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돌봄서비스 외국인력 도입 이슈, 그 처음과 끝

최영미 한국노총 전국연대노조 가사·돌봄서비스지부장

등록일 2024년04월12일 09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1년 6개월 전인 2022년 9월 28일, 느닷없이 오세훈 서울시장이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의 급여는 월 38만-76만 원 수준’이라며 ‘저출산 해결을 위해 외국인 육아도우미’ 도입을 국무회의에서 건의했다고 공개했다.

 

전후 맥락 없는 돌발 발언이 언론의 관심(?) 덕분인지 일파만파로 번져나가더니 2023년 3월, 조정훈 의원은 더 나아가 ‘외국인 가사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가사근로자 고용개선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노동, 여성, 이주민단체, 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반대와 항의가 쏟아졌지만, 두 달 뒤인 5월에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외국인 가사도우미 도입’을 주문했고, 노동부는 이를 받아 같은 해 7월,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공청회’를 통해 시범사업을 공식화했다.

 

지난 3월 5일 발표된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부담 완화 방안’이라는 한국은행의 보고서는 이러한 일방통행식, 내리꽂기식 정책의 종합판이자 완결판이다. 간병과 육아를 담당하는 돌봄서비스에서 국민의 비용부담이 가중되고 있으니 외국인을 ‘최저임금을 주지 말고’ 데려와 비용부담을 줄이자는 것이 골자이다.

 

‘저임금의 외국인력’이 촉발한 우리 사회 돌봄 이슈

이렇듯 1년 이상 우리 사회를 달구고 있는 이 이슈를 이제는 정리해보자. 저임금으로 외국인을 데려오자는 주장의 논거는 바뀌지만 계속 등장하는 키워드는 ‘저출산’, ‘여성의 경력단절’, ‘돌봄 비용의 부담’이고 일관된 해결방안은 ‘저임금의 외국인력 도입’이며 그 변명은 ‘내국인력 부족’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저임금도 감내하는 내국인력 부족’일 것이다.

 

먼저, 외국인력을 데려온다고 해서 출산율이 높아지거나 더 많은 여성이 경제활동에 나서지는 않는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므로 여기에서는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을 잠시 살펴보는 것으로 가름하자.

 

기본계획에서는 저출산의 원인으로 노동시장 격차와 불안정 고용 증가, 교육·주거의 부담, 성차별적 노동시장과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그리고 경직된 가족 규범과 제도 등을 들면서 영아 수당 신설, 부모의 육아휴직 활성화, 비정형 노동자를 포함한 육아휴직 권리의 보편화, 공공보육과 온종일 돌봄 지속 확충, 다자녀가구 주거 및 교육 지원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오랜 논의를 통해 나온 이러한 정책의 실효를 계속 검증하고 보완해나가는 것이다.

 

‘돌봄의 국가책임 강화’는 피할 수 없는 돌봄의 종착역

다음으로 돌봄 비용의 부담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사, 육아, 간병 및 요양 등 모든 돌봄 비용이 원칙적으로 개인의 부담이다. 아이 돌봄, 산모 돌봄, 노인 요양은 정부가 바우처를 지원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 이용시간 제한과 자부담이 포함되어 있고 노인 요양은 사회보험방식으로서 역시 자부담이 크다.

 

가사 돌봄과 간병은 거의 전적으로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돌봄의 국가책임이 요구되는 가운데 이러한 사업들은 조금씩 대상층이 넓혀지고 있으며 간병의 경우 간호간병통합서비스, 간병료 보험 급여화의 확대가 논의되고 있다.

 

지금 해야 할 일은 맞벌이 가구의 증가, 고령화라는 인구 사회학적 변화 속에서 돌봄의 국가 공급을 더욱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연 국가 재정의 얼마가 돌봄서비스에 투여되고 있는지 분석하고 이를 확대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과연 ‘돌봄서비스’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만큼이나 국가 재정이 투입되고 있을까?

 

▲ 3월 12일 오전 10시 한국은행 앞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차별과 돌봄서비스 시장화 부추기는 한국은행 규탄 기자회견’

 

이미 100만 명이 넘는 돌봄 노동자, 문제는 열악한 근로조건

마지막으로 ‘인력의 부족’이다. 우리나라는 내년, 빠르면 올해 말에 초고령사회에 진입해 만65세 이상 인구가 20%를 넘을 전망이다.

 

고령화는 돌봄 수요 증가의 근거, 돌봄 인력 부족의 근거로 늘 인용되지만, 한편으로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건강한 노인’이 늘어난다는 점은 자주 간과된다.

 

실제로 2023년 고용통계를 보면 60대 고용률은 58%를 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고 특히 60대 여성은 5명 중 1명이 대부분 돌봄업종인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지난 2월 고용 동향도 유사한 추세를 보여주어 60대가 취업자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 가사, 육아, 요양, 간병에 종사하는 돌봄 노동자의 숫자는 현재 100만 명을 웃돌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대로라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돌봄 노동자들이 어떠한 직무에 종사하건 최저임금에 대기시간, 이동시간,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열악한 위치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다수가 계약직이며 호출제 노동으로 안정된 월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직장 이동률이 매우 높으며 두 개 이상의 기관에 적을 두고 있는 사람도 많다.

 

돌봄 노동자는 사회적 인식이 상대적으로 좋은 곳을 선택하기 때문에 그간 비공식 부문의 가사, 육아에 있던 사람들은 노인 요양이나 정부의 아이 돌봄서비스로 이동하곤 한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에서 ‘돌봄 인력의 부족’은 전망치로 나타나고 있을 뿐 실제로는 ‘열악한 근로조건’으로 인해 ‘노동시장 진입과 퇴출을 반복하는’ 다수의 돌봄 노동자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일은 인력이 부족한 곳이 어디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밝혀내고 근로조건을 개선함으로써 돌봄에 진입하는 노동자들을 노동시장에 정착시키는 일이다.

 

얼토당토않게 ‘저임금의 외국인력’으로 촉발된 돌봄의 이슈, 이제 우리가 ‘돌봄의 국가책임’으로 끝을 맺자. 인구 및 사회구조의 변화는 분명하다. 1

 

00만이 넘는 돌봄 노동자, 늘어나는 돌봄 수요, 떠오르는 돌봄 산업. 하지만 여전히 개인에게 맡겨져 있는 돌봄의 책임, 직종과 상관없이 열악한 근로조건. 이제 한국노총은 ‘돌봄의 국가책임’을 현실화하기 위한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

 

돌봄 기본법과 같은 법·제도의 마련, 돌봄 노동자의 보호와 조직화, 가정 내 돌봄 노동자를 원천적으로 제약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11조 가사사용인 적용제외 조항 폐지, 이주노동자 보호의 대원칙인 ILO 가사노동자협약 비준 등 이 논의의 끝은 우리, 현장이 맺어야 한다.

 

 

 

 
최영미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인터뷰 이슈 산별 칼럼

토크쇼

포토뉴스

인터뷰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