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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자 보호의 중요성과 가사노동자법의 주요 내용

최영미_(사)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

등록일 2021년03월31일 17시08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요   약

 

1953년 근로기준법 제11조에서 가사사용인을 적용 제외한 지 68년, 가사노동자 보호법 제정운동이 시작된 지 11년, ILO 가사노동자협약(C189)이 채택된 지 10년이 흘렀다. 시간이 흐르면서 여성 취업인구 및 핵가족․부부가구의 증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로 인해 시장의 수요는 늘어가고 시장 확대를 겨냥한 플랫폼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40만에 이르는 가사노동자들은 여전히 산재와 실업, 호출노동의 불안정에 노출되어 있다. 가사노동자 이슈는 ‘마지막 국제 노동계의 현안’이라고 불릴만큼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문제이다. 한국사회에서는 ‘여성노동’, ‘고령자노동’, ‘이주노동’, ‘플랫폼노동’이라는 이슈에 더하여 같은 노동을 하면서도 법적 보호를 받는 사회서비스 노동자와의 격차라는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사노동자의 개념에서부터 시작하여 현재 발의된 법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기로 한다. 가사노동자의 보호와 조직화는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목 차

 

Ⅰ. 가사노동자의 개념과 실태

 

Ⅱ. 가사노동자 보호운동의 흐름

 

Ⅲ. 가사노동자법의 대두와 주요 내용

 

Ⅳ. 가사노동자법 제정 이후 해결과제

 

 

 

Ⅰ. 가사노동자의 개념과 실태

 

1. 가사노동자의 개념

 

전통적으로 가정 내에서 여성들에 의해 제공되던 가사노동은 가정생활의 유지와 노동력 재생산에 필수적인 활동이다. 가사노동에 외부의 힘을 빌리는 것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일이지만 이것이 본격화된 것은 해방 이후의 일이다.

 

60년대 산업화 과정에 많은 여성들이 고향을 떠나 취업을 하게 되었고, 공장에 들어간 여성들은 ‘공순이’로, 가정에 들어간 여성들은 ‘식모’로 불리게 된다. 노동운동의 발전과 함께 ‘공순이’들은 ‘여성노동자’로서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획득하기 위해 싸워왔고, 지금 당당히 노동자로서의 인정과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식모’들은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 11조 ‘가사사용인 적용 제외’ 조항에 갇혀 보이지 않는 ‘그림자노동’으로 지금에 이르고 있다.1) 그동안 정부의 개입은 1967년 직업안정법에 유료직업소개소를 허용한 것뿐이며, 이로 인해 가사노동자의 취업알선은 지금까지도 공공고용서비스가 아닌 민간의 직업소개방식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초기에는 청소, 세탁, 요리, 자녀 양육과 어르신 수발 등 가구원 돌봄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정 내 돌봄서비스를 뜻했던 ‘가사서비스’는 시간이 흐르면서 시장의 확대와 함께 ‘가사도우미’, ‘베이비시터’, ‘산모도우미’라는 직종으로 분화되기 시작했다.2) 이들을 한데 묶어 ‘가사노동자’로 표시하기 시작한 것은 2011년 ILO협약이 계기가 되었다. ILO는 국제 노동계의 마지막 현안이라고 불리던 Domestic Worker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몇 년에 걸친 논의를 바탕으로 2011년 6월 16일, 100회 총회에서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Convention on Decent Work for Domestic Workers)’을 채택하였다.

 

2010년 구성된 한국의 ‘돌봄노동자 법적 보호를 위한 연대’는 협약 채택을 요구하는 등 동향을 예의 주시했으며 협약이 채택됨에 따라 ‘Domestic Workers’를 ‘가사노동자’로 번역하였다. 곧, 하나 둘 이상의 가구에서 가정 내 돌봄 전반을 제공하는 노동자를 ‘가사노동자’라 칭하기 시작한 것이다. 2007년 사회서비스 바우처제도의 등장은 가사노동자의 상황을 좀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똑같은 가정 내 돌봄을 제공하면서도 법적 보호를 받는 공식 영역의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비공식 영역의 노동자로 구별되어 차별이 심화된 것이다.3) 이는 가사노동자의 개념에도 영향을 미쳤다. ILO협약의 ‘Domestic Workers’란 공식, 비공식을 불문하고 가정 내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노동자를 뜻한다. 하지만 한국 상황에서는 공식 가사노동자는 대부분 정부의 사회서비스에 종사했기 때문에 ‘사회서비스 노동자’로 불리게 되었고,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가 온존되고 있는 민간 영역의 노동자는 ‘가사노동자’라는 용어가 정착되고 있다.4)

 

2. 가사노동자의 실태와 고충

 

현재 한국사회에서 가사노동자들의 규모는 20-40만 명을 헤아린다. 2019년 하반기 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에서는 가사․육아도우미를 15만 6천 명으로 추정하였지만, 업계에서는 최대 40만 혹은 60만까지도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격차가 크게 나오는 것은 최근 정부 사회서비스분야 취업으로 전환하는 가사노동자들이 있는 한편, 가사서비스 시장 수요의 확대로 인해 신규 구직자들이 진입하는 등 시장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5)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사노동자를 둘러싼 노동환경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한국사회에서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란 모든 법적 보호에서 배제된다는 뜻이다. 가사노동자들은 ‘다음 주부터는 안 오셔도 되어요’라는 고객의 한 마디로 일자리를 잃어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고, 일하다 다쳐도 산재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이니, 통상임금, 퇴직금, 연차휴가가 어떠니 하는 것은 이들과 무관한 다른 세상의 이야기이다. 확대되는 공공고용서비스에서도 제외됨으로써 고용센터가 아닌 유료직업소개소를 통해 일자리를 구해야 하며, 직업훈련카드를 발급받는다 해도 가사서비스 직업훈련을 하는 직업훈련기관이 거의 없어 의미가 없다. 혼자 가정에 들어가 일을 하기 때문에 고립감이 크며 이용자와 직접 대면하는 데에서 오는 감정적 스트레스도 많다. 김동식 외(2015)의 연구에 따르면 매일 가사노동을 하기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이 고질적인데 일반 여성노동자와 다른 분야의 돌봄노동자들보다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그림 1] 가사서비스 시장의 확대와 종사자 규모

출처: 최준하(2020), 「가사노동자 고용개선제도 입법을 위한 정책토론회 자료집」

 

코로나19는 이러한 가사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한꺼번에 드러냈다. 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전부 혹은 일부 잃었지만 실업급여나 휴직수당을 받을 수 없었다. 당장의 생활비가 없어 대출을 받으려 해도 직장인 증명을 못하니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없었다. 긴급고용지원금만이 구명줄이었지만 개인 고객에게서 해고되었다는 증명을 받기도 어렵거니와 현금거래였을 경우 소득 감소를 증빙할 수도 없었다. 고령자들은 정보 접근이 힘들었고 행정창구마다 대상자인지 아닌지 해석이 다를 때 대처할 방법도 몰랐다.

 

김난주․이선행(2020)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방문 가정 수)가 줄어들었다는 응답이 74.1%였으며, 코로나19 이전에는 112.3만원이었던 월평균 수입이 이후에는 63.9만원으로 급감하였다. 응답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수입 감소(82.4%)’, ‘일방적 방문 취소(69%)’, ‘코로나 감염 위험(55.9%)’, ‘방문 가정의 무시나 갑질(19.3%)6)’로 들었다. 필자가 속한 (사)한국가사노동자협회에서 2020년 10월~11월 긴급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유효응답은 136케이스이다.

 

첫째, 68%가 현재 하는 일을 주수입원이라 응답했으며 코로나19 이전 월평균 수입은 100만원 이하(51%), 100만원 초과-200만원 이하(35%)가 다수였다.

 

둘째, 코로나19로 인해 80%의 노동자가 수입이 감소했는데 감소 폭은 20-30%(31%), 40-50%(18%), 10%(13%), 50-70%(11%), 70-90%(3%) 순이었다.

 

셋째, 수입이 감소한 경우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부족분을 충당한다는 비율은 7%에 불과했다. 다른 가족의 수입에 의존(40%)하거나 저축한 돈을 사용(22%)하거나 파트타임 등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지만(25%), 방법이 없어 막막한 경우도 14%에 이른다.

 

넷째, 1, 2차에 걸친 정부의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받은 비율은 13%에 불과했는데, 협회의 홍보와 신청 지원에도 불구하고 다수가 정보를 모르거나(18%), 소득 감소 증명을 못했거나(24%), 대상이 아니라고 해서(18%) 지원금을 받지 못했다.

 

다섯째, 응답자들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건강보험 72%, 고용보험 18%, 산재보험 10%, 국민연금 35%7)였으며 하나도 가입하지 않은 비율은 21%였다. 향후 고용․산재보험 가입 의사를 물은 결과 본인이 보험료를 전액 내더라도 가입하겠다는 응답자가 고용보험 48%, 산재보험 38%8)로, 코로나19가 사회안전망에 대한 관심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했음을 알 수 있다.

 

3. 가사노동자를 둘러싼 이슈

 

한국사회에서 가사노동자를 둘러싼 이슈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여성 경제활동인구의 증가와 고령화 등 인구사회구조의 변화와 더불어 돌봄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면서 종사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는 공식부문 노동자와 그렇지 못한 비공식부문 노동자 간의 격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둘째, 가사노동자의 약 10%는 주로 중국동포들로 이루어진 이주 가사노동자들로 추정된다.9) 2003년 ‘재외동포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을 계기로 대거 유입된 중국동포들은 현재 입주 가사노동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셋째, 최근 들어 시장 확대와 산업화를 겨냥한 플랫폼기업의 진입으로 노동자들은 급속히 플랫폼으로 이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터파크 사업부문을 기반으로 성장한 홈스토리생활의 대리주부(2015), 미국에 본사를 둔 미소(2015), 카카오 사업부문이 독립한 청소연구소(2017)이다.

 

[그림 2] 가사서비스 분야 공식노동자와 비공식노동자 분포


 

[그림 3] 가사노동자 관련 법제도의 흐름


 

결국 반세기 넘게 노동자들이 법적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동안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확대, 이주노동자 문제, 플랫폼기업의 진출이 진행되면서 가사노동자들의 사회적 배제는 계속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Ⅱ. 가사노동자 보호운동의 흐름

 

가사노동자 보호운동의 물꼬를 튼 것은 2006년 전국실업단체연대 ‘우렁각시사업단’과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10)의 실태조사와 토론회에서부터였다. 이를 계기로 실업․자활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돌봄노동자의 노동권 확보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주장하며 ‘돌봄노동팀’을 구성하여 활동하였다. 그리고 2010년에는 ‘돌봄노동자 법적 보호를 위한 연대’를 구성하여 본격적으로 근로기준법 개정에서부터 ILO 가사노동자협약 비준에 이르기까지 법 제․개정운동을 진행한다. <표1>은 그동안의 운동의 흐름을 요약해놓은 것이다.

 

<표 1> 주요 가사노동자 보호운동


 

하지만 이러한 연대운동은 가사노동자 이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미약한 상황에서 정부의 사회서비스가 본격화되면서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투쟁 등으로 전선이 확대되고 참여단체들의 주이슈가 복잡해졌으며, 현장 단체들은 투쟁을 지속할 만한 인적, 물적 자원이 취약한 데다가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을 계기로 사회적 경제조직으로 가사노동자조직을 전환하는 등 여러 가지 사정이 겹쳐 2014년 사그라들게 되고 이후 이른바 가사 3단체11)들이 중심이 되어 운동을 지속하기에 이른다.

 

 

Ⅲ. 가사노동자법의 대두와 주요 내용

 

1. 가사노동자 보호법의 대두

 

2006년 토론회에서 나온 요구는 장기 과제로서 ‘근로기준법 개정’ 외에 구체적인 요구로서 ①서비스 표준화와 직업훈련을 바탕으로 한 공식적인 공급시스템 구축 ②가사노동자 및 이용자 등록제를 통한 사회보험 적용과 이용자 소득공제 ③쿠폰 발급을 통한 저소득층 돌봄서비스 지원 ④시민사회단체의 사회적 인식개선 운동 전개 ⑤가사노동자 전담 고용지원인프라 설치 혹은 사회적기업 설립 지원이었다. 이 내용은 용어와 내용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지금까지도 여전히 현장에서 요구하고 있는 정책들이다.

 

2010년 ‘돌봄노동자 법적 보호를 위한 연대’는 보호의 방향으로서 근로기준법 개정(가사사용인 조항 삭제), 특별법 제정, 고용․산재보험 우선 적용을 검토하던 끝에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별법이나 고용․산재보험 우선 적용을 검토한 결과 담아야 할 조항이나 해결해야 할 법적 문제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원론적인 정면 돌파를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18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법안이 폐기된 후, ‘가사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기업’을 육성하는 것으로 방향을 전면 바꾸게 된다. 한국 상황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은 매우 어렵고, 설령 개정이 된다고 해도 후속 조치가 없는 한 ‘개인 이용자(고객)’가 사업자등록을 하고 사용자책임을 모두 져야 하는데, 이는 국민 정서에 맞지 않을뿐더러 ‘노동의 문제’를 ‘개인 간 거래 책임’으로 남겨놓아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크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직고용기업의 육성이 오랜 세월 직업소개와 개인 간 거래로 고착화되어 있는 관행을 끊고 가사노동자를 법적 보호의 테두리로 직접 끌어들이며 집단화를 도모할 수 있는 첫걸음으로 본 것이다.

 

이때부터 근로기준법 적용을 원칙으로 하면서 몇 가지 조항을 추가한 법이 준비되었고 이것이 현재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이수진, 강은미 의원안의 토대이다. 한편 연대활동은 한국사회에 가사노동자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했으며 정부가 국정과제로 채택하여 2015년 특별법을 준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때 준비되었던 정부안 역시 현재 발의되어 있는 정부안의 토대를 이루었다.

 

2. 현재 발의된 가사노동자법의 주요 내용

 

현재 국회에는 이수진(민주당 비례) 외에 강은미(정의당), 임이자(국민의힘), 정부안이 발의되어 있다. 정식 명칭은 모두 ‘가사근로자 고용개선에 관한 법률’이다. 아래에서는 이수진의원안을 중심으로 21대 국회에 발의된 가사노동자법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기로 한다. 모든 법안이 근로기준법 적용을 원칙으로 하면서 호출근로라는 특성에 맞춰 몇 가지 조항은 이 법을 따르는 것으로 하고 있다.

 

첫째, 가사노동자를 고용하는 기업을 정부가 인증한다(‘제공기관’). 인증기관에는 조세 및 사회보험료를 감면한다. 기업이 가사노동자를 고용한다면 부가세와 노무비용 등 약 30% 이상의 서비스 요금 인상 요인이 발생할 것이고, 그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되거나 종사자의 임금 인하를 가져올 수밖에 없으며, 그럴 경우 소비자와 종사자는 예전과 같은 개인 간 거래를 선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현행 직업소개소 및 사회서비스 바우처사업은 부가세 면세를 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어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고 보았다.

 

둘째, 제공기관은 당연히 근로기준법을 준수해야 한다. 다만 호출형 단시간 근로, 가정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일한다는 가사서비스의 특성에 비추어 다음 세 가지 조항은 이 법을 따르게 되어 있다. 곧 기업은 주15시간의 최소 근로시간을 보장할 것, 1시간마다 10분의 휴게시간을 줄 것, 연차수당은 실근로시간에 비례해 지급할 것이다. 최소 근로시간의 보장은 한편으로는 정부를 대신해 직접 일자리 알선사업을 하고 있던 현장 단체들이 오랜 논의 끝에 힘들게 합의한 내용이었다. 가사서비스의 특성상 오늘 고객이 주문을 취소한다면 당장 다른 일자리를 대체해주기 어려우므로 기업에게는 커다란 부담이 된다. 하지만 주15시간이 보장되어야만 0시간 근로계약과 같은 문제 발생을 방지할 수 있고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인 사회보험 적용이 가능하다.

 

셋째, 정부는 공익적 제공기관을 육성해야 한다. 이는 현장단체의 강력한 요구가 반영된 조항으로서, 이 법은 확대되고 있는 가사서비스 시장에 새로운 시장질서를 부여하는 것으로서, 이때에는 단순히 직고용기업의 육성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가 높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노동자협동조합’12)을 촉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넷째, 정부는 ‘가사노동자 권익보호협의회’를 설치해야 한다. 협의회는 법의 실효성을 점검하며 새로 등장하는 이슈를 논의할 것이다. 사실 이 조항을 검토할 때에는 외국의 거버넌스 사례를 참고하였다. 가사서비스는 가정에 들어가 제공하는 노동이기 때문에 노동자의 인권, 이용자의 개인정보 보호와 같은 윤리적 문제뿐 아니라 가정의 평수에 따른 노동강도의 차이, 보호자의 양육태도에 따른 종사자와의 갈등 등 민감한 문제들이 많이 발생한다. 이 모든 것을 법으로 규제할 수 없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이해관계자들이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합의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마련하곤 한다.13) 현장단체들은 이 네 가지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내용이라고 보고 있다.

 

필자는 이 법이 가사노동자를 보호하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장 실행 가능한 최선의 대안이라고 확신한다.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면 예를 들어 홍콩은 개인 이용자가 고용․산재보험을 구매해야 가사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벨기에는 일자리 창출 등 국가적 의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국민에게 돌봄쿠폰을 발행하고 그 쿠폰으로 등록 기업들에게서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프랑스는 기업을 통한 서비스 제공과 개인 간 거래를 모두 허용하고 있는데, 개인 간 거래일 때에는 이용자가 역시 사회보장 비용을 부담하도록 한다.14) 영국은 협동조합 등 공익적 기업을 주된 제공기업으로 지원하고 있다.

 

나라마다 법제도와 노동환경, 국민들의 의식이 다르기 때문에 상이한 방법을 취하고 있으며, ILO 가사노동자협약 비준과 연동하여 보충법 등의 형태로 자국의 법제도를 정비해나가는 경향을 띤다. 한편 한국처럼 공식노동자와 비공식노동자의 간극 확대, 중국동포라는 특수성을 가진 이주노동자의 존재, 플랫폼노동의 확산이 함께 몰아닥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예 기업을 통한 고용으로 공식 노동화하는 것이 얽힌 고리를 풀 수 있는 일차적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Ⅳ. 가사노동자법 제정 이후 해결과제

 

법 제정도 지난한 일이지만 제정 이후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가장 먼저 법이 실효성이 있을지 시뮬레이션을 해야 한다. 대표적인 비정형 노동이자 호출근로인 가사서비스 노동에 근로기준법을 바탕으로 한 이 법이 유효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 만약 가능하다면 이 법은 대리운전, 퀵서비스, 배달과 같은 유사 노동의 보호에도 참고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이 법이 포괄하지 못하는, 곧 여전히 직업소개와 개인 간 거래 영역에 남아있는 노동자들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이들에게는 가장 시급한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 논의되고 있는 ‘전국민고용보험제’, ‘산재보험 적용 확대’에 반드시 포함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사노동자의 조직화이다. 지금까지 가사노동자 조직은 비영리단체가 전담해왔으며 비영리법인 내 사업단(회원조직), 사회적경제기업(협동조합․사회적기업)의 방식을 취해왔다. 과연 이후에도 이러한 조직전략이 유효할 것인가. 노동조합은 이들의 조직화에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는가. 법이 제정되어도 고용관계에서, 그리고 노동시장에서 가사노동자들은 여전히 취약한 집단으로 머물 것이다. 가사노동자의 조직화는 향후 노동계의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하며 지금부터라도 현재 조직 주체들과 비영리법인, 사회적경제기업들과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한다.

 

ILO는 가사노동자에 대한 주요 전략으로서 ①정부에 담당부처 확정과 효과적인 정책․입법 개혁 또는 프로그램 채택 요구 ②가사노동자와 그 고용주의 조직 및 대표 구성을 지원 ③캠페인․교육 등 가사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 제고 및 옹호 ④국내 작업에 대한 지식 기반을 구축하고 국가 수준에서 행동과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국가간 경험 교환을 제시하고 있다. 나아가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가사노동 측정(통계)’, ‘적정한 임금과 노동시간’, ‘사회적 보호와 노동 보호’, ‘조직 및 단체교섭’, ‘근로감독’, ‘이주가사노동자 보호’, ‘협동조합’, ‘일터(가정)에서의 기본 원칙과 기본권’을 명시하고, 각국에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정보를 공유할 것을 촉구한다.15) 이는 법 제정 이후에도 가사노동자 보호와 비공식 고용을 해결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보여준다.

 

<미주>

1)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익히 알려졌듯이 1947년 제정된 일본의 ‘노동기준법’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일본의 노동기준법은 제116조 2항에서 ‘동거의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과 가사사용인은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한국의 근로기준법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동일한 문장을 사용하고 있다.

2) 가사서비스가 비공식경제에 속하면서 이 영역의 종사자와 직종, 업종을 나타내는 통일적 명칭도 존재하지 않는다. 종사자 측면에서는 통계상 가사, 육아도우미로 잡히기도 하고 기업들에서는 ‘홈매니저’, ‘가사(가정)관리사’, ‘클리너’, ‘돌봄선생님’, ‘산후관리사’ 등 다양한 명칭을 사용한다. 사업체 측면에서도 ‘직업정보제공업자’, ‘직업소개사업자’, ‘통신판매업자’ 등 다양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3) 예를 들어 유사한 가사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사간병바우처’, 똑같은 아이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돌봄바우처’ 종사자들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다. 하지만 민간의 가사도우미, 베이비시터는 그렇지 않다. 산모돌봄의 경우는 더욱 양상이 복잡하다. 정부의 ‘산모신생아 건강관리바우처’가 확대되면서 절대 다수의 가정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산후관리사들은 정부의 지원기간 동안은 공식 노동자로 대우를 받지만 그 기간이 끝나고 이용자가 자부담으로 서비스를 추가하게 되면 다시 비공식부문으로 전환되게 된다.

4) ILO협약 이전에는 ‘비공식부문 돌봄서비스 노동자’, 협약 이후에는 ‘비공식부문 가사노동자’라고 칭하였다. 그런데 이후 돌봄서비스가 확대되면서 ‘가사노동(집안일)’과 ‘돌봄노동(가구원 양육 및 수발)’을 구분하는 경향이 강화되었고, 이에 따라 ‘가사노동자=가사도우미’라고 인식하는 혼선도 빚어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가사노동자란 가사도우미, 베이비시터, 산후도우미 등 비공식 부문의 가정 내 돌봄노동자 전반을 일컫는다.
5) 한국의 가사서비스 시장 규모는 7조 5천억원(2017년 통계청)으로 추정되지만 업계는 이보다 큰 12조원으로 보고 있다. 현대카드․현대캐피탈 뉴스룸이 지난 3년간(17년 1월-19년 10월) 가사서비스 가맹점들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고, 김문태(2019)의 조사에서도 맞벌이 가구의 경우 2017년 대비 2018년 가사도우미 비용 지출이 38.3% 증가했다.

6) 이것은 코로나19와 상관없이 개인간 거래이기 때문에 또 서비스의 산업 표준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고질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사노동자들의 고충사항이다.

7) 건강보험은 대부분 지역이거나 남편, 자녀들에게 얹혀있는 경우이다.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가입이 예상 외로 많이 나온 것은 투잡을 뛰거나 실제로 그 업체에 근무하지 않지만 명의를 빌려주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8) 이 질문에서는 보험료가 월수입의 1-2%라고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보험료가 좀더 낮으면 가입하겠다는 비율까지 합치면 고용보험 86%, 산재보험 74%로 매우 높은 수치가 나왔다.

9) 연구자에 따라 3만-8만 명, 6천-6만 명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최영미 외(2017)는 조선족 출신의 연구자 인터뷰와 문헌자료에 바탕해 5만 명 안팎으로 추정하였다

10) 전자는 ‘한국가사노동자협회’로 발전하였고, 후자는 ‘한국여성노동자회’로 이름을 바꾸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11) 가사 3단체란 가사노동자 보호운동의 중심에 계속 서 있는 한국YWCA연합회(‘돌봄과살림사업단’), 한국가사노동자협회, 전국가정관리사협회를 말한다.

12) 법안에는 공익적 제공기관은 조직형태가 사회적기업, 사회적협동조합, 직원협동조합 중 하나일 것, 조직목적이 가사근로자의 고용안정․권익향상․일자리 질 제고․일자리 창출 등등의 하나일 것 양자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되어 있다. 현장의 요구는 ‘노동자들이 경영에 참여하고 50% 이상의 의사결정권을 가지는 노동자협동조합’이어야 한다는 것이었지만, 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노동자협동조합’이라는 개념이 법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구구한 조건을 붙일 수밖에 없었다.

13) 구미영 외(2015)에 단체교섭을 비롯한 이러한 사례가 잘 정리되어 있다.

14) 벨기에와 프랑스의 사례는 많은 연구에서 인용되었지만 이은영 외(2018)에 가장 최근의 자료가 잘 정리되어 있다.

15) https://www.ilo.org/global/topics/domestic-workers/strategy/lang--en/index.htm

 

      <참고문헌>

구미영 외(2015), 『비공식부문 가사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 국가인권위원회.

김난주․이선행(2020), 『코로나19 이후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여성노동자 위기상황과 정책과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동식 외(2015), 『가사서비스 노동자의 노동환경과 건강실태 연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선영 외(2017), 『가사서비스 공식화 조기 정착을 위한 제도적 보완방안 연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윤자영 외(2011), 『돌봄서비스 분야 근로조건에 관한 연구Ⅰ,Ⅱ』, 한국노동연구원

이수진의원실 외(2020), 「가사노동자 고용개선제도 입법을 위한 정책토론회 자료집」.

이은영 외(2018), 『가사근로자법 정착 지원을 위한 활성화방안』, 고용노동부.

황덕순 외(2014), 『가사․간병종사자 고용개선방안』, 한국노동연구원.

최영미 외(2016), 『아름다운 동행, 가사노동자 권리 확보를 위한 10년의 여정』, (사)한국가사노동자협회.

최영미 외(2017), 『이주가사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와 정책방안』, 서울노동권익센터.

최영미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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