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대에 들어와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앞다퉈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탄소중립의 배경에는 기후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저감이 있다. 휘발유와 경유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는 필연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2018년 기준 한국의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은 7억 2,760만 톤으로 이 중 13.5%인 9,810만 톤이 자동차 등 수송부문에서 발생했다. 미국이나 EU 국가들은 수송부문 이산화탄소 배출 비중이 20~30%에 달한다.
이에 따라 주요 국가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목적으로 잇달아 내연기관차 퇴출을 선언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2025년, 네덜란드는 2030년, 영국은 2035년, 스페인과 프랑스는 2040년 내연기관차 퇴출을 선언했다. 중국은 2035년부터, 일본도 2030년대 중반까지 내연기관차를 퇴출할 계획이고, 한국도 2035년~2040년을 목표로 퇴출 계획이 논의되고 있다.
▲ 출처 = 이미지투데이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산업은 9천여 개 부품사에 22만여 명이 종사하고 있다. 전기차, 수소차로 대변되는 미래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의 엔진, 변속기를 배터리와 모터로 대체하며 연료탱크, 라디에이터 그릴, 오일류 부품 등이 필요 없다. 이 때문에 자동차 한 대당 들어가는 부품 개수가 기존 3만여 개에서 1만 5천~1만 8천여 개 정도로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산업전환의 과정에서는 구조적으로 일자리를 잃게 되는 노동자들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미래차 확대에 따라 2030년에는 국내 부품기업 900개가 감소하고 노동자 3만 5천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에서 2020년 9월 금속노련 가맹 자동차 부품생산 사업장 190개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원하청 관계, 미래차 영향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많은 자동차 부품기업들이 불공정한 납품단가 결정을 경험했으며,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고용안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자동차 부품사가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개별적인 대응이 어려운 상황이라는데 있다. 자동차 부품기업의 83%는 매출 100억 원 미만의 영세기업으로, 이들 기업의 2020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0.5%였다. R&D, 설비투자 여력이 부족하기에 단기적으로는 자동차 부품기업에 대한 저리 대출, 상환 연장 등의 금융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국내 자동차 부품산업은 특정 완성차 업체에 종속된 납품 거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거래처 다변화가 어려워 상시화된 단가 인하가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중소기업이 기술개발을 하기도 힘들고 기술개발을 하더라도 그 과실을 영위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상당수의 자동차 부품사는 경쟁력 있는 독자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다시 완성차업체에 대한 의존도 심화, 납품단가 인하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원하청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해야만 자동차 부품사들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내수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남미, 아프리카 등의 수출을 위해 내연기관차 생산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온실가스도 줄일 수 있고 내연기관차 부품도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세제 지원을 연장하고 확대할 필요성도 있다.
현재 정부는 탄소 중립을 외치며 미래차 보급에만 열을 올릴 뿐 그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전혀 고민하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정책에 따라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들이 발생하는데, 이에 대한 대책이 없는 것이다. 노동자가 일방적으로 피해를 받거나 소외되지 않을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서는 실효성 있는 직무 전환 훈련 과정이 갖춰져야 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의 신규 일자리 제공, 실업급여 확대 지급, 사업구조 개편 시 노동자 참여 보장 등의 방안이 반드시 모색돼야 한다.
향후 금속노련은 자동차부품업종위원회를 구성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 제안을 만들고 의견을 개진해 정의로운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