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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위기와 사회경제체제의 전환

박명준_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등록일 2021년05월27일 14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Ⅰ. 도입: 코로나19 위기, 새로운 사회경제체제로의 기로

 

오늘날 코로나19 위기와 그에 대한 대응은 새로운 사회경제체제를 향한 전환의 방향성을 내포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는 기존의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의 ‘생태적 기반(ecological foundations)’ 자체의 변화를 초래하고, 이러한 변화에 걸맞는, 질적으로 다른 사회경제체제로의 이행을 촉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회경제체제(socio-economic regime)라고 하는 한 사회의 사회경제질서 전반의 거시적 운용원리상의 새로운 기획이 요구되는 일종의 ‘결정적 기로(critical juncture)’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그 변화의 크기와 수준이 어느 정도일지 구체적으로 예측하지는 못하더라도,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지난 수십년간 우리의 인식과 제도 속에서 당연하게 생각해 왔던 크고 작은 질서들의 근본적인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전환의 논의와 새로운 방향설정은 코로나19 위기를 맞이하는 또 다른 차원의 중요한 과제이다.

 

변화하는 사회경제적 역학관계

 

사회경제질서는 크게 국가(state)-시장(market)-공동체(community)의 역학관계에 따라 변화하며 다양한 패턴을 형성한다. 코로나19 위기는 기존의 3자간의 역학관계와 역할분담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간 신자유주의적 사고에 기반한 글로벌 자본주의 패러다임 하에서 물리적으로 “이윤창출의 시간”, “이윤창출의 공간”으로 지정된 영역들 가운데 적지 않은 부분은 금번 위기의 지속으로 작동불가능해지고 있다. 일시적인 “시장의 공백”을 넘어, 위기가 심화될수록 ‘시장의 위기’ 나아가 ‘시장주의의 위기’로 이어지는 것이다. 갑자기 ‘공백‘이 되어버린 영역을 기반으로 그간 생활을 영위해 온 수많은 이들은 큰 고통을 겪고 있다. 고통의 치유는 국가와 공동체의 활성화를 부른다. 시장의 공백에 또 다른 새로운 시장이 들어설 수도 있으나, 이 “교체될 공간”에는 보다 많은 사회적 가치를 담지한 제도적 기제가 동반될 수밖에 없다.

 

 

 

Ⅱ. 위기의 국면적 특성 : 신자유주의 체계의 한계와 새로운 기술-환경 질서의 도래

 

코로나 위기가 가져온 기존 질서의 균열은 크게 두 가지 국면이 교차하는 시기에 일어났다. 하나는 현대 자본주의에 축적되어 온 위기와 모순의 문제, 즉 신자유주의 사회경제체제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성찰이 일고 있던 상황이다. 다른 하나는 디지털화와 기후변화 등 사회경제체제가 기반으로 삼고 있는 기술과 환경의 측면에서의 변화의 흐름이 강하게 대두되는 상황이다. 즉, 한편으로는 불평등 해소에 대한 강한 필요성과 그것을 위한 과감한 조치의 요구,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기술-환경 질서에 능동적으로 적응해야 하는 필요성 등이 서로 맞물려 보편적인 정책적 이슈로 부상해 있는 상황 속에서 코로나19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퇴행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시장의 확장을 공격적으로 도모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국가의 약화 혹은 적어도 국가의 친시장적 행보 내지 조치의 능동적 강화를 의미한다. 그를 통해 사회적 공공성의 가치와 그 실현기회는 축소되고, 영리-이윤추구 행위가 도드라진다. 이러한 사고는 지난 80년대 이후 30여 년간 세계적으로 경제사회질서를 지배해 왔다. 2000년대 후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시장중심주의에 대한 믿음이 크게 타격을 받았다. 동시에 지난 30년간 지속되어 왔던 이러한 경향이 초래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놓고 강한 성찰이 출현하고 물질화되기 시작했다. 심지어 전후 보편적 상식으로 받아들여졌던 자유교역주의의 이상이 약화되어 가고, 고용수호 등의 명목하에 자국중심의 보호무역주의적 경향이 새롭게 부상해 갔다. 그것은 신민족주의 기류의 형성으로까지 나아가 마침내 최근에는 미중 간의 무역갈등 등으로 심화되면서, 심지어 ‘신냉전’으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디지털 전환과 기후위기

 

디지털화를 비롯한 신기술의 발전, 그리고 기후위기라고 하는 보편적 글로벌 환경문제의 도전적 대두는 거대한 변화를 추동하는 또 다른 굵은 흐름이다. 인류는 그러한 도전에 맞서 파격적인 응전의 과제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수년전부터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제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산업질서와 경제질서의 변화에 대한 예견과 대응방안 모색이 여러 나라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후위기의 경우도 지구온난화가 초래하는 수많은 이상기후 현상이 심화되면서 탄소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외교적 이슈로 부상해 있다. 탈산업사회를 향한 새로운 글로벌 규범과 규제논리의 형성은 많은 탄소기반 산업의 축소와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의 가속화를 요구하고 있다.

 

Ⅲ. 위기대응의 방향성

 

이러한 ‘보편적 맥락’ 위에 놓인 코로나19 위기의 국면의 성격, 각국의 대응 및 주요 대응담론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향후 새로운 사회경제질서의 도래가 예견된다. 그러한 방향으로의 두드러진 변화양상을 집약해 보면 다음과 같다.

 

국가의 역할 강화

 

전 세계적으로 국가의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 이는 실로 ‘국가의 귀환’이라고 칭할 만하다. 코로나19 위기를 겪으면서 세계는 시장중심주의적(market-centristic) 처방 혹은 대응의 상대적 약화와 국가중심주의적 경향의 상대적 강화를 경험해 왔다. 동시에 한동안 주변화되어 왔던 공동체에 새로운 역할이 부여되는 양상도 확인할 수 있다. 코로나19 위기로 사람 간 접촉(contact)이 제약되면서 도시화와 대중사회를 기반으로 끊임없이 이윤과 영리의 증진을 목표로 확장되어 온 시장의 영역은 위축 내지 소멸을 경험하고 있다. 그 비워진 자리는 일단 비영리적, 공적 가치들을 담지한 자원들로 채워지고 있다. 신뢰받는 국가의 능동적 대응과 기민한 공적기제들의 신속한 투입 및 효과적 활용, 그리고 공동체 구성원의 헌신, 서로에 대한 자발적 관심 및 국가의 방침에 대한 깨어 있는 호응 등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공공성을 담을 그릇의 확장

 

공공성은 돈의 크기에 맞추어 거래되는 상품을 중심으로 재화가 배분되는 것을 지양한다. 그것은 돈이 없어도 혹은 적어도 누구에게나 공급되고 접근가능한 공공재에 기반하는 사회운영 방식을 강화함을 의미한다. 한편에서는 시장이 위축되고,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나, 그러한 가운데 그간 신자유주의의 지배하에 등한시되었던 사회적 연대, 비시장적 관계망의 강화가 불가피하다. 향후 감염병에 대한 대응의 사회적 필요가 지속될 것인 바, 그 가운데에서 공공의료시스템의 확충이 요구되며, 그와 병행해서 사회보험, 고용, 에너지 전환, 디지털 전환, 고용대책, 금융구제, 조세 등 모든 경제사회영역의 체질전환이 요구된다. 시장의 공백을 공공성의 가치로 채워가는 과정에서 사회보험 및 사회안전망의 전면적 강화가 뒤따른다. 특히 실업보험의 사각지대 해소, 사회적 부조시스템의 발전, 공적 건강보험의 강화, 나아가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같은 주거의 사회화 정책 등이 절실하다.

 

기술-에너지 환경변화에 적극적 대응

 

에너지 전환과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이러한 전환은 모두를 승자로 만들지 않는다. 전환의 폭이 넓고 깊이가 깊을수록 전환의 패자들에 대한 사회적 타격은 크다. 따라서 전환과 동시에 패자와 약자에 대한 적극적 고려가 있어야 한다. 에너지 전환으로 상실 혹은 소멸이 예측되는 기존 일자리의 근로자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뿐만 아니라, 재훈련 메커니즘을 동반함으로써 미래의 친환경 에너지에 기반한 산업질서 속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배려하며 이끌어 주어야 한다. 디지털 전환은 산업질서에 심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며 고용에도 크게 영향을 끼칠 것이다. 기존의 고용과 숙련은 축소나 폐기가 이루어질 것인 바, 산업구조조정과 인력조정의 이슈가 부상할 것이다. 요컨대, 자본주의의 생태적-기술적 기반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부응하는 인력정책, 고용정책을 전략적으로 마련하되 다수의 패자에 대한 세심한 고려를 하는 조치들을 동반해 가야 한다.

 

개혁의 총체적 확립

 

사회경제체제의 개혁은 재정 및 금융시스템의 개혁 등을 포함한 총체적인 개혁의 상을 동반하며 추진되어야 한다. 새로운 사회경제체제는 여타 부분체제의 유기적 결합과 동반변화 없이는 부정합적인 것이 되고 결국 개혁의 성공을 더디게 할 수 있다. 공공성의 강화를 위해서는 당연히 증세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으므로, 일자리, 산업, 사회보장 등에서 공공성을 더하기 위해서는 기존 금융시스템의 개혁과 세금정책 등에서의 개혁도 함께 동반해 주어야 한다. 더불어 모든 개인의 주거생활 안정을 목표로 삼고 부동산 시장이 투기의 장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인 개혁의 상 또한 필요하다.

 

Ⅳ. 뉴-노멀(new-normal)로의 변동과 새로운 사회계약

 

뉴-노멀라이제이션의 동학

 

코로나19 위기의 발발 이후 도래한 새로운 일상을 ‘뉴-노멀(new-normal)’이라고 칭하곤 한다. ‘뉴-노멀’은 고정적이고 결정론적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뉴-노멀을 향한 새로운 행위공간이 열린 상태라고 보아야 한다. 자연스럽게 ‘뉴-노멀’의 질서를 향한 역동적 헤게모니전이 전개될 것이다. 이는 차라리 ‘뉴-노멀라이제이션(new-normalization)’이라고 칭하는 게 타당하다. 새로운 사회경제체제를 형성해 가면서 계속해서 ‘이윤중심성’과 ‘공공중심성’의 대결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환의 갈등’의 사회적 표출을 예고한다.

공공성의 확장은 자연스럽게 시장에 대한 국가 개입의 정치적 기회구조(political opportunity structure)의 확대를 동반한다. 다만 공공성은 국가가 독점할 수 없다. 그것은 자칫 국가주의 내지 관료중심주의를 강화시킬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공공적이면서도 관료집중적이지 않은 질서의 기획이 필요하다. 반드시 공공성의 중요한 요소의 하나인 민주주의가 함께 확대․강화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위기가 형성하는 정치적 기회구조와 새로운 사회계약

 

위기는 언제나 새로운 정치적 모티브를 형성해 준다. 그것을 적절하게 잘 활용할 경우, 평소라면 훨씬 더 많은 정치․경제적 에너지를 쏟고도 될까 말까 한 개혁도 보다 원활하고 과감히 도모해 갈 수 있다. 개혁을 열망하고 주도하는 이들은 위기가 선사하는 이러한 특별한 ‘기회구조(opportunity structure)’를 잘 활용해야 한다. 그러한 차원에서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 바로 ‘새로운 사회계약’이다.

일체의 사회경제체제는 암묵적으로 거버넌스 메커니즘의 특정한 구조화를 의미하는 특수한 사회계약에 기반한다. 전환기에 새로운 사회계약이 명시적으로 제시될 경우, 변화를 추동하는 강한 동력으로 역할하기도 한다. 금번 위기를 겪으면서 전 세계의 선진자본주의 사회경제질서는 새로운 단계로 본격적으로 진입해 가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새로운 사회경제체제를 모색해야 하는 지금, 기존과 다른 새로운 사회계약을 기획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그것의 형식이 어떻든 간에 내용의 방점은 분명 일정한 방향을 지향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위기는 기존의 사회계약, 즉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사회경제적 질서와의 이별을 앞당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 10년간 점차 약화되어 오던 신자유주의적 사회경제체제는 이제 확장 불가능성을 선고받고 있다. 낡은 사회계약체제 하에서 승승장구하던 나라일수록, 즉 사회적 보호와 안전보다 이윤추구적 시장논리를 사회경제체제의 중심에 더 많이 두고 질서를 형성해 간 나라일수록, 위기 상황에서 더욱 더 큰 사회적․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V. 한국적 전환거버넌스의 구축: 사회적 대화의 확장적 쇄신

 

새로운 레짐을 향한 경합과 새로운 정치의 필요성

 

2022년 대통령 선거 및 지자체장 선거를 준비하는 가운데 새로운 포스트 코로나 한국의 사회경체제제 비전과 요소들이 더욱 더 격렬하게 경합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그 결과는 우리가 새로운 시대에 어떻게 안착해 들어갈 지를 결정할 것이다. 지금은 그러한 갈림길의 굵직한 선택이 부지불식간에 또 명시적으로 이루어져 가고 있는 때이다.

2021-22년은 새로운 대한민국의 새로운 레짐의 성격을 놓고 커다란 정책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견된다. 제1레짐의 형성이 5.16 쿠데타와 1965년 한일조약을 통해, 제2레짐의 형성이 1987년 6.29 선언과 1998년 IMF와의 양해각서를 통해 형성되었다면, 제3레짐은 현재 한국 사회를 구성하는 보다 광범위한 사회세력 간의 활발한 소통과 새로운 사회경제체제에 대한 비전공유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정치권에서의 합의와 협치의 노력 못지않게 사회세력 간의, 혹은 국가와 사회 간의 합심을 이루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합의와 소통, 그리고 긍정의 정치에 대한 열망과 관심이 크다. 우리의 성숙한 시민사회역량, 공동체역량, 시장역량, 그리고 국가역량을 결집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체제를 이루는 것은 새로운 정책이고, 그러한 정책들을 물질화시키는 것은 새로운 정치를 통해 가능하다.

사회는 공공성의 또 다른 중요한 주체이다. 이번 코로나19 위기에서도 깨어 있는 시민, 까칠하지만 공공의식이 높은 시민, 그리고 헌신적인 시민의 역할이 컸다. 향후 확장된 공공성에 기반한 사회질서의 구축 과정에서 새로운 사회통합 전략이 필요하다. 일방적 국가주의를 경계해야 하나 그것이 사회적 방종과 국가에 대한 불신조장으로 나아가서는 안될 것이다. 특히 코로나19 위기는 일부 종교나 사학 등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한국의 숨은 기득권자들의 국가에 대한 저항을 불러일으키고 있기에, 그들을 민주적 리더십을 통해 어떻게 잘 다룰 지는 체제전환의 과정에서 중요하게 염두에 두며 풀어나갈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전환거버넌스: 다양한 사회적 주체가 이끄는 사회적 합의와 혁신

 

향후 이러한 전환을 감당하기 위한 ‘전환거버넌스’의 기획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획의 실현과 새로운 체제의 설계는 기존의 다양한 이해관계들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는 바, 그것을 위한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이 커진다. 전환거버넌스 구상의 핵심에는 이러한 변화를 감당할 수 있도록 사회적 소통체계로서 사회적 대화체제의 전면적인 쇄신이 담겨져 있어야 한다. 사회적 대화라고 했을 때, 기존의 전형적인 ‘노사정 대화’의 형태에만 집착할 필요가 없다. 특히 디지털 스마트 시대를 반영하여 그것이 어떠한 형태가 되고 거기에 누가 참여하여 어떠한 방식이 될 지는 보다 깊은 고민과 노력을 통해 찾아질 것이다.

얼마전 의사휴진 사태나 인천공항공사 사태 등에서 엿보았듯이, 공공성 강화와 양극화 해소의 과정에서 공정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사회경제체제에 대한 폭넓은 합의와 입체적인 상을 공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부분적인 정책수단을 도입하는 것이 갈등을 심하게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노동과 자본을 불문하고, 제2레짐에서의 일정한 이해관계를 가진 세력들이 제3레짐으로의 전환이 자신들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생각되면 저항을 표출할 가능성이 크다.

전환의 과제를 잘 감당해 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적 주체들이 공공성 확장 및 민주주의의 심화를 동반하는 제3레짐의 비전을 공유하며 새로운 정치연합을 형성하고 강화해 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공부문의 확대만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 사회 자체의 역량강화를 통한 사회전반의 체질개선 도모도 필요하다. 노동진영과 시민사회가 국가를 더욱 더 추동하고 부추겨야 하며, 사회혁신(연대와 신뢰의 확장)의 관점에서 이를 추동해 가야 한다. 그것이 제대로 되려면 깊은 수준의 담론전략이 요구되고, 그것을 뒷받침할 새로운 싱크탱크의 활성화가 필요하며, 이 모든 것을 위한 새로운 사회적 투자가 있어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의 과제

 

지난 반세기 넘게 한국의 노동운동은 개발독재시절, 민주화와 신자유주의화를 동시에 추구해야 했던 모순적 시절을 순차로 겪으면서 노동자들의 이해를 보호하고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노동조합은 이제 한국 사회에서 적지 않은 권력자원을 지니고 있는 사회세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적으로 노동조합이 훌륭한 역할을 잘 수행하는 나라들일수록 선진국이다.

새로운 레짐을 향한 전환의 도정에서 이제 한국의 노동조합은 그간 축적해 온 역량을 발휘하며 사회적 전환을 성공적으로 주도하고 그러면서 자기 스스로 보다 큰 도약을 할 때라고 생각한다. 전환의 시간이 낳을 수 있는 갈등과 마찰들을 오히려 자기 전환의 동력으로 삼아 새로운 시대에 자기 위상을 더 높여야 한다. 이미 서구의 여러 노동조합들은 ‘현대화’의 이름으로 불평등을 해소하면서 조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들을 다양하게 구사하고 있다.

이제 우리의 노동조합도 보다 넓은 시야로 시대와 상황을 읽으며 자신의 행보를 정해 가야 한다. 기업 내 기존 조합원들의 이해만을 수호해서는 적절한 답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 통큰 연대를 지향하는 과감한 조직혁신이 필요하다. 제도적 제약을 넘어서는 폭넓은 이해대변 방안도 과감히 기획해야 하고, 문호를 활짝 열어 조직화를 도모해야 한다.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정당한 물적 보상을 요구하는 것을 넘어, 시대를 개척해 가는 새로운 제도와 정책의 주창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사회적 대화는 노동조합이 없이 생각할 수 없다. 노동조합이 어떤 전략을 취하느냐에 따라 사회적 대화도, 또 그것을 통해 도모하려는 일자리 질서와 경제사회질서의 개혁도 다른 색을 띄게 된다.

 

 

※ 이 글은 필자가 그간 작성한 다음의 글들을 본지의 취지에 맞게 재편집, 가공한 것임을 밝힌다. 가독성을 위해 참고문헌은 생략했다.

 

박명준(2020), 「코로나 위기와 공공성의 사회적 공간의 확장」, 『노동리뷰』 2020년 7월호, 한국노동연구원, pp.7-21.

박명준(2020), 「포스트 코로나 사회를 향한 사회적 대화: 원론, 현실, 과제」, 『계간 사회적 대화』 2020년 여름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pp.61-82.

박명준(2020), 「코로나19 위기와 사회경제체제 전환 모색」, 『노동리뷰』 2020년 10월호, 한국노동연구원, pp.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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