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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년 퇴직자의 서러운 사연

이동철의 상담노트

등록일 2023년12월28일 13시1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경기도 부천의 어느 사회복지관에서 일하는 양아무개씨는 늦은 나이에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을 시작했다. 20여년간 복지관에서 노동자 문화프로그램을 고민하고 회원들의 불편사항을 듣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정년퇴직을 앞둔 50대 중반에는 고령 노동자 재취업을 위한 프로그램 운영에 힘썼다.

젊은 시절 다녔던 직장보다 임금은 적지만 사회공익적 가치가 큰 직업이라 보람의 가치는 컸다. 그렇게 일에 매진하다 그 역시 60세 정년을 맞이했고 이제 이 사회복지관에서는 마지막 한주를 남기고 수십 년의 활동을 정리하고 있다. 퇴직을 앞둔 양씨에게 정년의 쓸쓸함보다 서러운 일이 생겼다. 마지막 해 1년을 온전히 개근하고도 해당 연도의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출처=이미지투데이

 


근로기준법 60조1항이 규정한 유급 연차휴가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한 노동자에게 주어진다. 대법원은 판례(2014다232296·232302)를 통해 “(노동자가) 연차휴가에 관한 권리를 취득한 후 1년 이내에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아니하거나 1년이 지나기 전에 퇴직하는 등의 사유로 인해 더 이상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할 경우 사용자에게 그 연차휴가일수에 상응하는 임금인 연차휴가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해석한다.

정상이라면 그는 정년 퇴직일인 올해 12월31일까지 개근할 예정이었다. 마지막 해 1년 중 소정 근로일을 개근해 마지막 해에 발생하는 연차휴가는 정년퇴직으로 다음 해에 사용할 수 없으므로 연차휴가 미사용 수당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2018년 6월 대법원의 판결로 기대가 무너졌다. 당시 대법원 제1부는 판결(2016다48297)을 통해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다른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그 전년도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날 발생한다고 봐야 하므로, 그 전에 퇴직 등으로 근로관계가 종료한 경우에는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연차휴가수당도 청구할 수 없다”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결 이후 고용노동부는 2019년 7월 행정해석을 통해 해당 판결의 취지에 따라 마지막 해 12월31일이 정년퇴직일인 노동자의 경우 해당 연도 출근율을 충족했더라도 연차휴가의 사용권리가 발생하는 다음해 1월1일 전에 근로관계가 종료했기 때문에 정년퇴직한 해의 연차휴가는 발생하지 않으며 수당 청구도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대법원의 판결과 이에 따른 노동부의 행정해석 변경은 명백히 노동자의 연차수당 청구권을 부당하게 제약한 해석이다. 정년퇴직자나 기간제 노동자의 경우 해당 연도의 마지막 날까지 기간을 정하는 근로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이다. 보통 1월1일~12월31일까지 1년을 근로계약하거나 정년을 그해 12월31일로 정하고 마지막 날까지 근로를 제공할 경우 연차휴가 발생을 위한 해당 연도의 출근율을 충족하더라도 다음해 1월1일에 고용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노동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사용자에 의해 결정된다.

노동자는 연차휴가 발생의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기간제 근로계약이나 정년퇴직이라는 제도의 한계로 인해 부당하게 연차휴가 미사용에 따른 수당청구권을 빼앗기는 것이다. 해당 판결을 내린 대법관들은 별도의 법적 논증도 없이 간단하게 연차휴가 사용권이 1년의 근로일 이후에 발생하니 그 전에 퇴직하면 수당 청구도 불가하다고 판단했다.

이런 판결 이후 노동현장에서는 1년1일을 재직한 노동자는 1년에 대한 연차휴가 15일에 대한 수당을 온전히 다 받을 수 있는데 1년을 재직하고 퇴사한 노동자는 15일의 연차휴가에 대한 수당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역설적 상황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무엇보다 연차휴가 미사용에 따른 수당청구권에 대해 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를 방치한 국회와 정부의 책임이 크다.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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