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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크려 있던 삼성 노동자들, 다 함께 일어나다

이효원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차장

등록일 2021년11월04일 15시18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삼성연대, 삼성화재노조를 위해 한 목소리로 외치다

 

연일 비소식이 있던 10월 8일 오전,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삼성그룹노동조합연대(이하 금속삼성연대)가 국회 정문 앞에 모였다. 금속삼성연대 동지들은 빗속에서 연신 “삼성화재는 회사노조 해체하라!”, “서울노동청은 회사노조 설립신고 직권취소하라!”라고 외쳤다.

 

9월 초 법원에서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동조합(이하 평협노조)와 삼성화재 간의 교섭을 중단하라는 결정이 난 이후에도 여전히 회사는 삼성화재노조와 교섭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회사는 평협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결정되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지만, 보험설계사 조합원들까지 품은 삼성화재노조와 교섭하기를 꺼리는 것이다.

 

이날 삼성연대는 ▲삼성화재와 삼성화재노조 임금교섭 재개 ▲회사노조 설립 개입에 대한 사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평협노조 설립신고증 직권취소 등을 요구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에 따라 많은 인원이 참여할 수 없었지만, 삼성연대 동지들은 기자회견을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굵어진 비 때문에 취재진도 많이 오지 않았지만, 끝까지 삼성화재노조 곁을 지켰다.

 


 

삼성화재노조, 국감에 가다

 

삼성화재노조는 9월 29일부터 10월 29일까지 국회 정문 앞에서 매일 정오에 1인 시위를 했다. 국회를 오가던 국회의원들은 때때로 발걸음을 멈추고 현재 상황에 대해 묻거나 힘내라는 인사를 건넸다.

 

10월 12일 고용노동부 소속기관 국정감사가 있던 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삼성화재에서 일어나고 있는 노조탄압과 어용노조의 설립인가 문제에 대해 심문했다. 먼저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국회의원은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장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장에게 평협노조의 설립신고과정에 중대한 절차적 하자가 있음을 알고도 설립신고를 받아준 점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노동부는 평협노조의 설립신고 과정에서의 하자가 설립인가를 취소할 만큼 중대한 하자라고 보기 어렵다는 초기 입장을 고수했다. 또한 평협노조가 자주성과 독립성이 결여된 조직으로 회사와의 교섭을 중단하라고 한 법원의 가처분 인용과 노동부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에 대해 노동부는 가처분에 대한 권한은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삼성화재노조 오상훈 위원장은 참고인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찾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국회의원(비례)의 질의에 오상훈 위원장은 평협노조의 조직적인 노조파괴 공작을 폭로했다. 평협노조는 삼성화재 직원 수천 명이 보는 평협 홈페이지에 조직적으로 노조에 대한 비방, 모욕, 험담하는 글을 올리며 ‘삼성화재노조는 나쁜 노조’라는 프레임을 만들었고, 위원장에 대한 조롱과 인신공격을 반복했다. 해당 비방글에 대해 고소를 진행했는데, 회사가 노조 임원에 대한 징계와 고소를 맞바꾸자는 식의 회유 정황이 담긴 녹취 파일을 공개하기도 했다.

 

끝으로 오상훈 위원장은 “평협의 친사노조로 전환이 기어코 성공한다면 삼성그룹 내 대부분 계열사에 같은 전략이 실행될 것이라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삼성노동자의 미래는 암담해질 것이다. 유성기업의 어용노조 사건을 기억한다. 판결이 나오는 데 10년이 걸렸다. 법원의 판결만 보고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이제 삼성노동자들은 도움이 필요하다”며 호소했다.

 

“회사를 멈춰라!” 금속삼성연대 역대 최장기간 파업 해낸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

 

지난 3월 상견례로 시작한 2021년 임금교섭을 20여 차례 진행했으나 노사의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회사가 사원협의회인 한마음협의회와 맺은 임금협약과 동일하게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9월 27일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는 1차 조정회의에 참석했다. 그리고 이튿날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압도적인 찬성률로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했다. 9월 30일에는 2차 조정회의가 있었다. 노조와 회사는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조정은 중지됐다.

 

노조는 곧바로 전조합원에게 ‘2021년 임금투쟁 쟁의지침’을 발송했다. 쟁의행위는 10월 1일부터 전 조합원에게 쟁의지침을 전달하고, 대체공휴일 이후 5일부터 8일까지 나흘 동안 9시 출근, 18시 퇴근, 태업 등으로 구성되는 준법투쟁으로 시작했다. 연휴가 시작되는 9일부터 주말을 포함해 17일까지 9박 10일 동안 전 조합원이 자리를 비우는 집단휴가투쟁을 이어갔다. 금속삼성연대 소속 노조로서는 역대 최장기간 파업이다.

 

쟁의행위에 처음 참여하는 조합원들을 위해 노조는 쟁의지침을 보다 상세하게 작성했다.

 

➀ 9시 출근하고 18시 퇴근(선택적 근로시간도 활용) ➁ 점심시간 및 휴게시간 누락 없이 정확히 사용 ➂ 업무시간 외, 점심/휴게시간, 휴일 중 업무용 전화응대 금지 ➃ 주 평균 40시간 이상의 연장근로 거부 ➄ 고객, 유관업체 등에 충분한 보상기준 설명 ➅ 반드시 한 가지 업무 완벽히 종료 후 다음 업무 실시 ➆ 각종 멀티 업무 전면 금지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노동자들은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대물보상 즉, 자동차 등 재물에 입힌 손해에 대한 보상 관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자동차 사고의 특성은 하루 24시간 중 언제든지 발생하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휴게시간이나 점심시간 중에도, 퇴근 후에도 전화응대 등의 업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출퇴근 시간과 휴게시간을 정확하게 지키고 업무시간 외에 전화응대를 하지 않는 것, 고객에게 더욱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 한 번에 한 가지 업무만을 충실하게 하는 등 법을 촘촘하게 지키는 이 모든 것이 지금까지 회사가 돌아가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것이다. 아니, 회사를 위해 움직이던 시계를 노동자들을 위해 움직이도록 바꾸는 것이다.

 

9박 10일 집단휴가투쟁에는 조합원의 약 77%가 참여하며 노조의 높은 단결력을 보여주었다. 연휴 덕분인지 비공개조합원들과 비조합원들까지 백신 2차 접종 공가를 같은 시기에 집중적으로 사용하면서 오히려 투쟁규모가 확대되었다. 수도권 이외 지역은 상대적으로 참여가 저조해 아쉬움을 남겼으나, 수도권은 업무처리율이 크게 낮아지면서 실제 고객 불만이 증가했다.

 

투쟁을 위해 노조는 또 한 가지를 준비했다. 바로 고객들을 위한 안내문이었다. 현재 노조가 정당한 쟁의행위와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는 것, 안내 응답이 많이 늦어질 수도 있다는 것, 이에 따른 불편사항은 금융감독원으로 접수하라는 안내문을 만들어 배포했다.

 

노조의 쟁의행위는 회사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결국 회사는 교섭을 재개하자고 요청해왔다. 일단 항복을 외친 것이다. 하지만 10월 25일 회사와 재개된 교섭은 합의 없이 끝났다. 교섭 결렬 후 노조는 긴급 확대간부회의를 열었다. 이제 노조는 두 번째 파업을 준비한다. 일명 ‘10월 마감 전면 거부’로 10월 27, 28, 29일 3일간 2차 집단휴가투쟁을 이어갈 계획이다.

 

노조는 이번 쟁의행위를 통해 노조의 분위기가 ‘우리도 이제 삼성과 싸울 수 있다’, ‘일방통행을 저지하고 삼성을 변화시키는 힘은 역시 노동조합이 맞다’는 확신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또한 노조 간부들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도 돈으로 절대 살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을 했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과라고 평하고 있다.

 

최원석 위원장은 “우리는 회사를 망하게 하는 노동조합이 아니다. 이번 중노위 조정안 수락이 그 증거이다. 우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요구나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이 요구는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 노동자들이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 것이다. 쟁의행위 찬성률과 파업 참여율을 보면 알 수 있다. 회사가 버티려면 버텨도 된다. 다만 노동자들의 뜻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며 이어지는 투쟁도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확신했다.

 


 

웅크리던 시간은 지났다, 이제 다 함께 일어날 시간을 맞이하자

 

금속삼성연대는 10월 8일 기자회견 직후 10차 정기회의를 개최했다.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과 삼성웰스토리노조, 삼성에스원참여노조, 삼성생명직원노조, 삼성SDI울산노조,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노조, 삼성디스플레이노조, 삼성화재노조 등 7개 노조가 참석한 회의에서는 각 단위노조의 주요 현황 보고와 함께 <2021년도 금속삼성연대 조직강화 워크샵>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11월 11일, 12일 양일간 충청남도 천안에서 40여 명이 참석해 2021년 금속삼성연대의 활동에 대해 평가하고 2022년 활동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또한 금속삼성연대 소속 단위노조들의 공통적인 고민인 조직확대방안과 삼성 그룹사 내 노동조합 활동 방안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효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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