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의 한 버스회사는 2016년 3월 사업장의 유일한 노동조합이던 제주지역 자동차노조와 ‘제3조에 규정한 자(승무원직 근로자 이외의 근로자)를 제외하고는 채용과 동시에 자동으로 조합원이 되고, ○○여객운수는 조합원에 한하여 근무시킨다. ○○여객운수는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를 면직시켜야 한다’는 취지의 유니온숍 조항을 포함한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여객운수 노동자는 총 72명이었고, 그중 운전기사 64명은 모두 제주지역 자동차노조에 가입한 상태였다. 그런데 전국운수산업 ○○버스노조가 2017년 12월 이 사업장에 지회를 설립해 사업장 안에 복수의 노조가 존재하게 됐다. 그러나 제주지역 자동차노조는 여전이 노동자 3분의 2 이상 조합원이 가입한 지배적 노조였다.
그러던 중 2017년 8월 입사한 노동자 3명이 제주지역 자동차노조에 가입하거나 탈퇴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전국운수산업 소속 지회에 곧바로 가입하자 회사는 유니온숍 협정에 어긋난다며 이들을 면직했다.
면직된 노동자들은 위와 같은 면직은 부당해고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제주지노위에서는 기각되었으나 노동자들이 중노위에서 재심을 신청했고, 중노위는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이에 버스회사는 소송을 냈다.
유니온숍 협정 효력은 어느 노조에도 가입하지 않는 노동자에게만 해당
헌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근로기준법 등 관련 법령의 문언과 취지 등을 함께 고려하면, 노동자에게는 단결권 행사를 위해 가입할 노동조합을 스스로 선택할 자유가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된다. 나아가 노동자가 지배적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거나 그 조합원 지위를 상실하는 경우 사용자가 그 노동자와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도록 하는 내용의 유니온숍 협정이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지배적 노동조합이 가진 단결권과 마찬가지로 유니온숍 협정을 체결하지 않은 다른 노동조합의 단결권도 동등하게 존중되어야 한다.
유니온숍 협정이 가진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지배적 노동조합이 체결한 유니온숍 협정은 사용자를 매개로 한 해고의 위협을 통해 지배적 노동조합에 가입하도록 강제한다는 점에서 그 허용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지배적 노동조합이 사용자와 체결한 유니온숍 협정 효력을 노동자의 노동조합 선택의 자유와 타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침해하는 경우에까지 그대로 인정할 수는 없다. 유니온숍 협정의 효력은 어느 노동조합에도 가입하지 아니한 노동자에게만 미친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신규로 입사한 노동자가 노동조합 선택의 자유를 행사하여 지배적 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에 가입한 경우에는 유니온숍 협정의 효력이 해당 노동자에게까지 미친다고 볼 수 없고, 비록 지배적 노동조합에 대한 가입 및 탈퇴 절차를 별도로 거치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용자가 유니온숍 협정을 들어 신규 입사자를 해고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해고로서 무효로 보아야 한다.
대상판결의 시사점
유니온숍 협정은 해고를 수단으로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가입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조합원유지 조항(mainteneance of membership)이나 연대금 조항(agency shop) 등 어떠한 조직강제조항보다 노동조합 조직의 확대와 유지에 효과가 있음은 다툼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유니온숍 협정은 개별 노동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거나 임의로 탈퇴할 수 있는 자유, 이른바 소극적 단결권을 박탈할 뿐만 아니라 복수노조가 병존하는 상황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단결선택권을 침해할 수도 있기 때문에 그 효력 유무에 대해서 다툼이 있어왔다.
유니온숍 협정의 효력과 관련해서 먼저 ① 헌법 제33조 제1항에서 정한 단결권에는 노동조합에 가입할 적극적 단결권뿐만 아니라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않을 소극적 단결권도 보는 학설에 따라 유니온숍 협정이 헌법을 위반하여 무효라는 견해와 ② 노동조합 가입이 강제되는 일반적 조직강제를 넘어 특정 노동조합 가입을 강제하는 제한적 조직강제는 적극적 단결권 중 하나인 단결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어서 무효라는 견해, ③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2호 단서에 따른 경우에는 제한적 조직강제도 인정될 수 있다는 견해 등이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는 유니온숍 협정을 용인하고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제2호 단서가 노동자의 단결권을 보장한 헌법 제33조 제1항 등에 위반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근로자의 단결선택권과 노동조합의 집단적 단결권(조직강제권)이 충돌하는 측면이 있으나, 근로자의 실질적 자유와 권리는 노동조합을 통한 단결에 의해서만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단결강제가 곧바로 근로자의 단결선택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하면서 ‘제한적 조직강제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전원재판부 2002헌바95, 2005. 11. 24.).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따라 일선 노동현장에서는 유니온숍 협정이 체결된 사업장에 입사한 근로자가 지배적 노동조합이 아닌 노동조합에 가입하고자 하는 경우에 지배적 노동조합에 가입했다 탈퇴하는 절차를 거친 뒤에 다시 다른 노동조합에 가입하도록 지도해 왔다.
그런데 대상판결은 유니온숍 협정이 더 이상 ‘특정 노동조합에 대한 조직강제’가 아니라 다른 노동조합에게도 적용되는 ‘일반적 조직강제’로 그 효력의 범위를 축소하였다는 점에 그 의미가 있다. 따라서 유니온숍 협정이 시행되고 있더라도 새로 입사한 노동자는 지배적 노동조합에 반드시 가입할 의무가 없으며, 지배적 노동조합 이외의 다른 노동조합에 가입한다 하더라도 사용자는 불이익처분을 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