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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금은 산재예방사업의 전문성과 효과성을 논의할 때

황동준 산업안전보건공단 노동조합 위원장

등록일 2021년06월07일 11시32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2021년 4월 22일 오후 4시 10분경 경기도 평택시 평택항 부두에서 작업 중이던 대학생 이선호씨(향년 23세)가 300kg에 달하는 컨테이너 뒷부분 날개에 깔려 사망했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숨진 김용균씨(향년 24세), 2016년 구의역에서 작업 중 사망한 김군(향년 19세)과 같이 미처 꽃피우지 못한 젊은 청년의 죽음은 또다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같은 젊은 청년들의 죽음이 산업안전보건법 전면개정과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을 촉발시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최근 대통령의 평택항 이선호씨 빈소 조문은 다시 한번 정치권을 분주하게 만들었다. 정부와 여당에선 반복되어 발생하는 사고사망을 막고자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시행령 제정과 함께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추진을 재차 서두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평택항에서 최고위원회를 개최하고, 사고현장을 방문해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한 후, 산재예방 TF를 발족했다.

 

하지만, 이같이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산재사고가 아니더라도 해마다 수많은 노동자가 작업 중에 목숨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매년 2,000명 이상 발생하고 있는 사망자는 이제 우리에게 일상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처럼 사회적 관심을 받는 젊은 청년의 죽음에서야, 뜨겁게 반응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꿈을 못다 이룬 젊은 노동자의 죽음을 막지 못한 정부와 사회에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주변엔 오늘도 일터에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수많은 노동자가 있다. 이전에 발생한 모든 노동자의 산재사망사고 또한 젊은 노동자의 죽음과 같이 당사자의 가족과 우리 사회에 형용할 수 없는 슬픔이며, 국가적 과제인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시 역할과 기능 협의해야

 

그리고 이제 더이상 산재로 죽는 노동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여당에서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논의도 이 중 하나이다. 그전에 기존의 산재예방 관련 정부 조직과 사업들을 돌아보고, 산업안전보건청이 산업안전보건행정체계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산업안전보건청 신설로 모든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환상을 가져서는 안된다.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은 그 시작일 뿐이다. 산업안전보건청 신설과 함께 산재예방정책과 사업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논의 중인 고용노동부의 산재예방보상정책국을 정부 외청으로 신설하고, 근로감독관을 약 2배로 늘린다고 해서 산재사망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간 산업현장의 산재사망사고가 행정체계의 문제점과 근로감독관 수가 부족해서 발생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조직의 단순한 양적 팽창 또한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가 OECD 선진국에 비해 감독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이 역시 정확한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안전보건청 신설 필요성의 핵심근거는 조직의 전문성과 효율화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정부에서 주도하는 일방적인 행정조직의 개편이 아니라, 그간 부족했던 산재 감소를 달성할 수 있도록 준비과정에서부터 충분한 사회적대화로 그 역할과 기능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특히, 산업안전보건행정체계 개편 뿐만 아니라, 30년 이상 산재예방전문기관으로서 기능해 온 안전보건공단의 예방사업 또한 재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과연 현장에서 산재예방사업이 제대로 작동되는지, 다양한 산업재해의 특성을 고려하지 못한 채 단기간의 성과에 매몰되어 공단의 공공성과 전문성의 발휘가 어려운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 등.

 

다시 한번 말하지만,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때문에 감독과 법 집행을 하는 산업안전보건청의 역할과 공단의 산재예방사업에 대한 공공성과 전문성을 명확히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해온 고용노동부의 단순 위탁집행으로는 산재 감소효과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도 지금의 현실 아닌가? 이제 안전보건공단도 본연의 설립 취지에 맞게 공공성과 전문성을 갖춘 산재예방사업을 새롭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산업안전보건청의 역할 재정립 필요

 

안전보건공단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의거 고용노동부에 산재예방업무를 위탁받아 지난 30여년간 산재예방과 재해감소를 위한 사업을 주도해왔다. 효과적인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사업장의 기술적, 재정적 지원과 함께 현장에 필요한 연구, 교육, 인증업무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기술적 판단이 필요한 진단과 감독, 중대재해조사 업무를 고용노동부와 함께 수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단 역시 반복되는 산재사망사고에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산업안전보건청의 논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을 넘어 청 신설에 따른 공단의 산재예방 사업과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스스로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그 어느때보다 문제의식을 가지고 반성해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분석하여 그간의 사업에 대한 평가가 필요한 시기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노동조합은 5월 13일 공단 서울북부지사에서 산재예방 신사업 공모전 심사와 함께 산재예방사업의 전문성과 효과성 확보를 위한 간담회를 실시했다. 산재예방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맞춰 현재 공단의 사업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내·외부 전문가와 논의했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청 신설 시 공단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도 의견을 수렴했다.

 

이 자리에서 내·외부 전문가들은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에 따라 청과 공단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단순 불시 점검(패트롤식) 사업이 아닌 중장기적으로 수행해 나갈 수 있는 공단 고유의 사업이 필요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향후 노동조합은 이러한 논의를 시작으로 공단의 산재예방 30년 역사를 토대로 산재감소에 효과가 있는 고유의 사업을 발굴하고, 산재예방사업 재편 논의에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특히 산재예방과 산재 사망자 감소만이 공단의 존재 가치라는 것을 노동조합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동안 안전보건공단은 다양한 산재예방사업 영역을 구축해 왔다. 앞으로 공단은 분야별 산업특성을 고려하여 제조·건설업종 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종, 화재폭발 사고, 안전문화 및 교육 지원 분야 등 종합적인 예방사업을 수행해야 한다. 산업재해의 복잡하고 다양한 특성은 무시한 채 천편일률적인 안전점검과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의 산재예방사업으로는 지금의 범국가적인 과제에 부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산업안전보건공단 노동조합은 산업안전보건청 신설 논의와 함께,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산재예방사업으로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내는데 역할을 다 할 것을 다짐한다.

황동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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