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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정치세력화 전환점, 제22대 총선 후 노동정국 전망과 노동조합의 과제 - 노동정치ᐧ정책 전문가 좌담회 중심으로

박성국_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등록일 2024년06월27일 16시02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목 차

Ⅰ. 들어가며

Ⅱ. 22대 총선과 한국노총의 선거 활동 평가

Ⅲ. 총선 이후 노동정치 활성화를 위한 과제

Ⅳ. 총선 이후 노동정국과 사회적 대화

Ⅴ. 맺는말

 

 

요 약

 

제22대 국회가 2024년 5월 30일에 개원하였다. 지난 4월 10일 총선으로 구성된 22대 국회는 윤석열 정부의 중·하반기 임기와 맞물렸다. 22대 국회의원 총선은 정부 여당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이뤄지고, 야당이 역대급으로 승리하였지만, 노동조합 정치세력화는 되레 축소·약화되었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22대 총선과 노동조합 활동 평가와 함께 국회 개원 후 노동정치를 전망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한국노총은 2024년 5월 28일 대회의실에서 노동 정치 및 정책 전문가 6명이 참여하는 좌담회를 개최하였다. 총선 활동 평가와 노동정치 활성화를 위한 단기·중기 과제를 토론하는 한편 사회적 대화의 과제를 모색하는 게 이번 좌담회의 취지이다.

이 논문은 각 장에서 좌담회 내용을 정리한 본문과 저자의 분석 노트를 병렬해 구성하였다. 1장에선 총선 평가 좌담회를 개최한 배경과 목적을 설명하였다. 2장에선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총선 활동을 평가하는 한편 노동전문가들의 거시적·미시적 분석이 보완되었다. 3장에선 노동전문가들이 제시한 노동정치 활성화를 위한 단기·중기 과제가 토론되었다. 4장에선 총선 후 노동 정국과 사회적 대화와 관련한 노동전문가들의 제안과 과제가 논의되었다. 5장에선 좌담회 내용을 요약하는 한편 향후 과제가 제시되었다.

22대 총선 시 선거 활동과 관련해 한국노총은 2024년 2월부터 3월까지 총선기획단을 구성·운영하였으며 중앙정치위원회와 임시대의원회를 거쳐 ‘반노동정당 심판, 친노동 후보 다수 당선’이라는 방침을 확정하였다. 22대 총선 결과, 한국노총은 47명의 지지후보 중 33명의 당선자를 배출하였다. 지난 21대 총선과 비교해 22대 총선에선 한국노총과 정당 간의 공식화된 선거연대와 정책연합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평가’의 지점으로 부각하였다. 한국노총은 정권교체 후 더불어민주당과의 정책협약을 둘러싼 조직 내부의 논란, 사회적 대화 복귀와 윤석열 정부와의 관계, 공천파동 및 신생 정당에 따른 변화된 정치 환경 등을 새로운 정치방침을 수립한 배경으로 설명하였다. 한편 22대 총선의 거시적인 평가와 관련해 노동전문가들은 첫째, 예전에는 협조의 대가로 국회의원 몇 자리를 보장받았지만, 22대 총선을 통해 한국노총은 노동의 대표성을 인정받았다. 둘째, 한국 정치에서 권력 이슈가 권리 이슈를 완전히 잠식하였다. 22대 총선에서 노동자, 여성, 소수자의 권리문제, 제도와 조정 이슈는 사라졌다. 셋째, 한국노총은 과거와 유사한 총선 성적표를 받았지만, 종전과 다른 활동을 요구받고 있다. 양대노총 조합원의 주력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함에 따라 새로운 세대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하고, 정치적으로 젊은 세대의 욕구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으로 인해 22대 총선은 ‘전환점’으로 평가되었다. 미시적인 평가와 관련해 첫째, 22대 총선을 통해 한국노총 지지 후보 33명의 국회 진입은 기회요인이지만, 정당 내 노동 지분과 노동위원회 위상이 약화한 점은 위기요인으로 해석될 수 있다. 둘째, 한국노총이 정당의 노동 공약을 중심으로 조합원 또는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전파를 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평가되었다.

22대 총선 과정에서 위축된 노동정치를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까. 노동전문가들이 제시한 단기과제로는 첫째, 여야 정당 가운데 지도부로부터 자율적인 의원 집단들의 의제 형성 능력을 한국노총이 지원하거나 공식화하는 방안이다. 둘째, 집권세력이 소수파이고 야당이 다수파인 조건에서 한국노총은 사회적이고 저변에 있는 약자들의 이슈를 추진하는 전략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셋째, 상대적인 진보정당을 견인하려면 한국노총의 노동정책 능력이 제고돼야 한다는 제안이다. 중기적인 과제로는 첫째, 한국노총 내부에 대국회 활동의 유연한 기회를 부여한 독립기구 또는 주체를 키우는 방안이다. 노총 내부에 ‘노동정치국’을 설치하는 제안도 여기에 포함되었다. 둘째, 지역당원으로 가입한 한국노총 조합원들을 권리당원 또는 정책당원으로 전환해 정당의 노동 지분을 확대하는 방법이다. 셋째, 한국노총 출신 의원단의 조직적 평가와 징계를 재선 및 지역구 배치 시 활용하는 방안이다. 넷째, 한국노총이 정치적으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명분과 가능성을 암시하는 방안도 있다. 대선까지 가는 과정에서 한국노총 대선 후보를 추대하는 것도 주요한 과제에 해당하였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노동조합은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만 노동의제를 공론화하고 입법할 수 있다. 노동전문가들은 22대 총선 이후 노동정국과 사회적 대화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제언하였다. 우선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뿐만 아니라 국회 내에서 노사정 대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이 제안되었다. 그동안 한국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였지만, 앞으로는 국회 안에서의 사회적 대화를 하는 방안도 중요해졌다. 야당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면 정부가 불쑥 대책을 내놓은 뒤 이를 이유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21대의 행태가 22대 국회에서도 반복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2대 국회에서 한국노총은 정년연장 또는 공무원 타임오프 등 조직적 이해가 걸린 의제를 국회에서 방어적으로 접근하되, 사회 저변의 의제를 다룰 때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22대 국회에서 야당이 주도하는 상임위원회 운영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여당이 거부권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거대 야당과 소수 여당 사이에서 한국노총이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되, 여야 간 협의·합의 입법을 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2대 총선 후 노동정국 전망과 노동조합의 과제” 좌담회

◾ 일시 : 2024년 5월 28일

◾ 장소 : 한국노총빌딩 6층 대회의실

◾ 주제 : ▸22대 총선 평가 ▸총선 이후 노동정국 전망 ▸한국노총의 대응과 과제

◾ 참석 : 박상훈(전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박성국(고려대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박영삼(고려대노동문제연구소 노동데이터센터장)

박홍배(더불어민주당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인)

정흥준(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

조선아(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 실장)

◾ 사회 : 송태수(전 한국고용노동교육원 교수)

◾ 배석 : 류기섭(한국노총 사무총장)

◾ 정리 : 박성국(고려대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Ⅰ. 들어가며

 

제22대 국회가 2024년 5월 30일에 개원하였다. 지난 4월 10일 총선으로 구성된 22대 국회는 윤석열 정부의 중·하반기 임기와 맞물렸다. 22대 국회의원 총선은 정부 여당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1987년 이후 국회의원 총선에서 집권 정당의 기록적인 참패는 드문 편이지만, 13대 총선(민주정의당 의석 점유율 41.8%), 16대 총선(새천년민주당+자유민주연합 의석 점유율 48.4%), 20대 총선(새누리당 의석 점유율 40.6%), 22대 총선(국민의힘 의석 점유율 36%)에서 여당이 참패하였다. 이 가운데 22대 총선에서 집권 정당은 역대급으로 참패하였으며, 이러한 결과는 13대와 20대 총선 결과와 유사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이뤄지고, 그로 인해 야당이 역대급으로 승리하였지만, 노동조합의 정치세력화는 이전보다 축소·약화되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동 의제를 중심으로 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 논리는 완전히 실종되었고, 총선 이후에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22대 총선과 노동조합의 활동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국회 개원 이후 노동정치의 전망을 중심으로 진단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따라 노동 정치 및 정책 전문가들은 2024년 5월 28일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22대 총선과 노동조합의 활동, 향후 노동정국 전망 및 과제’를 주제로 토론하였다. 이 글은 각 장에서 좌담회 내용을 정리한 본문과 필자의 분석 노트를 병렬해 구성하였다. Ⅰ장에서는 총선 평가 좌담회를 개최한 배경과 목적을 설명하였다. Ⅱ장에서는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총선 활동이 평가되는 한편 노동전문가들의 거시적·미시적 분석이 보완되었다. Ⅲ장에서는 노동전문가들이 제시한 노동정치 활성화를 위한 단기·중기 과제가 토론되었다. Ⅳ장에서는 총선 후 노동 정국과 사회적 대화와 관련한 노동전문가들의 제안과 과제가 논의되었다. Ⅴ장에서는 좌담회 내용을 요약하는 한편 향후 과제가 제시되었다.

 

 

Ⅱ. 22대 총선과 한국노총의 선거 활동 평가

 

▸ 노동조합은 선거에서 노동자의 이해와 주장을 표출한다. 이것은 노동자의 주권을 위임받아 의회에서 예산 사용 및 법률 제·개정을 통하며 정책을 구현할 정당 또는 대표를 선출하는 투표 행위로 귀결된다. 그런데 선거 과정과 그 결과는 노동조합의 이해를 반영하지 않거나, 실현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 역대 총선 이후 반노동정책과 노조 탄압 사례가 드물지 않았다. 특히 22대 총선에서 노동 배제적인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은 이뤄졌지만, 노동 이슈는 국민적 의제로 뚜렷하게 부각하지 않았으며 총선 이후에도 그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해 노동조합이 요구한 정책이 온전히 실현되려면 무엇보다 22대 총선 결과에 관한 노동조합의 주체적 관점과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 총선기획단의 활동 평가와 전문가들의 평가를 들어봤다.

▸ 주요 내용

21대 총선과 비교해 22대 총선 과정에서 한국노총과 특정 정당 간의 공식화된 선거연대와 정책연합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 평가의 지점이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정권교체 후 더불어민주당과의 정책협약을 둘러싼 조직 내부의 논란, 사회적 대화 복귀로 윤석열 정부와의 관계 설정, 공천파동 및 신생 정당 출현에 따른 변화된 정치 환경 등을 새로운 정치방침 수립의 배경으로 설명하였다.

  • ·정책 전문가들은 22대 총선을 통해 한국노총은 노동의 대표성을 인정받았다고 평가하였다. 하지만 한국 정치에서 권력 이슈가 권리 이슈를 완전히 잠식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총선과정에서 노동자, 여성, 소수자의 권리문제, 제도와 조정 이슈는 사라졌다. 과거와 유사한 총선 성적표를 받았지만, 한국노총은 종전과 다른 활동을 요구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22대 총선은 전환점으로 평가되었다.


1. 한국노총의 총선 활동 평가

 

▸주요 내용

한국노총은 2024년 2월부터 4월까지 총선기획단을 구성·운영해 ‘반 노동정당 심판, 친노동 후보 다수 당선’을 목표로 선거 활동을 하였다. 한국노총은 지지 후보 47명 가운데 중 33명의 당선자를 배출하였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노총과 1대 1의 당사자로서 합의하는 한편 정책협약을 체결하였다. 반면 22대 총선에서는 한국노총과 지지 정당의 합의 방식이 아니라 박빙 지역 중심으로 내부에서 후보를 추천받아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절차를 밟았다. 22대 총선 과정에서 한국노총과 정당 간의 공식화된 선거연대와 정책연합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평가’의 지점이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은 정권교체 후 더불어민주당과의 정책협약을 둘러싼 조직 내부의 논란, 사회적 대화 복귀로 윤석열 정부와의 관계 설정, 공천파동 및 신생 정당 출현에 따른 변화된 정치 환경 등을 새로운 정치방침 수립의 배경으로 설명하였다. 이에 따라 한국노총은 총선 이후 노총과 정당, 노총과 지지 의원 간의 결속력이 약화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7대 핵심 입법과제 실현을 위해 한국노총과 범야권 정당들이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노동 의제 공론화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하였다.

 

조선아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 실장 : 2017년 대선, 2020년 총선, 2022년 대선과 비교해 2024년 총선의 경우 한국노총의 대응 활동 자체가 작은 범위에서 이뤄졌다. 선거 대응 활동 평가를 길게 하기보다는 총선방침과 결과를 중심으로 말씀드리려 한다. 2017년 대선과 2020년 총선, 2022년 대선에서 한국노총은 배타적 지지 방침을 확정하고,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지지 방침과 정책협약을 교환하는 방식의 선거를 치렀다. (문재인) 정권이 교체되고 난 후 정치방침을 둘러싼 조직 내 효능감이 감소하고, 내부 비판도 높아졌다. 2023년 말에는 총선이 가시화되면서 범야권의 공천 파동과 여러 신생 정당 창당이 나타났다. 이런 조건에서 한국노총은 내부적으로 정치방침을 빠르게 재정리하기 어려웠다. 한편으론 2023년 11월에 사회적 대화 복귀를 선언하면서 정부와의 관계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따라 정치방침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 직전에 가서야 결정하게 되었다. 한국노총은 2024년 2월부터 4월까지 총선기획단을 구성·운영하였다. 중앙정치위원회와 임시대의원대회를 거쳐 ‘반 노동정당 심판, 친노동 후보 다수 당선’이라는 방침을 확정하였다. 20~21대 국회의원 총선의 경우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노총이 ‘노동존중 실천 국회의원단’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고, 1대 1의 당사자로서 지지 후보를 합의하였다. 반면 22대 총선에서는 노총의 정책요구를 수용한 각 정당에서 추천받은 전략 후보 36명과 노총 출신 후보 11명 등 총 47명을 지지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한국노총이 지지한 후보 중 33명이 당선되었다. 박빙 지역 중심으로 지지 후보를 선정하였기 때문에 향후 한국노총 지지 의원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지 우려스러운 면도 없지 않다. 또한 노총 출신 후보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 방침 역시 고민되는 지점이다. 이와 별도로 한국노총은 7대 핵심 입법과제에 관한 정당들의 답변서를 받아 ‘22대 총선 정당별 노동·사회정책 비교 평가 토론회’를 진행하였다. 22대 총선에서 정책 토론을 전개하는 정당 사이에 노동정책이 공론화하는 토대를 마련하고자 했다. 한국노총은 더불어민주당·진보당·녹색정의당 3개 정당과의 간담회에서 7대 핵심 입법과제 실현을 위해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책협약서로 문서화하지 못했지만, 양자는 협력을 다짐하였다. 물론 22대 총선 기간에 한국노총이 제기한 핵심 의제와 (산별연맹) 현장이 제기한 의제 간의 괴리도 존재한다. 노총으로서는 총선 국면에 전체 노동자를 대변하는 정책과 의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소속 (산별연맹) 조합원의 의제와는 거리가 있었는데 적절하게 조율하지 못한 채 총선에 대응한 면이 없지 않다. 결과적으로도 노동 의제 여론화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한다. 현재 한국노총은 22대 국회에서 7대 핵심 입법과제를 통과시키는 이행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2017년에는 고위급 정책협의회, 2020년에는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 노동부문 최고위원과 노동위원회를 바탕으로 한국노총이 정당의 구조나 시스템에 참여와 개입하였다. 문제는 점차 노동위원회와 노동 부문 최고위원과 같은 정당 시스템이 형식화되었던 점이다. 한국노총과 연계 없는 정당 내 시스템으로 변환되는 문제도 발생하였다. 앞으로 개선할 점이 많다. 수권 가능한 정당을 중심으로 노동 참여 구조와 시스템을 고려한 전략은 꾸준히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할 것이다. 노총이 배출하거나 지지한 국회의원과의 관계 설정도 재평가할 것이다. 설문조사를 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조합원은 그리 많지 않다. 지지한 국회의원들이 결국 소속 정당의 입장에 충실한 태도를 취한다는 평가가 많다. 한국노총과 지지 후보들이 상호 지원하고 발전하는 관계를 지속할 수 있도록 대안을 꾸준히 찾아야 한다.

 

 

2. 노동정치·정책 전문가들의 평가

 

▸주요 내용

  • 정책 전문가들은 거시적인 측면과 미시적인 측면으로 구분해 한국노총의 22대 총선 활동을 평가하였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정치·제도적 조건과 지배적인 이슈뿐만 아니라 노동환경의 변화, 미시적인 측면에서 한국노총의 선거대응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평가가 이뤄졌다.

거시적인 측면과 관련해 첫째, 예전에는 협조의 대가로 국회의원 몇 자리를 보장받았지만, 22대 총선을 통해 한국노총은 노동의 대표성을 인정받았다. 둘째, 한국 정치에서 권력 이슈가 권리 이슈를 완전히 잠식하였다. 22대 총선에서 노동자, 여성, 소수자의 권리문제, 제도와 조정 이슈는 사라졌다. 셋째, 양대노총 조합원의 주력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는 시기에 서 있다. 한국노총은 과거와 유사한 총선 성적표를 받았지만, 종전과 다른 활동을 요구받고 있다. 제도적으로 제약된 정치 환경과 노총 출신 의원단의 정치적 기회주의 사이에서 한국노총의 선거 활동도 상대적으로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들로 인해 22대 총선은 ‘전환점’으로 평가되었다.

미시적인 측면과 관련해 첫째, 22대 총선을 통해 한국노총 지지 후보 33명의 국회 진입은 기회요인이지만, 정당 내 노동 지분, 노동위원회 위상이 약화한 점은 위기요인으로 해석될 수 있다. 둘째, 한국노총은 정당의 답변서와 전문가 의견 조사를 바탕으로 홍보활동을 전개하였다. 상대적으로 조합원 설문조사나 국민여론조사는 공론장을 만드는 데 더 유리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따라서 한국노총이 정당의 노동 공약을 중심으로 조합원 또는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평가되었다.

 

박홍배 당선인 : 지난 21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이 ‘여당’ 입장이었고, 한국노총의 정책연대 정당으로 치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입장이었던 22대 총선은 환경이 다르다. 야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47명의 지지 후보 중 33명의 당선자를 배출한 점은 한국노총 총선 활동의 성과라고 평가한다. 22대 총선 핵심기조인 7대 핵심 입법과제로 내세운 부분들은 아마도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 소수정당들의 총선 공약들과 일치도가 상당히 높았다. 비교적 준비가 잘 되었다고 본다. 주 4일제 공약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운 공약 중에서 여론조사 호응도가 높았다. 기자회견을 열어 부각하려 했지만, 그 과정이 쉽지 않았다. 더불어민주연합의 일원으로서 참여 정당들을 조율하는 게 쉽지 않았다. 22대 총선 기조가 ‘정권 심판’으로 수렴되면서 7대 핵심 입법과제 또는 노동 의제가 묻힌 측면이 없지 않다. 유권자들은 먹고사는 문제, 일하는 문제에 관심이 더 많았다.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의 한 사람으로 노동 의제를 부각하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지명직 노동 최고위원으로 활동했다. 중대재해처벌법, ILO 핵심협약 비준, 3개 핵심 노동관계법 개정을 제기하였다. 21대 국회에서 진전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선거 과정에서 조합원들로부터 따가운 지적을 많이 받았다.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하고 더불어민주당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였다. 22대 국회에선 이런 점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박상훈 연구위원 : 민주정치는 시민들의 이해나 권익을 실현하기 위한 공적영역(정부)에서 기본권이라고 부르는 ‘권리’와 그것을 실현하는 ‘권력’이 존재한다. 권리는 다원적이고, 권력은 배타적이다. 노동자들은 더 나은 근로조건이나 급여를 기대한다. 농민, 여성들은 더 나은 기후 환경을 기대한다.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 또는 시민권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이처럼 민주주의는 권리의 문제이다. 권리와 권력은 균형을 맞추면 원활하게 작동하지만, 균형을 잃어버리면 작동하지 않게 된다. 정권 심판과 대통령 탄핵의 경우 권력 문제이다. 권리 문제는 정책을 통해 조정되며, 누구의 이익이 실현되느냐와 관련된다. 2022년부터 한국 정치는 권력 이슈가 권리 이슈를 완전히 잠식하였다. 권력 기회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가 정치와 공공영역을 지배하였다. 노동자, 여성, 소수자의 권리 문제, 제도, 조정 이슈는 사라지고 있다. 정책을 다루는 권리의 집약체로서 정당도 제대로 역할을 하기 어렵다. 정당은 지지 기반도 있어야 하며, 정책 행동을 규율하는 제도도 있어야 한다. 정치를 분석하면 몇 개 정당이 정책을 두고 경쟁하느냐가 아니라, 그저 윤석열·이재명·조국·이준석과 같은 불완전한 개인들의 정체성 또는 개성이 어떻게 표출되는지를 봐야만 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한국노총은 조합원의 이익을 실현하고, 조직 후보를 배출하고, 정책 행동들을 계속해야 한다. 이런 것이 제도화되지 않은 제약조건과 노총 출신 의원단의 정치적 기회주의 사이에서 한국노총의 힘은 지속적으로 약화한다. 이런 정치환경에선 한국노총이 선거방침을 조직적으로 결정하고 지지 후보와 결속력을 높이려 해도 어려움을 겪는다. 정당 지도부의 입장에 따라 취약해지는 결과가 빚어진다. 22대 총선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정흥준 교수 : 1970~80년대의 한국노총의 정치활동은 국가 코포라티즘 성격이 강했다. 정부·여당에 협조해서 여당의 의석 일부를 개인이 가져가는 형태였다. 사회적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형 노총을 지향한 이후 한국노총이 달라졌다. 정치에서도 민주당 계열과 손잡으며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이제 양대 노총 시대가 열렸다. 양쪽에 약 120만 명 씩의 조합원이 조직되어있다. 양대 노총은 노동 조직에서 독립적인 영역을 확보하였다. 지금은 ‘민주노총은 진보적이고, 한국노총은 보수적이다’라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냥 사과와 귤처럼 다른 과일처럼 여긴다. 예전에는 협조의 대가로 국회의원 몇 자리를 보장받았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한국노총이 갖는 노동의 대표성이 있기 때문에 정치 참여를 보장받는다. 실제로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에서 정치 참여를 보장을 받았다. 시대적 조건으로 인해 참여가 가능한 것과 노동 대표성을 인정받아 참여를 요청받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현재 한국노총은 후자이다. 22대 총선에서도 노동 대표성을 인정을 받았다. 일종의 성공을 거둔 측면이 있지만, 한계도 있다. 이건 과거와는 다른 문제이다. 앞으로 방향과 관련해서는 의제와 논의 그리고 구성원의 문제를 중심으로 노동정치 활성화 과제와 연계해 재론하려 한다.

 

박영삼 센터장 : 한국노총은 한때 심각한 조직적 위기, 정치적 위기에 동시에 직면한 적이 있었다. 2000년대 중반 노총의 위기를 극복하면서 노동운동을 재활성화하는 방안이 고려되었다. 한국노총 내에서는 평균적인 조합원들의 정치 이념, 정치 성향에 맞는 정도의 리버럴한 정당과 제휴 관계를 맺되, 이른바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보수 정당과의 관계를 일정 정도 단절하는 게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당시에 민주노동당이 의원 10명을 배출한 상태였다.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과의 제휴 관계를 통해 진보정당 노선을 지속했다면 한국노총은 리버럴 정당과의 관계를 통해서 독자적인 정체성을 키워가는 방향을 설정한 것이다. 민주노총-진보정당 제휴와 한국노총-리버럴정당 제휴를 발전시켜 이후 연립정부 구성과 노동계 대통합까지 염두에 둔 행보였다. 통합민주당의 창당 주체로 한국노총이 참여하는 방안을 주도한 이용득 위원장의 구상도 그러한 일환이라고 생각한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났다.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 힘의 경우 정당으로서의 정체성 측면에서 보수 정권이라는 개념으로만 규정하기에는 굉장히 기묘한 상황이다. 어쨌든 노동에 대해 적의를 가지고 있고 이념적으로는 당연히 보수적이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이제 한국노총이 정치활동, 국회를 통한 입법 등을 고민해야 하는데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국회 활동을 할 것인지 고민이 될 것이다. 리버럴 정당을 통한 정치세력화는 정체상태에 있거나 축소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노총의 조직 문제와 정치활동과 관련해 전환기적 시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노총이든 민주노총이든 조합원의 주력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는 시기에 서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대를 노동조합으로 조직할 수 있어야 하고 정치적으로도 젊은 세대의 욕구를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22대 총선은 전환점이다. 과거와 유사한 총선 성적표를 받았지만, 한국노총은 종전과 다른 활동을 요구받게 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박성국 연구위원 : 22대 총선 전 정치자문위원회 회의에서 한국노총의 대선 접근과 총선 접근이 다르다고 얘기했다. 총선 국면에선 한국노총은 독자 창당, 정당과 연합해 창당, 정책협약이라는 대응을 선택할 수 있지만, 지난 2월 말 정치자문위에서 독자 창당과 연합 창당을 선택하기에 시기적으로 늦었다고 제언한 바 있다. 무엇보다 특정 정당의 배타적 지지가 어렵다고 얘기했더니 논란이 일었다. 배타적 지지를 원하시는 분들과 배타적 지지를 꺼리는 분들로 의견이 나뉘었다. 어찌 됐든 22대 총선 국면에선 특정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은 채택되지 않았다. 앞서 설명한 대로 한국노총의 총선 활동 개시 시점이 다소 늦은 면이 없지 않았고, 조직 내부의 정서가 배타적 지지로 모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노동을 외면하고 배제하는 정부에 대한 심판여론은 한국노총 내에서 매우 높았다. 그래서 ‘반노동정당 심판, 친노동 후보 다수 당선’이라는 방침이 결정되었다고 판단한다. 결과적으로 한국노총은 47명의 지지 후보 가운데 33명의 당선자를 배출하였다. 당선자의 대다수가 범야권 정당 출신이다. 반노동정권 심판과 친노동 후보 다수 당선이라는 목표를 고려할 때 한국노총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7대 핵심 의제와 관련한 노동 의제를 공론화하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 한국노총의 선거 활동으로 평가를 좁혀보자. 한국노총은 정당의 답변서와 전문가 의견 조사를 기초로 홍보활동을 전개하였다. 대개 전문가 의견 조사는 정책 평가와 대안 마련에 효과적이지만, 공론화와 홍보 효과는 낮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조합원 설문조사나 국민여론조사는 공론장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 22대 총선에서 각 정당의 노동 공약을 중심으로 조합원 설문조사와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했다면 어땠을까. 총선에서 노동 의제를 부각하는데 좀 더 유리하지 않았을까. 앞으로 차기 지방선거에서는 조합원 설문조사와 국민여론조사를 고려하였으면 한다. 좀 더 대중적인 활동으로 노동 의제를 부각하는 방안이 채택되어야 한다.

 

박홍배 당선인 : 22대 총선 결과는 한국노총에게 위기요인과 기회요인으로 다가온다. 더불어민주연합에 참여하지 않은 진보정당의 원내 진입 실패를 고려할 때 한국노총의 지지후보 전략 방침은 선견지명이었다고 생각한다. 지지 후보 33명의 국회 진출이 그런 성과이다. 이것은 기회요인이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당헌 당규 개정으로 노동 지분을 축소했고, 250만명의 권리당원을 가진 초대형 정당으로 성장한 점은 위기요인이다. 한편으론 우원식 국회의장, 이학영 부의장이 모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출신이다. 보수정당의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도 노동의제에 남다른 의욕을 보인다. 이런 점들은 국회 내 노동 의제 논의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Ⅲ. 총선 이후 노동정치 활성화를 위한 과제

 

▸ 22대 총선 결과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노동 개혁의 추진동력을 상실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거대 야당과 소수 여당 사이에서 관계 설정, 노동 입법에 관한 정책적 참여를 둘러싸고 한국노총도 딜레마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역동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정당, 국회의원, 권리당원의 관계, 정당 제도와 시스템의 변화 가능성은 노동정치의 국면 전환을 의미하고 있다. 그렇다면 22대 총선 과정에서 위축된 노동정치를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까? 노동 정치 및 정책 전문가들은 단기와 중기 과제를 구분해 제안하였다.

▸주요 내용

단기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여야 정당 가운데 지도부로부터 자율적인 의원 집단들의 의제 형성 능력을 한국노총이 지원하거나 공식화하는 방안이다. 둘째, 집권세력이 소수파이고 야당이 다수파인 조건에서 조직노동의 직접적인 이해와 이익을 실현하는 전략이 옳을 것이냐. 아니면 사회적이고 저변에 있는 약자들의 이슈를 추진할 것이냐. 한국노총은 후자 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게 노동전문가의 의견이었다. 셋째, 상대적인 진보정당을 견인하려면 한국노총의 노동정책 능력이 제고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축소된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을 복원하되, 재정 여력이 부족하면 양대 노총의 정책연대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중기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노총이 내부에 유연한 대정치 또는 국회 활동의 기회를 부여한 독립기구 또는 주체를 키우는 방안이 제안되었다. 노총 내부에 ‘노동정치국’을 설치하는 제안도 여기에 포함되었다. 둘째, 정당 내 노동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지역당원으로 가입된 한국노총 조합원들을 권리당원 또는 정책당원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토론되었다.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권리당원들의 존재를 고려해 정치 참여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한국노총이 지원한 의원들에 관한 평가와 관련된 사항이다. 한국노총을 기반으로 당선된 점을 환기하기 위해 조직적 평가 결과를 재선 및 지역구 배치 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제안되었다. 넷째, 한국노총이 정치적으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명분과 가능성을 암시하는 방안도 제시되었다. 대선까지 가는 과정에서 한국노총 대선 후보를 추대하는 것도 주요한 과제에 해당된다.

한편 한국노총은 수권 가능한 정당을 중심으로 노동 참여 구조와 시스템을 고려한 전략을 꾸준히 평가하고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총이 배출하거나 지지한 국회의원과의 관계 설정도 재평가하여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박상훈 연구위원 : 정책 구현에 앞서 의제 형성이 이뤄져야 한다. 의제가 얼마나 힘있게 부각하느냐에 따라 이해관계자의 입장에 의미가 부여된다. 문제는 의제 형성 자체가 되지 않는 정치 환경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를 실현하고자 하는 점이다. 전통적인 방법은 정당들의 정강 정책과 정당이 갖는 투표 권력을 더해서 문제를 해결해왔다. 최근에는 작동이 안 된다. 총선 이후 권력 의제에 몰입하는 분들은 차기 선거를 위해 중도화를 지향한다. 정치를 소모품처럼 활용하면서 여야 간 극단적인 투쟁을 바탕으로 권력의 기회 조건을 늘리려고 한다. 겉으로는 노동 의제를 수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노동 의제를 다루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노동 의제와 관련해 제도적, 합리적 접근과 같이 정치 교과서대로 따라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 보통 정치는 입장을 중심으로 사람을 모으는데, 안 하면 안 되는 어떤 상황 같은 게 있다. 예를 들면 정당의 전체적인 방향은 노동자의 권리 신장에 관심이 적은데 권력을 추구하니까 마치 노동자들의 이익 대변에 민감하다는 걸 보여줘야 할 상징적인 측면이 있다. 정당의 전체적인 방향을 바꿀 수는 없지만, 의제에는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규모의 집단들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일종의 비합리적 또는 비제도적인, 합리성과 제도성을 넘어 실천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식이다. 실현되지 않은 노총의 정책 의제가 있다면 일부러라도 소수당이나 소수 여당에서 기회 조건을 늘리는 데 관심을 가지고있는 사람들의 마이크를 이용해 의제화해보자. 정당의 입장을 강제하는 것은 어렵지만, 정당 내 정책 의제 집단 또는 의제 형성 집단의 경우 노총이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다. 7대 핵심 입법과제는 여야 정당 가운데 지도부로부터 자율적일 수 있는 의원 집단들의 의제 형성 능력을 키워주거나 공식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국회 내에서 전달자 또는 스피커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의원들을 노총이 관리하는 것이다. 제도적·합리적 접근이 어려울 때 노총 안에서도 복잡한 의사결정을 단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노총이 일종의 자율적인 정책 의제 영역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일본의 렌고(노총)를 가본 적이 있는데 정치 의제는 위원장이 직접 관리한다. 당연히 조직 후보도 있고 협의단도 있지만, 그걸 넘어 정치 행동을 하는 비공식적인 흐름이 있었다. 가능하면 노총 위원장이 직접 관할하거나, 상황이 복잡하면 대외협력본부가 추진해보자. 정당 내 몇몇 의원들을 관리하는 일종의 대관 업무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비공식적인 영역에서 일을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 노총 내부에 국회 대관 업무 담당자가 있다면 자율권을 부여해보자. 이들은 상황적인 탄력성에 창조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제도 또는 조직 의사결정 단계에 따라 승인받는 게 아니라 노총 사무총장과 같은 지도부가 힘을 실어야 한다. 기동력 있게 움직여 일을 진행하는 것이다. 현재의 정치 구조에서는 제도적·합리적 접근으로는 큰 진전이 별로 없다. 악화된 조건에서 변화를 만들기 위해 노총 내부에서도 대정치 압력 활동의 유연한 기회를 보장하거나, 그 주체를 활성화하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

 

정흥준 교수 : 의제, 논의 구조, 구성원 세 가지 측면에서 노동정치 활성화와 관련한 과제를 얘기하려 한다. 한국노총의 정치활동 방향은 독자적인 정당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나은 진보정당을 노동의 주제를 바탕으로 견인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 방향으로 밀고 가야 한다. 대외적으로도 주목을 받을 것이라 본다. 한국노총이 잘해서라기보다 상대적으로 민주노동당과 정의당으로 이어지는 독자정당 흐름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노동 의제를 발굴하고 노동자를 대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남은 것은 독자정당이 아닌 상대적 진보정당을 견인하는 한국노총식 노동정치가 주목받을 차례가 왔다. 더불어민주당 내부는 스펙트럼이 상당히 다양하다. 노동을 충분히 이해하는 국회의원은 3분의 1도 안 될 것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면서 상대적인 진보정당을 견인하려면 한국노총의 노동정책 능력 제고가 필요하다. 재정 문제 때문에 노총 중앙연구원이 축소됐지만 하루빨리 복구돼야 한다. 부단히 노동정책 대안을 개발하고 조율해야만 한다. 상대적 진보정당들이 한국노총에 와서 노동정책을 자문받을 정도가 돼야 한다. 재정을 쏟을 여력이 없다면 양대 노총 연구원 사이의 내용적인 연대라도 필요하다. 연구 결과물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한국노총의 노동정책 능력을 어떻게 재고할 건지 고민해야 한다.

두 번째는 논의 구조의 문제이다. 총선 때 정책협약도 맺었지만,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식이다. 노조법 2조처럼 큰 이슈가 생겨야만 정당들이 찾아온다. 진지하게 논의하면 좋지만, 보통은 노동 문제는 뒤로 밀린다. 한국노총 내부에서 평가하겠지만, ‘고생은 고생대로, 표는 표대로’ 몰아주는 현실이다. 조합원 표를 몰아주면 그 대가를 받아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회성에 그치는 논의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총 내부에 ‘노동정치국’을 설치해야 한다. 다른 일을 겸임하지 않는 대신 노총 출신 국회의원들과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는 노동정치국과 전임 간부들이 필요하다. 노동정치국이 노총의 정치활동의 방향들을 수립해 밑거름이 되고, 지도부를 설득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1년 반이 지나면 지자체 선거와 대통령 선거 레이스가 시작된다. 민주당 노동국에 너무 의존하면 안 된다.

세 번째는 노총 출신 국회의원들의 활동과 관련된 민감한 문제이다. 노동정치를 잘할 수 있는 분들을 검증해왔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었다. 당선 이후 노총 지지 의원들이 노동에 기여하도록 지원하는 게 더 중요해졌다. 한국노총 또는 민주노총 같은 노동조직에서 지지한 의원들은 그 기반으로 당선되었다. 정치인으로 역할에 충실하기보다는 노동이슈 전달자 혹은 전파자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이런 점은 노총 출신 의원들의 재선 여부, 지역구 배치를 결정할 때 중요한 평가 요소로 반영돼야 한다. 중립적인 정치활동이 아니라 노동의 입장에서 굉장히 편향되게 활동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노총 출신 또는 지지 의원들은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에서 정당한 평가를 바탕으로 정치활동을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도록 여러 지원을 해야 한다.

 

박영삼 센터장 : 노동인구 감소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추세를 볼 때 조직 규모 또한 정점에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다른 대안이 없다면 한국노총의 조합원 규모도 축소될 수 있다. 새로운 세대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수원을 발견할 수 있느냐라는 고민이 있다. 한편으로는 한국노총 출신 당선자들이 정당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22대 국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관성대로 가면 위기가 찾아올 것이다.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 한다. 예컨대 문재인 정부만큼 노동정책을 중점적으로 다뤘던 정부는 없었다고 생각한다. 소득주도 성장, 최저임금 인상으로 여론의 반발에 부딪혀서 상당 부분 수정을 해야 했지만, 그 의지만으로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강했고, 실제로 많은 노력을 했다고 생각한다. 노조법이 개정되고 ILO 기준에 맞춰 중요한 변화들이 만들어졌다. 그 시기에 한국노총은 다수당인 집권세력과 제휴를 통해 노동정책을 다뤘는데 현재의 집권세력인 윤석열 정부는 노동 문제에 적대적이고 노조를 깨야 지지를 얻고 심지어 국민들이 그것을 원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정권의 정체성이 이번 총선에서 심판받았다. 그렇다면 집권세력이 소수파이고 다수당이 야당인 상황에서 노동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과연 이 정권 하에서 조직노동의 직접적인 이해와 이익을 실현하는 전략이 옳을 것이냐. 아니면 기존의 노동 이익을 방어하는 대신 사회적이고 저변에 있는 약자들의 이슈를 추진할 것이냐. 만약 선택한다면 후자 쪽의 선택이 맞지 않을까. 그리고 현재의 정당 정치가 굉장히 어지럽다. 적어도 더불어민주당의 대표 체제는 확고해 보이지만 앞으로 대통령 선거가 있다. 지방선거와 대선이 다가오는데, 시간이 갈수록 노총 출신 의원들은 당내 정치에 휩쓸려 갈 것이고 노총과의 관계에선 원심력이 강하게 작용할 것이다. 노총 출신 당선자들은 당내 상황이나 정치권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노총과의 관계를 십분 활용해야 할 것이다. 소수파 여당 소속이든 다수파 야당 소속이든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은 유사한 처지일 것이다. 나는 (한국노총이) 정치적으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명분과 가능성을 암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을 바탕으로 한국노총 역시 노총 출신 의원들을 충분히 활용해야 할 것이다. 대선까지 가는 과정에서 한국노총 또는 노동계 대선 후보를 추대하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만 야당(민주당)의 건강성에도 도움이 되고 국회에서 노동 이슈들을 부각하는데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 무엇보다 주력 조합원층이 은퇴하는 상태에서 젊은 세대의 조합원들, 저변에 있는 노동자들의 관심, 불만 그리고 이해를 한국노총이 대변하면서 새로운 세대를 획득하고 국회와 정당정치에서 전체 노동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성국 연구위원 : 앞으로 한국노총과 지지 의원들과의 관계 설정도 필요하지만, 권리당원에 대한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노총과 산별연맹이 주도적으로 모집했던 권리당원들을 선거 때만 동원하지 말자. 최근 정당정치 활성화를 위해 지역구 위원회 부활, 권리당원의 참여 및 역할 확대라는 두 가지 방향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노총도 조합원이자 권리 정당원들의 정당 참여와 역할 확대를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할지 모색해야 한다. 노조 정치활동은 먼저 권리당원의 역할을 확대하고, 이후 조합원으로 저변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정당들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당원의 참여와 역할 변화가 역동적이다. 물론 정당정치 실종으로 평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권리당원들이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분위기는 부정하지 못한다. 한국노총이 조합원이자 권리당원의 정치 참여 에너지를 어떤 방향으로 전환할 것인지를 모색할 시점이다. 이런 점을 볼 때 22대 총선에서 위축된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다른 면에서는 기회요인을 확인한 계기였다. 노동자 정치세력화는 전환점을 맞이한 셈이다. 이번 기회에 한국노총은 정치활동 전반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송태수 박사(좌장) : 노동 의제 설정이라든가 또는 의제를 대중적으로 공론화하는 데 정당정치의 본질적인 제약이 확인되었다. 정당은 선거를 통해서 선택을 받고, 선거 행위를 통해서 평가받기 때문에 중도화된 의제를 부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때론 권력 이슈에 집중된다. 이것이 정당정치의 기본이다. 국민 또는 대중 내에서 한국노총이 내셔널센터로서의 조직적 역할을 하고 정치적인 역할을 강화하는 차원으로 접근할 때 정당정치는 제약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한국노총이 노동 의제들을 공론화하려면 대안적인 모색이 필요하다. 박상훈 박사는 노총 내부에 자율성을 갖춘 조직 또는 기구를 설립해 국회와 정당에 유연한 대응을 하자고 제안하였다. 정흥준 교수는 의제의 대중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의제의 재정립 또는 의제 설정 과정의 변형 가능성까지 거론하였다. 정책 역량의 강화와 노동정치국 설치 필요성을 제언하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존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한국노총의 독자적 정치 영역들을 만들자고 제기하였다. 박영삼 센터장도 노동 의제 설정을 위해 좀 더 넓은 저변들을 확보하고 의제를 개발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하였다. 박성국 박사도 선거 국면이라는 결정적인 계기들을 통해 정치활동이 표출된다라고 했을 때 한국노총이 정치활동을 체계화하는 방안을 주문하였다. 이에 대해 정당 또는 국회의원 관점에서 박홍배 당선인이 보완하였으면 한다.

 

박홍배 당선인 : 22대 국회 출범 전후 상황을 짚어보면 정치권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한국노총의 정치활동도 동일한 영향권에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통합당의 합당 정신에 따라 한국노총은 2012년 민주통합당 대의원의 약 30% 정도를 노동 지분으로 보장받았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노동 지분을 축소하였다. 앞으로 노동 정책당원(대의원)의 참여 지분도 낮아지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권리당원은 약 250만 명에 달한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권리당원 가입 운동은 금융노조에서 활발하게 전개하였다. 총선 이후에는 한국노총 전북지역본부, 금속노련에서 권리당원 가입 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과연 이것만으로 노동 지분을 확대할 수 있을까. 우선 지역당원으로 가입된 한국노총 조합원들을 권리당원 또는 정책당원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시도돼야 한다. 대국회 의제를 설정하고 어떻게 관철할지 고민해야 한다. 노동존중 실천의원단은 22대 전반기에 3기가 구성될 것이다. 한국노총은 각 지역본부와의 연결을 시도해야 할 것이다. 지역에서 당선되거나 환경노동위원회에 소속된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은 노동존중 실천의원단에 참여하며 한국노총과 당의 가교역할을 잘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노동포럼은 더욱 확대하려 한다. 앞으로 22대 국회에서 한국노총이 요구하는 법 개정 사항을 대놓고 반대하는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을 징계했으면 좋겠다. 물론 조합원도 아닌데 징계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상징적·정치적으로 징계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최근 민생토론회에서 제안된 노동법원의 경우 한국노총 정책 방향과 일치한다. 여당 의원을 설득해 제도개선을 진전시켜야 한다. 22대 국회에선 한 발짝 더 나가는 게 필요하다.

 

조선아 실장 : 더불어민주당 전국노동위원회는 중요한 상설위원회이다. 이 기구에서 한국노총 중앙과 당 노동위원회의 연계를 조직적으로 확보하는 문제, 한국노총 권리당원의 정치 참여와 역할 확대 문제가 함께 검토된다. 노동 부문 권리당원, 노동위원회와 같은 상설기구 관리 문제는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과제이다. 한국노총이 배출한 의원들의 활동에 대한 평가, 주요 정당의 활동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서는 내부적으로 이견이 존재한다. 내부 논의가 좀 더 필요하다. 노총 출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함께하는 공간을 모색 중이다. 정치자문위원회와 같은 공간에서 좀 더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

 

 

Ⅳ. 총선 이후 노동정국과 사회적 대화

 

▸ 여소야대 정국에서 노동조합은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만 노동의제를 공론화하고 법제화할 수 있다. 과거 여소야대의 정국 상황에서 한국노총의 전략적 선택을 되돌아보자. 예를 들면 여소야대 국면이었던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16~17대 국회에서의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입법은 참조할 사례이다. 노동 정치 및 정책 전문가들은 22대 총선 이후 노동정국과 사회적 대화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제언하였다.

▸주요 내용

우선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뿐만 아니라 국회 내에서 노사정 대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이 제안되었다. 그동안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ᐧ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의 사회적 대화를 바탕으로 노동 입법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거나, 합의안을 도출해 국회에 제안하였다. 앞으로는 국회 안에서의 사회적 대화도 중요해졌다. 야당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면 정부가 불쑥 대책을 내놓은 뒤 이를 이유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21대의 행태가 22대 국회에서도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여소야대 하의 의회 내에서 사회적 대화를 거쳐 노동 입법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16~17대 국회에서의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입법이 그러한 사례였다. 의회 주선의 노사정 대화에서 한국노총의 최종안이 관철되지 못했지만, 애초의 정부안은 폐기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국노총이 비정규직 의제를 조정하는 국회 차원의 길을 열었다.

22대 국회에서 사회의 저변, 미조직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노동 의제를 다루는 방안이 제안되었다. 한국노총이 정년연장 또는 공무원 타임오프 등 조직적 이해가 걸린 의제를 국회에서 방어적으로 접근하되, 사회 저변의 의제를 다룰 때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주문하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이런 사안들은 정부 여당과도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박성국 연구위원 : 노동조합 관점에서 노동 의제를 국민적 의제로 부각하거나, 입법 의제로 전환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먼저 조합원을 동원해 국회에 압력을 가하거나 정책 로비를 하는 방식이다. 한국노총 내부에 자율적인 기구 또는 노동정치국을 설치하는 방안이 제안되었다. 이 기구가 담당하는 역할이 바로 의회를 겨냥한 압력과 정책 로비일 것이다. 주로 비공식적이고 제도화되지 않은 방식이다. 전통적으로 한국노총은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 의제를 대중적·국민적 의제로 부각하고, 이것을 지렛대로 의회 정당의 입법작업을 견인하였다. 의회에 대한 동원과 압력이라는 다원주의적 방식과 사회적 대화를 통해 입법을 정당화하는 조합주의적 방식은 상호 보완적이다. 그동안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현재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사회적 대화를 바탕으로 노동 입법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거나, 합의안을 도출해 국회에 입법을 제안하였다. 앞으로는 국회 안에서의 사회적 대화도 중요할 것이다. 야당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면 정부는 불쑥 대책을 내놓은 뒤 이를 이유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21대의 행태가 22대 국회에서도 반복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국회 안에서 입법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해졌다. 이해당사자가 분명한 노동 의제의 경우 의회 내에서 노사정 협상을 통한 입법의 정당화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과거 여소야대 하의 의회 내에서 사회적 대화를 거쳐 노동 입법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16~17대 국회에서의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입법이 그러한 사례이다. 또한 의회 소수파 연립정부와 노사가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사회적 합의와 의회 내 야당의 지지를 끌어내 개혁 노동과제를 추진했던 네덜란드 뤼테 내각의 사례도 참조할 만한 하다. 네덜란드의 경우 전통적으로 사회적 대화가 강한 나라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석 이상의 의회 내 정당 15개가 난립하는 정치 환경에서 소수파 연립정부는 의회 밖의 노사, 의회 내 야당을 차례로 설득하는 사회적 대화를 거쳐 노동개혁을 추진했다. 한국의 경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사회적 대화를 충실히 하되, 국회 안에서도 추가적인 노사정 대화를 추진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될 수 있다. 의회 소수파 정부·여당과 거대 야당 사이에서 양대 노총이 노동계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되, 여야 간 협의 및 합의 입법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노총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사회적 대화 의제의 우선순위와 논의 일정의 재설정을 적극적으로 주도해야 한다. 의회 내에서 노사정 대화를 기반으로 개혁 노동과제의 입법 정당성을 강화하고, 입법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의회 밖과 안의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는 양대 노총은 미조직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도록 그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의회 내 노사정 대화를 수용하고 주선하는 국회의장 및 여야 대표의 의지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박영삼 센터장 : 박성국 박사가 과거 사례를 얘기하니 첨언해보려 한다. 노무현 정부 중반기 이후 정부도 한국노총이 필요했다. 정부는 애초 한국노총을 외면했지만 결국 비정규직법 협상을 위한 파트너로서 한국노총에 적극적으로 손을 내밀었다. 17대 국회 환경노동위 (이목희) 법안심사 소위원장이 노사 단체를 법안심사소위에 참관위원 형태로 참여시키고 법안심사를 함께했던 전례가 있다. 참여정부의 한미 FTA 추진과 관련해서도 한국노총은 당연히 반대했지만, 전략적으로 반대 기조를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에 관한 문제가 남아 있었다. 민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 끝내 불참하고 정부와 대결구도를 지속하던 때였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법안이 의회에서 노사정 협상을 거쳐 통과되었다. 물론 한국노총의 최종안이 관철되지는 못했지만, 애초의 정부안은 폐기되었다. 당시 정부 여당은 의회에서 소수파였다. 정부와 한국노총은 비정규직 의제를 조정하는 국회 차원의 길을 열었다고 자부한다. 22대 국회에서 노동 의제는 사회의 저변, 미조직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해야 한다. 한국노총 입장에선 정년연장 또는 공무원 타임오프 등 조직적 이해가 걸린 의제를 국회에서 방어적으로 접근하되, 사회 저변의 의제를 다룰 때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돌봄서비스 문제, 기후변화와 산업전환 문제, 최근 이슈인 플랫폼 프리랜서 문제는 노동 및 사회 저변의 의제에 해당한다. 이 의제들을 22대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다뤄야 한다. 조직 노동의 이해가 직접적으로 걸려 있지 않지만, 한국노총이 적극적으로 대변해야 할 사안이다. 이런 사안들은 정부 여당과도 어느 정도 협의를 해야 할 것이다.

 

 

Ⅴ. 맺는말

 

이 글에서는 22대 총선과 한국노총의 선거활동 평가 좌담회를 바탕으로 노동정치 활성화 및 사회적 대화를 위한 과제들이 토론되었다. 좌담회의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거시적인 측면에서 총선 활동을 평가하면 한국노총은 22대 총선을 통해 노동의 대표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한국 정치에서 권력 이슈가 권리 이슈를 완전히 잠식하였다. 22대 총선에서 노동자, 여성, 소수자의 권리문제, 제도와 조정 이슈는 사라졌다. 한국노총은 과거와 유사한 총선 성적표를 받았지만, 종전과 다른 활동을 요구받고 있다. 이런 점으로 인해 22대 총선은 ‘전환점’으로 평가되었다. 미시적인 평가와 관련해 한국노총 지지 후보 33명의 국회 진입은 기회요인이지만, 정당 내 노동 지분과 노동위원회 위상이 약화한 점은 위기요인으로 해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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