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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무원이 전하는 우한교민 수송이야기

대한항공노조 오중현 객실지부장과 이유경 객실지부사무차장을 만나다

등록일 2020년02월26일 17시0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 1월 말,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우한에 있는 한국교민들이 대한항공 전세기를 통해 입국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교민들을 입국시키는 것과 별개로 이 전세기에 탑승할 승무원들을 어떻게 선정할지가 문제였습니다. 코로나19 감염 가능성 때문에 전세기 탑승 승무원 선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대한항공 노조 객실지부 간부 3명과 대의원 10명이 우한 교민 수송 전세기 탑승을 자처했고, 우한 교민들은 무사히 입국할 수 있었습니다. 전세기에 탑승했던 승무원들도 비행 이후 격리기간을 마치고 업무에 복귀했습니다. 이들이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간단히 자기소개를 좀 부탁드린다.
 

오중현(이하 ‘오’)입니다. 2006년에 대한항공에 입사해서 11년 정도 비행을 했고, 노조 대의원 6년 거쳐서 2017년부터 객실 지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는 이유경(이하 ‘이’)입니다. 2007년 입사했고 저도 11년 정도 비행했고, 2017년 새로운 대한항공노조 집행부가 출범할 때 객실지부 사무차장을 맡게 돼서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습니다.

 

■ 전세기 투입이 결정되고 노조에서 자발적으로 나섰는데요.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게 됐는지. 

 

오: 대한항공이 우한교민 수송 전세기 투입 항공사로 결정되면서 어차피 누군가는 가서 그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일반 승무원들도 당연히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지만, 부담감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 부담감을 좀 덜어주고 싶었습니다. 이유경 사무차장이 먼저 저에게 같이 가자고 얘기했고, 저도 흔쾌히 동의해서 같이 가게 됐습니다.

 

이: 제가 먼저 얘기하긴 했지만, (지부장님도) 당연히 가야하는 거라고 말했습니다. 둘 다 마음이 맞아서 흔쾌히 사명감을 가지고 가게 됐습니다.

 

■ 지금은 코로나19로 부르지만, 초기에만 해도 우한폐렴, 신종코로나 등으로 불렸고, 백신도 없는 전염병인데 무섭지 않았나요? 가족들 반응은 어땠나요?

 

이: 무섭다는 느낌은 별로 없었습니다. 가족들은 처음엔 놀라긴 했는데, 교민들을 위해 큰 결정을 했다고 나중에는 응원해주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래서 힘 얻어서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오: 아내한테 가겠다고 상의를 먼저 했는데, 아내가 처음에는 걱정을 좀 하더니 다른 사람들도 가는데 지부장이면 가는 게 맞는 것 같다며 허락해 주었습니다. 다른 가족들한테는 비밀로 했는데, 가기 전날 인터넷 기사로 들켜서 실토하고 다녀왔습니다. 

 

 

 

▲ 오중현 대한항공노조 객실지부 지부장

 

■ 당일 일정을 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몇 시에 출발하고 우한 공항에 도착해서 얼마나 대기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는지. 


오: 저는 1차 특송기에 탑승했습니다. 저녁 8시 45분에 출발해서 2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우한에 도착했습니다. 우한에서 한국으로 출발예정시간은 새벽3시(한국시간 새벽4시)였고 2시 30분부터 탑승을 시작했는데, 보통 탑승은 30분정도면 끝나는데, 이날은 탑승에만 2시간 30분이 걸렸습니다. 한 번에 우르르 타는 게 아니라 발열체크와 검역절차를 거쳐 통과된 사람만 네 명에서 다섯 명 정도씩 차례로 탑승하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새벽5시(한국시간 6시)가 돼서야 출발했고 김포공항에는 오전 8시 10분경에 도착했습니다. 내릴 때도 검역절차가 있었기 때문에 2시간 정도가 또 소요됐습니다. 승객들이 다 내리고 나서 승무원들도 내려서 열체크 하고 검역절차 마치고나니, 오전 10시 40분 정도에 해산하게 됐습니다. 총 소요 시간은 약14시간 정도 걸렸습니다. 
             
■ 평소와 다른 업무를 수행했는데, 따로 교육은 받았나요?

 

오: 회사에 항공의료센터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일상적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비행 중에 질병관련 의심환자가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전부터 공지가 내려와서 그런 부분을 참고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서는 현지 갔을 때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방호복을 처음 입어보기 때문에 입는 순서와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어느 부분의 실을 잘 묶어야 하는지, 나중에 임무가 끝나고 나서 방호복 표면에 어떤 것이 묻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벗는 순서가 가장 중요하다고 들었는데, 그 부분까지 꼼꼼히 체크를 받았습니다.

 

■ 방진복을 7~8시간 정도 입고 있었는데 어땠나요?   
 

이: 많이 답답했고, 마스크에 고글까지 써야 돼서 안면 압박감이 심했습니다. 
 

오: 저는 몸에 열이 많아서 고글을 쓴지 5분밖에 안됐는데, 김 서림이 심해서 한 쪽 눈은 아예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래도 참고 하다가 너무 심하다 싶으면 아무도 없는 비행기 뒤쪽으로 가서 혼자 고글을 살짝 들어서 김을 빼고 다시 일하고 했습니다. 

 

▲ 이유경 대한항공노조 객실지부 사무차장

   

■ 승객들 분위기는 어땠나요?
 

이: 승객 분들이 상당히 침착했고, 협조적이었습니다. 자리를 옮겨달라는 요구도 초반에 있었는데, 자리를 옮기면 안 되는 비행이라고 말씀 드렸더니 다 이해를 하셨습니다. 마스크도 끝까지 벗지 않고 잘 협조해 주셨습니다. 새벽시간이기도 했고, 하루 종일 긴장들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이륙 후에는 거의 주무셨습니다.  

 

■ 한국에 돌아와서도 자가 격리기간을 가졌나요? 그 기간 동안은 어떻게 지냈는지. 
 

이: 저희는 방호복을 완벽하게 착용하고 근무했기 때문에, 별도의 자가 격리기간이 필요하진 않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조심하는 차원에서 일주일간 외출을 최대한 삼가고 집에 있었습니다. 

 

■ 코로나19로 비행이 많이 취소도 되고 하는 걸로 아는데. 조합원들한테는 어떤 영향이 있는지. 
 

이: 실제로 중국노선 같은 경우는 80%이상이 운휴에 들어갔습니다.  타 노선들도 환불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이 큰 어려움에 처한 게 사실입니다. 대한항공뿐만 아니라, 다른 항공사들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승무원들의 경우에는 비행시간에 따라 비행 수당에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고, 항공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렵다 보니 많은 항공사들이 무급휴직 등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일수록 우리 직원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고, 빠른 시일 내에 이 사태가 마무리 되어 다시 정상화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 사스나 메르스 때랑 비교해서 어떤 것 같은지.
 

오: 2006년에 입사했기 때문에 사스 때는 잘 모르겠고, 신종플루와 메르스, 이번 코로나19까지 세 번째인데, 앞서의 경우는 이번처럼 이렇게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앞선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국민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민감해 진 것 같고, 그래서 그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 승무원이라는 직업이 겉으로는 아주 화려해 보이지만, 이번 같은 경우도 그렇고 정말 직업정신이 투철하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 같은데. 어떨 때 가장 힘든지.


오: 승무원은 백조인 것 같습니다. 겉으로는 화려한데, 물 밑에서는 계속 발장구를 치고 있는 것처럼, 승무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힘들 때는 한 달 단위로 스케줄 근무를 하다 보니, 개인적인 일정을 조율 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감정노동을 하는 직업이다 보니 진심으로 승객들을 대하는데도, 잘 받아들여 주지 않을 때 조금 힘이 듭니다. 


이: 저는 체력적으로 힘들 때가 있습니다. 새벽 3-4시에 일어나서 가야한다거나 장거리비행 전날 잠을 잘 못 잤을 때 그런 날은 좀 힘이 듭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제 업무에 만족하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투철한 직업의식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계신 모든 노동자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대한항공노동조합 자랑을 좀 한다면. 그리고 조합원과 미래의 후배들께도 한 말씀.
 

오: 대한항공노조 최대영 위원장께서 가장 많이 하시는 말씀이 현장에 들어가서 현장 활동을 하라는 것입니다. 현장에 전달할 것이 있으면, 대의원들한테만 얘기하지 말고 조합원들한테 간부들이 직접 가서 설명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항상 강조합니다. 우리 노조의 가장 장점은 위원장뿐만 아니라 노조 간부들 모두 그런 마인드와 자세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조합원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리 노동조합이 조금 더 노조다운 노조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믿고 성원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 제가 생각하기에 대한항공노조는 투쟁이 필요할 때는 투쟁을 불사하고, 협상이 필요할 때는 최고의 협상력으로 상생의 노사관계를 유지하면서 노와 사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리드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 부분에 굉장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후배들에게는 나중에 대한항공에 들어오게 된다면 일류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일류 노동조합인 대한항공 노동조합의 일원으로서 근무하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뜨거운 가슴으로 일하라고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에필로그) 이 인터뷰는 교민수송 후 자가 격리기간이 지나고, 코로나19가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던 2월 19일에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대구·경북지역에서 코로나19가 갑자기 확산되면서, 사태가 심각해졌습니다. 인터뷰 이후 오중현 객실지부장과 이유경 객실 사무차장은 여전히 코로나19를 종식시키기 위해 밤낮없이 고생하는 많은 의료진들과 관계자들이 있는데, 이 인터뷰가 나가도 될 지에 대해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19 감염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과 코로나19를 종식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많은 분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오중현 지부장과 이유경 사무차장처럼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들의 임무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다른 사람보다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솔선수범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인터뷰는 예정대로 내보내기로 했습니다. 그런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런 노력들이 모여 코로나19가 하루라도 빨리 종식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지금은 누구누구의 잘잘못을 따지며 비난하고 혐오할 때가 아니라, 힘을 모아 이겨내야 할 때임을 우리 모두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우한 #코로나19 #대한항공노조 #오중현 #이유경 #한국노총 #대한항공 #전세기

이지현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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