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목 한국노총 정책2본부 부장
한국노총은 4월 22일 가평에서 회원조합 정책담당자 워크숍을 개최해 이번 22대 총선의 의미를 짚어보고 향후 노동운동이 어떤 전략을 갖고 대국회투쟁을 진행할 것인가에 관해 고민하는 자리를 가졌다.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적 성격을 지닌 총선의 의미가 ‘정권심판’임을 확인하고, 노동운동의 공세적 대응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중요한 자리였다. 이날 발표된 전문가 특강의 내용을 짚어보고, 한국노총이 지향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 4월 22일 열린 ‘2024년 한국노총 회원조합 정책담당자 워크숍’
수비에서 공격으로, 공세적 대응으로 빠른 전환이 필요해
‘총선 이후 노동정책의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특강에 나선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그동안 ‘노동정책의 수단화’와 ‘노동조합 배제’에 기반한 윤석열 정부 전반기 정책 방향이 전환점에 들어서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정권심판론에 의해 선거에서 대패한 가운데 단순히 공수전환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정권 이양도 못 할 수 있을 정도여서 국정 기조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자본주의 질서를 유지하는데 노동이 자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등 노동에 대한 편협한 인식이 과연 고쳐질 것인가에 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교수는 전반기 정책 전반에 대해서 평가했다. 먼저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에 대한 탄압, 노동시간 주69 시간제 등 보수 지지층 결집에 활용된 반노조 정책은 결과적으로 집권 세력의 정당성 확보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을 짚어냈고, 노동시장 절반에 가까운 MZ세대가 중요시하는 일-가정 양립, 개인적 역량의 발전 등 변화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무능으로 인해 국민 다수가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평가하고 정책에 대해 동의하지 못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법인세 감세, 중대재해처벌법 2년 유예 추진, 전경련 활동 재개 방치 등 사용자 편향성에 무너진 기초노동질서를 뼈아픈 실책으로 보았다.
이런 이유로 정교수는 정치적 도전에 직면한 윤석열 정부가 이대로 노동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매우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자본주의가 노동과 자본이라는 두 바퀴와 정부라는 방향키에 의해 유지, 발전되는데 이에 대한 철학적 인식이 부재한 상황이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며, 그에 따라 전반적 경제와 민생정책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평가가 겹치면서 노동시간 유연화 등 각종 노동개악 추진 동력 둔화를 전망했다.
다만, 노동 관련 정책을 현상 유지로 설정하되, 기업에 대한 지원을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하고 규제 완화를 이어나가려는 노력을 통해 정권 지지층에 대한 지원은 지속할 것이라고 보았다.
사회적 대화 전망에 대해서는 비관적 입장을 냈다. 정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동 관련 현안을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적 대화가 추진되지 않았을뿐더러, 이미 그러한 기회는 놓쳤다고 평가했다. 현재 근로시간, 고령자 계속 고용, 노동시장 양극화 해소 등 사회적 대화 의제는 정해져 있지만, 아마도 논의만 이루어지고 합의 없이 위원회가 종료될 것이며, 한국노총도 반노동 의제를 합의할 수 없으므로 어떤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노동운동의 대응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한국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진영이 정책적 주도권 확보를 위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노동시간 유연화 및 노동조합 배제 정책을 폐기하고 앞으로 추진되는 새로운 노동정책은 노조를 포함한 이해관계자 전반의 의견수렴이 기반이 되어야 함을 강조해야 할 것, 특고 및 플랫폼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 및 초단시간 노동자 등 차별받는 노동자를 위해서 제도개선 방안에 방점을 찍을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정교수는 노동존중법안 의제화 및 법 제(개)정 추진을 강조하였는데, 구체적으로 법제화할 수 있는 몇 가지 사례를 들며 이에 대해 노동운동이 차근차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 공세적 대응으로 22대 국회 입법 추동해야
간단한 질의응답을 마친 이후 한국노총은 회원조합 정책담당자 회의에서 노동정책 전반에 대해 검토하고 현장 중심의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22대 총선 대응 정책 활동에 대한 평가와 향후 입법과제 추진 방향을 중심으로 사회적 대화, 최저임금, 주4일제, 단체협약 분석, 연금개혁, 기후위기 등 과제에 대해 공유하고 현장의 의견을 수렴했다.
특히 한국노총은 8대 핵심입법과제인 ①업종별 차등적용 금지 등 최저임금 차별금지 ②노조법 제2, 3조 개정 재추진 ③노사자치 및 초기업 교섭체제 활성화 ④65세 정년연장 법제화 ⑤사회연대 입법(5인 미만 근기법 전면적용, 일하는 사람기본법 등) 쟁취 ⑥주4일제 도입 및 장시간 노동 남용금지 ⑦소득대체율 강화 국민연금 개혁 실현 ⑧공공의료 인력확대 및 의료 불균형 해소 등에 대해 각각 주체 및 추진전략을 마련해 입법을 현실화하자는데 의지를 모았다.
회의에서 구성원들이 많이 느낀 바는 ‘우리의 힘이 필요하다’는 간절함이었다. 21대 국회는 여소야대 지형이었지만 국회의 입법 활동이 부진했음을 확인했다. 야당이 개혁적 입법에 소홀히 한 부분도 있었고, 겨우 통과된 법안이 대통령의 거부권에 의해 무력화되기도 했다.
특히 노동·사회정책 분야 관련 입법 사항은 정쟁에 밀려 거의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4월 총선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국민도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국회가 적극적으로 입법 활동에 매진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다.
국민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22대 국회도 심판 대상이 될 것이다. 공수가 전환됐다. 어쩌면 노동운동에 있어 다시 오기 힘든 순간이기에 한국노총의 기민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