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를 위해 법 제정 및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플랫폼 노동의 범위와 규모가 확대되고, 플랫폼노동자가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플랫폼 알고리즘’을 이용한 노동자 통제가 대두되고 있다. 플랫폼노동자가 기업이 설계한 알고리즘에 따라 배정받은 일감을 따르지 않을 경우 여러 불이익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현재 유럽연합(EU)의 ‘일반정보보호규정(GDPR)’, 미국의 ‘알고리즘 책임법안’(Algorithmic Accountability Act)’ 등 플랫폼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보가 세계적인 흐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플랫폼 알고리즘의 공정성, 객관성이 확보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노동력 제공에 따른 ‘알 권리’ 내지는 ‘설명받을 권리’ 보장에 대한 논의도 부족한 현실이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은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와 함께 2일 14시, 한국노총 6층 대회의실에서 ‘플랫폼알고리즘 실태와 노동환경 개선방안’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현종화 이륜차안전문화연구소 소장, 노성철 사이타마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발제 및 실태조사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플랫폼 기반 음식배달, 대리운전, 택시, 가사노동자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8명의 음식배달노동자를 대상으로 강제배정과 자율배정을 구분해 5일간 실제 주행자료를 분석했다.
△ 발제 중인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연구자들은 “실태조사 결과, 플랫폼 알고리즘이 강제로 배정하는 일감을 수행하지 않는 경우, 앱 접속이 제한되거나(45.2%), 앱에 접속할 수 있더라도 일감이 배정되지 않는(63.8%) 불이익이 있었다”며 “이는 플랫폼노동자가 알고리즘이 강제하는 일감을 수행하지 않을 시 심각한 경제적 불이익에 직면하게 되는 것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플랫폼노동자 중 일감 배정원리와 불이익 기준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들은 비중이 불과 11.8%에 그쳤으며, 노동자의 82.7%가 자세히 설명받을 필요가 있다고 응답했다”며 “정보비대칭성 해소 및 노동자 ‘알 권리’ 향상을 위해 플랫폼 알고리즘의 투명성 제고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플랫폼 알고리즘에 의한 강제 배정은 주로 수입대비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대기시간이 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연구진들은 “강제 배정이 자율 배정에 비해 더 높은 노동강도를 보임에도 강제 배정만 수행하는 노동자의 월평균 수입이 자율 배정만 수행하는 노동자보다 더 낮은 결과를 보였다”며 “플랫폼기업이 노동자를 통제하고, ‘고강도-저임금’ 노동자를 확보하기 위한 하나의 방안으로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 발제 중인 현종화 이륜차안전문화연구소 소장
실제 최근 플랫폼기업은 자율 배정보다 강제 배정에 더 많은 일감을 할당(51.3%)하고 있다. 플랫폼노동 일감 배정의 패러다임이 자율 배정에서 강제 배정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상당수 플랫폼노동자가 플랫폼에 경제적 종속된 집단인 만큼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며 ▲플랫폼 알고리즘 규제를 위한 법 제정 ▲알고리즘 규제 독립적 감독기구의 설치 ▲사회적 대화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 ▲가격 알고리즘 공정경제에 대한 문제의식 확산 등을 제안했다.
토론회에 앞서 김동만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은 인사말에서 “현재 플랫폼 시장은 시장경제에서 말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보이지 않고 노동자를 통제하고 감독하는 시스템만 존재한다”며 “오늘 발표되는 연구 결과가 알고리즘에 숨겨진 불합리를 드러내고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의미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 인사말 중인 김동만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이사장
이날 토론회는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김준영 한국고용정보원 연구위원, 송명진 한국플랫폼프리랜서 노동공제회 사무국장, 김서원 고용노동부 디지털노동 대응 TF 사무관, 선동영 한국노총 연대노조 배달플랫폼지부 위원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 발제 중인 노성철 사이타마대학교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