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에게 가사노동에 대한 심각하고 지독한 폄하가 담긴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조정훈 의원은 ‘가사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가사근로자법)’을 21일 대표 발의했으나, 공동발의 의원 일부가 발의에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철회됐다. 하지만, 22일 국민의힘 국회의원 11명 등이 참여 의사를 밝혀 재발의됐는데, 해당 법안은 최저임금 적용 없이 월급 100만 원 수준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도입하자는 여성 및 인종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27일 오후 1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사노동을 폄하하고 여성‧이주노동자의 차별을 당연하게 여기는 정치권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며, 가사근로자법 개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저출산과 여성 경력단절을 해결하려면 정부의 촘촘한 양육지원, 가족 내 평등한 육아 분담, 장시간 노동의 축소와 같은 노동환경 개선 등이 우선되어야 한다”면서 “국회가 앞장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할 시간에 갑자기 법을 바꿔 ‘저임금 여성 노동자’를 수입하자는 발상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특히, “현재 한국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만큼 취업을 원하는 건강한 시니어들이 늘어나는 추세이며, 가사서비스는 중‧고령 여성들의 중요한 일자리 중 하나”라며 “가사노동자들을 무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가사근로자법 적용을 받지 않는 한 여전히 고용보험과 산재보험도 받지 못하는 열악한 근로환경 등을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꼬집었다.
또한, 주요 내용인 외국인 가사근로자에게는 최저임금을 적용하지 말자는 것에 대해 “2011년 ILO에서 노사정이 합의한 ‘가사노동자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가사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노동자와 똑같은 대우라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라며 이주여성에 대한 착취와 차별을 정당화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조정훈 의원의 시대 역행적인 가사근로자법 개정안의 즉각 철회”와 “가사노동자의 노동 처우 및 권리 향상, 이주노동자의 차별 없고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을 위한 제반 정책 수립”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앞서 최영미 가사‧돌봄 유니온 위원장은 “조정훈 의원의 가사근로자법 개정안 발의를 듣고 분노 이전에 황당했다”며 “이 법은 가사노동자, 특히 외국인 여성 노동자들을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좋다는 모든 가사노동자를 무시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 중인 최영미 가사‧돌봄유니온 위원장
최영미 위원장은 “가사근로자법은 국적에 상관없이 가정에서 돌봄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가 다른 노동자와 똑같이 대우받고 당당하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든 법”이라며 “한 사람의 정치적 욕심으로 함부로 건드릴 수도, 건드려서도 안 되는 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충재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연대사에서 “조정훈 의원이 법안을 발의하며 ‘월 100만 원, 출산율 증가, 청년의 일‧가정 양립’과 같은 발언들을 했다는데, 평소에 가사노동자들을 얼마나 천시하고 무시했으면 이런 발상을 했을까 생각했다”라고 말하며, “공부 머리는 있는지 모르나 세상과 시대를 바라보는 눈은 전혀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다.
▲ 연대발언 중인 이충재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이어 “이제는 우리 사회 구성원인 이주노동자와 이민자들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에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시대 역행적 발상”이라며 해당 개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