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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 대전환기 정의로운 전환은 어떻게 가능한가?

이상호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

등록일 2022년04월27일 14시37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요 약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산업전환의 필요성과 정의로운 노동전환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경우 디지털화와 탈탄소화로 인해 패러다임 자체가 전환되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갈등이 첨예한 산업이기 때문에 노동전환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합의는 순조로운 이행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미래자동차의 트랜드 변화에 따라 산업생태계와 가치사슬체계가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전환을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정의롭게 달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지난 7월 산업전환에 따른 피해 가능성이 높은 기업, 지역 및 노동자에 대한 지원방안을 발표했지만, 산업 대전환기 노사정을 비롯한 주요 이해관계자의 적극적 참여와 사회적 책임을 이끌어내고 노동시장의 이행 능력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고용정책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상당히 미흡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동전환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고용정책과제를 일자리 소멸, 일자리 이동, 일자리 창출이라는 세 가지 유형에 따라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먼저 탈탄소화와 탄소중립 이행으로 인해 사양산업화하거나 소멸할 수밖에 없는 일자리의 경우 해당 노동자가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기술능력 습득을 지원하는 직업교육훈련이 실시되어야 한다.

두 번째, 산업전환에 따른 기술 및 직무 등 일자리의 성격 변화로 인해 일자리의 이동이 불가피한 경우 재직자의 고용유지를 목적으로 직무이동 및 배치전환을 위한 교육훈련을 실시해야 한다. 이러한 노동시장의 이행을 순조롭게 하기 위해서 개별 기업을 넘어 지역 및 업종 차원에서 종합적인 일자리중개서비스를 제공하는 고용지원컨소시엄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노동전환의 고용충격을 줄이기 위해서 새로운 녹색일자리를 업종과 지역 특성에 맞게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이에 적합한 녹색기술 등 새로운 인적역량과 직업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교육훈련정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정의로운 전환과정에서 고용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의 정책협의와 합의에 대한 상호존중이 대단히 중요하다. 직무재교육과 전직·재취업훈련 등에 대한 노동조합의 능동적 참여가 필요하며, 노사정의 협력과 책임을 전제로 하는 사회적 대화를 통해 현실화시켜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본 보고서는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달성하기 위해서 전국차원의 ‘자동차산업 노동전환위원회’, 그리고 지역차원의 ‘자동차 클러스터 정책협의회’ 구성을 제안한다. 더 나아가 사업전환과 폐기로 인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공적구조재편기금(PPF)’을 조성하고, 사회협약으로 ‘자동차산업 미래협약’을 노동조합의 대응전략으로 제안한다.

 

 

Ⅰ. 들어가며

 

디지털 경제와 기후위기로 대표되는 산업 대전환기 자동차산업은 최전선에 서 있다. 과거 포드 자동차의 일괄조립방식이 대량생산-대량소비라는 자본주의생산방식의 첨병 역할을 수행했듯이, 전기차, 자율주행, 차량공유, 커넥티드 카 등 자동차산업의 새로운 트랜드가 시대를 선도하고 있다.

 

특히 2018년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인구 수백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 19 팬데믹은 총수요와 총공급의 동시적 붕괴라는 초유의 사태를 발생시키면서 우리의 일상과 산업생태계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극단적인 수요충격으로 엄청난 구조조정이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요즘에도 경직된 노동시장은 소인화기술과 자동화의 유인이 결합되면서 나타난 조건이기도 하다. 그리고 위기는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투자를 지연시키는 반면, 전기이동성을 가속화시키는 촉매제이다.

 

기후위기 시대 팬데믹의 효과는 자동차산업에서도 적나라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직접적이고 빠른 산업전환은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충돌과 갈등을 유발시킬 수밖에 없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경우 산업구조가 완성차업체를 중심으로 한 단계적 하청업체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동화와 디지털화로 인해 부가가치체계 그 자체가 유통 및 서비스영역으로 급속하게 확장되고 있다.

 

이뿐 만이 아니다. 자동차산업의 노사관계는 기업별 단체교섭으로 한정시킬 수 없을 만큼 전후방 파급력이 크고 준거모델적 성격이 강하게 작용한다. 이러한 복합적 관계성으로 인해 산업전환에 있어 이해관계자의 협의와 조율은 중요하다. 그래서 노동전환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합의는 산업사회 충격의 완충과 순조로운 이행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이 글은 자동차산업의 대전환기 정의로운 노동전환을 위한 사회경제적 조건변화, 이에 따른 고용노동 관련 정책과제, 그리고 노사정을 비롯한 이해관계자의 대응을 노동조합의 전략을 중심으로 살펴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먼저 디지털 경제의 도전과 기후위기라는 제약 하에서 자동차산업 노사가 봉착하고 있는 산업전환과 탈탄소화 문제들을 살펴볼 것이다. 이어 자동차산업의 노동전환을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정책과제를 고용노동분야를 중심으로 살펴보고 이에 따라 요구되는 노동조합의 대응전략을 시론적 수준에서 제안하고자 한다.

 

 

Ⅱ. 자동차산업의 디지털 전환과 탈탄소화의 일자리 효과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이 디지털화와 탈탄소화로 인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이해관계자의 갈등이 첨예한 산업부문이기 때문에 노동전환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협의와 타협은 순조로운 이행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그래서 네트워킹, 자율주행, 공유차량, 전동화(CASE)로 대표되는 미래자동차의 트랜드 변화에 따라 산업생태계와 가치사슬체계가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전환을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정의롭게 달성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박근태, 2021; 김경유·조철, 2021).

 

또한 최근 들어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산업전환의 필요성과 정의로운 노동전환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기후위기를 방지하고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산업구조의 대전환은 거부할 수 없는 전 세계적 흐름이다. 그러나 문제는 급격하게 전개되고 있는 산업전환으로 인해 기존 산업생태계의 질서가 흔들리고 기업과 일자리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배출가스 감축을 위한 친환경차 생산을 급격하게 증가시키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경우도 엔진 및 구동장치 생산에 종사하는 기술직의 감소가 예상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은 ‘2030 수송부문 NDC 강화에 대한 산업·노동계 공동 건의문(2021)’에서 자동차산업의 탈탄소화로 인한 전기차 전환 시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 수가 1/3 이상 줄어들고, 필요인력은 내연기관차 대비 7-80%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또한 전국금속노조 연구팀(2021)의 조사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가 2023년부터 전기차를 매년 23.5만대 생산하는 경우 공수감축이 30% 이루어진다는 걸 가정하면 2025년까지 정년퇴직 등으로 인한 자연감소 인원 외에, 추가적으로 3년 동안 4,633명이 더 줄어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산업전환의 충격은 이해관계자의 협치에 기반한 대응전략, 즉 노동전환의 방향과 내용에 따라 그 피해의 정도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바로 독일자동차산업이다.

 

독일금속사용자연합과 금속노조는 기후변화와 디지털경제에 대한 대응기조로 ‘정의로운 전환’을 결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먼저 기업차원에서 ‘미래협약(Zukunftvereinbarung)’을 체결하여 전기차 전환에 따른 지속가능한 고용과 제품경쟁력 향상에 대한 노사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리고 산업과 국가차원에서 원활한 산업전환을 위해 ‘전환펀드(Transformationsfonds)’를 조성하고 피해기업의 사업전환을 지원하는 동시에, 해당 노동자의 재취업과 전직을 위한 직업교육훈련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을 수행했다. 이러한 노동전환을 연착륙시키기 위해 산업차원에서 ‘자동차정상회담(Autogipfel)’, 국가차원에서 ‘이동성 미래를 위한 국가플랫폼(Nationale Plattform Zukunft der Mobilität)’이라는 노사대표자와 정부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치거버넌스를 구축하여 이해관계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산업정책과 노동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하였다(이문호 외, 2019).

 

바로 이러한 정의로운 전환과정을 거치면서 독일자동차산업은 디지털화와 탄소중립이라는 두 가지 시대적 도전에도 불구하고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탄탄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디지털 전환과 탈탄소화의 고용효과는 양적 측면이나 질적 측면 모두 상당한 논란이 존재하지만, 온실가스 감축방안 그 자체가 정책적 프레임과 의지로 만들어진다는 면에서 보면, 고용효과에 대한 정책적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고 볼 수 있다(남재욱 외, 2021).

 

탈탄소화가 탄소유발 산업생산의 감소, 이에 따른 고용의 직접적인 감소를 유발시킨다고 예상할 수도 있지만, 총고용량 측면에서 보면 탄소배출산업의 고용감소를 줄이면서 녹색일자리 창출을 통해 고용량을 증가시킬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탄소화로 인한 일자리 효과는 지역/기업/직종간 고용조정 및 노동이동, 일자리 질을 포함하는 노동시장의 구조 및 비중 변화, 노동력의 구성 및 기술의 특성 변화는 물론, 노사정 등 이해관계자의 정책협력정도 등 종합적 연관관계에 의해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이상호, 2018; 이상호, 2021).

 

 

Ⅲ. 공정한 노동전환을 위한 정부 대책에 대한 비판

 

정부는 2021년 7월 말 산업전환에 따른 피해 가능성이 높은 기업, 지역 및 노동자에 대한 지원방안을 발표했다(관계부처 합동, 2021). 주요 내용은 피해기업의 신산업분야로의 사업전환, 재직자 역량강화 및 전직·재취업을 위한 노동전환, 피해지역의 신성장동력 육성 및 고용위기 대응지원을 위한 지역전환 등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나 이번 발표의 핵심은 노동전환이다. 기존 산업구조재편 및 기업구조조정을 중심으로 한 산업전환 프로그램과 달리 노동전환 지원방안은 산업전환에 따라 요구되는 직무재편, 노동이동, 고용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환훈련, 전직 및 재취업 교육 등 직업재교육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게 재직자 직무전환과 전직 예정자의 재취업 지원으로 나눌 수 있는 노동전환 지원방안은 그 의미에도 불구하고 기존 직업교육훈련제도의 일부 사업을 짜깁기하거나 변형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산업 대전환기 노사정을 비롯한 주요 이해관계자의 적극적 참여와 사회적 책임을 이끌어내고 노동시장의 이행 능력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노동전환 정책이라고 평가하기에는 상당히 미흡하다.

 

정부의 지원대책을 간략히 평가해본다면, 먼저 산업전환으로 인한 기업과 노동자의 위험과 피해가 불균형하고 불평등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면, 이에 대한 보상과 지원은 적어도 정의로운 기준과 공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정의(justice)와 공정(fairness) 개념 논쟁은 현실문제의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산업전환과 노동전환 과정에서 봉착하게 될 정책 우선 순위 결정과 맞춤형 지원 대상의 선정에 있어 그 기준과 절차가 얼마나 정의롭게 공정한가는 중요한 관심사이다.

 

특히 노동전환은 노사정 등 이해관계자를 포함하여 다양한 지원조직들이 함께 연계되고 협력해야만 정책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거버넌스의 구축, 운영 및 평가에 있어서 공정성의 확보와 정의로운 기준은 반드시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정부가 추진 중인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 특별법(이수진 의원 대표발의)에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책임을 높일 수 있는 사회적 대화기구와 이해조정조치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못한 점은 아쉬운 점이다.

 

다음으로 기존 산업구조조정과 산업전환의 차별성을 고려하여 사업전환은 물론, 노동전환을 지원하는 정책과 프로그램을 좀 더 특화시켜서 맞춤형 지원방안을 개발해야 한다. 정부의 지원대책은 재직자에 대한 직무전환교육과 퇴직예정자(실직자)의 전직 및 재취업교육을 구분하고 있다. 재직자의 원활한 배치전환과 직무이동을 위해서 필요한 교육훈련은 과거 기업구조조정의 경험을 통해 어느 정도 직업교육훈련 프로그램으로 제도화되어 있다.

 

그러나 사업전환, 특히 사업폐기로 인한 유휴인력 발생 시 이들 노동자들을 기존 업무와는 무관한 다른 업무로 전직을 시키거나, 새로운 기술교육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로 이동시키기 위한 재취업훈련은 실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존 전직훈련이나 재취업교육과는 다른 프로그램과 매뉴얼이 요구된다. 교육대상의 연령층이 다양할 뿐만 아니라, 향후 일자리를 구하고자 하는 업종이 과거 경력과 어느 정도 연계성을 가지느냐에 따라 다른 교육훈련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

 

 

Ⅳ. 정의로운 노동전환을 위한 고용노동정책 과제1)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노동전환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비례성, 차별성, 종합성 원칙에 따라 정책목표와 수단이 재구성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노동전환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고용정책과제를 일자리 소멸, 일자리 이동, 일자리 창출이라는 세 가지 유형에 따라 체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먼저 탈탄소화로 인해 사라질 수밖에 없는 일자리의 경우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동자에게 재취업교육이 필요하다. 지역산업의 재활성화, 아니면 미래성장기업의 지역유치를 통해 만들어지는 일자리에 필요한 직업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만일 사업폐기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도 실업에 들어가기 전 재직단계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준비할 수 있는 전직교육훈련이 이루어진다면, 실업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줄이고 해당 노동자 또한 실업에 빠지지 않고 바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직업교육훈련체계는 재직 상태에서 다른 직장으로 전직하는 경우를 대비하는 재취업 교육제도는 미약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차 전환으로 사라지게 될 내연기관차 구동장치의 제조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재직단계에서 노동시간단축과 유급직업전환교육을 병행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때까지 기업에게 고용촉진보조금을 지급하는 노동전환지원제도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산업전환에 따른 기술 및 직무 변화로 인해 일자리의 이동이 불가피한 경우 정책대응은 전환배치와 전직지원으로 나누어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재직자의 고용유지를 목적으로 하는 직무이동 및 배치전환을 위한 직업교육훈련이 필요하다. 이 경우 전직 및 이직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직업능력진단, 직무전환교육, 배치전환 및 구직활동 지원 등 개별기업 차원에서 일자리코칭 서비스를 제공한 숙련교육센터(고용지원센터)를 운영해볼 필요가 있다.

 

이와 달리 일자리의 이동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경우 경우 산업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동시장의 이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개별 기업을 넘어 지역차원에서 종합적인 일자리중개서비스를 제공하는 고용지원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직업능력개발과 진단을 담당하는 산업인력공단, 직무평가와 경력개발을 담당하는 노사발전재단, 직업교육훈련을 담당하는 한국폴리텍, 구인구직정보매칭을 담당하는 고용복지센터 등이 각 지역에 존재하는 산업단지별로 컨소시엄을 구성하여 노동전환지원센터를 구성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일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 탈탄소화로 인한 고용충격을 완충하기 위해서는 기존 산업과 지역 특성에 맞는 새로운 녹색일자리를 만들고 이에 적합한 녹색기술 등을 개발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직업능력을 함양시키는 교육훈련정책이 필요하다.

 

기후위기로 인한 탄소중립과 산업전환은 자연스럽게 녹색일자리를 만드는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이러한 녹색일자리의 창출을 위한 녹색기술(green skill)에 대한 정책자금을 투입하고 적정한 환경규제를 통해 녹색기술에 대한 민간투자를 유인해야 한다.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그린뉴딜은 뉴딜일자리의 창출인 동시에, 녹색기술로의 전환이다.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 산업전환에 필요한 녹색기술은 사실상 전환일자리의 모든 업종과 직무에 적용하고 결합시켜야 하는 융복합 기술이기 때문에, 기존의 직업교육훈련 과정에 저탄소, 에너지효율화, 녹색화 관련 신기술 교육 및 직업교육이 적극적으로 배치되어야 한다.

 

 

Ⅴ. 결론을 대신하여 – 노동조합의 대응전략에 대한 제안

 

지금까지 기후위기와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정의로운 노동전환 정책과제가 무엇인지를 도출하기 위해 자동차산업의 사례로 그 실태를 살펴보고, 고용 및 직업교육훈련과 관련하여 몇 가지 정책을 제안하였다.

 

산업전환과정뿐만 아니라, 노동전환과정에서 고용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의 정책협의와 합의에 대한 상호존중이 대단히 중요하다. 전략적 인사관리, 직무재교육과 전직·재취업훈련 등은 산업전환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에, 노동조합 등 이해관계자들의 능동적 참여가 중요하고 사전계획 수립과정에서 노사의 적극적인 협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 노동조합은 다음과 같은 대응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먼저 노동조합 스스로 자동차산업의 전환과정을 수동적인 태도로 적응하기 보다는 능동적인 대안정책을 통해 자동차산업의 경쟁력과 생태계를 질적으로 도약시키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독일금속노조는 자동차산업의 디지털화는 물론, 기후위기로 인한 탈탄소화 규제조치에 대해 중앙과 지역 차원의 정책협의기구를 구성하고 노동정책 뿐만 아니라, 교통 및 수송정책, 더 나아가 연구개발과 신사업영역에 대한 입장을 제출하여 자동차산업의 질적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둘째, 노동조합이 자동차산업의 전환과정에 하나의 주체로서 참여하고 노동전환의 책임있는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노사정의 이해가 첨예하고 대립적이기 때문에 공동목표 달성을 위한 각 단계별 이해조정과 정책협의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노동전환의 주요 목표, 의사결정과정과 프로그램에 대한 노동조합의 참여와 책임이 동반되어야 실효성 있는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독일자동차산업의 경우 이미 수년 전부터 중앙차원에 이동성 미래를 위한 국가플랫폼(NPM),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자동차 산업포럼 등 정책협의기구에 노사정학이 참여하여 직업교육훈련과 노동의 인간화정책2) 등에 대한 중장기 정책대안들을 논의하고 합의하고 있다(이문호 외, 2019).

 

셋째, 노동전환에 대한 노동조합의 궁극적 목적도 기존 일자리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새로운 양질의 녹색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데 맞추어져야 한다. 완성차업체를 비롯하여 기존 자동차업계 노사는 단기적 비용편익방식이 아니라, 위험과 수익에 대한 공정분담원칙에 기반하여 재직자의 숙련기술역량을 높이고 이직예정자의 직무능력을 재훈련시켜야 한다. 정부 또한 지역차원 자동차산업 집적지(클러스터)를 중심으로 기존 생산기술체계에 녹색기술이 융복합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연구개발 및 직업교육훈련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독일 정부는 유럽연합의 그린 딜(green deal) 로드맵에 따라 산업전환을 위한 기금에 상당한 액수를 출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체적으로 노동자의 전직 및 재취업을 위한 재훈련 등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을 보다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독일의 경험을 우리나라 자동차산업에 적용해본다면, 정의로운 노동전환을 위한 추진 거버넌스로 독일의 이동성 미래를 위한 국가플랫폼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가칭 ’자동차산업 노동전환위원회‘를 총리실 산하에 설치하고 자동차산업 관련 노사대표자는 물론, 관련 부처 장관, 지역 및 업종대표자들로 상설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이러한 상설위원회는 주요 의제별로 5~6개 소위원회를 구성하고 유관/연관 지원기관 및 전문가로 하여금 실태분석과 정책개발을 수행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와 별개로 독일의 자동차 정상회의의 경험을 살려 자동차업체가 집중된 울산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 광주를 중심으로 한 서남권, 아산․천안을 중심으로한 충청권, 인천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등에 가칭 ‘자동차 지역클러스터 정책협의회’를 구성해야 한다. 이러한 지역 차원 자동차산업의 정책협의회는 완성차업체를 비롯한 핵심기업들을 중심으로 지역산업 집적지의 질적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연구개발 및 정책개발을 수행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이견을 조정하고 소통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러한 자동차산업의 이해관계자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산업전환에 필요한 물적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예산투입이 필요할 뿐 아니라, 자동차업계 자체의 산업전환기금 조성도 반드시 요구된다. 내연기관차 생산 중심의 수직계열화 구조로 형성된 자동차부품산업이 전동화와 디지털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부품조달업체들이 혁신에 성공할 수 없으며, 부득이하게 사업폐기를 하는 기업들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산업전환에 성공하지 못하고 한계기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부실업체의 경우 기업견고화와 경영정상화를 위한 인수합병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인수합병을 실효성있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민간투자자(선순위), 자동차업계(후순위), 공공기관(최후순위)이 공동으로 기금(PPF)을 조성하고 이 기금을 운영하는 특수법인(SPC)이 부실기업의 인수합병을 전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러한 산업전환기금을 통해 파산 전에 부실기업을 인수정리할 수 있으며, 구조개선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위험과 비용을 최대한 공정하게 분담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사정의 이해관계 대립과 갈등이 조정되고 타협으로 합의되는 내용이 소위 ‘사회계약(뉴딜)’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계약은 좁게는 기업 차원에서 노사의 ‘자동차산업 미래협약’이 될 수 있으며, 전국차원에서 노사정의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산업전환을 위한 노사정 합의서’가 될 수도 있다.

 

지난 수십년간 노사정대화의 역사적 경험을 보거나, 다른 나라의 사회적 타협과정을 볼 때, 전국차원 노사정협의의 핵심의제는 지속가능한 고용안정과 산업경쟁력의 강화를 위한 직업교육훈련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임금과 고용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순간 사회적 대화나 정책협의는 더 이상 진행되기 힘들 정도로 노사정의 불신구조가 팽배한 현실을 고려할 때, 오히려 중장기 정책협의에 있어 타협지점이 넓을 뿐만 아니라, 종합적인 정책접근이 필요한 직업교육훈련 의제가 산업전환을 둘러싼 노사관계 지형에서 앞으로 핵심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주>

1) 이 부분은 이정희 외(2022), 『기후위기와 일의 세계』, 한국노동연구원의 7장 ‘자동차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정책과제’의 일부를 수정, 보완한 것이다.

2) ‘노동의 인간화정책(Humanisierungspolitik der Arbeit)’은 독일노총이 70년대 초 산업현장의 기술합리화에 대응하기 위해 구상과 실행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노동과정을 적극적으로 재편함으로써 인간적 노동이 가능하도록 만들겠다는 전략방침이다.

 

<참고문헌>

고용노동부(2021),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 주요 내용 및 추진계획」

관계부처 합동(2021),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한 공정한 노동전환 지원방안」

전국금속노조(2021), 「고용변화와 정책적 과제: 자동차산업의 고용변화양상과 원인」, 전국금속노조 내부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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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외(2022), 「기후위기와 일의 세계」, 한국노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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