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여성 노동정책 중에서도 성평등 정책 자체가 부정됨은 물론 축소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한, 국정과제에서 성평등 관점이 드러나지 않으며, 양성평등 일자리 구현 공약에서도 육아휴직 확대와 단계별 성별 고용공시제 자율적 도입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은 양성평등주간(9/1~9/7)을 맞이해 5일 오후 2시, 한국노총 13층에서 ‘새 정부 여성 노동정책, 여성 노동자를 위한 것인가?’ 여성 노동포럼을 열고, 현 정부의 여성‧노동정책을 진단하며 노동환경 개선과 더욱 나은 삶의 기반 확립을 위한 정부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 함께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새 정부 여성 노동정책 진단과 과제’를 주제로 발제한 김경희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구조적 성 불평등은 이미 30여 년 이상 여성정책의 축적과 발전 속에서 사회적 승인이 형성되었다고 볼 수 있으나, 현 정부에서는 구조적 성 불평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여성 노동문제의 대표적 사례인 성별 임금 격차는 정치, 경제, 문화, 가족이 연결된 구조 속에서 발생하고 있어 해결도 구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새 정부의 110개 국정과제 중 여성 노동 및 고용 관련 과제 50번 ‘공정한 노사관계 구축 및 양성평등 일자리 구현(고용부) : 육아휴직 등 일 가정 양립지원, 성별 근로 공시제’에 대해 “겉으로는 양성평등 일자리 구현을 내걸고 있으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육아휴직 확대와 단계별 성별 고용공시제의 도입”이라며 “지금의 성 불평등 구조에서 성별 임금 격차와 여성 노동의 저평가 등의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과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발제 중인 김경희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이어 여성 노동 정책 방향에 대해 ▲실효성 있는 채용 및 고용차별 금지 정책 ▲일터의 민주주의(성희롱, 성폭력, 차별문화 개혁) ▲성 불평등 구조 진단에 따른 고용 노동정책 마련 ▲돌봄 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 마련 등을 제안했다.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5인 미만 사업장 여성 노동자 노동실태와 정책과제’를 주제로 발제에서 “5인 미만 사업장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분석 결과 근로계약을 구두로 맺거나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장 중요한 임금에 대한 알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여성 노동자의 노동환경이 매우 열악함을 강조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이전의 사업장도 영세사업장으로, 여성 노동자들이 지속해서 열악한 노동환경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하며 “5인 미만 사업장의 여성들은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노출되고 있으며, 최저임금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비중이 20%에 육박한다”고 지적했다.
△ 발제 중인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이어 여성 노동의 정책제언으로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순차 적용 △최저임금 위반 및 임금체불 사업장에 대한 적극적 적발 △일반노조 형태의 5인 미만 사업장 여성의 노조조직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및 사업주 대상 교육프로그램 마련 등을 제시했다.
포럼에 앞서 최미영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여성들은 남성들과 같은 학위와 스펙을 가지고도 입직하는 순간부터 성차별을 당하며, 어렵게 들어온 직장에서조차 결혼과 임신, 육아 등으로 차별받으며 경력단절이라는 또 다른 차별을 당한다”며 양성평등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을 꼬집었다.
△ 인사말 중인 최미영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이어 “일 년 중 딱 일주일을 ‘양성평등을 해야 한다’라고 외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노동시장에서, 가정에서, 사회 전반에서 여성이 평등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의지와 역할이 중요”함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날 포럼은 김엘림 한국방송통신대 전북지역대학장 법학과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김경희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와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이 발제를 진행했다. 토론자로는 윤정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최진협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윤정화 고용노동부 양성평등정책담당관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