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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정치세력화 전환점, 22대 총선 후 노동정국 전망과 노동조합의 과제

노동정치·정책 전문가 좌담회 중심으로

등록일 2024년07월12일 09시53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박성국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제22대 국회가 2024년 5월 30일에 개원하였다. 지난 4월 10일 총선으로 구성된 22대 국회는 윤석열 정부의 중·하반기 임기와 맞물렸다. 22대 국회의원 총선은 정부 여당의 참패로 막을 내렸다. 1987년 이후 국회의원 총선에서 집권 정당의 기록적인 참패는 드문 편이지만, 13대 총선(민주정의당 의석 점유율 41.8%), 16대 총선(새천년민주당+자유민주연합 의석 점유율 48.4%), 20대 총선(새누리당 의석 점유율 40.6%), 22대 총선(국민의힘 의석 점유율 36%)에서 여당이 참패하였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이뤄지고, 그로 인해 야당이 역대급으로 승리했지만, 노동조합의 정치세력화는 축소·약화하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동 의제를 중심으로 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 논리는 완전히 실종되었고, 총선 이후에도 유사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과 대외협력본부는 2024년 5월 28일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22대 총선활동 평가를 위해 노동정치 및 정책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좌담회를 개최하였다. 박상훈(전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박성국(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 박영삼(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노동데이터센터장), 박홍배(더불어민주당 22대 국회의원 당선인), 정흥준(서울과학기술대학 교수), 조선아(한국노총 대외협력실장), 송태수(전 한국노동교육원 연구위원) 등 노동정치 및 정책전문가 6명이 참여하였다. 좌담회에는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참여해 인사말을 하였으며, 송태수 연구위원이 사회를 맡아 진행했다.

 

22대 총선 결과와 노동정치의 명암

 

노동정치·정책 전문가들은 거시적인 측면과 미시적인 측면으로 구분해 한국노총의 22대 총선 활동을 평가했다. 거시적인 측면과 관련해 첫째, 예전에는 협조의 대가로 국회의원 몇 자리를 보장받았지만, 22대 총선을 통해 한국노총은 노동의 대표성을 인정받았다. 둘째, 한국 정치에서 권력 이슈가 권리 이슈를 완전히 잠식하였다. 22대 총선에서 노동자, 여성, 소수자의 권리문제, 제도와 조정 이슈는 사라졌다. 셋째, 양대노총 조합원의 주력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하는 시기에 서 있다.

 

한국노총은 과거와 유사한 총선 성적표를 받았지만, 종전과 다른 활동을 요구받고 있다. 제도적으로 제약된 정치 환경과 노총 출신 의원단의 정치적 기회주의 사이에서 한국노총의 선거 활동도 상대적으로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들로 인해 22대 총선은 ‘전환점’으로 평가됐다.

 

미시적인 측면과 관련해 첫째, 22대 총선을 통해 한국노총 지지 후보 33명의 국회 진입은 기회 요인이지만, 정당 내 노동 지분, 노동위원회 위상이 약화한 점은 위기 요인으로 해석될 수 있다. 둘째, 한국노총은 정당의 답변서와 전문가 의견 조사를 바탕으로 홍보활동을 전개하였다. 상대적으로 조합원 설문조사나 국민여론조사는 공론장을 만드는 데 더 유리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따라서 한국노총이 정당의 노동 공약을 중심으로 조합원 또는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평가했다.

 


▲ 3월 18일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2024년 제1차 한국노총 중앙정치위원회’

 

전환점 맞이한 노동자 정치세력화

 

22대 총선 결과로 윤석열 정부의 노동 개혁은 추진동력이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한국노총에도 거대 야당과 소수 여당 사이에서의 관계 설정과 노동 입법에 관한 정책적 참여를 둘러싼 딜레마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22대 총선 과정에서 위축된 노동정치를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을까. 노동정치 및 정책 전문가들은 단기와 중기 과제를 구분해 제안했다.

 

단기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여야 정당 가운데 지도부로부터 자율적인 의원 집단들의 의제 형성 능력을 한국노총이 지원하거나 공식화하는 방안이다. 둘째, 집권세력이 소수파이고 야당이 다수파인 조건에서 조직노동의 직접적인 이해와 이익을 실현하는 전략이 옳을 것이냐. 아니면 사회적이고 저변에 있는 약자들의 이슈를 추진할 것이냐. 한국노총은 후자 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게 노동전문가의 의견이었다. 셋째, 상대적인 진보정당을 견인하려면 한국노총의 노동정책 능력이 제고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축소된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을 복원하되, 재정 여력이 부족하면 양대 노총의 정책연대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중기적인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노총이 내부에 유연한 대정치 또는 국회 활동의 기회를 부여한 독립기구 또는 주체를 키우는 방안이 제안되었다. 노총 내부에 ‘노동정치국’을 설치하는 제안도 여기에 포함되었다. 둘째, 정당 내 노동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지역당원으로 가입된 한국노총 조합원들을 권리당원 또는 정책당원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토론되었다. 능동적으로 활동하는 권리당원들의 존재를 고려해 정치 참여 에너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한국노총이 지원한 의원들에 관한 평가와 관련된 사항이다. 한국노총을 기반으로 당선된 점을 환기하기 위해 조직적 평가 결과를 재선 및 지역구 배치 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제안되었다. 넷째, 한국노총이 정치적으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명분과 가능성을 암시하는 방안도 제시되었다. 대선까지 가는 과정에서 한국노총 대선 후보를 추대하는 것도 주요한 과제에 해당한다.

 

총선 이후 노동정국과 사회적 대화

 

여소야대 정국에서 노동조합은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래야만 노동의제를 공론화하고 입법할 수 있다. 노동정치 및 정책 전문가들은 22대 총선 이후 노동정국과 사회적 대화에 관해 다음과 같이 제언하였다.

 

우선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대화뿐만 아니라 국회 내에서 노사정 대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그동안 한국노총은 노사정위원회에서 사회적 대화를 바탕으로 노동 입법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거나, 합의안을 도출해 국회에 제안해 왔다. 앞으로는 국회 안에서의 사회적 대화도 중요해졌다. 야당이 법안을 통과시키려 하면 정부가 불쑥 대책을 내놓은 뒤 이를 이유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21대의 형태가 22대 국회에서도 반복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여소야대 하에서 의회 내에서 사회적 대화를 거쳐 노동 입법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16~17대 국회에서의 노동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입법이 그러한 사례였다. 의회 주선의 노사정 대화에서 한국노총의 최종안이 관철되지 못했지만, 애초의 정부안은 폐기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국노총이 비정규직 의제를 조정하는 국회 차원의 길을 열었다.

 

22대 국회에서 사회의 저변, 미조직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노동 의제를 다루는 방안이 제안되었다. 한국노총으로선 정년연장 또는 공무원 타임오프 등 조직적 이해가 걸린 의제를 국회에서 방어적으로 접근하되, 사회 저변의 의제를 다룰 때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이런 사안들은 정부 여당과도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22대 국회에서 야당이 주도하는 상임위원회 운영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여당이 거부권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거대 야당과 소수 여당 사이에서 한국노총이 전체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되, 여야 간 협의·합의 입법을 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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