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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 답습하는 인공지능 규제 필요성에 관해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등록일 2023년06월15일 13시29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4차 산업혁명이 거론된 이후 4차 산업혁명의 영향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과 다양한 예측이 이루어졌으며, 그중 가장 관심이 집중된 주제는 일자리의 미래에 대한 논의였다. 세계경제포럼 『The Future of Jobs』에 따르면 미래 일자리의 핵심은 인공지능을 필두로 한 디지털 기술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리버흄 미래지능센터는 인공지능이 주도하는 미래에는 여성차별 구조가 더 심화할 수 있음이 주장되고 있다.

 

▲ 출처 : 이미지투데이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말하고 행동하는 방법을 배우고, 교육과정과 사회생활 등을 통해 살아가는 방식을 터득한다. 쉽게 말해 인간은 부모와 학교와 사회를 통해 학습하고, 오랜 기간에 걸쳐 진화해왔다. 인공지능 역시 과거 단순한 반복적 계산을 넘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과 딥러닝(deep learning)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분석하며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고, 이제는 우리의 산업구조를 변화시킬 핵심적 요인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인공지능은 사람과 달리 감정적이지 않고, 객관적으로 빅 데이터에 기반하여 공정하고 차별적이지 않은 최적의 결정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현실에서는 전혀 그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기 위해 주입되는 정보에 있다. 쉽게 말해 머신러닝과 딥러닝을 통해 차별적 정보를 학습한 인공지능이 차별적 결과를 제시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구글포토는 흑인을 고릴라로 인식하였고, 구글광고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고급 취업광고를 내보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테이는 서비스 시작 사용자들이 입력한 혐오 표현을 따라 하기 시작해 하루 만에 서비스가 종료된 사례가 있다. 아마존 역시 구직자 이력서 평가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여성이 언급된 지원서를 채용대상에서 배제하거나, 여대를 졸업한 이들에게 감점을 메기는 등 성별 편향적 결과를 보여 개발이 중단되었다.

 

문제는 차별의 행위자인 인공지능은 자연인이 아니므로 직접 제재하거나 처벌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또한, 인공지능은 개발자 역시 설명하지 못하는 블랙박스(black box)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을 설계한 개발자가 차별적으로 설계한 것인지, 아니면 인공지능이 딥러닝을 통해 자연적으로 학습한 것인지 규명하기가 어렵다. 행위자가 주로 사람인 가해자-피해자의 구조는 법적으로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순 있지만, 여기에 가해자-인공지능-피해자의 구조가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는 과거 중대재해 처벌법 이전, 원청에 책임을 묻지 않았던 과거 원하청 구조와 유사하다. 심지어 인공지능이 딥러닝의 수준까지 올라와 인간이 설명하지 못하는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개발자의 처벌도 쉽지 않다. 과도한 우려일 수 있지만, 혐오와 성차별적 성향을 지닌 대상이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교묘히 차별적 요인을 설계하더라도 처벌은 불가능하다.

 

만약 인공지능이 지금보다 더욱 노동시장 내 깊숙이 자리 잡고 향후 채용, 승진이나 승급에서도 활용된다면,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적 환경과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 여성혐오를 그대로 답습해도 이를 밝혀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가해자를 식별하는 것도 불가능할 것이다. 결국, 인공지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면 인공지능을 중심에 둔 4차 산업혁명에서도 여성은 여전히 피해자이자 취약계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자명하다.

 

주요 선진국은 인공지능의 개발 단계부터 서둘러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조하며 규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일반정보보호규정(GDPR)과 미국 인공지능 차별금지법 등 인공지능의 차별적 의사결정을 금지하는 법·제도적 규제가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인공지능 규제=기술발전 저해’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인공지능 규제는 성역으로 남아있다. 인공지능 발전은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에 고착된 성차별적 인식까지 학습하고, 차별적 결과를 제시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성평등 노동환경을 구현하려면 인공지능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는 규제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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