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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여수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반복되는 비극의 원인과 과제

이상현 특성화고권리연합회 이사장

등록일 2021년11월04일 15시27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여수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학생이 잠수작업 중에 사망하는 재해가 발생했다. 10월 6일, 현장실습을 시작하고 열흘 만에 일어난 사고였다. 사업주는 잠수자격이 없는 실습생에게 잠수작업을 시켰고, 2인1조 작업과 감시인 배치, 안전장비 제공, 사전 잠수기구 점검 등의 안전규정을 위반했다.

 

잠수작업은 만18세 미만(고인은 17세)은 할 수 없는 작업이기도 했다. 이처럼 근로기준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다수 위반한 사업주는 사고 이후에도 해당 요트로 영업을 계속했고, 구속조차 되지 않았다. 법 위반 여부를 떠나서 사고 당시 누군가 실습생의 옆에만 있었더라도 죽음에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고 분노스런 일이다.

 

 

왜 현장실습 참사는 반복되는가

 

사고를 당한 실습생인 홍정운님의 친구들은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또 홍정운님의 친구로서 도리를 다하고자 행동하고 있다. 지난 10월 16일에는 여수에서 서울까지 와서 추모촛불을 들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촛불을 들고 홍정운님이 즐겨 불렀던 노래를 직접 불러주는 친구의 노래소리에 함께하는 시민들 모두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친구들과 요트사업을 하자고 꿈을 키우던 홍정운님은 이제 다시는 친구들 곁으로 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 특성화고 학생들은 왜 실습을 하다 죽어야 하는가. 현장실습 참사는 왜 반복되는가. 법을 위반한 사업주의 책임 외에도 구조적인 문제를 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2017년 1월 전주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홍수연 학생과 11월에는 제주 음료업체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이민호 학생의 죽음이 있었다. 그 전에도 수많은 현장실습생의 사망사고가 있었으나, 2017년 사건을 계기로 교육부는 학습중심의 현장실습 정책을 시행하게 되었다. 2018년부터 시행된 정책의 주요 변화는 현장실습생을 노동자가 아닌 학생으로만 규정하고, 실습기업 선정 절차를 보다 엄격히 하며, 실습 기간을 3개월 수준으로 줄이는 내용이었다.

 

현장실습생이 학생 지위로만 되면서 최저임금 적용이 아닌 실습수당(현재는 최저임금의 70% 수준) 적용, 산업안전보건법의 일부 규정 특례적용을 위한 법 개정 등이 이루어졌다. 2018년 이후에도 현장실습 정책은 이러한 뼈대를 유지하며 세부적인 내용들이 변해왔다.

 

학습중심의 현장실습 정책이 이전 정책과 다를 바 없다거나, 2017년까지의 상황에서 변한 것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무분별하게 실습을 내보내던 관행은 2018년 이전보다는 나아졌다. 전공적합성을 고려하는 것도 전보다는 나아졌으며, 학생의 실습 중 복교를 과도하게 막는 행태도 줄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실습 중 업무상 재해도 통계적으로는 줄었다. 그러나 이번 여수에서의 사망사고를 좋아진 상황에서 발생한 예외적인 사고로 볼 수는 없다. 나아진 측면도 있지만 현장실습의 구조적인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실습생도 노동자

 

가장 중요한 문제는 현장실습생을 노동자가 아닌 학생으로만 규정하고, 실습은 노동이 아닌 학습으로 규정한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규정은 일반적으로 노동자 지위를 인정 또는 불인정할 수 있는 법률의 규정이나 법원의 판단이 아닌 교육부의 고시 개정으로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2017년까지 근로계약서를 쓰고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던 현장실습생은 노동법을 적용받을 수 없게 되었다.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고, 현장실습 기간에는 산재보험을 제외한 사회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고용보험 피보험자격이 인정되지 않는다.

 

실습기간은 퇴직금 산정의 계속근로기간으로도 인정받지 못한다. 저임금 노동자에게 실업급여나 퇴직금이 이직 과정에서 상당한 역할을 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 영향은 작지 않다. 또한 현장실습표준협약서의 내용 중 실습기간, 실습수당, 실습내용의 변경 등을 사업주가 위반하는 경우에는 과태료 부과 대상이지만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다면 부당해고 제한과 구제신청이 가능할 것이며, 임금체불은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노동부의 역할 축소도 현장실습생의 노동자 지위 부정의 결과 중 하나이다. 기업에 대한 지도와 감독, 특히 안전보건과 관련해서는 학교나 교육청, 교육부가 제대로 할 수 없는 역할이다. 그런데 현재 구조에서는 노동부는 이번 사고와 같이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야 근로감독이나 산업안전보건감독을 실시하는 정도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 교사를 산업안전전담관과 같은 역할로 만들어도 노동부가 기본적인 역할을 해야 부가적인 효과가 날 수 있는 것이지 학교나 교육부가 노동부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현장실습의 운영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현장실습 기업을 선도기업과 참여기업으로 구분하여 선도기업의 선정과 운영에 행정력을 집중했다. 참여기업을 완화된 기준으로 선정하고, 운영하는 문제는 홍정운님이 실습한 기업이 참여기업으로 선정되는 결과를 만들었다.

 

학생들이 실습계획과 담당업무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한 채 실습을 나가는 것도 문제이다. 무엇이 나의 실습업무의 기준인지 모른다면, 잘못된 지시에 대해 문제의식이 생길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현장실습생 정책의 제도개선 과제

 

당장에 완벽한 실습정책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의 운영에서 뻔히 드러난 구조적 문제는 명확하고 우선 이를 바로잡는 것은 가능하다. 고 홍정운님의 사고로 당사자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 제도가 개선되기를 바라며, 몇 가지 과제를 제안한다.

 

우선 현장실습생의 노동자 지위를 인정하고 노동법을 전면 적용받도록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실습은 노동과 병행될 수밖에 없다. 현실을 부정하고 과도하게 학습 중심으로만 정책을 설계한다면, 노동과 관련한 문제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둘째, 노동부가 기업의 지도와 감독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교육부가 현장실습 기업 선정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처럼 노동부에서도 실습기업을 어떻게 지도·감독할 것인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실습기업의 노동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고졸 청년 노동자,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터 환경을 개선하는 것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이므로 노동부가 집중해야 하는 과제라고 생각한다.

 

셋째, 중대재해를 발생시키는 기업을 엄중 처벌해야 한다. 현재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은 제정 과정에서 그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해 보다 엄격한 처벌이 가능한 개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5인 미만 사업장 미적용으로 많은 실습기업이 법의 적용을 받지 않고, 소규모 유해위험작업 기업들 또한 마찬가지다. 실습 제도가 잘 정비되어도 법을 위반하는 사업주는 나올 수 있다. 중대재해를 발생시켜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현실은 사업주들이 법을 위반할 유인을 높이는 결과를 만든다.

 

넷째, 실습운영에서 개선할 점이다. 교육부는 현재의 선도기업과 참여기업 지도·점검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특히 안전문제를 기준으로 체계를 다시 수립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이 실습계획과 담당업무를 충분히 알게 할 대책도 필요하다. 충분히 알았음을 검증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문제인식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습생의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된다면 큰 사고를 예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실습제도는 아니지만 노동교육이 교육과정 전반에서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학생들이 현장실습에서 좀 더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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