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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선천성 심장질환도 업무상 재해

지하림(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

등록일 2020년06월17일 17시5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6두41071 판결, 요양급여신청반려처분취소

 

사건개요

원고들은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들로, 2009년에 임신하여 2010년에 아이를 출산했고, 그 아이들은 모두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있었다. ○○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들 중 15명이 2009년에 임신했는데, 그 중 6명만이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고, 4명이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했으며, 나머지 5명은 유산했다.

 

간호사의 근로여건과 작업환경이 쟁점이 되어 ○○ 병원은 2011년 노사합의로 □□대학교에 역학조사를 의뢰했다. 원고들은 □□대학교로부터 제출받은 역학조사 보고서의 내용을 토대로 원고들이 임신 초기에 임신한 여성과 태아의 건강에 유해한 요소들에 노출되어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발생했으므로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2012년 12월 경 근로복지공단(대상판결 사건의 피고)에 요양급여를 청구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함)에서 업무상 재해란 ‘노동자 본인’의 부상·질병·장해·사망만을 의미하며 원고들의 자녀는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요양급여 부지급처분을 했다. 이에 원고들은 2013년 9월 다시 피고에 요양급여를 청구했으나, 근로복지공단은 ‘민원서류 반려처분’을 했다.

 

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선천성 심장질환도 업무상재해

대상판결의 쟁점은 첫째, 임신한 여성 노동자의 업무에 기인하여 태아에게 질병인 생긴 경우에 이를 여성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둘째, 위와 같은 경우가 여성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이후 출산으로 모체와 태아가 분리되더라도 여전히 여성 노동자가 요양급여 수급권을 갖는지 여부이다.

대상판결은 산재보험법의 해석상 모체와 태아는 ‘한 몸’이므로 임신한 여성 노동자의 업무에 기인하여 태아에게 선천성 심장질환이 생겼다면, 이는 여성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대상판결은 헌법 제32조 제4항 및 헌법 제36조 제2항에 의하면 국가는 모성을 특별히 보호하여야 하는데, 노동의 영역에서 또한 국가는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업무상 유해 요소로부터 임신 중인 여성 노동자와 그 태아를 보호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시했다.

 

또한, 여성 노동자의 출산으로 모체와 태아가 분리되는 경우에, 업무상 재해로 보험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법률관계가 성립한 이상 이후 노동자가 퇴직 등으로 노동자 지위에 있지 않게 되더라도 여전히 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있는 것처럼, 여성 노동자가 태아의 선천성 심장질환에 따른 요양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법률관계가 이미 성립되었다면 출산 이후에도 여성 노동자는 요양급여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았다.

 

판결의 시사점

현행 민법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와 태아는 제3자의 불법행위에 대하여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다. 위 사건의 경우에 비추어 보면, 태아는 ○○병원을 상대로 ○○병원이 모체인 여성 노동자를 건강에 유해한 요소들에 노출시켜 결과적으로 태아 본인에게 선천성 심장질환을 발생시킨 데에 대한 배상책임을, 여성 노동자는 선천성 심장질환을 가진 아이를 출산함으로 인해 지출한 치료비 등의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태아가 ○○병원의 행위가 위법하고 고의 또는 과실이 있으며, ○○병원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태아에게 그러한 질환이 발생하였음을 입증해야 한다.

 

반면에 산재보험제도는 업무에 기하여 발생한 신체적·정신적 피해는 사업주의 위법행위, 고의 또는 과실 없이도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자의 권리구제에 보다 적극적이다. 결국 산재보험제도를 통해 노동자가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확대되는 것이 노동자 입장에서 바람직하다.

 

그런 면에서 대상판결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고 실현하였다고 볼 수 있다. 또한, 대상판결은 위와 같이 임신한 여성 노동자의 업무에 기한 태아의 건강손상을 업무상 재해에 포함시키는 것이 사업주로 하여금 막중한 보상비용을 부담하지 않게 한다는 점에서 사업주에게도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대상판결 중 가장 주목할 부분은 산재보험법이 ‘노동자 본인’에 대한 재해만을 규율하고 있음에도, 노동자 본인이 아닌 ‘태아’에게 질병이 발생한 것을 두고도 ‘여성 노동자’의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가 산재보험법의 법문언을 해석할 때 문리적 해석에 의하여 사안을 판단했다면, ○○병원이 여성 노동자를 건강에 유해한 요소들에 노출시켰음에도 노동자 본인이 아닌 태아에게 질병이 발생한 이상 산재로 인정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헌법이 정한 국가의 여성과 모성의 보호 의무를 확인하면서, 국가의 적극적 책무의 범위를 여성의 직업 수행의 영역에까지 확장했다. 그리고 국가의 헌법상 책무를 적극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방법으로 단순히 법문언에 갇히기보다는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률 해석을 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미 알고 있듯이 산재보험제도가 존재함에도 그 혜택을 보지 못하는 노동자가 많다. 대상판결이 개별·구체적 사안에 대한 판단이기는 하지만 노동자의 근로환경, 노동권 보호를 위해 국가에게 적극적 책무가 있음을 확인하고, 산재보험제도가 적용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였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판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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