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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유예되어서는 안되는 이유

정혜선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회장(가톨릭대학교 교수)

등록일 2023년11월14일 10시08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는 전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에 해당한다. 국민소득 3만 불인 나라에서 1년에 2천여 명이 일하다 사망하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중대재해를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노사가 한마음으로 일하는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고 존중하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중대재해로 희생당하는 것은 결국 노동자이기 때문에 사업주가 노동자를 지키고 보호하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직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은 사업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자세 중의 하나이다. 다치고, 병들고, 사망할 것을 알면서 노동자들을 일하게 하는 사업주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환경이 유해한지 알지 못해서 의도하지 않게 안전한 작업환경을 만들지 못할 수 있으므로 정부에서는 안전보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중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안전보건 컨설팅을 시행하여 안전장치가 확보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데 예산이 소요된다면 그 비용까지 정부에서 지원해 주고 있다.

 


▲10월 24일 한국노총 대회의실(6층)에서 열린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현장적용 및 개선방안 토론회’

 

일터에서 노동자의 죽음을 멈추자, 2021년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

불량한 작업환경을 개선하지 않고,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은 채 사업주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의무를 다하지 않아서 노동자가 사망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 바로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조치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하게 한 사업주를 처벌함으로써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노동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다.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면 사업주는 처벌받지 않는다. 사전예방 조치를 충분히 하였지만 불가피하게 사망자가 발생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사업주에게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미한 사고는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산업재해가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인명피해와 같이 귀중한 생명이 손실되는 중대한 사고에 대해서만 처벌하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유예...안돼

중대재해처벌법은 2021년에 제정되어서 5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해 1년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되었다. 5인~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둔 후 2024년 1월 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자체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내년 1월로 다가옴에 따라 소기업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시점을 2년 더 유예해 달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소기업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하기에는 인력과 자원이 부족하고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서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법의 시행이 불안하고 두렵다는 것이 소기업 사업주들의 의견이다.

 

하지만 2년을 연장한다고 해도 사업주의 인식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안전보건을 확립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2021년에 법이 제정된 이후 지난 3년 동안 정부에서 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컨설팅, 예산 지원 등을 시행하였기 때문에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소기업이라면 법 적용 시기가 다가와도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설령 지금까지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중대재해를 예방하겠다는 의지만 있으면 남은 3개월 동안 철저히 준비하여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나 안전보건공단에 요청하면 사업주가 필요로 하는 내용을 사업장의 특성에 맞게 개별적으로 지원을 해 주고 있고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소기업 사업주들이 부담을 갖는다는 의견이 있으니 이 시점에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인 지원대책을 제시한다면 사업주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이다.

소기업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은 사업장 내 안전보건 전문인력이 부재하고 안전보건을 수행하기 위한 예산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안전보건 전문인력이 없으니 사업주가 안전보건 의무사항을 이행하려고 해도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정부에서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핵심전략으로 위험성 평가를 제시하고 있는데, 위험성 평가를 회사 내에서 자체적으로 수행하려고 해도 전문가가 사업장 내에 상주하지 않는다면 작업현장에 맞는 위험성 평가가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다.

 

소기업 사업주의 어려움을 개선할 방안

사업주의 이와 같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50인 미만의 소기업에서 안전보건 전문가를 공동으로 채용하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50인 미만의 소기업에 전담자를 채용하기에는 비용이 부담이 생길 수 있으니 1명의 전문가가 여러 개 사업장을 맡아서 공동으로 관리를 해 주면 소기업 사업주의 부담을 크게 해소할 수 있다. 지금까지 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주로 1년에 3~4회 정도 사업장을 방문해 컨설팅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와 같은 방식은 단편적이고 제한적이어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되지 못한다. 물론 이와 같은 컨설팅도 큰 도움이 되지만 근본적으로 안전보건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는 좀 더 자주, 좀 더 집중적으로 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므로 사업장에 상주하며 관리할 수 있는 전문가를 배치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공동채용 제도를 신설하여 소기업을 관리할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는 안전보건관리자를 채용하는 비용을 지원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소기업 사업장에 안전보건관리자를 채용하는 비용을 지원해 준다면 사업장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소기업에서 어려운 점 중의 하나도 안전보건관리 자격을 취득한 인력을 구하지 못해 채용이 어렵기도 하다. 자격 소지자는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등 근무조건이 좋은 곳에 취업하려고 하므로 적은 예산으로 안전보건관리자를 구할 수가 없다.

 

셋째 안전보건 활동의 지원을 유해하거나 위험요인이 많은 업종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내년에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5인~50인 미만 사업장은 68만 개소에 이른다. 이 중 고위험업종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은 금속제련업, 선박건조 및 수리업, 기계기구․금속․비금속 광물제품제조업, 화학 및 고무제품제조업, 수제품 및 기타제품 제조업 등의 5개 업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업종은 약 8만 개소에 이르는데, 여기에 집중한다면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소기업 사업주의 부담을 크게 경감시킬 수 있다.

 

위의 제시한 방안들이 실제로 이루어진다면 소기업의 사업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시행해 왔던 규제와 감독 중심의 접근이나 일회적이고 단편적인 지원보다는 지속적이고 상시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서 소기업도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를 검토하기 이전에 소기업 사업주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개선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서 소기업의 중대재해를 예방하는데 기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소기업 사업주가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하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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