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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또 다른 즐거움, 취미

박희숙 <교과서 속 구석구석 세계명화> 저자, 화가

등록일 2022년09월01일 14시14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듯이 가장의 무게가 어깨를 짓누르고 있어도 가끔은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자신을 위해 신이 허락한 조그만 시간을 쓴다면 고통스러운 현실의 버거움을 견딜 수 있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신을 위해 시간을 보낼 때 살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며 삶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책 읽는 여인>


1668~70년, 캔버스에 유채, 독일 뮌헨 알테 피나코테크 미술관 소장

 

잠시 시간을 내서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고 있는 노동자를 그린 작품이 엘링가의 <책 읽는 여인>이다. 화면 왼쪽 머리에 흰색의 모자를 쓴 여인이 창가 앞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오른쪽에는 바퀴가 달린 왜건이 검은색 천으로 덮여 있고 가죽 의자에는 과일이 담겨 있는 은그릇이 놓여 있다.

 

바닥에는 신발이 아무렇게나 놓여 있고 벽에는 두 개의 액자가 걸려 있다. 반쯤 덧문이 달린 창문에는 이웃집이 보이고 나무로 된 찬장이 낮게 드리워져 있다. 책을 읽고 있는 여인이 머리에 쓰고 있는 흰색의 모자와 앞치마는 그녀가 하녀라는 것을 나타낸다. 창문 앞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은 밝은 곳을 찾아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왜건은 그릇을 보관하고 있는 가구를 나타내며 검은색 천으로 덮여 있는 것은 음식 장만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옆에 있는 의자 위에 올려놓은 은그릇은 부르주아 집이라는 것을 나타내며 과일은 남은 음식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나무로 이어붙인 낮은 천장과 구석에 놓여 있는 왜건과 의자는 부엌 옆 골방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벽에 창문은 부르주아 집안이라는 강조한다. 창문을 가리고 있는 덧문은 당시 유리가 비싸 창문 전체를 유리로 할 수 없었다는 것을 나타낸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벗어 던진 신발은 책을 읽고 싶은 여인의 급한 마음을 의미하며 붉은색 옷은 읽고 있는 책이 연애 소설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전통적으로 풍속화에서 붉은색 옷은 정념을, 벗어 놓은 신발은 섹스를 상징한다.

 

화면 오른쪽 벽에 걸려 있는 두 개의 그림은 하녀가 겪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데 먹구름이 있는 풍경화는 책에 오랫동안 빠져 있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옆에 인물화는 부르주아 주인을 의미한다. 따라서 액자의 그림은 쉬는 시간 없이 일해야만 하는 노동자의 삶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피터 얀센스 엘링가<1623~1682>의 이 작품은 책을 읽고 있는 하녀를 통해 여인의 심리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인기를 끌었던 도덕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숲속에서>


1892년, 캔버스에 유채, 프랑스 낭시보자르 미술관 소장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그 많은 취미 중에 음악은 인생의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더군다나 내가 하는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으면 더욱더 즐겁다. 점심시간 짬을 내서 악기를 연주하는 노동자를 그린 작품이 부르레의 <숲속에서>이다.

 

숲속 공터에서 모자를 쓴 남자가 서서 바이올린을 켜고 있고, 주변에 남자들은 쓰러진 나무에 앉아서 그를 바라보고 있다. 숲속 공터에 쓰러진 나무에 앉아 있는 남자들은 벌목공들을 나타내며, 바이올린을 켜는 남자가 신고 있는 장화는 그가 소를 돌보는 노동자라는 것을 나타낸다.

 

정면 나무에 걸터앉아 있는 여인 옆에 바구니는 점심 식사를 가져온 것을 보여주며, 여인 앞에 앉아 있는 남자가 숟가락을 들고 있는 것은 아직 점심 식사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파스칼 다냥 부르레<1852~1929>의 이 작품에서 나이 든 남자가 숟가락을 그릇에 넣고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자세는 음악에 심취해 점심을 먹는 것을 잊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또 벌목공들과 여인이 바이올린 켜는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것은 음악에 빠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댄서들>


2002년, 종이에 파스텔, 개인 소장

 

인생의 즐거움에 하나가 춤을 춘다는 것이다. 춤을 배우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시간이 아깝지 않다는 것을 춤을 배우면 배울수록 느낀다. 춤은 기쁨이기 때문이다. 클럽에서 춤을 배우는 사람들은 그린 작품이 보테로의 <댄서들>이다.

 

천장에는 화려한 조명들이 매달려 있고 화면 중앙 정장 차림의 남자와 붉은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춤을 추고 있다. 남자는 오른손으로는 허리에 팔을 대고 왼손으로는 여자의 손을 잡고 춤을 추고 있으며, 여인이 남자의 얼굴을 당당하게 바라보고 있지만 남자는 표정이 굳어 있다.

 

여인의 녹색 신발은 여인이 전문 댄서라는 것을 나타내며, 얼굴을 들고 남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댄서로서의 당당한 직업의식을 보여준다. 남자의 굳은 얼굴은 춤을 잘 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화면 왼쪽 녹색 셔츠를 입은 남자가 여자를 꼭 끌어안고 춤을 추고 있다. 남자의 운동화와 멜빵을 메고 있는 바지는 그가 노동자라는 것을 나타낸다. 녹색 셔츠를 입은 남자와 춤을 추는 여자의 신발은 그녀가 전문 댄서라는 것을 보여주며, 굳어 있는 얼굴은 춤에는 관심이 없고 신체접촉만 원하는 남자에게 화가 났다는 것을 암시한다.

 

화면 오른쪽에 보이는 여인의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있는 남자의 짧은 머리는 그가 군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여인의 흰색 스커트와 오렌지색 구두 그리고 검은색 스타킹은 평범한 여인이라는 것을 나타내며, 붉어진 뺨은 남자의 손길에 수줍어하는 마음을 의미한다. 페르난도 보테로<1932~>의 이 작품에서 색색의 전등은 무도회장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노동자, 군인, 사무원 등 다양한 계층이 찾는 곳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삶이 퍽퍽하다고 해서 나를 위한 시간을 쓸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를 위해 취미를 가진다는 것이 가장의 의무를 저버리는 것은 아니다. 나를 위한 시간은 휴식이다. 휴식이 없이 일한다는 것은 몸과 마음에 상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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