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올해 코로나 팬데믹 사태라는 미증유의 상황을 맞아 시행된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봉쇄조치는 전 세계 경제와 무역환경에 타격을 주기 충분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연일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피해 상황을 전하며 ‘자영업’ 고용주들의 어려움과 폐업 소식을 다루고 있지만, 이들이 고용한 ‘노동자’들의 ‘임금삭감 및 자제’, ‘해고’와 같은 피해는 어딘지 모르게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수긍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코로나로 인한 피해는 노동자들보다 고용주들이 더 큰 것일까?
2월 1일 한국은행에서는 ‘코로나19 확산과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임금 및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저자는 개별 취업자의 봉쇄조치 시행에 따른 ‘근무 가능지수’를 측정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거리 두기가 임금 및 소득분배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봤다. 결과적으로,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 두기(3단계)가 시행되면 가장 큰 피해 업종은 도소매, 숙박, 음식, 예술, 스포츠, 여가업이며, 직업별로는 서비스 판매 종사자 및 저숙련 일자리에서 낮아진다. 개인 특성별로는 남성, 임시 일용직, 저학력, 저소득 계층에서 근무 가능지수가 낮게 나타났다. 특히, 상용직의 경우에는 정액 급여를 제외한 초과 및 특별급여에서만 임금손실이 발생하지만, 임시 일용직의 경우 전체임금 자체가 삭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정규직 노동자보다는 임시 일용직, 시간제 노동자 등이 포진된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피해가 더 크다는 것이다. 소득 분위로는 소득이 낮은 1~2분위 계층의 노동자가 더욱 큰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소득분배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 두기 누적 영향을 추정하기 위해 2020년 3월 ~12월 중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가 5.5개월, 2단계가 3.5개월, 2.5단계가 1개월간 시행되었다고 가정할 경우, 잠재적인 임금손실률을 7.4%이며 잠재적인 임금 손실률은 7.4%로 나타났다. 소득 분배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인 지니계수는 0.348에서 0.351로 0.003포인트 오르며 빈곤지수는 16.6%에서 19.7%로 3.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보고서가 자영업의 피해상황까지 분석한 것은 아니지만, 자영업 고용주들의 어려움 이외에도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피해를 입는 계층은 취약계층 노동자도 만만치 않음을 확인한 것이다.
※ 지니계수 : 빈부격차와 계층간 소득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 소득이 어느 정도 균등하게 분배되는지를 알려준다. 지니계수는 0부터 1까지의 수치로 표현되는데, 값이 ‘0’(완전평등)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완전불평등)에 근접할수록 불평등하다는 것을 나타냄
올해 초 정부는 효과적인 방역 조치 덕분에 경제위기를 최소화했다며 OECD 가입국 중 경제피해가 최소수준(╶1.1%)이라고 발표했다. 선진국들과 비교해 국가정책의 효과성을 판단하고 진단하며 향후 국가정책 수립에 있어 비교지표로는 삼을 순 있지만, 그 속에 숨겨진 문제점들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 또한 반드시 제시돼야 한다. 보고서 내용처럼 코로나 사태로 인해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피해가 크다는 결과는 곧 우리나라의 취약한 사회안전망, 소득분배도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나 다름없다. 향후, 취약계층 노동자의 기본 삶을 보장 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소득양극화도 심화될 것이 불보듯 뻔하기에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피와 눈물을 무시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