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논현역 새벽 한 시경.
코로나19로 대중교통이 평소보다 일찍 끊긴 시간.
그제서야 일을 마쳤는지 퇴근하는 것 처럼 보이는 사람들, 술에 취한 사람들, 택시를 타고 내리는 사람들.
그 틈에서 핸드폰을 들고 뭔가를 열심히 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옆구리에는 작은 손가방을 끼고 있다.
가끔씩 핸드폰에서 삐삐 하며 사람 목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바로 역 근처에서 콜을 기다리는 대리기사 노동자들이다.
그 중 한 명에게 물어보니 마침 이 날은 석가탄신일 새벽이라 모처럼 콜이 많이 온다고 했다. 그 시간까지 6건을 뛰었다고 했다. 운이 좋은 날이라고.
코로나19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직도 재앙이다.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린다.
대리기사 노동자들은 코로나19로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에 속한다.
콜수가 급격히 줄었고, 덩달아 수입도 곤두박질쳤다.
회사에 속해있긴 하지만, 회사는 그저 자신들은 앱을 이용해 고객과 이들을 이어 줄 뿐, 사용자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렇다. 이들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플랫폼 노동자'들이다.
이날 한국노총은 사단법인 대리기사 협회와 공동 캠페인을 벌였다.
대리기사와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들도 노동권을 보장받아야 하고, 지금과 같은 재난 시기에 사회안전망 혜택을 볼 수 있도록 법 제도를 개선하자는 내용이다. 한국노총은 제130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이러한 내용을 담은 '5.1.플.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내용에 공감하는 대리기사 노동자들에게 서명을 받고, 정부가 제공하는 공적 마스크를 전달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에 건강이라도 챙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캠페인에 참여한 한국노총 김현중 부위원장은 "코로나19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지만,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있는 대리기사와 같은 취약계층 노동자들의 고통은 이루 말 할 수 없다"며,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법과 제도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지금과 같은 재난시기에 사회 안전망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한국노총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캠페인은 새벽 늦게까지 이어졌다. 대리기사들은 그 시간까지도 어디선가 속속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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