제이다. 대체탄력성의 개념은 생산요소인 노동과 자본의 상대가격이 변할 때 생산요소 간 대체가 얼마나 쉽게 이루어지는지를 의미한다. 대체탄력성 개념에 비추어볼 때 노동시장 내 가사돌봄노동자는 손쉽게 노동시장 밖 가사돌봄노동자로 대체될 수 있는, 대체탄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보육교사 160만 명 중 현재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보육교사는 23만 명에 불과하며 요양보호사는 200만 명 중 60만 명에 그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여차하면 언제든 더 낮은 비용으로 현재 가사돌봄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 인력 280만 명이 상시 대기 중인 셈이다.

 

게다가 가사관리사라는 자격제도가 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가사서비스의 진입장벽은 매우 낮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가사노동자의 대체인력 규모는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정부 주도하에 무분별하게 공급되는 가사돌봄 일자리는 공급과잉과 높은 대체탄력성을 갖게 만들어 결국 질 낮은 일자리만 양산했고 취약한 여성노동자를 양성했다. 지금이라도 시장에 필요한 적정인력을 예측하고 체계적인 수요-공급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래야만 고착된 저임금화에서 벗어나고 인력수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장진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인터뷰 이슈 산별 칼럼

토크쇼

포토뉴스

인터뷰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