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에게 일하는 환경은 항상 중요한 요소가 된다. 노동 현장이 자연환경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지 아니면 실내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노동조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은 근무 환경이 쾌적했으면 하는 바람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특히 농촌이나 어촌, 산촌 등등 자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날씨는 일에 고단함을 더한다.
<고등어잡이, 브르타뉴 지방>
1865년, 캔버스에 유채, 영국 올덤 미술관 소장
열악한 자연환경에 그대로 노출되어 일하고 있는 노동자를 그린 작품이 후크의 <고등어잡이, 브르타뉴 지방>이다.
드넓게 펼쳐져 있는 바다를 배경으로 어선들이 부둣가에 정박해 있다. 화면 왼쪽 어선에서 남자가 배에서 물고기를 담은 바구니를 소년에게 건네주고 있으며, 소년은 바지를 걷어 올린 채 두 손으로 바구니를 받치고 있다. 바지를 걷어 올린 소년의 다리는 해안가라는 것을 의미한다.
바닷가 나지막한 모래 언덕에 무릎으로 기대고 서 있는 여인은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있다. 모래 언덕에 무릎을 꿇고 앉아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있는 자세는 무거운 바구니를 운반해서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에 있는 여인은 허리를 굽힌 채 물고기를 손질하고 있다.
바닥에 놓여 있는 은빛 물고기는 고등어이다. 바닥에는 손질된 고등어가 쌓여 있다. 조그마한 바구니에 담겨 있는 물고기와 바닥에 있는 물고기는 분류중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여인의 맨발은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임을 의미한다. 여인들의 하얀색 머릿수건과 어깨에 두른 낡은 스카프 또한 가난한 노동자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화면 중앙에 정박해 있는 배에 접근하고 있는 소년과 배 위에 있는 어부들 역시 육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고기를 전달해주기 위해 일하고 있다. 정박해 있는 어선의 깃대가 바다 쪽을 향하고 있는 것은 바람이 세게 불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넓게 펼쳐져 있는 하늘의 구름이 낮게 드리워진 것은 좋지 않은 영국의 날씨를 보여준다.
후크는 어부를 그린 작품으로 영국 미술계에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으며, 그 이후 바다와 관련된 주제에 몰두하게 된다. 그는 바다의 아름다운 풍경보다는 바닷가에 사는 노동자들의 삶에 주목했다.
당시 노동자 계급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커지자 후크는 그러한 분위기를 반영하기 위해 고된 어부들의 일상을 작품 속에 담아내고자 했다. 노동자들의 고된 현실을 통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던 후크의 작품들은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끌게 된다.
<농가의 깃털 작업장>
1891년, 캔버스에 유채, 상트페테르부르크 러시아 미술관 소장
비, 바람, 눈, 태양 등 자연환경에 그대로 노출되어 일하는 것보다 실내에서 일하는 것이 환경적으로 나을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지금은 실내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환경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과거에는 환경이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생산성에만 집중되었기 때문에 실내라고 해서 쾌적한 환경은 아니었다.
비좁은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노동자들을 그린 작품이 키브센코의 <농가의 깃털 작업장>이다.
창문 밖에는 건물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는 도시가 보인다. 작업장 왼쪽 벽에는 빵빵하게 부풀어 오른 마대가 쌓여 있고, 그 아래 작업대에서는 여성 노인들이 앉아서 깃털을 바구니에 담고 있다. 붉은색 옷을 입은 여인은 허리에 손을 올린 채 서서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화면 오른쪽 상단에는 오리가 걸려 있다. 아래 작업대에 앞에 앉아 있는 여성 노동자들은 깃털 작업을 하지 않고, 중앙에서 마대에 깃털을 담고 있는 여성을 향해 손가락질하고 있는 여인을 바라보고 있다. 그 옆에 앉아 있는 여성은 술을 마시고 있다. 오른쪽 하단에 있는 여성은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바구니에 있는 깃털을 마대에 담고 있다. 이 여성은 소란스러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기 일만 하고 있다. 술을 마시고 있는 여성과 대비되면서 성실함을 강조한다.
벽에 걸려 있는 오리와 바닥에 널려 있는 깃털 그리고 여성 노동자들이 오리 깃털을 바구니에 담고 있는 모습은 깃털을 수집하는 작업장이라는 것을 나타낸다. 화면 왼쪽 작업대 앞에 서 있는 여성과 오른쪽 손가락질은 하는 여성은 작업반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허리에 손을 대고 있는 자세는 작업반장의 거만한 태도를 암시한다.
중앙의 남자 노인과 여인이 깃털을 마대에 넣기 위해 바구니를 들고 있다. 두 사람의 얼굴이 오른쪽에 서 있는 작업반장을 향해 있는 것은 지적받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이는 바닥에 날리고 있는 깃털이 설명해주고 있다. 즉 마대에 넣고 있는 깃털의 손실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며, 깃털 작업장으로 처음 일하러 온 노동자라는 것을 암시한다.
여성 노동자들이 쓰고 있는 스카프는 추위 때문에 귀를 보호하기 위한 러시아의 여성들의 평범한 패션이다. 깃털과 스카프는 계절이 겨울임을 보여준다. 창문 너머 보이는 도시의 풍경은 비좁고 먼지 자욱한 작업장과 대비되면서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강조하고 있다. 키브센코는 이 작품에서 인물들의 표정을 통해 정서적 특징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