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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평전'을 읽고

[제3회 난생처음 노동문화제 수상작] 독후감 3등 청소년부문, 성휘석

등록일 2022년02월28일 15시1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한나 아렌트는 아돌프 아이히만을 보면서 생각이 없는 것도 범죄라고 말한 바 있다. 아이히만은 많은 유대인들을 학살하였음에도 자신은 시켜서 한 것일 뿐, 자신이 직접 유대인들을 죽인 것은 아니라고 변명하였다. 한나 아렌트는 그러한 비굴한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대리적 상태로 두고 변명에 급급한 아이히만에게서 불의를 방관한 죄를 찾았다. 하지만 솔직히 우리는 아이히만의 모습에 익숙하다. 우리 안에 있는 비굴한 모습과 비합리적인 모습에서 제2의 아이히만의 탐욕과 망령된 행동을 찾게 되는 것이다.

 

전태일 평전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안타까움이다. 왜 노동자는 늘 위험한 상황에 처해야 하는가. 왜 노동자는 갑의 횡포에 굴복해야 하고 왜 노동자는 자신의 목숨값으로 돈을 벌어야 하는가. 조금 더 안전하고 넉넉한 그런 삶을 살 수는 없는 것일까?

 

나는 뜻이 있어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곧바로 검정고시를 본 후에 음악을 공부하고 있다. 이제 2년째인데 만약 학교에 다녔다면 나는 2년 동안 비대면 수업을 들으며 무척 건조하고 따분한 학창시절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친구들보다 더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삶의 지혜를 쌓았다. 봉사도 많이 하고 아르바이트도 틈틈이 하였다. 탈북자 청소년도 만나보고 어렵게 호스피스에 가서 비대면으로 봉사도 하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겪은 학력에 관한 콤플렉스는 내 마음을 무척 심란하게 만들었다. 나는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한 상태였는데 마치 내가 문제를 일으켜 검정고시를 본 것이 아니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았고 나는 아직도 이런 고루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도저히 믿겨 지지 않았다.

 

나는 전태일이 겪었던 당시의 노동 환경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때의 차별과 억압은 갑의 횡포나 사람들의 여러 가지 편견으로 변형되었고 그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마음에 상처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여러 면에서 세계 강대국의 위용을 보이고 있다. 소프트웨어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고 실력 있는 인재 또한 많이 있다는 평을 들으며 우리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하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차별이 존재하는 것이다. 노동자의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며 지금도 많은 노동자들이 안전사고로 인하여 죽어가고 있다.

 

나는 노동 환경이 전폭적으로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깨끗하고 조용한 곳에서 공부를 하면 공부가 더 잘되듯 좋은 작업장에서 노동을 하면 그만큼 효율성과 수익성이 높아질 것이다. 노동자가 행복한 사회야말로 진정한 선진국가이며 노동 환경이 좋은 사회야말로 누구나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우리는 전태일의 정신을 이어받을 필요가 있다. 잘못을 보고도 방관하는 자세는 옳은 자세가 아니며 생각 없이 사람을 죽인 아이히만의 죄와 유사한 것이다. 불의를 보면 저항해야 한다.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과정에서 먼저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전태일의 정신을 계승하는 것이고 우리가 가져야 할 가장 상식적이고 양심적인 삶의 자세인 것이다.

 

나는 전태일처럼 목숨까지 바치며 정의를 위해 싸우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한 옳지 않은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는 용기를 가질 것이며 이로써 공정하고 합당한 사회 일원이 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스타일은 내 방식대로 하되 그 중심은 전태일의 반듯한 정신을 따를 것이다. 선진국가에 걸맞는 선진 시민이 될 것을 한 번 더 다짐해 본다.

 

심사평

☞ 전태일처럼 목숨을 바쳐 정의를 위해 싸우지는 않겠다는, 그러나 최소한 옳지 않은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할 용기를 가지겠다는 다짐은 누구보다도 단단해 보인다

☞ 책을 활자나 지식이 아닌 자신의 삶으로 읽고, 성찰함

임욱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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