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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철탑에 오른 이유

광양 포스코 하청 노동자 투쟁 경과 및 과제

등록일 2023년08월01일 13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이효원 한국노총 금속노련 홍보차장

 

“포스코 광양제철소 하청 노동자들이 천막 투쟁을 시작한 지 400일을 향해가고 있다. 바람과 시간이 깃발을 반 토막으로 만들었다. …… 이 투쟁을 매듭지으려 한다. 늘 마음이 무거웠다. 끝을 볼 때까지 광양을 떠나지 않겠다는 각오로 농성을 시작한다.”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이 포스코 사내 하청 '포운' 노조의 투쟁에 결합하며 한 말이다. 김만재 위원장과 김준영 사무처장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광양을 떠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급단체 위원장과 간부가 내려와 협상을 요구하는데도 회사의 태도는 변하지 않았다. 이 사람, 저 사람과 비공식 만남과 간담회로 김준영 사무처장을 탁구공처럼 이리저리 보냈고 그 과정에서 구체적인 결과물은 전혀 없었다. 이에 노조는 5월 29일, 30일 이틀간 각각 2시간, 4시간의 부분파업을 진행했다. 그러자 원청인 포스코는 대체근로를 투입했고, 포운 사측은 쟁의행위가 불법이라는 공문을 보냈다. 그날 새벽, 김준영 사무처장은 8.7m 철탑에 올랐다.

 


▲ 고공 농성 중인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

 
고공 농성 강제진압과 폭력, 유혈사태 … 그 끝은 사회적 대화 단절

“동종업종의 비슷한 차를 (대체근로로) 집어넣었다고 하면 분노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 포운의 차를 딴 놈들이 타겠다는 거, 이것이 우리 노동자들의 쟁의권을 박탈하는 가장 잔악한 범죄이기 때문에 철탑을 결심했다.”

 

철탑이 세워지고 동이 트자, 순식간에 경찰들이 몰려와 철탑을 에워쌌고 에어매트를 사방에 설치했다. 에어매트 설치는 곧 철거의 시작임을 모두 잘 알고 있는 탓에 김준영 사무처장은 철탑을 흔들며 저항했고, 김준영 사무처장이 흥분한 상태가 걱정된 김만재 위원장은 에어매트를 설치하지 말고 경찰통제선을 두르지 말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경찰 7명은 강력범죄 현행범을 체포하듯 갑자기 달려들어 김만재 위원장을 제압하며 얼굴을 아스팔트 바닥에 짓이기고 15초 이상 무릎으로 목을 짓눌러 숨도 쉬지 못하게 하고 뒷수갑을 채워 연행했다. 이날은 오후에 교섭이 예정되어있었다. 김만재 위원장은 교섭에 참여하는 당사자였다.

 

경찰의 폭력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김만재 위원장이 체포된 지 만 하루도 되지 않은 5월 31일 새벽, 경찰 6개 중대가 철탑을 둘러쌌고 소방굴절차(스카이크레인) 2대가 배치되었다. 소방굴절차에는 각각 1명의 소방관과 약 1.5m의 경찰봉과 방패, 헬멧으로 무장한 2명의 형사가 타고 철탑에 접근했고, 김준영 사무처장은 소방굴절차 난간을 비계 지지대로 때리며 접근을 막았다.

 

그러나 가까이 접근한 4명의 형사는 경찰봉으로 김준영 처장의 온몸을 30여 차례, 특히 머리를 15차례 집중타격해 철탑 위에 쓰러지게 했고, 의식이 흐려진 그를 지상으로 끌고 내려왔을 때는 머리에 피를 철철 흘리고 있었으며, 무릎 연골이 파열돼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태였다.

 

한국노총은 김준영 사무처장의 연행된 후 오후 1시 40분 국회 정론관에서 <인권 무시, 노동자 폭력진압 윤석열 정권 공권력 남용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해 윤석열 정권 심판 투쟁의 시작을 선언했다. 광양에서도 비슷한 시각인 오후 2시 광양경찰서 앞에서 <노동 탄압 폭력 만행 윤석열 정권 규탄 한국노총 기자회견>을 개최해 김준영 사무처장의 폭력 연행을 규탄했다.

 

다음날인 6월 1일, 금속노련은 김만재 위원장이 구속된 순천경찰서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고, 김만재 위원장은 구속영장이 기각되어 풀려났다. 그러나 6월 1일 늦은 밤 기습적으로 청구된 김준영 사무처장의 구속영장은 발부되어 지금까지 구속상태에 있다.

 

한국노총은 6월 2일 <김준영 사무처장 폭력진압 경찰 규탄 기자회견>을 경찰청 앞에서 개최하고, 6월 8일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이어 6월 19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경찰이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과 김준영 사무처장을 폭력·과잉 진압해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을 제기했다.

 

그러나 6월 29일 검찰은 김준영 사무처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일반교통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회사의 ‘노조 깨기’, 하청노동자 노동3권 쟁취에 나서자

포운 노조의 과거 이름은 ‘성암산업 노조’다. 성암산업 노조는 2020년 회사가 폐업하며 140명을 일시에 해고하겠다고 해 국회 앞 단식 농성을 벌였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1년 뒤에 한 회사에 다시 모이기로 약속하며 5개 회사로 조합원들이 뿔뿔이 흩어졌다가 1년 뒤인 2021년 한 회사인 ‘포운’에 다시 모였다.

 

흩어졌던 조합원들이 모인 이후에 회사는 노조의 단체협약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로 인해 여전히 ‘성암산업’ 소속일 때 받던 2018년도 임금을 2023년에도 받고 있어 임금교섭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70회 이상 교섭을 하는 시늉만 했을 뿐 타결의 의지는 전혀 없다.

 

이름만 바뀌는 사측은 2018년 당시 노조의 교섭 요구에 교섭해태로 일관하다가 폐업을 선언하더니, 70회 이상 교섭에서도 노조를 인정하지 않았다. 박옥경 포운 노조 위원장은 “사내 하청은 원청과 1년마다 계약을 갱신·변경하고, 3년 주기로 사장과 회사명이 바뀌고, 근로조건도 원청에 의해 결정되고 그마저도 최저임금 수준이다”며 “이런 하청에서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하려면 이른바 <업체갈이>, <폐업>, <사업반납>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포스코 하청 노동자들만의 일이 아니다. LG트윈타워 노동자들, 홍익대 청소‧경비노동자들, 2023년 현재 금속일반노동조합 소속의 SK넥실리스협력사지부, NPF지부, 서진캠협력사지부, KG스틸협력사지부 등이 투쟁하는 이유는 같다.

 

▲ 하청노동자 노동3권 보장과 김준영 사무처장 석방을 위한 금속노련 천막 농성장(서울 여의도)

 

결국, 하청 형태로 일하는 노동자들은 회사 폐업으로 계약이 만료되면 보호받을 수가 없다. 그래서 2021년 금속노련이 소속된 한국노총 제조연대는 더불어민주당 환경노동위원장 송옥주 의원과 함께 「사업이전에서의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으나, 해당 법은 현재 환노위에서 잠자고 있다. 이미 진행 중인 제2, 제3의 포운 사태를 막기 위해서 반드시 해당 법안이 통과되어야 한다.

 

“모두 철탑에 올라주세요!”

광양에서의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두 달여가 지났다. 워낙 충격적인 사건이었기에 많은 이들의 뇌리에, 마음속에 잊혀지지 않는다.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단절함으로써 지난 17년간 지켜온 노사정 대화 주체로서의 자리를 과감히 떠나며 정권 심판 투쟁을 선포했다. 금속노련은 정권 심판을 넘어 정권 퇴진을 위해 ‘윤석열 정권 퇴진 운동본부 준비위원회’에 참여하며, 7월 15일 1차 범국민대회, 8월 12일 2차 범국민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엄중하고 날 선 비판으로 정권을 심판하든, 범국민 퇴진운동에 합류하든, 김준영 사무처장이 지난 6월 7일 구속상태에서 전한 편지에서의 부탁처럼 동지들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철탑에 올라주기 바란다. 우리가 김준영이 되어 그가 부르짖었던 하청 노동자의 노동3권 쟁취를 위해 함께 투쟁한다면, 자유를 박탈당한 그의 희생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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