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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자, 정명(正名)과 호명(呼名)에 관한 이야기

우리 곁의 돌봄, 가사서비스의 윤리적 소비를 위해

등록일 2024년06월11일 09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최승혁 가사서비스종합지원센터 홍보팀장

 

가사서비스종합지원센터(서울본부)에서는 5월 가정의 달과 가사근로자법 시행 2주년을 맞이해, ‘우리 곁의 돌봄, 가사서비스의 윤리적 소비를 위한 대국민 이벤트’를 5월 7일부터 31일까지 진행했다.

 

이벤트는 2종류의 이벤트로 구성했다. 퀴즈 이벤트는 가사근로자의 직업 명칭을 맞히는 이벤트이며, 약속 이벤트는 약속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촬영한 인증샷을 업로드하는 이벤트다. 인증샷이 어렵다면 약속문 작성으로 참여할 수 있다.

 

약속 문구는 ‘가사서비스가 필요할 때, 정부인증 제공기관을 이용하겠습니다.’, ‘가사서비스 제공자를 가사관리사라 부르겠습니다.’라는 내용이었다. 추첨을 통해 전체 참여자 중 1,500명에게 소정의 상품을 증정했다.

 


▲ 가사서비스의 윤리적 소비 약속 인증샷 참여

 

도우미, 이모 아닌 가사관리사

가사노동자의 직업명을 맞히는 퀴즈 이벤트 정답은 가사관리사다. 이 퀴즈 목적은 2023년 대국민 공모를 통해 마련한 가사노동자의 새로운 직업명 ‘가사관리사’ 명칭 홍보다.

 

직업명은 직업을 규정한다. 하는 일을 담고 있고(전문성) 사회적 인식도 반영한다. 또한, 어떤 이름으로 불리느냐에 따라 직업 고유 정체성이 갖춰지고 규정될 것이다. 가사노동자는 오랜 시간 ‘식모’, ‘이모’, ‘아줌마’ 등으로 불렸고 현재 가장 대표되는 이름은 ‘가사도우미’다. 가사도우미라는 명칭에서 전문성을 찾기는 힘들어 보인다. 도우미라는 말에는 말의 태생과 다르게 사회·문화적인 부정적 인식도 존재한다.

 

직업 명칭을 바꾼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청소부는 환경미화원으로 때밀이는 목욕관리사로 명칭을 변경했다. 직업명에서 오는 부정적인 인식을 변화하기 위함이었다. 업무 범위를 다 담지 못하거나 그 범위가 확장된 경우에 직업명을 변경한 사례도 있었다.

 

가사노동자에게도 전문성을 드러내고 자부심을 느끼게 할 만한 올바른 명칭이 필요했다. 가사노동자 인터뷰를 진행했고 현장 의견을 모았다. 대국민 선호도 조사를 통해 시민 이야기도 들었다. ‘가사관리사’라는 명칭은 이렇게 탄생했다. 직업 명칭 변경으로 가사노동자에 대한 인식 전환의 물꼬는 텄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이들을 옳게 대우하고 사회적 인식 변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노동자를 노동자라 부르지 못하고

가사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한 번도 해당 법 적용을 받은 적이 없다. 근로기준법 11조, 해당 법 사용 범위를 규정하는 조항에서 가사사용인에 대해 적용을 배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사사용인이 고용하는 노동자라서, 가구 내 고용 활동이라서, 노동자라면 당연히 누리는 4대 보험, 퇴직금, 연차유급휴가 등은 누릴 수 없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11년 「가사근로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을 채택했다. 가사근로자도 다른 노동자와 동등한 권리를 누리고 보장받아야 한다는 당연한 내용이 담겨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비준하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비공식 부문 가사근로자 보호를 위한 권고」에서, 앞서 언급한, ILO 가사근로자 협약을 비준하고 근로기준법 11조 가사사용인 배제 조항을 삭제할 것을 권고했다.

 

협약 비준도 근로기준법 11조 삭제도, 그 어떤 것도 진행되지 않은 2022년, 가사근로자 노동권이라는 큰 구멍을 메우기 위해 새로운 법, ‘가사근로자법’이 시행됐다. 가사근로자법은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에 고용된 가사노동자에 한해 최소한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제야 노동자를 노동자라 호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모든 가사노동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은 법에서 제시하는 기준을 맞춰야 인증 제공기관이 될 수 있고, 가사노동자는 인증 제공기관에 고용되어야 법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사서비스 내용과 범위에 따라 가사노동자 규모는 달라지지만,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 직업 소분류 ‘가사 및 육아 도우미’ 항목에서 가사노동자 수는 114,000명으로 집계되어 있다. (2022년 하반기 기준) 이에 반해, 가사근로자법 적용을 받는 가사노동자 수는 1,500여 명으로 확인된다. (고용노동부) 약 99%의 가사노동자들은 여전히 노동자로 호명되지 않고 있다. 두 번째 이벤트에서 정부인증 제공기관을 이용할 것을 약속하자 한 것은 이런 연유에서다.

 

연대의 힘으로

약속 이벤트 중 인증샷 업로드는 참여 과정이 번거로웠다. 약속 문구를 적거나 프린트를 해서 피켓을 준비해야 했고 피켓을 들고 인증샷을 촬영해야 했다. 마지막으로 촬영 사진을 업로드까지 해야 이벤트 참여가 완료됐으니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인증샷으로 이벤트에 참여한 인원은 약 350명이다. 40대가 약 40%로 가장 많이 참여했고 10대 미만도 1%, 70대 이상에서도 다섯 분이 참여했다. 일터에서, 가정에서, 손글씨로 문구를 쓰기도 했고 컴퓨터 화면이나 태블릿, 휴대전화에 문구를 띄워서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모두의 시간과 정성이, 수고와 노력이 더해져 이벤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주목받기보다는 주로 외면받아온 가사 노동 운동이 함께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벤트 참여 목표 인원은 10,000명. 목표 인원을 달성한 건 이벤트 개시 11일 만이었다. 이벤트 홍보 초기 한국노총 조합원이 큰 힘이 됐다. 노동자 연대의 힘으로 이벤트가 빠르게 퍼져 나갈 수 있었다.

 

이벤트는 성황리에 끝났지만, 언제나 그렇듯, 갈 길은 멀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가사관리사가 아니라 아줌마, 이모, 가사도우미이며, 99%의 가사노동자는 노동자로 호명되지 못하고 있다. 계속해서 힘을 모아야 하는 이유다.

 

가사관리사가 제대로 대우받고 옳게 호명될 수 있도록 한국노총을 비롯한 모든 노동자가 힘을 보태주길 바란다. 더불어, 우리 노동자는 노동자이며 소비자이기도 하다. 소비자로서 행해야 할 윤리적 책임도 잊으면 안 될 것이다. 가사서비스가 필요할 때는 정부인증 제공기관을 이용하고, 가사노동자는 가사관리사라 불러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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