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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산재신청에 대한 처리지연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

정해명 공인노무사

등록일 2021년05월20일 18시2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처리기간 지연문제는 산재노동자의 불이익으로 돌아와

 

작년과 올해 있었던 일이다. 외국계 자동차부품회사에 근무하던 노동조합 간부가 회사의 경영위기와 매출감소로 인한 임금감소, 공장 철수, 고용불안정 등 정신적 압박감을 이기지 못하고 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유족은 노동조합과 동료들의 도움을 받아 힘들게 자료를 수집하여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신청(유족급여 청구)을 하였다. 사건은 관할지사의 조사를 거쳐 2020년 1월 초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심의 의뢰되었고, 5월말 사건에 대한 심의를 거쳐 6월 중순에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다는 결과가 유족에게 전달되었다.

 

다른 사례는 공기업에서 교대제업무를 수행하던 노동자가 대체근무 때문에 조기출근을 준비하던 중 뇌경색이 발병하여 쓰러졌다. 재해노동자는 입사 후 교대근무에 따른 수면장애가 심화되어 건강상태가 악화되자, 지속적으로 교대근무가 없는 부서로 전근을 요구하였고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노동조합과 재해노동자의 요청으로 2020년 8월경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요양급여 신청)을 하였고,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약 4개월 후에 결과가 나왔다. 그 결과 업무상 재해로 인정되지 않았고, 재심사청구를 하기로 했다. 재해자와 가족들은 재심사청구를 하게 될 경우 결과가 언제쯤 나올지 계속 확인하였고, 규정된 처리기간은 60일이지만 넉넉잡아 3개월이라고 말씀드렸다. 재해자는 업무상 재해로 인정된 상태가 아니기에 소속 회사에 ‘병가’로 휴직 중이었고, 사용할 수 있는 휴직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재심사청구의 소요기간을 계속 확인하였다.

 

재심사위원회에 사건 진행현황과 예상처리기간을 확인했지만 대답은 예상을 뛰어넘었다. 2월초 사건을 접수했으나, 청구사건이 많아 청구한지 2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심사관도 정해지지 않았고 작년(2020년)에 청구한 사건을 순서대로 배정해서 심의하고 있다는 답변이었다. 7월 초까지 심의 일정이 잡혔는데 아직 사건을 담당하는 심사관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보아 빨라야 8월에 심의가 잡힐 것으로 보여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 근로복지공단

 

첫 번째 사례는 자살사건이지만,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사건 심의의뢰부터 심의까지 6개월이 조금 못 미치는 시간이 걸렸고, 산재신청부터 결과를 통지받기까지는 10개월 정도가 소요되었다. 두 번째 사례는 재심사청구사건으로 사건처리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기준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접수된 산재신청건수는 약 147,000건으로 이 가운데 123,921건이 처리되었고, 이중 85%를 차지하는 업무상 사고의 평균 처리기간은 15.5일이다. 산재보험법 시행규칙 제21조에 따르면 요양급여 신청을 받을 때에는 근로복지공단은 자문의사회의 심의를 거쳐 7일 이내에 요양급여 지급여부를 결정하여야 한다. 보험가입자에 대한 통지 및 의견제출, 사건조사, 의료기관 진찰 등에 소요되는 기간을 제외한다지만, 단순 사고성 재해의 경우에도 의학자문을 받거나, 자문의사회 일정을 이유로 1~2개월이 넘는 기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사건처리에 있어 법정 처리기간은 7일이지만, 평균 처리기간은 15.5일로 두 배가 넘는 차이가 있다. 처리기간이 지연되면 산재 인정이 지연되는 것으로 이로 인한 불이익은 오로지 재해자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재해자가 치료를 받는 의료기관에서 산재 인정이 지연되어 진료비를 먼저 납부하게 되면, 추후 납부한 진료비 등의 비용을 청구하는 요양비 청구의 번거로움과 진료비 납부와 관련된 재해자와 보험가입자(사업주)의 갈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업무상 질병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2020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접수되어 심의된 건수는 14,422건으로 코로나19의 여파로 증가폭이 둔화되었으나, 업무상 질병 판정 처리기간은 평균 172.4일로 여전히 긴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2017년 업무상 질병에 대한 추정의 원칙 적용강화, 2018년 뇌·심혈관계 질병 만성과로 인정기준 개선, 2019년 6대 근골격계 상병 업무 관련성 추정의 원칙 적용기준 마련 등으로 판정위원회 심의대상 질병에 대한 인정율이 2016년 44.1%에서 2020년 63%로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업무상 질병 판정처리기간 또한 125.3일에서 172.4일로 약 37.5%가 증가했다.

 


특히 업무상 질병의 처리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산재노동자는 진료비부담과 더불어 생활고에 대한 부담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업무상 질병은 업무상 사고와 달리 잠복기가 길고 재해원인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요양기간 동안 무급으로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 위원 정원 확충으로 심의지연 문제 해소할 수 있어

 

2018년 사업주 확인제도의 폐지와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 완화, 노동자들의 인식개선으로 인하여 근로복지공단에 대한 산재신청은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특히 2018년에는 전년 대비 21.9%가 증가한 138,576건이었고, 2019년에는 사상 최대인 147,678건을 신청하는 등 2016년 113,858건 대비 불과 3년 만에 약 30%가 증가하였고, 2020년의 경우에도 2019년과 유사한 약147,000건이 접수되었다. 산재신청이 큰 폭으로 증가하다보니 신청사건의 처리기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산재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 또한 증가하고 있다.

 

현재 근로복지공단 지역본부 단위별로 설치되어 있는 6개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에 위원 정원은 지역별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당 180명 이내로 구성할 수 있어 최대 1,080명의 위원을 구성할 수 있다. 그러나 2020년 기준으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장을 제외한 판정위원은 총595명으로 최대 위원 정수의 약 55% 수준이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은 의사 등 전문가로 구성되어 있어 단기간에 위촉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위원 정원을 확충하여 심의회의를 대폭 늘려야 심의지연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의 심의기일 지연문제도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재심사위원회는 재심사청구 심의건수가 2016년 2,869건에서 2019년 3,462건으로 약 20.6%가 증가했고, 이에 2019년 12월부터 위원정수를 기존 60명에서 90명으로 확대하였으나, 아직 누적된 사건을 처리하기에도 급급한 실정이다.

 

산재보험법에서 특별행정심판에 해당하는 재심사청구제도를 두고 있는 이유는 산재보험급여와 관련된 처분에 대하여 객관성과 전문성을 가지고 비용 부담 없이 신속하게 사건을 심의하여 처리하기 위함이다. 법원의 행정소송과 달리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고 신속하게 사건이 처리되는 점이 재심사청구제도가 가지고 있는 장점인데, 심의지연으로 인해 장점이 희석되고 있다.

 

최근 들어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산재보험의 사회보험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산재노동자들에 대한 편의성을 높이기 위하여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일정부분 성과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기존의 노동자 외에 문화예술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영세중소사업주, 무급가족종사자 등 산재보험의 보호범위는 늘어나고 있고, 산재신청도 더 늘어날 것이다. 이러한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의 노력이 산재노동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으로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업무상 재해(특히 업무상 질병)의 인정률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업무상 재해신청에 대한 심의지연 문제도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이다.

 

<알립니다>

본 원고의 저자가 5월호 한국노총 기관지 인쇄본에 잘못 표기되어 나간 점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편집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 저자로 잘못 나간 원종현 전문위원님과 원저자인 정해명 노무사님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

- 한국노총 기관지 편집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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