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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한국노총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정당정치의 경험

필요한 것은 긴 안목과 전략

등록일 2021년06월14일 08시56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조성주 정치발전소 대표(한국노총 정치 자문위원)

 

한국 노동정치의 초라한 현실, 인색한 평가....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의 연대는 넘어설 수 있을까?

 

한국 노동운동의 노동정치를 평가할 때 그 평가는 다소 인색한 것이 사실이다. 사실상 노동조합이 창당한 정당이라 할 수 있는 영국 노동당이나 높은 조직률과 사회적 영향력으로 사실상 국가를 운영하고 있는 북유럽 노동조합들의 노동정치 사례와 비교하는 것은 너무 먼 이야기다.

 

하지만 민주당과 정책일치율이 70%를 상회하고 대통령 당선자들이 ‘노동조합’의 중요성을 의회연설에서 강조하는 미국, 오랫동안 국가의 각종 정책결정에 깊이 관여해온 일본 여·야 정당들과 일본 내셔널센터인 렌고 간 관계와 비교해도 한국의 노동조합들이 정당들과의 관계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민주노총의 경우 과거 민주노동당이라는 진보정당과 ‘배타적 지지 방침’을 세워 조직적 관계를 가지고, 노동조합-정당의 동반발전 모델을 고민했으나, 정파 갈등과 노선 등의 차이로 인해 결국 좌초되거나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축소되고 말았다.

 

그러나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의 노동조합-정당 관계를 찬찬히 뜯어 보면 우리의 냉엄한 노동정치의 현실에서 마냥 인색하게 평가하기 보다는 의미 있고 소중한 경험적 자산을 지속적으로 축적해가고 있다고 말해야 하지 않나 싶다.

 


 

한국노총 출신 의원수보다 중요한 건 정당 내 노동 지분들

노동 부문 최고위원, 전국노동위원회, 정책당원, 정책대의원

 

한국노총은 이미 21대 국회에 9명의 노동조합 출신 국회의원을 보유하고 있는 의원 배출 규모에서 단일 조직 중 2위에 해당한다(1위는 15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한 검찰이다). 그러나 한국노총이 가지고 있는 의미 있는 정치적 경험은 단순히 배출한 소속 출신 국회의원의 수에 있지 않다.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한국노총의 정치적 경험과 자산은 오히려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노총이 함께 발전시켜 온 노동조합과 정당 간의 조직적 연계의 깊이와 넓이에 있다.

 

한국노총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에 해당하는 정당과 조직적 결합을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정당의 대의기구에 노동 부문 최고위원, 전국노동위원회 운영 및 노동위원장 신설, 정책대의원 할당 등을 운영해오고 있다. 당시에는 대선을 앞둔 보여주기식 결합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있었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조직적 연계는 이미 10년 가까이 나름대로 그 깊이를 더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각 연맹별, 노동위원회 차원에서 정당의 당직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에 정책질의를 하고 평가하며, 지지 선언도 하는 등 분명히 이전보다 더 적극적이고 다양한 시도들이 나타난다.

 

“시끄러운 민원인”에서 ‘노동존중실천의원단’통해 만들어지는 구체적 입법 성과들

정당의 사회적 기반을 강화하는 ‘조직적 결합’ 기대

 

사실 ‘노동 없는 민주주의’로 대표되는 한국 민주주의의 현실은 수권 능력이 있는 유력정당들의 입장에서 ‘노동조합’들을 “시끄러운 민원인” 정도로 치부하게 만든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다소(?)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거나 몇몇 ‘언론’들의 지원사격을 통해 정당의 이미지에 약간의 타격을 주는 조금 큰 ‘이익집단’ 정도로 치부할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과거에는 그렇게 노동조합들을 무시해온 것이 한국의 정당정치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이는 한국 정당들의 사회적 기반이 워낙 약하고, 특히 노동 시민에 기반하고 있지 않다는 것에서 기인하는 문제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노총이 더불어민주당과 쌓고 있는 ‘조직적 결합’은 일정 정도 정당의 사회적 기반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며, 노동조합의 위상과 역할을 변화시키고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21대 국회에 와서는 더불어민주당에 40여 명이 넘는 의원들을 ‘노동존중실천의원단’으로 구성하여 8개의 과제별 TF 운영 및 업종별 모임 등을 통해 구체적인 입법 성과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리운전기사 보험제도 개선’, ‘공무직 발전협의회’, ‘법인 택시 긴급지원’, ‘가사노동자 노동환경개선’ 등의 최근 성과들은 분명히 이전의 선언적 수준에 그쳤던 정당정치 활동과는 다르게 노동조합과 정당이 조직적으로 더 명료하게 결합하고 서로의 책임과 역할을 분명하게 하면서 만들어지는 구체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

 

연맹별·개인별 분산된 리더십 극복해야 당 내에서 ‘각개격파’당하지 않아...

단단하고 강한 널빤지를 느리지만 강하게 뚫어가는 노동정치의 변화 기대

 

물론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먼 것도 사실이다. 아직 영국, 독일, 미국 등의 노동조합들이 정당과 함께 만들어내는 사회적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여전히 ‘강한 이익집단’의 수준을 넘어서 흔들리지 않는 “정당의 주요한 사회적 기반”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특히 아직까지도 정당의 당직선거, 총선후보 선출 등에 있어서 각 연맹별로 분산적으로 또는 주요 노동운동 리더들의 개별 리더십 차원에서 진행되는 각종 정당정치 활동들도 문제다. 이는 한국노총이 스스로 가진 정치적 역량을 분산시켜 활용되지 못하게 하고 정당 내의 각종 계파의 이해관계에 휘둘려 ‘정치적 영향력’이 쉽게 ‘각개격파’ 당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정당의 사회적 기반을 변화시키고 이를 통해 한국의 정당정정치에 ‘왼쪽으로부터의’ 또는 ‘노동시민들로부터의’ ‘충격’을 주겠다는 좀 더 긴 안목과 전략하에서 노동조합들의 정당활동을 효과적으로 집중시키고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

 

선거 때마다 진행하는 정책협약이나 정치후원금 모금, 당원가입 등도 ‘정치적 인맥’을 만드는 한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한국노총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시켜 나가기 위함이라는 방향을 명확히 하고, 수시로 점검 확인될 필요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부분이 많은 가운데서도 노동조합과 정당이 다져온 이 정치적 경험과 결합은 분명히 막스베버가 말한 ‘단단하고 강한 널판지를 느리지만 강하게 뚫어가는’ 가장 중요한 노동정치의 경험임은 분명하다.

조성주(대표)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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