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요지]
사용자가 연차유급휴가 사용촉진 조치를 하였음에도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아니하여 연차휴가가 소멸된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에 대하여 보상할 의무가 없다. 다만, 위와 같은 휴가 미사용은 근로자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른 것이어야 한다. 근로자가 지정된 휴가일에 출근하여 근로를 제공한 경우 사용자가 휴가일에 근로한다는 사정을 인식하고도 노무의 수령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표시하지 아니하거나 근로자에 대하여 업무 지시를 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가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어 사용자는 근로자가 이러한 근로의 제공으로 인해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에 대하여 여전히 보상할 의무를 부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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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관계
사용자는 2016. 7. 6. 노동자에게 미사용 연차유급휴가 일수가 21일임을 알려주며 휴가 사용 시기를 정하여 통보해줄 것을 촉구했다.1 이에 노동자는 사용자에게 21일의 미사용 연차유급휴가 중 11일에 대한 시기를 지정 하여 알렸으나, 실제로는 하루만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고 나머지 10일은 정상적으로 출근하여 근무했다. 이후 노동자는 2016. 11. 24. 사용자에게 20일의 연차유급휴가 사용 시기를 다시 지정했지만, 20일의 휴가 지정일 중 4일은 해외 출장을 가야 했고, 나머지 16일에도 정상적으로 출근해 근로를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별다른 이의 없이 노무제공을 수령했다.
대상판결의 쟁점 및 시사점
연차유급휴가는 일정한 출근율을 요건으로 발생하는바 ‘근로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격을 가지며,2 동시에 근로자에게 일정기간 근로의무를 면제함으로써 정신적·육제척 휴양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휴식 제도’로서의 성격 역시 갖는다.3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은 연차유급휴가의 근로보상적 성격을 반영하는 것인 반면, 근로기준법 제61조에 따른 연차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는 사용자가 휴가사용촉진을 위한 노력을 다한 경우 사용자의 보상의무를 면제함으로써 휴식을 위한 연차유급휴가의 사용을 강조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연차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는 ‘사용자의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 지급의무 면제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어 남용되기도 한다.
위 사건에서 원심은 사용자가 적법한 연차유급휴가 사용촉진을 하였으므로 사용자에게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보았으나, 대상판결은 ①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제61조 제1항 제1호4 에 따른 사용촉진을 하였을 뿐, 동조 동항 제2호5 에 따른 사용촉진은 하지 않은 점, ② 근로자가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휴가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는 점에 비추어 사용자가 여전히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 지급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두 번째 부분이다.
대상판결 역시 근로기준법 제61조와 같이 사용자가 연차유급휴가 사용촉진을 적법하게 하였음에도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 미사용 휴가에 대한 사용자의 보상의무는 소멸된다고 본다. 다만 대상판결은 사용자의 보상의무가 소멸되기 위하여는 근로자가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지 않아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근로자가 지정된 휴가일에 출근하여 근무함에도 사용자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경우 역시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인정하지 않아, 사용자가 연차유급휴가 촉진제도를 남용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즉, 단지 연차유급휴가 사용을 촉진하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촉진에 따라 근로자가 실제로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결국 대상판결은 연차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의 남용을 방지하고 해당 제도의 본래 취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대법원은 대상판결 이전의 다른 사건에서 약정휴일을 근로기준법 제62조6 에 따른 대체휴가일로 정할 수는 없다고 본 바 있다.7
근로기준법 제62조에 따른 대체휴가 제도 역시 연차유급휴가 사용을 촉진하기 위한 취지의 제도임을 고려할 때, 최근의 두 판결 모두 사용자가 근로기준법상 휴가와 관련된 규정을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휴식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이러한 최근 대법원 판결의 흐름에 따라, 연차유급휴가에 관한 구체적인 실무와 관련해 ‘근로자의 휴식권 보장’이라는 본래 제도 취지가 핵심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각주>
1. 근로기준법 제61조(연차 유급휴가의 사용촉진) ① 사용자가 제60조제1항ㆍ제2항 및 제4항에 따른 유급휴가(계속하여 근로한 기간이 1년 미만인 근로자의 제60조제2항에 따른 유급휴가는 제외한다)의 사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휴가를 사용하지 아니하여 제60조제7항 본문에 따라 소멸된 경우에는 사용자는 그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에 대하여 보상할 의무가 없고, 제60조제7항 단서에 따른 사용자의 귀책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것으로 본다.1. 제60조제7항 본문에 따른 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을 기준으로 10일 이내에 사용자가 근로자별로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 일수를 알려주고, 근로자가 그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도록 서면으로 촉구할 것2. 제1호에 따른 촉구에도 불구하고 근로자가 촉구를 받은 때부터 10일 이내에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의 전부 또는 일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사용자에게 통보하지 아니하면 제60조제7항 본문에 따른 기간이 끝나기 2개월 전까지 사용자가 사용하지 아니한 휴가의 사용 시기를 정하여 근로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할 것
2. 대법원 2017. 5. 17. 선고 2014다232296 판결
3.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8다41666 판결
4. 구 근로기준법 제61조 제1호
5. 구 근로기준법 제61조 제2호
6. 근로기준법 제62조(유급휴가의 대체)사용자는 근로자대표와의 서면 합의에 따라 제60조에 따른 연차 유급휴가일을 갈음하여 특정한 근로일에 근로자를 휴무시킬 수 있다.
7. 대법원 2019. 10. 18. 선고 2018다239110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