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하계휴가 시즌을 맞아 일거리가 줄어 들었다며 쉬라더니 연차휴가로 까더라고요. 이게 적법한가요?”
매일같이 연차휴가 관련 상담이 쏟아진다. 주된 상담 내용은 연차휴가 산정방식과 연차휴가 사용 시기를 둘러싸고 노사 간에 벌어지는 분쟁이다.
일하는 노동자에게 휴가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다. 노동은 일하는 노동자와 떼려야 뗄 수 없으며, 인간은 적절한 휴식을 취하지 않으면 계속해 에너지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연차휴가 제도는 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사용자로서도 노동자가 노동력을 재생산하여 생산성을 유지하게 하는 데 필수적 요소다.
△출처=이미지투데이
그러나 노동현장에서는 사용자에 의해 연차휴가 제도가 왜곡되는 사례가 많다.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연차휴가를 산정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입사일을 기준으로 연차휴가를 부여하는 것이 원칙임에도 사업장에서는 회계연도라는 사업주 편의에 따른 연차휴가 부여 방식을 고집하고 있으며 고용노동부는 이를 행정해석으로 용인하고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연차휴가를 산정하면 노동자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가 있다. 입사일을 기준으로 퇴사일이 입사일보다 앞설 경우에 퇴사하면 입사일을 기준으로 연차휴가를 부여할 때보다 노동자는 연차휴가일수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이는 아주 특수한 경우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연차휴가를 부여하는 회사에서 노동자는 퇴직 시점에서 입사일을 기준으로 연차휴가를 재산정할 경우, 입사일로 재산정한 연차휴가 일수가 더 유리하다면 입사일을 기준으로 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연차휴가에 대해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이론에 불과하다.
노동자는 퇴사 시점에서 근속 기간 중 매해 입사일을 기준으로 발생하는 연차휴가와 회사의 회계연도를 기준으로 발생하는 연차휴가를 비교해 차이가 나는 일수만큼 사용하지 못했을 것이므로 이를 미사용 연차수당으로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임금채권에 해당하는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의 소멸시효는 3년이다. 연차휴가는 입사일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에 발생하므로 입사일로부터 4년을 초과한 노동자의 경우라면 회사의 회계연도 산정방식에 따라 입사일보다 감소한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한 수당 청구권이 소멸하는 것이다.
연차휴가를 노동자가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정한 근로기준법의 조항이 노동 현장에서 무력화되는 것도 문제다. 근로기준법 60조5항은 사용자는 근로자가 청구한 시기에 연차휴가를 주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 현장에서는 회사가 경영자의 필요에 따라 연차휴가를 특정일에 대체하는 ‘휴일의 대체’ 제도가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하계휴가다. 7월 말부터 8월 초에 집중된 사업장의 하계휴가 시기에 사용자가 노동자들의 연차휴가를 마음대로 몰아 사용케 강제하는 것이다. 휴식의 패턴이 다변화하고 있는 현실에 맞지 않는 회사의 일방적 경영방침을 고용노동부는 취업 규칙 등으로 ‘휴일의 대체’ 조항을 정하고 있다면 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에 따라 연차휴가를 대체할 수 있도록 정한 근로기준법 62조도 개정해야 한다. 근로자 개인의 휴가 청구권을 노동조합도 아니고 그 선출방식조차도 불분명한 ‘근로자대표’에 위임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크다.
마지막으로 상시근로자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는 ‘그림의 떡’인 연차휴가 제도 적용 확대가 필수적이다. 영세 사업주의 부담을 고려하더라도 장시간 근로를 막고 일·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데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가 배제될 수는 없다. 사업주의 부담을 이유로 계속해서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를 배제하면 5명 이상 사업장 노동자와 비교해 근로조건에서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의 상대적 박탈감이 확대될 것이고, 영세 사업장은 노동자들의 기피 일터가 될 것이다.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